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희생자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우선, 나의 가짜 감정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감정이 들 때 그 감정을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쓰는 대신 그 감정 옆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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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나빠질까 봐, 부정적인 사람으로 비출까 봐,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할까 봐 등등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산다. 특히 수치심, 질투, 두려움, 열등감, 분노 등 ‘부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감정에 더더욱 엄격하다. 감정 자체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닌데, 우리는 감정에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그리고 남에게 수용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긍정의 이미지를 가진 감정만 인정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외면하거나 억누르려 노력한다. 

감정코칭 전문가인 『도둑맞은 감정들』 조우관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온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으며, 나로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감정에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저자에게 들어보자. 



책 제목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도둑맞은 감정’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요. 어떤 의미로 이런 제목을 생각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제목의 의미와 함께 간단히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지 책 소개도 부탁드릴게요.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왜 한 번도 고민거리를 이야기하지 않느냐고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타인에게,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걸까 하고요.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늘 강해져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딸인 저에게 여러 어른들이 “아들이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의 말씀들도 많이들 하셨고요. 그래서 ‘아들’과 ‘강해져야 한다’는 교차로에서 계속해서 서성이다가 ‘그렇다면 아들처럼 강한 사람이 되지 뭐!’ 이런 다짐을 했었어요. 성별은 바꿀 수 없지만 강해지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 시작점이 절대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 약한 감정을 꺼내지 않는 것이었더라고요. 그게 감정을 도둑맞은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어요. 분명 누가 훔쳐 갔는지 뻔히 아는데 저는 그것을 돌려달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고 그 도둑들과 한 패거리까지 되어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대한민국 전국민일지도 모르겠어요) 역시 누군가에게 감정을 도둑맞고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도둑맞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도둑맞았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같이 찾아보자고, 돌려받자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감정에 대해 우리가 가진 선입견부터 해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그 선입견들을 깨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감정 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작가님이 감정 코칭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감정 문제는 어떤 것인가요? 물론 다양한 케이스가 있겠지만 가장 빈번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고민하는 주제가 사실 무척 광범위할 것 같지만, 우리가 사는 문화가 같아서인지 서로의 고민들이 많이 닮아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히 이야기되는 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거예요. 또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웃음에 관한 거고요.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왠지 슬픔과 우울감, 이런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어야 할 것 같은데, 웃음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세요. 웃고 싶지 않은데, 웃기지도 않은데 웃고 있는 자기 자신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오고 가요.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도 상담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다 보니, 어느새 그 가면이 내 얼굴이 된 것 마냥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는 소리인데요. 웃으면 복이 온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등등의 말들에 얼마나 우리가 구속되어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죠.  

크리스마스 캐럴인 <울면 안 돼>의 가사를 예로 들면서 ‘울지 말라’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하는 것이 감정을 이분화하고 억압하게 만든다는 부분을 엄청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던 긍정주의에 대한 경고 부분을 보면서도 ‘아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이 책을 쓰셨다고 프롤로그에 쓰셨는데요. 감정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오해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부정적(?)인 감정을 자꾸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딘가 부정적인 인격을 가진 것처럼 여기는 인식 자체가 만연되어 있어요. 감정과 자아를 동일시하는 것이지요. 책에서도 언급했는데, 저는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말 자체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당위적 말이나 평가적 언어를 붙이는 것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니까요. 이해되어야 할 감정이 판단되고, 표현되어야 할 감정이 억압되는 것은 우리가 감정을 어떤 것은 긍정적으로, 어떤 것은 부정적으로 이분화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낡은 수식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고 말하고 싶었고, ‘긍정과 부정’이라는 표현 대신, ‘편하거나 불편한’ 혹은 ‘익숙하거나 익숙지 않은’으로 바꾸어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감정에 대한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감정 하나하나를 개인화할 수 있고, 집단적 낙인으로부터 인간의 인간됨을 구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감정이 제외된 인간은 너무나 삭막하니까요.

감정 흡혈귀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저도 떠오르는 얼굴이 몇 있었어요. 책에선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감정이 복잡해지는 사람”을 감정 흡혈귀로 명명하셨는데요. 누구나 주위에 감정 흡혈귀가 있을 거 같아요. 이런 감정 흡혈귀의 특징과 그들에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책을 안 읽은 분들을 위해 설명해주시겠어요?

우선 감정흡혈귀는 남의 감정을 인정할 줄을 모릅니다. 완벽주의자나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인데요. 왜냐하면 이들은 감정을 완벽의 방해물로 여기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자기 자신도 견디지 못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타인을 보면서도 분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정흡혈귀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아서 남을 흠집 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야말로 남의 피를 빨아야 살 수 있는 흡혈귀와 비슷한 본성을 가졌지요. 하지만 아무에게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 때로는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대상이 될 수 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거나 뒷담화도 자주 일삼지요. 자신감이야말로 이들을 무찌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수단입니다(주눅 들지 않는 용기는 어떤 누구도 무찌를 수 있겠지만요). 이들을 이겨낸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만약, 그럴 수 없다면 36계 줄행랑이 답입니다. 애초에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관계를 맺었는데 내 살과 피를 먹으려 한다면 그냥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 진심 같은 건 통하지 않아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며 사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특히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분노, 질투, 열등감 같은 감정을 표출하면 관계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보통 혼자 삭히거나 참는 식으로 해결을 하는데요. 책에선 진짜 감정을 가짜 감정으로 덮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이런 감정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요?

상대방은 내가 참는 순간에 내가 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우리 자신은 내가 참는 순간순간을 모두 기억하잖아요. 그렇게 잊히지 않은 감정들은 차곡차곡 내면에 쌓이고 그러다 보면 일순간에 터지기도 합니다. 상대방은 물론 알 길이 없으니 갑자기 터뜨리는 나를 인격에 장애가 있는 사람 정도로 여길 테고요. 그건 사실,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죠. 상대도 나를 잃지만, 나 또한 상대를 잃는 일이니까요. 

우선, 나의 가짜 감정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감정이 들 때 그 감정을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내보내려고 애쓰는 대신 그 감정 옆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합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것이 더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왜냐하면 인식된 감정만이 우리의 마음 밖으로 나갈 수 있거든요. 그런 다음, 나의 주된 감정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포착해야 하고요.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그러한 감정에 죄책감이 든다면 그 자체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도 분명 소중한 감정이거든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안아주기 위해서 감정일기를 써볼 것을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쓸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다 보면 여러 방법으로 감정일기를 쓸 수 있어요. 맛으로, 냄새로, 날씨로 감정을 표현해봐도 좋고, 어차피 혼자만 보는 일기이니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처럼 쓴다고 누가 흉보겠어요. 때로는 적나라한 표현이 우리를 더 위로하기도 하잖아요. 

현대인에게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책에서 작가님은 “스트레스는 상황이 아니라 감정의 불편함 때문에 생긴다”고 말씀하셔서 의외였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건가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우리를 부자유하게 하지 않을까요? 이 스트레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압박과 강박이 되어 우리를 더 옥죌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벗어나도,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을 보지 않는대도 우리의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의 내 감정을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면서 내가 나를 위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심리학에서 주로 추천하는 일상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명상, 산책, 운동, 호흡하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문제를 심리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의아해하실 분도 계실 텐데요. 육체는 곧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이잖아요. 이 그릇이 얼마나 단단한지가 마음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이죠. 실제로 심폐활량이 좋은 사람이 우울증에 덜 걸린다는 연구보고도 있어요.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은 결국은 하나라는 것과 같은 뜻이겠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감정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한마디를 부탁드려요!

남의 감정을 판단하는 것은 곧 내 감정도 누군가의 판단ㅠ대상이 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본인이 타인의 감정에 비난과 비판을 자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남도 자신에게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내가 남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의 현상으로 이해한다면, 남도 내게 그러지 않을까요. 결국 우리 모두 서로에게 그럴 수 있겠지요. 남의 감정을 비판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기 자비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우관

더커리어스쿨(The Career School) 및 미인컴퍼니(Me-in Company) 대표. 금천구청, 특성화고등하교, 서울여자대학교 등에서 10여 년 간 진로 및 직업 상담사로 일했다. 이후 사람들의 심리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상담에 적용하고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HD행복연구소에서 감정을 주제로 수련 및 연구하고 있다.
현재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과 취업 준비생에게 자기소개서 작성, 진로 및 취업 상담과 컨설팅을 하는 진로 전문가이자 개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직면함으로써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돕는 감정 코칭 전문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연구원을 양성하고 ‘작아진 나에게 날개 달아 주기’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도둑맞은 감정들
도둑맞은 감정들
조우관 저
가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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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