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작가 앤지 김의 데뷔작, 소설 『미라클 크리크』
이 이야기의 진수는 가족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가, 행복과 진실이 서로 어느 정도까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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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 김(Kim, Angie)
by Tim Coburn Photography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산소 치료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한때 ‘기적의 잠수함’이라 불리던 그곳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여덟 살 자폐아 소년이 목숨을 잃는다. 일 년 후 방화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소년의 어머니. 한국계 작가 앤지 김의 데뷔작인 소설 『미라클 크리크』는 나흘간의 살인 재판을 따라가며 사건과 관계된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복잡한 심리와 정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때로 희생을 무릅쓰는 그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고 이야기한다. 

이 소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마음에 와닿는 것은 변호사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병치레가 잦았던 아이들을 키운 엄마로서의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으로 커다란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앤지 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다.



한국어판 서문에 보면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하셨는데요. 드디어 한국에서 출간이 되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게 된 소감 먼저 여쭐게요.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책을 내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제 책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제 이야기를 읽고 혼자라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덜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인데요. 한국에서 책이 나온 후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통해 한국 독자들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고, 제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한국에 사는 친척들에게도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특히 한국을 그리워하는 메리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해서 놀랍고 반가웠어요. 그 부분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제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었거든요. 조금 전 한국에서 출간된 전자책을 처음으로 보았는데 모국어로 쓰인 제 이야기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 법정 변호사로 일하신 이력이 있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다 소설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재밌게도 어렸을 때 저는 글쓰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작가가 된 것은 저의 다섯번째 커리어입니다. 저는 매일매일 일을 하며 사랑할 수 있고 인생 전체에서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있다고 정말로 믿었기 때문에 직업을 여러 번 바꿨습니다. 법정 변호사로 일하다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고 테크놀로지 사업을 한 뒤에는 지금껏 경험한 직업 중 가장 어려운 직업인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셋 있는데 지금은 셋 다 건강하지만 어릴 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앓았어요(그것도 셋이 다 다른 병을요!). 어느 날 그 모든 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서 동네 홀푸드 마켓 통로에서 갑자기 울음이 터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와 저를 안아준 친구에게 지금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고, 그날 밤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끄집어내고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던 복잡한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글쓰기를 저는 곧바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그동안 바로 이 일을 찾아 헤맨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마침내 그동안 찾던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직업들과 달리 예술적으로 지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소설의 제목인 '미라클 크리크'는 배경이 되는 타운의 지명이자, 그곳을 흐르는 개울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이 '미라클 크리크'라는 장소는 실존하는 마을이 아니라 허구의 장소인 듯해요. 그렇다면 그 장소의 이름에 '기적'이라는 말을 넣은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가요? 혹시 실존하는 장소라면, 이런 이름을 가진 곳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미라클 크리크’는 제가 사랑하는 버지니아의 몇몇 타운들을 뒤섞은 가상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맞아요, 저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꼭 넣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게 이 소설은 (다른 모든 것과 더불어) 극단적인 부모의 희생에 대한 것이거든요.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유씨 가족)와 의학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HBOT 환자들) 둘 다에서 부모는 자신의 ‘평범한’ 삶을 포기해가며 자식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합니다. 

나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할 수 있는 이 부모들의 놀라울 정도로 크고 깊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유씨 가족의 HBOT 사업에 ‘기적’이라는 단어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유씨 가족은 의사와 치료사들로부터 이미 치료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계속 ‘치유법’을 찾고 있는 환자들을 끌어들여야 하니까요. 이 환자들은 기적을,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기적을 좇고 있는 것이죠.

소설 속에는 사건과 관계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이 자세하고 풍부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어떤 사실을 숨기거나 변명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처럼 조금씩 인간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다가왔습니다. 이들 중 가장 마음이 가는, 혹은 각별하게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와 가장 비슷한 등장인물은 메리인 것 같아요. 저도 메리처럼 열한 살 때 서울에서 볼티모어로 이민을 왔고, ‘다르다’는 이유로 또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엘리자베스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특히 제가 엄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아이 하나가 궤양성 대장염을 앓아서,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고압산소 치료를 접했어요. 그리고 엘리자베스와 비슷하게, 저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에 처한 다른 환자 가족들을 만나면서 죄책감 같은 걸 느끼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제게 메리와 엘리자베스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말하곤 하는데, 원래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법이라 그런가봐요. 하지만 어떤 면에선 변호사 섀넌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섀넌은 아주 공격적이고 또 재밌는 사람이라 덕분에 많이 웃었거든요. 치열하고 강렬한 장면들을 쓰고 나면 그런 웃음이 정말로 필요했답니다.

『미라클 크리크』에는 어머니로 산다는 것의 기쁨과 고통, 특수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고뇌, 이민자로서의 정체성, 대체의학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가 한데 얽혀 있습니다. 이중에서 소설을 쓰면서 특히 신경을 쓴 포인트나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특수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삶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일반적인 모성과 이민자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이기에 잘 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킷, 테리사, 엘리자베스처럼 뇌성마비와 자폐가 있는 아이의 엄마들에 대해 쓸 때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저는 HBOT 세션을 진행하는 긴긴 시간 동안 여러 엄마들을 알게 되었고 또 그후에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거나 통화를 하며 이 엄마들과 친구가 되었는데요. 

이들의 이야기를 애정어린 마음으로 세심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HBOT 엄마들 몇몇은 이 책의 원고를 읽어주었는데, 그 점이 저에게 아주 중요했습니다. 미국에서 책이 출간된 날엔 한 엄마가 자기 집에서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는데요, 그날 파티엔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그 집 아이가 직접 구운 간식이 나왔답니다. 많은 HBOT 엄마들이 와줘서 더 특별했고요.

소설 대부분의 내용은 사건이 일어나고 일 년 후 벌어진 나흘간의 재판에 대한 것입니다. 소설이 진행되는 장소를 '법정'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럼으로써 어떤 효과를 주고 싶었던 것인지요?

여섯 달 동안 자유롭게 초고를 쓰며 등장인물들에 대해 파악한 뒤 저는 소설의 구조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끔찍한 비극(HBOT 체임버 안에 환자들이 있는 동안 발생한 화재와 폭발)이 발생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확실했고, 사건 이후뿐 아니라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벌어진 일들의 역학관계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어요. 절망적인 사건으로 인해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또 인물들 개개인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죠. 법정이라는 배경은 변호사였던 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재판 과정에 대해 제가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법정이라는 공간이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에, 살인 재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오직 진실을,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법정의 요구는 가장 확신에 차 있던 증인마저 동요하게 하며 그들이 스스로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고 중요하지 않은 사실의 생략과 명백한 거짓말을 구분하는 선을 흐릿하게 합니다. 다른 방식을 통해 플롯의 미스터리를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사설탐정이나 경찰 조사 같은), 법정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드라마(높은 증인석에 앉은 증인이 청중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와 사형 선고의 존재 덕에, 서스펜스와 긴장을 최대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배경은 법정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법정 장면을 쓰는 것은 정말로 재밌기도 했어요! 변호사로 일할 때 다른 건 다 싫어했지만 법정에 있는 것만큼은 좋아했거든요.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심문하고, 모두진술을 하고. 법정 장면들을 쓰면서 꼭 법정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증인들이 말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즐거웠습니다. 변호인의 환상이 실현된 셈이죠!

다음 작품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미라클 크리크』는 기본적으로 누가 범인이가를 밝혀나가는 미스터리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다음 작품 역시 이런 요소를 가지고 있을까요?

현재 다음 작품을 쓰고 있어요! (바로 지금 다음 소설을 쓰다가 쉬는 시간에 트레드밀 책상에서 이 인터뷰 답변을 작성하고 있답니다) 새 작품은 엔젤만증후군으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한국인과 백인의 혼혈인 십대 소년의 이야기예요. 소년이 아빠와 숲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집에는 혼자 돌아온 거죠.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가족과 경찰에 전하지도 못하고요.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는, 아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나가는 실종 미스터리예요. 

누가·어떻게·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밝히는 미스터리가 기본 뼈대이긴 하지만,  『미라클 크리크』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의 진수는 가족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가, 행복과 진실이 서로 어느 정도까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에요.




*앤지 김(Angie Kim, 김수연)

한국 이름 김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영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채로 이국땅에 살게 된 작가는 한국에서 가져온 6권의 소설을 읽고 또 읽으며 마음을 달래고 문학을 향한 애정을 키워갔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윌리엄스&코널리에서 법정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를 그만둔 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고 2019년 첫 소설인 『미라클 크리크』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산소 치료 시설에 불이 나고 사망자가 발생하며 열린 나흘간의 살인 재판을 따라가는 이 소설에는 변호사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병치레가 잦았던 아이들을 키운 엄마로서의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라클 크리크
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저 | 이동교 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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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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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 김

한국 이름 김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부모님이 식료품점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동안 볼티모어의 이모 집에서 지내며 낯선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영어를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채로 이국땅에 살게 된 작가는 한국에서 가져온 6권의 소설을 읽고 또 읽으며 마음을 달래고 문학을 향한 애정을 키워갔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고, 로스쿨 학생들이 발행하는 법률 간행물인 [하버드 로 리뷰]의 에디터로 활동했다. 졸업 후에는 윌리엄스&코널리에서 법정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를 그만둔 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고 2019년 첫 소설인 『미라클 크리크』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산소 치료 시설에 불이 나고 사망자가 발생하며 열린 나흘간의 살인 재판을 따라가는 이 소설에는 변호사로 일한 작가의 경험과 병치레가 잦았던 아이들을 키운 엄마로서의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라클 크리크』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며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출간되었고, 2020년 에드거상, ITW 스릴러 어워드, 스트랜드 크리틱스 어워드, 핀클리 프라이즈 데뷔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타임] [워싱턴 포스트] [라이브러리 저널] [커커스 리뷰] [북페이지] [투데이 쇼], 시카고 공공도서관, 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