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대체 일이 뭐길래 우리는 (G. 김경희 작가)
지금 제 옆에 얼떨결에 크게 성공하기를 꿈꾸며 요즘 매일 아침 생존 공부를 하는 중인, 서점 ‘오키로북스’의 김사장, 에세이 『비낭만적 밥벌이』를 출간하신 김경희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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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성기를 바라는 내가 해야 할 일은 확실하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꾸준히 쓰는 일, 내키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다시 매일 글을 쓰고 업로드하며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일, 글을 통해 나를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지는 성공이나 전성기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쟤는 운이 좋아”라는 말의 주인공인 ‘쟤’도 종일 누워만 있었으면 운을 잡을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경희 작가님의 에세이 『비낭만적 밥벌이』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서점에서 책을 파는 N잡러 김경희 작가님은 ‘일잘러’의 힘을 꾸준함에서 찾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불안함에, 갑자기 찾아오는 번아웃에 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말이죠.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비낭만적 밥벌이』를 출간한 김경희 작가님을 모십니다. 누구보다 일에 진심인 김경희 작가님과 마음껏 일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인터뷰 - 김경희 편>

오은 : 2022년이 밝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어떻게 시작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왠지 김경희 작가님은 새로 시작한 것도, 원래 하던 건데 계속해서 잘 해 나가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김경희 : 취침 시간이랑 기상 시간을 조금 더 앞당겨서 아침 시간을 확보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밤 10시 반에 자서 아침 5시 반에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오전 시간에는 주로 공부를 해요. 계속 하고 있는 것들은 운동인데요. PT와 테니스를 각각 주 2회씩 하고 있어요. 저는 원래 취미가 없는 사람인데 동료들이 테니스를 시작하고서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자꾸 너도 시작하라는 잔소리를 하고요. 그래서 오기로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마추어 선수를 준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어요.(웃음)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작가, 서점 운영자, 잔소리 전문가. 사는 거 미리 겁먹지 말라고 말하는 주옥지 여사의 손에 자랐다. 혼자 제 몫을 하며 살 수 있는 건 모두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조용하고 수줍고 낯 가리는 어린이였다. 다섯 살에 구구단을 완벽 암기했는데 고등학교 수학 모의고사에서는 18점을 맞았던, 숫자보다는 글씨를 좋아하는데 경제학과에 진학한 반전의 아이콘 김경희. 스물한 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 쭉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대학교 4학년 기말고사를 치르자마자 취업을 했다. 

회사에서 화가 날 때마다 메모장을 켜 놓고 글을 썼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그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게 모인 글이 2016년 <회사가 싫어서>라는 제목의 독립 출판물로 탄생했다. 그 책은 작은 책방들에서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고, 회사원 김경희를 작가 김경희로 만들어준 반전의 책으로 남는다. 

사주에 직업운이 많다는데 그래서인지 회사원, 자영업자, 프리랜서, 급여노동자로 일의 반전을 꿈꿔왔고, 지금은 부천의 작은 책방 ‘오키로북스’의 단골손님에서 서점원으로, 다시 사장으로 위치를 바꾸며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볼풍선 크게 만들기를 잘한다. 친구들이랑 카페가면 ‘야, 너 진짜 왜 이렇게 두리번거려?’라는 말을 매번 듣는다. 내 방에 놓을 다섯 가지는 안마의자, 조명, 침대, 책, 책상. 카레와 피자는 안 먹는다. 파인애플, 배우 박정민을 좋아한다. 잘 살고 있다고 느낄 때는 내 시간을 내가 쓰고 있을 때, 내가 쓴 책을 팔아 책을 샀을 때이다.” 작가님 소개에 반전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 같아요. 늑장이란 없는 삶을 살아오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화가 날 때마다 메모장에 글을 썼다고요? 

김경희 : 매일 썼어요. 일기처럼 메모장을 띄워 놓고 파티션 넘어로 팀장님을 보면서도 그냥 썼죠. 웃으면서 “네, 할게요” 하면서 메모장에는 욕하고 그랬어요.(웃음) 

오은 : 그런 글들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반응도 오기 시작했겠네요. 그러다 독립출판을 생각하신 건가요? 

김경희 : 사실 책으로 낼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누군가 반응을 해주었는데요. 그 재미가 있더라고요. 마침 그 즈음에 독립출판이라는 걸 알게 됐고요. 원고라기에는 민망할 수도 있지만 내게도 쌓인 원고가 있으니 이걸 책으로 엮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서 시도를 했죠. 그러고 나서도 글을 쓸 생각은 여전히 없었어요. 글은 하나의 취미이자 재미의 영역이었어요. 

오은 :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작가님께서 직접 『비낭만적 밥벌이』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세요. 

김경희 : 책에는 일에 대해서 애증을 갖고 있는, 사회생활을 7-8년 정도 한 사람의 일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애증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미움보다는 사랑이 조금 더 많이 담겨 있어요. 

오은 : 주중에는 급여 노동자로 살고, 주말에는 프리랜서로 사는 중이에요. 작가님, 그러면 언제 쉬어요? 

김경희 : 쉬기는 분명히 쉬어야 하죠. 그래서 틈틈이 잘 쉬려고 노력해요. 지하철에서 출퇴근 시간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는 것도 쉬는 것일 수 있잖아요. 꼭 하루를 온전히 쉰다고 해서 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은 : 책을 보면 ‘밥벌이’가 왜 직업을 다르게 표현하는 말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밥을 먹기 위해서 일을 한다는 것에 담긴 지난함, 어쩔 수 없이 숙명적으로 갖고 가야 되는 아픔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이 책을 기획하고, 쓰실 때도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김경희 : 그렇게까지는 계획하지 못했어요. 저는 그냥 일 이야기를 한번 풀어보고 싶다, 정도로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데 쓰다 보니까 방향이 그쪽으로 갔어요. 이유는 아마 저에게 번아웃이 왔을 때의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원고나 구성에도 녹아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은 : 누구에게나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게 번아웃 같아요. 한 번 크게 올 때도 있지만 언덕을 넘듯, 과속 방지턱처럼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한데요. 작가님께서는 이런 번아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해요. 

김경희 : 번아웃이 너무 심하거나 스스로 제어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저는 병원에 가시는 걸 추천해요. 번아웃이 크게 왔을 때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죠. 다만 그 후에도 번아웃이 주기적으로 온다면 나에게 번아웃이라는 순간이 왔다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저는 보니까 자꾸 넷플릭스나 유튜브에 과하게 빠지면 번아웃이나 무기력이 왔구나, 파악이 되더라고요. 자신이 이런 상태라는 걸 인지하면 조금 조절이 가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기력하거나 힘들거나 지쳤을 때 그 신호를 파악해 보는 게 중요해요. 

오은 : 많은 분들이 일의 의미와 형태를 고민하실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체 일이라는 게 뭐길래 우리는 이렇게 목을 매고 사는 걸까요? 

김경희 : 일은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일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거든요. 그것은 달리 말해 내가 욕망하는 것들이잖아요. 첫 번째는 사실 돈이겠죠. 돈으로부터 파생되는 또 다른 욕망들이 있을 거고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욕망에 대한 부분도 커질 거예요. 결국 인간은 계속 욕망하는 존재인데 현실과 욕망이 차이나는 상황을 계속 겪고, 거기서 자꾸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지금 사회도 그렇고, 어느 순간부터 불안이 기본값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거주, 고용, 노후 안정성 등 이런 것을 고려하면 그 불안은 계속 다가오고, 내 현실과 욕망의 차이는 자꾸 벌어지고,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해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김경희 : 미국의 경영자이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거의 7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요. 인생의 원칙과 일의 원칙 부분을 나누었어요. 저는 그 중에서도 일의 원칙 부분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이게 맞을까, 이렇게 일하는 게 옳을까’ 생각할 때가 되게 많아요. 왜 그렇게 흔들리나 생각을 해보니 원칙이 없기 때문이더라고요. 저도 이 책을 보면서 일의 원칙을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실제로 일할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그냥 뭔가 안 풀린다, 뭔가 실마리가 필요하다, 싶을 때는 그냥 펼쳐서 봐요. 일을 잘하고 싶거나 일의 원칙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정말 추천합니다.




*김경희

88 서울 올림픽을 엄마 배 속에서 지켜봤고 동북아 허브도시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천 사람. ‘너구리’라 불리지만 사람이며, 두 번의 입사와 두 번의 퇴사 과정을 기록해 『회사가 싫어서』라는 동제의 독립 출판물을 간행했다. 말과 글로 사람들을 웃기기를 꿈꾸지만 모르는 사람의 결혼사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 흘린다. 전 회사 상사에게 “언제든 돌아와라”라는 전화를 받을 만큼 성실한 노예 DNA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를 본인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뻔뻔함이 매력이다.

주 여사가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며 공들여 키운 손녀. 서점 <오키로북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 여사의 가장 큰 자랑이 되고 싶어 열심히 읽고 공부하며 산다. 『회사가 싫어서』, 『찌질한 인간 김경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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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낭만적 밥벌이
비낭만적 밥벌이
김경희 저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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