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카우보이만의 음악을 찾을 때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앨범이지만 이미 이전에 이루어진 시도 안에서 변용과 변주를 구사하여 크게 새롭지는 않다. (2017. 12. 20.)
글ㆍ사진 이즘
2017.12.20
작게
크게

스페이스 카우보이.jpg

 

 

러블리즈를 전담하는 윤상 사단의 작곡, 프로듀싱 팀 원피스(1Peice) 멤버인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원래 권혁성과 박성진 2인조로 출발한 일렉트로니카 듀오였으나 랩을 맡았던 권혁성이 나가면서 자연스레 박성진 1인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박성진은 장혜진, 호란과 작업한 「Luv party」 「Circus」처럼 하우스와 2000년대 초반 일본 일렉트로니카 신의 흐름을 따르는 음악적 어법으로 2012년 정규앨범 를 채웠고, 이는 자연스레 러블리즈의 감성으로 일정 부분 흡수되었다.

 

권혁성이 있었던 2009년 첫 EP 부터 지난 5월 배수정과 함께한 싱글 「Healer」까지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음악은 멜로디 위주에, 상당히 일본 음악 스타일이었다. 시부야 케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던 프리 템포, 다이시 댄스, 몬도 그로소 부류의 잔잔한 피아노와 직관적인 멜로디, 하우스와 재즈가 뒤섞인 불특정 전자 음악은 비단 스페이스 카우보이뿐만 아니라 타루, 페퍼 톤즈 등 국내 인디 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5년 만인 이번 소포모어 앨범 는 기존의 행보와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우선 전부 연주곡으로 채웠으며, 각 트랙이 일본이 아닌 서구 전자 음악의 역사를 1970년대부터 개괄적으로 훑는다. 음반 초반에 배치된 「Teleport」와 「Union」은 조르지오 모로더보다는 크라우트 록을 탄생시킨 독일 실험주의 밴드 크라프트베르크에 가깝고, 중반에는 윤상과 공동 작업한 신스팝 「Border of your mind」와 프렌치 일렉트로니카 듀오 저스티스의 록스타일 신시사이저 음향이 정돈되어 있으며, 트로피컬 사운드로 무장한 퓨쳐베이스 스타일의 「Island」와 트랜스로 마무리하는 「To be continued」의 끄트머리를 통해 일렉트로닉 뮤직의 발전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

 

다만 오리지널이 먼저 떠오르는 음반은 정체성이 약하다. 크라프트베르크의 1977년 작 의 기차 모양 커버와 어울리는 일본 지하철 역사 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이 앨범에 수록된 「Europe endless」와 비슷한 도입부를 가진 「Teleport」, 저스티스 특유의 공격적인 무그 사의 신시사이저 베이스 음을 가져온 「Feedback」, 4년 전 이미 「Latch」와 「Omen」이라는 디스클로저-샘 스미스 조합이 휩쓸고 갔던 UK 개러지의 부흥을 뒤늦게 좇는 「Save as」와 같이, 선례가 아른거리는 음악들은 스페이스 카우보이만의 성질을 희석한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앨범이지만 이미 이전에 이루어진 시도 안에서 변용과 변주를 구사하여 크게 새롭지는 않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각 트랙의 초기 모델 때문에 한 음악을 그 자체로 감상하기 어렵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스페이스 카우보이 #원피스 #the mask #일렉트로니카
0의 댓글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