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쁘고 더 슬퍼지는 일
인터뷰를 하면서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빠, 엄마 저자를 만나면 반드시 “부모가 돼서 변한 게 있나요?”를 물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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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말해 아이를 키운다는 건, 기쁜 건 더 기쁘고 슬픈 건 더 슬퍼지는 일 같다. 감정의 폭이 넓어지고 알지 못했던 감정의 선까지 보게 된다. 물론 힘들고 피로해지는 것도 많지만, 감정선이 깊어지다 보니 타인의 삶과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폭이 넓어진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저자 이기호

 

34년 인생 가운데 2년을 아이와 보냈다. 태아에 있었던 시간까지 합하면 언 3년. 내 인생 가운데 10분의 1 정도를 엄마로 살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엄마가 되면 부끄러운 게 별로 없어져.” 과연 다르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당신은 그렇게 살아, 나는 나대로 살게’, 마인드였다. 지금은 괜한 참견이 많아졌고 작은 차별에도 핏대를 세운다. 선배들이 줄곧 말했던 ‘우리 아이가 이런 세상에서 살면 안 될 텐데’를 절로 실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빠, 엄마 저자를 만나면 반드시 “부모가 돼서 변한 게 있나요?”를 물었다. 상대는 부모가 된 지 한참이 됐는데, 나는 초보엄마 티를 팍팍 냈다. 과거에도 나는 직구를 잘 던지는 편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증세가 더 심해졌다. 핀잔을 들어도 대부분 넘겼다. 내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존재가 등장했으니까. 그것보다 더 중한 건 없으니까, 쓰잘데없는 감정을 버리려고 애쓴다.

 

소설가 이기호는 세 아이의 아빠다. 사실 ‘참 행복하겠다’보다는 얼마나 힘들지가 궁금했다. 교수 생활에 소설도 써야 하지, 신문에 연재도 하지, 육아도 도와야 하지. 도대체 얼마나 고될까? 또 그의 아내는 얼마나 고단할까? 복닥복닥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상상해도 좋을 텐데, 고작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나는 ‘힘듦’을 먼저 떠올렸다. 그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업작가이기 전에 아빠, 남편, 교수다. 이 많은 정체성 속에 어려움이 없지 않나? 그럼에도 장점은 무어냐?”고 물었다.

 

1초 정도가 지났을까. 그는 마치 늘 생각해온 질문이었던 마냥, 즉답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기쁜 건 더 기쁘고 슬픈 건 더 슬퍼지는 일 같다.”

 

엄마가 되면 아빠가 되면 눈물이 많아진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겼을 장면에서 자꾸 울컥한다. 아들에게 ‘엄마’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은 기억나지 않는다. ‘맘마’가 어쩌다 보니 ‘엄마’가 됐고, 발음은 점점 더 정확해졌다. 모든 일을 아이와 연결 짓지는 않으려고 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요”라는 말은 진리니까. 다만 세상이, 사람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앞모습보다 옆모습, 뒷모습을 더 관찰하게 된다. 말도 섞기 싫은 사람을 대할 때, ‘그도 어렸을 때는 마냥 순수했겠지?’, ‘그의 부모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겠지’ 생각한다. 꼭 봐야 할 것, 꼭 느껴야 할 것,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삶. 어쩌면 부모가 되어 받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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