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춤은 하나다, 댄스 영화의 재발견
어떤 이에게는 과거의 추억으로, 어떤 이에게는 화려한 열정의 기록으로 다가올 인상적인 댄스 영화 11편을 선정했다.
글ㆍ사진 이즘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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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춤은 운명 공동체다. 가무(歌舞)라는 단어가 증명하듯 음악이 있는 곳에 춤이 있고 춤이 있는 곳에 음악이 있다. 대중음악의 태동기에도 춤은 항상 함께였다. 래그타임, 폭스트롯, 재즈, 탱고로부터 트위스트, 힙합 댄스 등 역동적인 몸짓은 대중을 열광케 했고 이는 영화와 뮤지컬 등의 매체를 통해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한 장면으로 영원히 존재한다.

 

최근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팀이 내한하여 공연을 펼치고 있는 뮤지컬 <플래시댄스>를 통해 1980년대 쏟아졌던 댄스 영화들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이즘은 어떤 이에게는 과거의 추억으로, 어떤 이에게는 화려한 열정의 기록으로 다가올 인상적인 댄스 영화 11편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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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 (Saturday Night Fever)> (1977)

 

1970년대 후반 대중문화를 흔들어버린 <토요일 밤의 열기>는 집안에서 찬밥 신세지만 디스코텍에서는 인정과 환호를 받는 평범한 주인공 '토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Stayin' alive', 라인 댄스 장면을 빛낸 'Night fever', 토니 역을 맡은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의 독무 신에서 흘러나온 'You should be dancing'이 유명한 댄스곡으로 꼽힌다. 디스코를 소수의 것에서 대중의 영역으로 올려놓은 비지스(Bee Gees)의 'Stayin' alive', 'Night fever' 등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앨범 역시 1위를 기록했다. 보수적인 그래미도 1979년 <올해의 앨범> 수상자로 OST 음반을 호명했다.

 

우리나라도 영화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국내에서는 1978년 개봉되어 패션, 음악, 춤을 비롯한 디스코 문화를 흩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짝이는 단면과는 달리 영화의 내부는 그리 즐겁지 못하다. 페인트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받은 급료를 디스코텍에서 몽땅 써버리는 토니는 미래를 계획하라는 어른들의 말에 '주말이 나의 미래'라고 답한다. 불안한 청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극히 공허한 영화. 그럼에도 '디스코'를 대변하는 '의미 있는 영화'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때를 살아보지 못한 오늘날 젊은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디스코 종합사전.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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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Fame)> (1980)

 

1980년대 뉴욕 예술 학교에 모인 혈기왕성한 청춘들은 무대 위의 화려한 영생을 꿈꾸며 치열한 4년 간의 학창 시절에 돌입한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의 아들, 전자 음악을 꿈꾸는 이탈리아 학생, 숫기 없는 모범생 소녀, 뉴욕 이스트사이드의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흑인 소년 등, 예술과 명성을 향한 구도의 길엔 인종과 성별이 없다. 오직 재능과 열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유래 깊은 영화사 MGM의 마지막 뮤지컬 영화인 <페임>은 1980년대의 댄스 영화 유행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뮤지컬 씬과 명감독 알란 파커의 능수능란한 편집은 <플래시댄스>, <풋루스>, <더티 댄싱>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영화의 인기는 1982년부터 1987년까지 방영된 동명의 TV 시리즈로 더욱 연장되었으며 이는 <내일의 스타>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영화보다 드라마가 먼저 들어왔다.

 

영화는 예술의 길을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발레, 재즈, 아프리칸 댄스, 탭 댄스, 힙합, 프리스타일 등 종류를 불문하는 자유로운 몸짓은 고단하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아이들의 처절한 투쟁이다. 'Flashdance'를 부른 아이린 카라의 노래 'Fame'에 맞춰 뉴욕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저마다의 댄스파티를 벌이는 1980년대의 명장면은 그 역설의 정점을 상징한다.

 

'페임! 난 영원히 살 거예요. 높이 나는 법을 배울 거예요. 사람들은 나를 보며 울게 될 거예요.’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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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댄스(Flashdance)> (1983)

 

1980년대 이후의 댄스 영화는 대부분 <플래시댄스>의 영향권에 있다. 제니퍼 빌즈 주연의 작품은 그 자체로 청춘 댄스 영화의 교범이 되었고, 나아가 MTV 뮤직비디오 스타일 영화의 시초가 됐다. <플래시댄스>의 계보는 <풋루스>, <더티 댄싱>,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스텝 업>으로 이어졌고, <퍼플 레인>, <탑 건>처럼 음악과 영상미를 강조한 영화가 탄생했다. 제시카 알바의 영화 <허니>, 이효리의 'Anymotion', 보아의 'Eat you up', 제니퍼 로페즈의 'I'm glad' 뮤직비디오는 아예 <플래시댄스>를 대놓고 패러디한 결과물이다.

 

인기몰이의 핵심은 단연 음악이었다. 조르조 모로더가 음악을 맡아 고감도 댄스곡으로 채운 사운드트랙 앨범은 마이클 잭슨의 돌풍을 뚫고 2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고, 그해 미국에서만 6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이듬해 아카데미상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아이린 카라의 'Flashdance... What a feeling'과 마이클 샘벨로의 'Maniac'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약 23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잊지 못할 청춘스타와 애청곡을 남겼으며, 현재는 동명의 뮤지컬을 통해 추억을 재생산하고 있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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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Breakin')> (1984)

 

브레이크댄스는 춤이 아니라 신기한 묘기였고 아슬아슬한 곡예였다. 아크로바틱과 기계체조를 바탕으로 한 브레이크댄스는 디스코나 트위스트처럼 아무나 출 수 없기 때문에 영화 <브레이킹>에는 전문 춤꾼 샤바 두와 부갈루 슈림프를 내세웠고 여기에 루신다 디키라는 무명 배우가 가세해 90분짜리 브레이크댄스 뮤직비디오가 탄생했다.

 

자신의 꿈을 쫒는다는 줄거리는 <플래시댄스>를 그대로 따랐고 출연한 사람들의 연기도 안쓰럽지만 초기 힙합문화를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묘사와 현란한 브레이크댄스 그리고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노래들은 <브레이킹>에게 컬트적 역사성을 부여한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또 다른 브레이크댄스 무비 보다 좋은 흥행 성적이 웅변한다.

 

영화는 국내에 개봉하지 않았지만 사운드트랙은 라이센스로 발매됐다. 빌보드 싱글차트 탑 텐에 오른 올리 & 제리의 주제가 'Breakin... there's no stopping us'와 소울 음반의 명가 스택스 레이블에서 세션맨들로 구성된 소울/Funk 밴드 바케이스의 'Freakshow on the dance floor', 샤카칸의 'Ain't nobody'가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는 배우로 활동 중인 초기 갱스타 래퍼 아이스 티의 살벌한 랩도 감상할 수 있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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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루즈(Footloose)> (1984)

 

아이들을 탈선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춤과 로큰롤 음악을 금지한 보수적인 시골마을이 영화의 배경이다. 어처구니없지만 역사적으로 기성사회의 보수적 정서는 실제로 늘 그랬다. 영화가 개봉한 1984년의 한국 사회를 생각해보라.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 “자유의 댄스”란 제목으로 소개된다) 영화의 제목인 “Footloose”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어감이나 의미 모두 멋진 단어이다. 그렇게 자유는 발의 자유에서 출발한다. 영화 속 아이들은 춤출 수 있는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사유와 언어와 집회의 자유를 위한 민주화 투쟁의 서막인 셈이다.

 

댄스영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영화 속의 댄스는 전혀 현란하지 않다. 도무지 족보를 알 수 없는 아마추어들의 막춤에 가깝다. 그래서 그들의 춤이 더 자유롭게 보이는지도. 이 영화의 성공은 OST에 크게 빛지고 있다. 다이나믹한 기타연주로 시작해 질주하는 타이틀곡 "Footloose"는 케니 로긴스를 80년대 최고의 OST 스타로 만들었다. 또 다른 히트곡 “I'm Free"에서 케니 로긴스는 절규하듯 자유를 선언한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보니 타일러의 허스키한 록큰롤 창법이 돋보이는 "Holding out for a Hero"가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노래의 성공이 이후 소찬휘나 서문탁을 낳았는지도. 하트의 리드싱어 앤 윌슨과 러버보이의 마이크 리노가 부른 러브 테마 ”Almost Paradise", 데니스 윌리암스의 “Let's hear it for the boy" 등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들이 사랑받았다. 80년대 최고의 OST 앨범이라 해도 무방할 듯. (윤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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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White Nights)> (1985)

 

우선은 영화 마지막에 흐르는 라이오넬 리치의 'Say you say me'가 전한 신곡특수와 대중적 감화력의 환희, 하지만 정작 영화 OST 앨범에는 빠진 것에 대한 배신감이 떠오른다. 슈퍼흥행을 창조한 전작 이후 새 노래를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할 수 없어서 그랬다니 할 말은 없다. 이 곡은 나중 라이오넬 리치의 다음 독집 에 수록되었다. 당대 또 다른 빅 스타 필 콜린스가 마릴린 마틴과 호흡을 고른 빌보드 넘버원 송 'Separate lives'가 그나마 분노를 좀 삭혀주었다.

영화는 '댄스 원더'를 제공한다. 미국에 망명한 구소련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발레와 그레고리 하인스의 탭댄스는 당대의 파퓰러 댄스 영화에 나오는 춤과는 클래스가 달랐다. 발레의 그 무한 섬세함과 부드러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놀라운 점프는 입이 떡 벌어지게 했고 턴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로봇의 정확한 반복을 연상시킨 그레고리 하인스의 경이로운 탭댄스 또한 삼매경의 마술을 부렸다. 춤 영화의 끝판 왕!

 

그리고 이걸 빼놓을 수 없다. 바리니시코프가 춤 출 때 살짝 흘러나온 소련의 국민가수 블라디미르 비초스키의 '야생마'는 짧지만 굵게 영화관객들의 청각을 파고들었다. 막걸리 같은 그 텁텁한 탁성의 호령은 비록 적성국가의 음악이라 금지되었지만 음악마니아들과 운동권 사이에서는 관심이 폭증했다. 이후 비초스키는 당대 우리 민중음악의 확장에 일부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댄스 특급이었지만 음악이 여전히 필살기임을 영화는 증명하고 있다. 하긴 가무(歌舞)를 어찌 떼어놓고 얘기하랴.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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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댄싱(Dirty Dancing)> (1987)

 

여름 캠프장에 가족과 함께 휴가 온 순진한 아가씨, 베이비(제니퍼 그레이)가 춤 잘추는 멋쟁이 오빠 쟈니(페트릭 스웨이지)의 대타 파트너로 멋진 공연과 사랑을 이룬다는 진부하고 전형적인 이야기. 하지만 베이비가 처음 춤을 접하며, 음악이 끝났지만 계속 허우적대며 휘청거리는(?) 장면에서 관객들도 이들의 스텝에 함께 빠져들었음을 직감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관객을 시종일관 빨아들인 것은 멋진 맘보 댄스뿐 아니라 올드팝과 신곡을 적절히 배열한 탁월한 OST 덕분이다. 음악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1963년과 영화가 개봉한 1987년을 연결해주는 마법같은 매개로 영화 전반에 펼쳐지고,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싱그럽다.

 

오프닝에 흐르는 더 로네츠의 “Be my Baby”(1963)와 모리스 윌리암스의 “Stay”(1960)같은 흥겨운 리듬앤불루스 명곡들도 다시 주목 받았고, 주인공 커플이 연습에 매진할 때 흐르는 에릭 카멘의 “Hungry Eyes”와 주연배우 페트릭 스웨이지가 직접 부른 “She's like the Wind”는 80년대 트랜디한 팝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히트곡들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와 OST의 백미는 마지막 공연 장면과 그 배경으로 등장하는 빌 메들리와 제니퍼 원스가 부른 “(I've had) the Time of my Life"이다. 6분여 동안의 완벽한 기승전결이 어울어진 춤과 노래는 댄스 영화의 가장 극적인 엔딩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에서 남녀가 신체를 밀착하고 끈적하게 흔드는 동작은 수위가 낮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춤은 에로틱함보다 싱그러운 젊음과 건강함을 맘껏 드러내기에 전혀 더티하지 않다. 최근 클럽들의 소문들에 비한다면 순수해보이기까지 한걸. (윤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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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마의 람바다 - 금지된 춤(Lambada The Forbidden Dance)> (1990)

 

람바다[lambada] : 파트너끼리 다리를 감은 채 몸을 밀착해서 추는 춤. (지식백과)

 

말 그대로 남녀가 몸을 밀착해 추는 '야한' 춤이다. 보수적인 한국 땅에 브라질의 이 외설적인 춤이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을까. 프랑스의 혼성 팝 밴드 카오마(Kaoma)가 1989년 발표한 'Lambada'라는 곡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람바다 춤 열풍이 불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0년 <블레임 람바다>, <카오마의 금지된 춤-람바다>, <열정의 람바다> 세 편이 국내에 개봉되었으며 그중에서도 <금지된 춤>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금지된 춤>의 내용 자체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마존 밀림에 살던 니사와 부잣집 아들 제이슨이 람바다 춤으로 댄스경연대회에 나간다는 내용이 영화의 전부지만(심지어 아마존 원주민 니사 역은 히스패닉계 배우 로라 해링이 맡았다), 쉴 새 없이 'Lambada'가 흘러나오는 덕분에 <금지된 춤>은 경쟁작 <블레임 람바다>를 누르고 국내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2011년 제니퍼 로페즈는 카오마의 'Lambada'를 리메이크한 'On the floor'를 발표해 빌보드 싱글 차트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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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몬티 (The Full Monty)> (1997)

 

1970년대 영국. 경제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남자) 어른들의 역발상 한탕 벌이를 다룬 영화 <풀 몬티>는 말 그대로 벗는다. 그것도 홀딱! 우연히 본 남성 스트립쇼에 수많은 여성이 기꺼이 입장료를 내는 광경을 본 뒤, 갖은 우여곡절 끝에 일생일대 가장 홀가분한, 본연의 모습으로 공연을 펼치는 그들의 일화는 답답한 현실에 유쾌한 반란과 잠깐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1997년 개봉작으로 당대 영국 영화 사상 최고 관객 수를 모은 데 이어, 1998년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총 3번 벗는다. 디스코의 여왕 도나섬머의 'Hot stuff'가 울려 퍼지는 와중, 처음으로 남성 스트립쇼를 봤을 땐 마음으로 벗었고, 글램 록 뮤지션 게리 글리터의 'Rock and roll, part 2'를 틀어놓곤 본격적으로 벗었다. 실제 무대에 앞서 모니터링 단을 모집해 연습을 펼친 것인데 결국 경찰에게 걸려 시련의 쓴맛을 맛본다.

 

그리고 마지막. 1970년대 미국 싱어송라이터 랜디 뉴먼의 원곡이자 우리나라에서는 화끈하게 굳이, 열어둔 셔츠 단추와 그사이 보란 듯이 튀어나온 가슴 털로 큰 인기를 끈 톰 존스가 부른 'You can leave your hat on'을 배경으론 남김없이 벗었다. 삶이 주는 퍽퍽함을 다소 엉뚱한 스트립쇼를 통해 재밌게 풀어낸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큰 인기를 끌었으며 2003년 국내 뮤지컬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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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2000)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가난과 편견을 딛고 발레로 꿈을 찾는 내용이 청소년의 귀감이 돼 학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영화다. 1980년대 대처의 영국 보수 정권에 파업으로 저항하며 우울한 분위기가 흐르던 탄광촌의 소년 빌리. <빌리 엘리어트>는 그런 빌리가 스승과의 듀엣, 분노의 탭댄스 등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그 몸짓이 끝내 한 마리 백조로 비상하는 훌륭한 댄스 무비다.

 

오프닝에서 글램 록의 대표인 티-렉스(T-Rex)의 'Cosmic dancer'가 나온다. '어릴 때 춤을 췄다'는 가사가 무용 신과 잘 맞는다. 이외에도 밴드는 OST의 반을 차지하며 발레와 글램 록의 공통점인 화려한 분장과 관능미, 중성적 매력을 말없이 표현한다. 빌리의 형이 시위에서 경찰 진압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에서 섹스 피스톨스와 함께 영국 펑크 록을 상징하는 클래시(Clash)의 'London Calling'이 흐른다. 영국 경제 위기에서 탄생한 펑크와 폭력적인 경찰을 언급한 가사까지 신 자체가 다시 보인다. 이렇게 음악만 이해해도 영화는 전과 사뭇 달라진다.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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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업(Step Up)> (2003)

 

춤 잘 추는 불량배 타일러. 어느 날 사고를 치고 봉사활동으로 간 예술학교에서 그는 발레 전공생 노라를 만난다. <스텝 업>은 타일러가 쇼케이스를 앞둔 노라의 댄스 파트너가 되어 꿈과 열정, 그리고 사랑을 찾아가는 하이틴 드라마다. 한마디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스텝 업>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갈수록 화려한 볼거리에 치우치는 '스텝 업 시리즈' 후속작들과는 결이 다르다. 시리즈의 올드 팬들이 이 영화를 첫손에 꼽는 이유다.

 

당시 최신 팝과 힙합으로 가득 채운 OST도 흥행에 한몫했다. 2006년 기준 가장 '핫'한 디바였던 시애라('Get up')는 물론 션 폴과 키샤 콜('(When you gonna)Give it up to me'), 힙합 듀오 영블러즈('I'mma shine') 등 당대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원 리퍼블릭의 라이언 테더는 작곡가로 참여해 드류 시도라가 부른 ''Til the dawn' 등을 썼다. 격정적인 춤과 그에 꼭 어울리는 최신 음악은 2000년대 청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순수하게 희망을 꿈꿨던 '그때 그 감성'을!(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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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