작년 말 '국어도 잘해야 하는 이유'라는 칼럼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읽어보니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이 예비 고1 학생을 둔 어머니로서 쓴 글이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여자분이 '예비 고1 엄마의 행동수칙'을 조언해줬는데, 그 첫 번째가 "국어에 집중할 것"이었다고 합니다. "대학 당락은 (누구나 열심히 하는) 수학ㆍ영어가 아니라 중학국어와는 차원이 다른 고등국어에 달렸단다"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제 생각에 이 이웃집 여자분은 뭘 좀 아는 분입니다. 보통 고1, 2 때는 수학ㆍ영어에 집중하다 보니 국어는 신경 쓰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국어 점수가 그런대로 나와주기 때문에 큰 위기감을 못 느끼고요. 그러다가 고3 3월 모의고사 때 점수가 폭락해서 이곳저곳에 하소연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매년 3월 모의고사 시행 직후와 성적 발표 직후, 국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 글이 입시 사이트마다 넘쳐납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왜 고1, 2 때는 점수가 괜찮게 나왔던 것일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문제가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3 모의고사는 어렵습니다. 수능 난이도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수에 거품이 있던 학생들은 점수가 대폭 떨어지게 됩니다. 마치 실력 없는 선수가 낮은 허들은 쉽게 넘어도 높은 허들에는 걸려 넘어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난이도(=허들 높이)만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고3 6월, 9월 모의평가와 수능 때는 작년에 뛰어놨던 선수들(=졸업생)도 대거 들어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최근 9년간 졸업생 수능 응시 비율은 꾸준히 2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수능은 (국사를 제외하고)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재학생만 치는 교육청 모의고사 등급만 믿고 있다가는 뒤통수를 맞기 십상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연도별 접수현황
그나마 3월 모의고사 때 정신 차리고 국어 공부를 시작하면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사례로 볼 때, 7개월이면 국어 1등급을 따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저도 수능 국어영역(당시 언어영역) 4등급에서 다음 해 1%까지 올라가 본 경험자이고요. 다들 국어영역 점수 올리기 어렵다고 하지만, 제대로 공부한다면 가장 점수 올리기 쉬운 과목이 국어영역입니다.
문제는 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학생들입니다. 폭락한 고3 3월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는 '어쩌다가/운이 안 좋아서/컨디션이 나빠서' 그런 점수가 나왔다고 믿어 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시험에는 점수가 '회복'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건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시 전문기관 진학사의 통계에 따르면, 국어/수학/영어의 평균 백분위 기준으로 3월 모의고사보다 수능에서 더 낮게 나온 학생 비율이 82%나 됐다고 합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고1, 2 때 국어 점수를 믿지 말고 국어를 제대로 공부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후속 칼럼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게 첫 번째이기에 과제를 하나 내어드립니다. 2016학년도 수능 국어 시험지를 뽑아 80분 동안 실전처럼 풀어보기 바랍니다. 지금 많이 틀리는 것은 괜찮습니다. 이를 통해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수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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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기술 0(zero) (2016년) 이해황 저 | 좋은책신사고
문제 해설과 함께 ‘빛나라! 개념의 별’을 제시하여 국어 기초 개념을 정리하고,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문제 풀이의 대원칙’을 알려 줌으로써, 고등 국어나 수능을 처음 접하게 된 예비 고1(중3)부터 국어 기초가 부족한 수험생들이 국어영역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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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황
대학교 3학년 때, 기출문제를 분석해서 얻은 깨달음을 『국어의 기술』시리즈로 출간했다. 전공도 국어교육이 아닌, 일개 대학생이 낸 책은 이후 7년 간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공군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매년 1,000만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