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틱톡, 미·중 갈등……. 세계를 뒤흔드는 중국 관련 이슈들을 보고 있으면 중국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든다. 기사를 뒤적거려 보지만 배경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에 머리가 지끈거릴 뿐이다. 중국상식을 쌓고 싶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알아야 할지 답답한 사람들을 위해『세상 친절한 중국상식』이 탄생했다. 중국통 기자가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핵심 이슈들만 골라 담은 책으로, 한 권만 읽어도 중국과 관련된 기본 지식부터 최신 이슈까지 섭렵할 수 있다. 이벌찬·오로라 기자는 중국에서 도합 30년을 보낸 중국통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국 뉴스를 많이 다루는 기자들이다. 저자들에게 중국의 행보 뒤에 숨겨진 차이나 로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국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아주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내왔음에도 중국의 어떤 모습들은 종종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벌찬: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타협할 수 없는 절대 선이지만, 중국은 일당 체제에 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국가 간에는 서열이 없다고 믿지만, 중국은 서슴없이 자국을 대국이라 칭합니다. 사실상 우리와 중국은 뇌 구조, 즉 사고방식이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오로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아는 것’이 처음부터 다르다면 ‘보이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유년기, 청소년기의 교육 과정을 통해 가치관의 큰 부분이 정립되잖아요. 스펀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일 나이에 아예 다른 상식을 익힌 두 사람이 생각하는 바가 같을 수가 없는 것처럼, 한국과 중국의 국민들도 교육에서 오는 차이 때문에 인식 편차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양국의 정치 시스템까지 완전히 다르다 보니, 아무리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도 의식적인 거리는 멀 수밖에 없습니다.
두 저자 분들은 오랫동안 중국에서 거주하시고, 중국 전문 기자로 일하시며 중국과 관련한 많은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 중국은 정말 우리와 다르구나’라고 체감했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벌찬: 몇 년 전 강릉에서 중국의 한 고위 군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대뜸 저에게 “소국인 한국이 왜 자꾸 대국인 중국을 거스르나요?”라고 물어보더군요. 마침 2016년 일어난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때여서 그의 감정적인 언사가 이해는 됐지만, 대놓고 한국을 소국이라 칭하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로라: 사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화가 나는 일이 정말 많이 생기는데요. 한 번은 어떤 행사에 중국 측 고위 인사를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주요 국유기업 기관장들에겐 정치인 못지않은 대우를 해주는데, 이분은 중국에서 ‘차관급’으로 통하시는 분이었어요. 행사를 꾸리며 동등한 우리나라 ‘차관급’ 인사와 함께 자리를 하는 것으로 준비했더니, 대뜸 상대방 측에서 “중국의 차관급이면 못해도 한국의 장관급과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이런 말을 한 분은 외교 실무자가 아닌 일반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평범한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중화중심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벌찬: 중국의 사내 문화도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며칠 전 한 중국인 친구가 ‘회사 단체 채팅방’을 보여줬는데요. 사장이 채팅방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면, ‘넘버 투’가 동조하는 글을 쓰고, 그 아래 모든 직원들이 넘버 투의 글을 ‘복붙(복사 붙여넣기)’하더군요. 중국 회사들은 한국보다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꽌시(관계)를 중요시하는 중국 사회 특성상 ‘아부 기술’은 우리보다 발달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중국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창업자가 소주주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핵심 인재들과 지분을 나눠 사업을 키웁니다. 중국의 젊은 인재들이 창업 시장에 몰리고 청년 재벌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죠.
오로라: 중국이 우리와 달라서 화나는 일도 많지만, 달라서 좋은 일도 꽤 있습니다. 책에서도 썼지만, 중국인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율은 한국에 비해 확연하게 높아요. 중국으로 시집간 제 친구들의 경우, 가사노동 분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크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보다 행복하단 뜻은 아니고요. 그들도 또 다른 이유로 불화를 겪으니까요. 다만 애초에 누가 어떤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꽤나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운 포인트예요.
이 책에서는 문화대혁명, 톈안먼사건 등 기본적인 상식부터 화웨이와 틱톡을 둘러싼 미중 무역 전쟁,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국의 대응 등 최신 이슈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주제들은 어떻게 선정하게 되셨나요?
오로라: 매일 중국 관련 기사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잡히는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핫 이슈’ 리스트를 끄집어내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결과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의 독특한 행동 뒤에 있는 사고 회로를 보여주고 싶어 쓰게 된 책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무조건적으로 미워하는 것 대신,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비판적 시각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고요. 그러다 보니 중국을 이해할 때 필수적인 상식들과, 또 최근 떠오르는 이슈들을 묶어서 재밌게 보여주는 방법을 택하게 됐습니다.
이벌찬: 저는 십수 년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대체 중국은 왜 그러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졸업까지 장장 17년 동안 중국에서 거주한데다, 한국에 와서는 만 6년간 ‘중국 전문’ 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중국 대사관 대변인도 아니면서 맨날 자료를 뒤지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며 답을 냈습니다. 그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로라 기자와 함께 고민해서 선정한 주제들이 『세상 친절한 중국상식』에 수록됐습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의 입지가 곤란해질지도 모른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과 관련한 세계정세에 대비해 우리가 갖춰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벌찬: 중국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곤란해지는 상황이 앞으로 늘어날 텐데 그럴수록 중국 외교부나 주요 정치인이 한국에 대해 하는 말과 행동을 정확하게 분석해 대응해야 합니다. 지난 11월 말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머리 발언에서 한중 관계에 대해 ‘수망상조(守望相助)’라고 표현했습니다. 수망상조란 《맹자》의 등문공 상편에 나오는 고사로, 외적의 침입에 맞서 이웃 마을끼리 함꼐 지키며 서로 돕는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갈등이 계속될 것을 예상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요.
오로라: 저는 업무상 경제 산업 분야를 주로 다루는데, 중국과 미국의 싸움 때문에 한국의 득실이 요동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미중 갈등이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싸움의 진행 방향을 지켜보고 그 여파를 준비하는 게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겠지요. 예컨대 화웨이의 경우처럼 미국이 갑작스런 수출 규제를 내놨을 때, 고객사를 잃은 한국 업체 입장에선 대체할만한 고객사 후보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겠고요.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한국 산업계의 과도한 중국 의존은 이런 정세에서 최우선적으로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BTS가 한국전쟁과 관련된 수상 소감을 한 것이 중국에서 큰 논란이 되며 급기야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이는 한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죠. 도대체 중국은 왜 그런 건가요?
이벌찬: 중국인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우리와 다르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중국 역사 교과서에는 한국전쟁이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전쟁)’라고 나와 있고, 북한의 침략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중국인 들은 한국전쟁의 영웅은 중국이고, 미국은 악당이라 굳게 믿고 있죠. 그러니 방탄소년단이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악당 미국’을 추켜세우고 ‘영웅 중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겁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사 인식이고 사고방식입니다.
오로라: 한 평생 중국 문턱을 나선 적 없는 중국인 입장에서는, 듣고 배운 대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6.25전쟁을 ‘항미원조’의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가르치고 있죠. 게다가 중국에는 인터넷 방화벽까지 있어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외국인의 의견을 접하기 쉬운 환경도 아닙니다. 내부적으로 ‘불온’한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등 인터넷 검열의 강도도 높죠. 이런 사상 통제, 여론 통제가 얼마나 셌으면,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섬’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여론은 중국 내부에서만 유효하고, 이를 제외한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일까요?
문과 전공자의 낮은 취업률,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 등이 중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니, 한국과 중국이 무조건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책에서 다루지 못한, 두 나라 간의 또 다른 비슷한 점이 있을까요?
오로라: 한국과 중국이 약 10년의 터울을 두고 세대 간 느낌이 비슷한데요. 예컨대 저와 또래인 중국인 친구들은 나라가 급속 성장하는 ‘성장기’에 청소년 시기를 보냈고, 집안의 경제 환경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어요. 이런 친구들은 창업 같은 도전에도 적극적이고, 취업에 큰 걱정이 없으며, 결혼도 빨리 합니다. ‘한강의 기적’을 보고 자란 저희 위 세대와 어느 정도 겹치는 이미지죠. 하지만 이들의 후배 세대는 오히려 저희랑 비슷하게 국가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취업난 등을 겪으면서 ‘냉소적인 세대’가 됐죠. 중국에서 ‘혼족(혼밥, 혼술 등)’이나 ‘비혼족’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한국과 비슷한 단면입니다.
이벌찬: 오로라 기자 말대로 중국의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 링링허우(2000년대 출생)들은 냉소적인 편인데, 우리나라 2030과 정서가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중국 청년들도 금수저, 흙수저란 말을 쓰는데요. 부모의 재력을 물려받은 금수저는 ‘푸얼다이(富二代)’, 가난을 물려받은 흙수저는 ‘핀얼다이(?二代)’라 불립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사회적 지위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인식이 크다는 방증이지요.
이 책을 통해 중국의 다채로운 면모들을 처음으로, 혹은 새롭게 접하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당부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이벌찬: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즈음 독자들은 중국이 우리와는 매우 다른 세상이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중국이 구축한 세상에 대해 단순하게 ‘잘못됐다’ 혹은 ‘나쁘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왜 이런 세상이 탄생했는지 그 이면과 배경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을 덮어놓고 미워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 사이에서 기회를 잡는 것이 우리로서는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로라: 실제로 중국을 외면하고 살기에 우리는 중국과 너무나 가까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중국 출신 유학생이나 직장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중 상당수는 ‘메이드 인 차이나’이며, 당신이 일하고 있거나 언젠가 일하게 될 회사도, 그 회사의 고객도 중국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행보는 우리나라의 명운에도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중국에 대한 지식은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벌찬·오로라: 부디 “중국은 왜 이럴까?”라고 질문을 던졌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시원한 해답을 되기를 바랍니다.
*이벌찬 베이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미래기획부를 거쳐 국제부에서 중국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모란봉클럽〉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 중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포함 17년 동안 중국 랴오닝성, 베이징 등지에서 거주한 중국통이다. 저서로는 북중 접경지역 탐사 기록인 『북중 머니 커넥션』, 중국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쓴 『애프터 코로나 투자의 미래』가 있다. *오로라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을 졸업했다. 2014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디지털뉴스부, 미래기획부를 거쳐 현재 산업부에서 취재하고 있다. 남들은 잘 모르는 중국 경제 현장과 기업 이야기를 발굴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7살이 되던 1996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9년까지 13년간 중국에서 생활했다. 국제 학교와 중국 학교를 번갈아 다닌 덕분에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과 같은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 이들로부터 중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얻고 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베어스
20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