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고 있습니다. 사색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 읽을 만한 철학 책을 권해봅니다. 시대별로 정리한 철학 개론서는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죠. 요즘 나오는 철학책은 이러한 철학 개론서와 다소 결이 다릅니다. 구성이나 주제 면에서 참신합니다. 이를테면 대화 형식으로 구성했다든지, 저자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며 의식의 흐름대로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소개한다든지, 비즈니스 일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를 설명한다든지 하는 식이죠. 철학이 어렵고 현실과 떨어진 고담준론이 아닌, 재밌고 실생활에 유용한 사유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알베르트 키츨러 저/최지수 역 | 클레이하우스
철학자와 내담자 간 대화 형식으로 써진 이 철학책은 고대 철학에서 지혜를 구합니다. 저자의 이력이 다소 독특합니다. 알베르트 키츨러는 한때 잘나가는 변호사였고 오스카상까지 받은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이었는데,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함께 나답게 살기 위해서,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 운명을 사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노자 등 고대 철학자 54인의 지혜로부터 들어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은 결국 나와 타인이 서로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때만 비로소 의미가 있다. 고대 철학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 위대한 현대 철학자들은 고대 동서양에서 이룬 지혜를 지금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실생활에서 몸소 모범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그 지혜가 적용되도록 돕는다. (16쪽)
에릭 와이너 저/김하현 역 | 어크로스
독특한 글쓰기로 유명한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를 한국에 널리 알린 책입니다. 여행 기차 안에서 일어나 오전과 정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기까지, 각각 상황에 맞는 철학자의 삶과 사상이 소개됩니다. 독자는 기차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듯, 에릭 와이너가 소개하는 철학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됩니다. 기존의 철학서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해석은 웃음을 유도합니다. 참신하며 재밌는 철학책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실패자였다.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소크라테스가 나눈 많은 대화들은 제우스의 천둥 같은 돌파구가 아닌 교착 상태로 끝이 난다.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게 철학의 본성이다. (76쪽)
미하엘 하우스켈러 저/김재경 역 | 추수밭
이 책은 앞서 소개해드린 두 책보다는 다소 진지합니다. 자연철학과 미학을 주로 연구하는 미하엘하우스켈러 교수는 10인의 철학자와 문학가를 소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습니다. 쇼펜하우어,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카뮈 등 도발적인 사상과 문학 세계로 유명한 거장들이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한 인물입니다. 10인의 다채로운 사상 중에 적어도 하나 이상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주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윤리적 요소를 외면화하는 데 익숙한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질문들에 대해 결코 객관적이고 무심하고 관찰적인 관점에서 추상적인 언어로 묻거나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윤리적 생활방식의 핵심은 이것이(이것이 무엇이든 간에) ‘나’와 관련돼 있으며 무슨 선택을 내리든 ‘내’가 바로 그 선택에 따라 살고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죽음이 악인지, 죽는다는 것(혹은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숙고할 때,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자가 지금 살아 있으며 곧 죽는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은, 더 나아가 지금 살아 있고 그런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결국 죽게 될 바로 그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다.
따라서 질문은 절대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형태를 취할 수도 취해서도 안 되며 항상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아야 한다. 나라는 특정한 단일 개인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나에게 있어서는 ‘나’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중요해야 한다. “윤리적으로 볼 때 개별 주체는 무한히 중요하다.” (85쪽)
안상헌 저 | 행성B
비즈니스 일선에서 철학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고, 공자처럼 통찰하며, 니체처럼 욕망하는 법에 관한 저자의 창의적인 통찰이 빛나는 책입니다. 철학자의 삶과 사상만이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들의 성공 전략이 철학과 어떻게 관련 있는지도 분석했습니다.
실패에 초연하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배우는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할 일입니다. 우리 삶은 결과가 아니라 상태죠. 사업에 성공했다고 계속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했다고 계속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요. 한 번의 성공이 자만을 낳고, 자만심으로 실패를 거듭한다면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스토아철학은 성공에 집착할 때 감정이 무너지고, 정신적 진보도 불가능함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초월과 평정을 강조했죠.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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