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히어로> 학교 비리에 ‘행동’으로 맞서는 ‘영웅’들
‘액션’과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했어도 이 영화에서 먼저 눈에 띄는 건 요즘 젊은 세대가 처한 불공정의 환경이다.
글ㆍ사진 허남웅(영화평론가)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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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액션히어로>의 한 장면

슈퍼히어로가 스크린을 접수하기 전에는 맨손과 맨몸을 앞세워 나쁜 놈을 무찌르는 ‘액션 히어로’가 대세였다. ‘람보’의 실베스터 스탤론과 ‘코만도’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를 앞세워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라이벌로 자웅을 겨뤘다면 장외에서는 돌프 룬드그렌과 장 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 등이 B급 액션 영화의 히어로로 단단한 팬층을 구축했다. 그리고, 홍콩 액션 영화의 스타들이 있었다. 

<액션히어로>의 주성(이석형)은 사회복지학과 출신으로 액션 배우가 꿈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무술 동아리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해 영화를 찍으려는 게 주성의 계획이다. 근데 동아리에 가입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 주성은 이소룡의 액션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멋진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실상은 취업에 발목 잡힌 청춘들이 액션 영화에는 관심 없어 혼자서 지지고 볶다가 삐끗하게 되는 주성치의 코미디 처지다. 

대신 연극영화과 수업을 청강해 조별 과제로 영화를 찍게 됐다. 주성이 원하는 장르는 당연히 액션 영화다! 근데 하겠다는 이가 없다. 아니, 한 명 있다. 찬열(이세준)이다. 액션 배우 한 명에, 카메라 한 대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영화를 찍을 수가 없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차옥주(김재화) 교수 앞으로 온 협박 편지를 발견한다. 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차 교수가 가담한 입시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거나 충분한 스태프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다. 주성과 찬열은 협박 편지를 다시 제자리에 두고는 이후 벌어질 상황을 몰래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그리고 주성이 출연하는 장면과 교묘하게 편집하여 액션 영화를 만들기로 합의한다. 그저 영화를 찍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는데 현장에 나갔다가 정체가 들통난 주성과 찬열은 차 교수는 물론 학교 비리의 주범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액션’과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했어도 이 영화에서 먼저 눈에 띄는 건 요즘 젊은 세대가 처한 불공정의 환경이다. 협박 편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학교에서는 교수들이 공정한 심사 대신 유력 인사의 자제에게 실력과 상관없이 높은 점수를 주고, 학교 밖에서는 이사장의 조카라는 작자가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아르바이트하는 청춘들을 함부로 대하고 깔아뭉개는 등의 야만스러운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영화 <액션히어로> 공식 포스터

정체불명의 외계 세력에 맞서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물의 스케일과 다르게 <액션히어로>는 학교 내의 공정을 바라며 우리의 주인공들이 뭉치는 까닭에 뿜어내는 에너지의 정체성 자체가 다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진호 감독은 “젊은 사람들의 내면에 담겨 있는 활력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과 꿈이 활동적이고 건강하게 표출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감독의 연출 의도처럼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리기 위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세를 과시하는 등의 전통적인 방식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정치에 참여하기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사회 변화를 이끌기도, 시위도 놀이처럼 평화롭게 주도하는 등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에 좌절하는 대신 웃음과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변화를 이끌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행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은 그런 점에서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헤어스타일은 소림사, 복장은 취권, 롤모델은 성룡인 주성은 학교 비리의 주범에 맞서 주변 집기를 활용한 액션으로 옛 홍콩 영화의 영광을 지금에 되살린다. 주성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배우를 꿈꿨지만, 지금은 차 교수의 명령에 복종하는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조교 생활로 분노를 억눌러 왔던 선아(이주영)가 <킬빌> 시리즈의 브라이드(우마 서먼)처럼 등장해 힘을 더한다. 

주성과 선아에게 있어 액션은 히어로로 거듭나는 일종의 장기(長技) 개념이면서 사회 비리에 맞선 ‘행동 action’의 차원까지 포함한다. 변화는 그게 세계 평화이든, 학교 비리 근절이든, 어깨동무하는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목적한 바에 더 힘이 붙고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행동에 나선 모든 이들이 바로 ‘영웅 hero’이다, 라고 말하는 <액션히어로>는 좌절과 절망과 분노가 아닌 풍자와 액션과 웃음으로 지금의 청춘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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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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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퐁

2021.07.31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높이고 극중 인물들에게 있어 액션은 사회 비리에 맞선 행동의 차원까지 포함한다는데 저는 어땠는지 고민하게 되는 작품같아요. 저는 겁쟁이라 그런지 그냥 참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맞서야지 저한테 좋은건데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저와 다른 점에 오히려 통쾌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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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10230

2021.07.31

분명 설명은 웃긴 코미디 영화같은데 그 실상을 돌이켜보면 왜이렇게 우리네 현실과 똑닮은 것 같죠? 이 기사의 문장을 차례로 읽어나갈 때는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도 동시에 슬픈 감정을 느끼고 말았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코미디 영화를 볼때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지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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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

2021.07.30

예전에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았어요. 소심한 성격 탓도 있었지만 내가 말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참는 것은 나에게 좋은 일이 아니더라고요. 내가 참는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는 것도 있고 참을수록 스트레스가 쌓여서 예민하고 까칠해져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한참 전부터 조금씩 말이나 행동으로 부당한 것을 당했을 때는 표현을 하고 있어요. 나의 표현으로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속은 후련해서 좋아요.
부당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답답한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재밌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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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