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우리의 추억을 소환한 ‘그땐 그랬지’”입니다.
프랑소와 엄 : 어떤 책을 소개할지 고민하다가 ‘아, 맞다! 이 책이 있었지’ 하고서 가지고 왔어요.
캘리 : 프엄 님 책은 정답 같은 책이네요.(웃음) 저는 소개하고 싶은 책이 주제에 비해 너무 무거워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고요. 그래도 꼭 이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주제랑 잘 연결해 마무리까지 준비해 왔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박선희 저 | 제철소
‘그땐 그랬지’ 하면 ‘싸이월드’죠. 작가님이 저랑 동갑이에요. 비슷한 학창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더 공감이 많이 갔어요. 제가 싸이월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웃음) 그때 취미가 일촌 신청이었는데요. 요즘에는 후배 SNS 팔로잉 하면 혼나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누군가를 만나서 나랑 코드가 맞겠다, 이 사람 특성이 궁금하다 싶으면 일촌 신청을 해서 그 친구의 미니홈피를 쫙 보면서 파악하곤 했죠. 박선희 작가님은 일간지 기자인데요. 이렇게 프로필을 쓰셨습니다. ‘언론사 작문 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던 건 밤낮없이 써댄 싸이월드 게시판 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싸이월드 아직도 해?” 이런 말을 굉장히 오랫동안 들었던 사람이라고 해요.
책에서 싸이월드가 ‘은유의 매체’였다면 페이스북은 ‘실사의 매체’였다고 말을 하는데요.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싸이월드는 일촌명도 그렇고, 내가 다 창작을 해야 되잖아요. 페이스북은 정해진 프로필을, 학교와 직업을 다 공개하지만 싸이월드는 그렇지 않았죠. 작가님은 또 일촌명에 대해서 “상대의 환심과 호감을 사고 싶을 때 일촌명은 특히 중요했다”고 이야기하시는데요. 정말 공감을 했어요. 내가 이 상대랑 오래 관계를 맺고 싶다면 일촌명도 진지하고 멋있게 지으려고 노력했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책에는 그 시절과 지금 유저들이 사용하는 주요 SNS를 비교하는 글도 있고요. 싸이월드를 한창 하던 시절에 유행했던 하이테크 팬에 관한 얘기도 나와요. 기억하시죠?(웃음) 또 박선희 작가님도 디지털 카메라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디카’라고 했죠. 저도 디카를 좀 일찍 산 편이었어요. 이렇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너무 재밌었고요. 지난 4월에 싸이월드가 영업 재개를 했다고 하는데요. 12일 만에 300만 번째 회원이 휴면 계정을 풀었다고 해요. 저도 신청을 한 상태거든요. 새롭게, 휴면을 해제하고 싸이월드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껴보시면 좋겠어요. 읽어보면 정말 ‘그때는 그랬는데, 이때가 나의 감수성이 정말 충만하던 시기였는데’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이런 걸 떠올리면서 이 봄을 재미있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정창조, 강혜민, 최예륜, 홍은전, 김윤영, 박희정, 홍세미 저 / 비마이너 기획 | 오월의봄
먼저 이 책을 가지고 온 이유부터 설명하고 싶어요. 지난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죠. 그리고 저희가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 4월 24일 현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러니까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계속해서 진행 중입니다. 최근 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친구의 동료가 이 시위 때문에 출퇴근이 힘들다는 한탄을 했다더라고요. 그 얘기 듣는데 너무 슬펐어요. 그 이동의 어려움을 장애인 분들은 매일 느끼고 있는 거잖아요. 실제로 시위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욕설도 많이 듣는다고 하시던데, 그 모든 욕설을 감수하면서 이분들이 시위하는 이유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사회가 관심주지 않기 때문이잖아요. 박경석 대표님도 “우리가 이 말을 21년째 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역사적인 맥락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시민들이 알지 못해서, 몰라서 차별한다는 것이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저도 이 책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소개하고 싶었어요.
책에는 여덟 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분들의 이름을 먼저 읽을게요. 김순석, 최정환, 이덕인, 박흥수, 정태수, 최옥란, 박기연, 우동민.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높이시다가 돌아가신 열사 분들이고요. 『그냥, 사람』의 홍은전 작가님께서 차별을 받는 사람이 저항하는 사람이 되는 장면을 응원하고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무엇보다 그러한 대목이 중요하게 읽혀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읽히면 몰라서 차별하거나 사회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개된 분들 중 이덕인 열사는 시위를 하다가 의문사를 하신 분이에요. 슬픈 장면 중 하나다 유족들이 투사가 되는 장면이죠. 이덕인 열사의 어머니 김정자 님도 지금까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싸우고 계세요. 책에 하신 말씀이 중요하게 느껴져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기 일, 자기 집안일 아니기 때문에 느그는 해라, 나는 모른다. 정치권들도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세월을 삐대고 왔어요. 주위에서도 아무리 노력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지금 그런 것을, 국민들을 억울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쳐다본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왔을 거여.
저는 이 책을 읽어야만 이 주제가 실현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오늘 이 책은 주제에 맞춘 책이 아니고요. 이 책을 읽어야 주제가 완성된다, 그러니까 꼭 같이 읽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정지용, 백석, 윤동주 외 저 | 열린책들
‘그땐 그랬지’ 하니까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 배웠던 시들이 떠올랐어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같은 시들이 생각이 나면서 그때 나는 어떻게 그 시들을 받아들였지, 제대로 이해했나, 아니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저 암기했었나, 싶어졌어요. 그때 그 시들을 다시 한 번 찾아서 봐야겠다 생각했죠. 그 시를 지금 다시 읽는 것은 우리가 외우고 공부했던 것들을 완전히 무화시킨 상태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방식 같아요. 그리고 마침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이 나와서 읽어보았습니다. 2023년이 한국 최초의 창작 시집 김억 시인의 『해파리의 노래』가 출간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해요. 그것을 기념해 1년 먼저 초간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가지고 온 책은 세 권이에요. 교과서에서 봤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정지용, 백석, 윤동주 시인인데요. 세 분의 공통점은 20세기 초반에 태어난 시인이라는 점이죠. 굳이 따지자면 정지용 시인이 가장 먼저 태어났고요. 그 다음 백석 시인, 윤동주 시인 순서인데요. 이 터울이 10년 안팎이기 때문에 다른 세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지용 시인은 가곡으로도 만들어져서 유명한 「향수」라는 시가 있고요.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로 시작되는 시 「유리창」이라는 시가 기억 나요. 또 학창시절에 배웠던 「카페 프란스」 같은 시를 보면 이국의 정취가 많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정지용 시집 『백록담』을 읽고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교과서에서 배웠던 시 한 편 외에는 다 처음 보는 시였는데요. 보니까 사투리를 다루는데도 능했더라고요. 그런 놀라운 발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교과서 시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 시를 배우면서 언제 태어났는지, 시의 경향은 어떠한지, 주제는 무엇이며 그게 시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배웠잖아요. 때문에 시집을 안 읽고 지나가기 마련인데요. 한 시인의 시를 다시 편편이 들여다보면 놀라운 발견들이 분명이 있을 거예요. 백석 시인은 먹는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맛깔나게 할 수 있는 시인이 또 있을까, 생각하게 되죠. 발견하면서 읽는 재미가 크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꼭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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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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