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선거야말로 흥미진진한 드라마예요”
선거와 정치는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흥미진진한 드라마이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예요. 독자들이 그 박진감 넘치는 승부의 기록, 도전과 좌절의 역사를 읽으며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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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2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타오르는 여름 햇살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금, 시의적절하게도 독자들을 찾아온 책이 있다. 격돌과 파란, 역전과 반전으로 가득한 50여 차례의 지나온 선거들과 이를 통해 전개된 우리 정치의 흐름을 생생하게 담아낸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가 그것이다. 

다양한 세력의 힘과 여론, 정치와 경제가 뒤섞인 선거는 현대사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지점이다. 선거는 대한민국이 변화의 갈림길에 직면했을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민심을 반영했고, 그 결과 새로운 시대정신이 탄생하곤 했다.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과거를 거울삼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책 제목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를 보니, 작가님과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일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무엇을 계기로 브런치에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조금 색다른 경로로 공무원이 된 저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늘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막상 엄두는 내지 못했는데, 우연한 계기에 제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가 매일매일 글을 쓰는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를 한다는 걸 알고 저도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대신 저는 본업이 있으니 매일매일 쓰기는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편씩이라도 글을 써보기로 결심하고 〈주간 김현성〉을 쓰겠다고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선언했죠. 그 때 글쓰기 플랫폼으로 브런치가 눈에 들어왔고요. 작가 신청을 했는데 수 차례 ‘광탈’ 끝에 겨우 통과되어 2018년 말부터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처음엔 좋아하는 영화나 책 리뷰 등 이것저것 쓰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며 겪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를 하나 둘 썼더니 반응도 좋고 거의 매번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 메인에 소개되더라고요. 그때 썼던 글을 ‘제가 공무원은 처음이라서요’라는 제목으로 엮었고 2019년 7회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어요. 좋아하는 글을 쓰는데 상도 주고 책도 내주니까 점점 브런치 글쓰기에 중독(?)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거의 매일 퇴근 후 사무실에 남아 글을 한편씩 썼던 것 같아요. 소소한 공무원 생활 이야기 외에, 저에겐 너무나 흥미진진한 선거와 정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어요. 선관위 공무원으로서 현장에서 선거와 현실 정치를 바라볼 수 있었기에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을 거 같았죠. 선거를 관리하는 저희 기관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료와 데이터를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았고요.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들이 우리나라 선거나 민주주의의 역사를 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사진 자료도 최대한 많이 찾아 넣었어요. 마치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이 쉽고 친근한 문체를 구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요.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십니다. 선관위 공무원이 되기 전에 광고기획사에서 일하셨다고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중도에 공무원을, 그것도 선관위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광고나 선거, 그리고 행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아닐까 해요. 사실 공무원 중에서도 선관위 공무원은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저는 이전 회사에서 모 정치인의 선거 광고를 기획하면서 선관위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늘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선관위 공무원이 되면 일을 하면서도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정치 분야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둘 무렵, 과로와 흡연으로 몸이 많이 상해 잠깐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겼어요. 그때 병원 침대에 누워 ‘한 번뿐인 인생,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그냥 일만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결국 퇴원 후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하기로 결심했죠. 그런데 농사일은 아는 것도 없고 해서 귀농을 하되 농사를 짓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공무원 시험을 선택했어요. 전국 각 지역에 선관위가 있기에 합격만 하면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었거든요. 그해 시험에서 선관위 9급 최고령 합격자가 되었고 강원도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제3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자유당 벽보

‘우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책의 부제가 눈길을 끕니다. 책에서 “4·19 혁명이나 유신체제, 6월 항쟁 같은 우리 역사의 정치적 격변이 직전의 선거 속에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말의 뜻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해방 후 약 70년 동안 우리 정치사는 굉장히 극적으로 전개되었어요. 정부 수립, 분단, 독재, 민주항쟁, 쿠데타, 군사정권, 민주주의의 부활 등등 다양한 사건이 많았죠. 그런데 이 모든 사건 뒤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선거’예요. 하나의 선거는 언제나 다른 선거, 다른 사건과 연관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흐름을 만들어냈어요.

예를 들어 유신체제는 1971년 치른 7대 대통령 선거에서 시작했다고 봐야 해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과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도 불구하고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정치인 김대중을 어렵게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한 달 뒤 치러진 8대 총선에서 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자,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선거로는 장기 집권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결국 유신체제를 통해 헌법을 무력화하고 선거제도가 필요 없는 영구 집권을 꿈꾸게 돼요. 이런 의미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꾼 정치사의 결정적 장면들은 이미 직전의 선거에서 예고됐다고 말한 것이죠.     

1948년 최초의 선거부터 2020년에 있었던 제20대 총선까지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선거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습니다. 중간 중간 있었던 재·보궐선거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른 셈이라고 하셨지요. 책에 등장하는 50여 차례의 선거를 따라가다 보니, 저마다 반전과 이변이 가득해서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굉장한 몰입감을 주더라고요. 작가님이 가장 흥미로웠던 과거 선거의 한 장면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저에게는 모든 선거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운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선거는 2002년 16대 대선 같아요. 이 선거에서는 정치인 팬클럽이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 운동, 세대 변수 등 선거를 둘러싼 새로운 정치 현상들이 많이 출현했어요. 또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어요. 당시 ‘대세론’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이회창 후보의 승리가 일찌감치 예상되고 있었죠. 그런데 불과 1년 전만 해도 누구도 대선 후보조차 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노무현 후보가 여당의 후보로 선출되었고, 숱한 반전과 이변을 연출하며 최종 승리했어요. 월드컵을 계기로 급부상한 정몽준 후보의 등장과 이후 단일화 협상과 결렬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선거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이나 거물 정치인의 과거 모습을 담은 벽보, 과거의 복고풍 선거 표어, 1950~60년대의 투표소 풍경, 그때 그 시절의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사진 자료가 많아 ‘보는 재미’가 있다는 독자들의 평이 많습니다. 또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선거 자금이나 출구 조사, 개표 시스템, 선거 기네스북 등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선거 관련 지식이 많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담아내는 집필 과정이 꽤 방대한 작업이 되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는 이 책을 쓰면서 과거의 선거 벽보, 투표소 풍경, 투표하는 사람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사진 속의 사람들이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투표소에 나온 꼬마, 선거 벽보를 한참 바라보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가 돌아보는 어르신의 표정이 너무나 생생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때의 꼬마가 지금은 노인이 되었거나 어쩌면 이미 유명을 달리하셨지도 몰라요. 저는 그때의 이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어짐과 울림이 역사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사진과 다양한 자료와 기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었어요. 이 자료들은 선관위 산하 선거기록보존소에서 사료로서 보관, 정리하고 있는 것들인데 흔쾌히 사용을 허용해주셔서 책에 실을 수 있었어요. 

집필은 2019년 초부터 시작했지만 사실 이 책의 기획이나 구상은 2018년에 했어요. 2020년 12월에 초고를 완성해서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고 감사하게도 대상을 수상했어요.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서는 추가 보완 작업이 필요했는데 기존에 썼던 원고 분량의 거의 2배를 더 쓴 것 같아요. 시민들은 잘 모르는 선거제도나 절차, 선거 관련 기록이나 통계 등은 선관위가 보유한 자료를 활용하고 동료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작성할 수 있었어요. 많은 자료와 데이터를 검토하고 정리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2021년에는 갑작스런 보궐선거까지 치르게 되면서 보궐선거 이후에는 거의 매일 출간 작업에 매달렸어요. 이 과정에서 편집자님이 적절한 조언과 피드백을 주셔서 무척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요.         

내년에는 선거 중에도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어서 많이 바쁘실 것 같아요. 선거를 준비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선관위 공무원들은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통령 선거는 이미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었어요. 국민적 관심이 크기도 하고 가장 규모가 큰 대선과 지방선거를 상반기에 한꺼번에 치르는 경우는 내년이 처음이라 많은 어려움이 예상돼요. 예측하지 못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크고요. 선관위 업무는 크게 선거관리 절차와 예방 단속,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전자는 투표와 개표 등을 준비하는 업무이고 후자는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하는 업무죠. 대통령 선거는 내년 3월 9일, 지방선거는 내년 6월 1일이다 보니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기간과 대통령 선거 투표·개표 시기가 겹치게 됩니다. 엄청난 업무량이 예상되기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하고 있어요. 모의 투·개표 연습도 하고, 투표소나 개표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사건·사고 시뮬레이션 훈련도 한답니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다시 투표를 하겠다고 투표소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 투표소에서 자신이 투표한 투표지를 찢으면서 소란을 피우는 경우 등을 가정해 적법한 처리 절차를 연습하기도 해요. 이 외에 선거법 문의에 대한 답변하거나 금품수수나 음식물 제공 등 선거법 위반 신고 및 제보 처리 등은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이고요.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선거는 우리의 삶과 운명을 바꾼 정치적 격변을 만들어 냈고, 그 과정은 매번 반전과 이변이 속출하는 흥미진진한 드라마였어요. 선거와 정치는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흥미진진한 드라마이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예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그 박진감 넘치는 승부의 기록, 도전과 좌절의 역사를 읽으며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에 담은, 지나간 선거 속에서 제가 찾아낸 보석 같은 순간들이 무엇보다 내년에 치러질 중요한 선거를 앞둔 독자들의 선택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현성 

수원에서 나고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Bonn) 대학에서 정치학·철학·예술사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월간지와 광고 기획사를 거쳐 현재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다. 책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사유하는 일이 언제까지라도 즐거운 유희가 되길 바란다. 아직은 경계 안에 살고 있지만 늘 경계 너머의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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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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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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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