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는 2019년의 소비 흐름을 “원자화ㆍ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컨셉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1인 마켓(세포마켓)’으로 빠르게 세포분열이 진행되고 있는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는 ‘컨셉력’을 갖춰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가는 신(新) 가족풍속도인 ‘밀레니얼 가족’의 등장이다. 밥 잘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지금 시장을 바꾸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사는 ‘나나랜드’ 소비자들의 당당함이 주목받는 한편으로, 감정 표현마저 ‘감정 대리인’에게 외주를 맡기는 약한 마음근육의 소유자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포착된다.
과거의 새로움에 눈뜬 ‘뉴트로’족은 카멜레온처럼 무한 변화하는 공간인 ‘카멜레존’을 찾아가고,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 ‘데이터지능’의 시대가 오면서 이른바 데이터에게 결정을 맡기는 데시젼 포인트(dacision point)가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로, 갑질 근절과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너 소비’와 ‘필(必)환경’이 중요한 키워드로 꼽혔다. 이 둘은 모두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워라밸’에 이어 근로자와 소비자 매너와의 균형점을 도모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 balance)’이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에 재직하는 이향은 교수는 UX트렌드와 사용자 심리를 연구한다. 디자인경영 및 서비스디자인 관련 주제로 다수의 기업과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트렌드는 ‘그림자’다. 그림자는 빛이 있으면 생겨나는 필연적인 흔적이다. 사람들의 행동양식, 소비심리, 소비행태, 그를 둘러싼 환경이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전자가 빛이고 후자가 그림자인 셈이다. 너무 밝은 빛은 눈이 부셔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오랜 시간 트렌드 코리아를 집필해온 경험상, 트렌드를 포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직업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기회가 많다. 이때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내 머릿속에 맴돌던 어떤 징후들을 짚어낼 때가 있다. 그 징후가 트렌드가 될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좀 더 깊은 대화를 통해 그 트렌드의 배경을 파악하고, 같은 트렌드라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면 유형을 분류해보며 영향력을 가늠해보는 시도를 한다.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 있다면?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 트렌드는 갑자기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트렌드란 궤적을 가지고 지속되는 현상인데, 이때 그 궤적의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유의미한 ‘트렌드’가 된다. 바로 그 방점을 찍을 포인트를 잡는 일이 정교한 작업이고 그렇기에 어렵다. 시의성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두루 통찰해야만 유의미한 트렌드가 도출되기 때문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단계다. 궤적을 놓치지 않는 시각과 재해석을 위한 새로운 시각이 동시에 필요한 작업이다.
올해 『트렌드 코리아 2019』 가 제시한 열 가지의 트렌드 중 각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트렌드는?
뉴트로와 필환경.
지나간 2018년을 보며 의외였다거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흐름이 있었다면?
‘미닝아웃’이라는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트렌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미투 운동’이 낳을 2차 피해나 부작용의 규모에 대해서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생각보다도 훨씬 심각한 과제로 남은 것 같다.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는 ‘위드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투 운동 참여자에 대한 비난은 거셌다. 오히려 미투 운동이 많아지면서, 해당 사건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미투 운동 자체에 반감을 갖거나 무작정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용기내서 피해 사실을 밝힌 미투 참여자에 대해 2차 피해,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BTS의 선전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이고 쾌거였다. 이미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BTS가 2019년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무척 기대된다.
트렌드 분석가로서 ‘직업병’ 같은 게 있다면?
늘 몇 해 앞서서 산다. 아직 2018년이지만 지난 8월부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준비하면서 2019년이 입에 배었다. 또 트렌드 분석가로서 기업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늘 미래 예측과 선행 연구를 하다 보니 관심이 온통 2~3년 후에 가 있다. 현재에 불성실해지는 기분이랄까? 또 웬만한 건 새롭지가 않아 학생들과 수업할 때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 들어갈 2019년의 트렌드 상품을 한 가지만 예측해본다면?
IT 기술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 중 카풀 등 승차 공유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물론 택시 업계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니즈가 커지고, 사용 후 만족도가 높다면 순식간에 일상 속으로 파고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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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 이준영, 이향은, 전미영, 김서영 저 외 4명 | 미래의창
소비자들의 당당함이 주목받는 한편으로, 감정 표현마저 ‘감정 대리인’에게 외주를 맡기는 약한 마음근육의 소유자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포착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