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승훈, 김훈종, 이재익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 연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일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됐을 때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가. 『뭐라도 될 줄 알았지』는 대략 마흔, 대략 인생의 절반쯤 살아온 아재 셋의 고민을 담았다. 화제의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3PD 이재익, 이승훈, 김훈종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그들을 직접 만나 보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친구들
세 분이 함께 쓴 세 번째 책입니다. 이번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재익: 한마디로, 두 권으로 끝내기는 아쉬워서요.(웃음)
김훈종: 저희 셋 다 40대가 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심정을 토로하고, 그 적나라한 감정의 실타래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기획을 공유하고는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책 제목 ‘뭐라도 될 줄 알았지’가 마음에 드는데요, 얼마 전 북 콘서트를 두 번 열었는데, 제목에 혹해서 왔다는 분들이 유독 많더군요. ‘뭐라도 될 줄 알았지’란 푸념 혹은 넋두리가 2016년을 살아내는 평범한 우리들의 마음을 자극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승훈: 인생의 반환점인 40대가 되어 지난 4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 살 40년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거죠.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손톱만큼이라도 뭔가 해놓은 거 같기도 한데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거죠.
제목이 『뭐라도 될 줄 알았지』인데요, 세 분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재익: 저는 어릴 적부터 소설가가 꿈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라디오피디이기 전에 소설가로 먼저 등단했다.)
김훈종: 제 꿈은 교육부장관 혹은 교육부 공무원이었습니다. 부조리와 불합리로 주물주물 뭉쳐진 학교를 개혁하고 싶었어요. 안타깝게도 저는 교육 공무원이 되지 못했고, 2016년의 학교는 제가 다녔던 학교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네요.
이승훈: 저는 여러 가지 꿈이 참 많았어요.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꿈은 독수리 오형제였어요.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 후에는 이것 저것 바뀌다가 고등학교 때쯤에는 문화재 관리국 과장이었죠.(웃음) 실제로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저런 생각을 했었죠.
직장 동료이자 선후배로 오랜 시간 함께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요?
이재익: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친구들이 더 좋은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김훈종: 저는 재익이 형이 이혼하고 홀로 오피스텔로 들어온 그 밤의 묘사가 특히나 의외였어요. 제가 상상하는 형의 방은 장식장에 각종 싱글몰트 위스키가 가득하고 최첨단 오디오 시스템과 화려한 침대와 소파가 있는 방이었는데, 매트리스만 덜렁 놓인 방에서 잠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날 밤 남자 이재익이 느낀 해방감과 외로움을 동시에 오롯이 전달되었습니다. 동시에 역시 작가에게는 ‘저런 상황이 필요하구나!’라고도 느꼈죠.
이승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쓰레기들이구나?(웃음) 각각의 에피소드는 아는 얘기도 있고, 모르는 얘기도 있고 그래요. 이제 몇 년을 꾸준히 같이 얘기하다 보니 몰랐던 면을 알게 되는 건 중요한 거 같지 않아요. 그냥 앞으로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1년에 한 권 정도는 같이 책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책에도 많은 고민을 이야기하셨지만, 요즘 따로 특별히 생긴 고민이 있다면요?
이재익: 지나치게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해오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은 인생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고민입니다.
이승훈: 어머니 건강이 걱정이죠. 얼마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다녀왔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나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 몰려오는 공포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더라고요.
김훈종: 저는 요즘 나라가 이 모양인 게 걱정입니다. 제가 웬만해선 나라 걱정 같은 거 안 키우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이 나라가 심히 걱정됩니다. 제 아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괴물에게 잡아 먹히지는 않을지 두렵습니다.
책을 내실 때마다 여러 독자 분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독자 분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이재익: 제 경우에는 중학생이었던 독자가 사회인이 되어 독자와의 만남 자리를 찾아온 경우가 있었어요.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김훈종: 이번 책에서 지역적 특색을 담은 글이 있어요. 천호동, 길동, 명일동 근방에 사시는 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북 콘서트에 오신 분 가운데 두 분이 그 에피소드에 공감하시더군요.(웃음)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눈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승훈: 저는 책을 본 적도 없는데 제목만 듣고 토크 콘서트에 오셨다는 40대 남자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처럼 그분도 ‘뭐라도 될 줄’ 아셨을 텐데 ‘뭣도 되지 않은’ 느낌이 들어 막막하셨는데, 저희 책 제목과 행사 얘기를 보고 무작정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라는 안도감을 드렸기를 바랍니다.
왼쪽부터 이승훈, 김훈종, 이재익
세 분의 입담과 필담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소 따로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김훈종: 평소 독서는 쥐꼬리만큼 하지만 한번 읽은 책이나 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합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위해 책을 읽고 생각합니다. 이게 아비의 힘이겠죠.(웃음)
이승훈: 말하는 것,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많이 말하고 많이 쓰는 편인데 결국 많이 보고 듣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말하고 쓰다 보면 발전하는 게 아닐까요?
이재익: 저는 매일매일 세 가지 종류의 말은 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훈계, 비난, 잔소리’죠. 또 매일매일 한 가지 종류의 말은 꼭 하려고 애쓰고요. 바로 ‘농담’이죠.
이번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딱 한 구절만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훈종: ‘더 많은 맥주가 너에게 행복을 주리니.’ 알코올중독이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웃음) 인생은 결국 벚꽃 길을 한 번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쪽 터널 입구에서 저쪽 터널 입구로 빨리 다다르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닐 겁니다.
이승훈: ‘정치에 대한 관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구절을 읽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거나 정치에 대해 관심을 더 가지기로 생각하신 분이 있다면 정말 뿌듯할 거 같아요. 정치는 우리 모두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입니다. 미세먼지가 있다고 숨 쉬지 않을 수 없듯 정치판이 아무리 더러워도 눈을 돌려선 안 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건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재익: 저는 이 한 가지를 들게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용해서 이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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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될 줄 알았지이재익,이승훈,김훈종 공저 | 중앙북스(books)
『뭐라도 될 줄 알았지』는 대략 마흔, 대략 인생의 절반쯤 살아온 아재 셋의 고민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때로 시답지 않은 농담 속에서도, 세상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이야기 속에서도 동시대를 사는 이들과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레 얻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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