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특집] 인간관계가 어려운 당신에게 - 신기율 마음 치유 상담가
갈등 없이 타인과 유의미한 사이가 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는 당신에게, 신기율은 "관계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전한다.
글ㆍ사진 성소영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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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살면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갈등 없이 타인과 유의미한 사이가 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다는 당신에게, 신기율은 "관계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전한다.


관계의 안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관계에도 안목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에게 이로운 사람과 해로운 사람을 가려 사귀는 분별의 눈'을 먼저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여기서의 안목은 사람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그 가치를 알아내는 통찰을 의미합니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숨은 가치를 보려는 긍정의 시선이 필요해요.

'관계'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각박해진 것을 느꼈어요. 한번은 대학에 다니는 청년을 상담했는데, 연애 고민을 털어놓아서 "희생을 조금 감수하는 것도 사랑 아닐까요?"라고 말했더니 강하게 반발하더라고요. 자기가 왜 손해를 봐야 하냐고요. 관계에 대한 자기 계발서를 봐도 그렇죠. 싫은 사람과는 인연을 끊고, 밀어내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친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사실 저는 형과 사이가 별로 안 좋았어요. 어린 시절에 쌓인 마음의 앙금이 이어져서 커서도 데면데면했죠. 그런데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까 후회가 되고 부끄럽더라고요.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저도 그렇게 관계를 맺고 있었던 거예요. 그 일을 계기로 제가 용서하지 못했던 수많은 관계를 생각했고, 사람들이 서로 용서를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어요.

'용서'라고 하니 거창한 의미로 들립니다. 작가님이 말하는 용서란 무엇인가요? 

용서는 관계의 밑바탕이에요. 한자 '용서할 서(恕)'를 보면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결합되어 있죠. 결국 상대와 같은 마음을 갖는 것,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미움 없이 공감하는 게 용서예요. 예를 들어 제가 최근에 큰맘 먹고 고가의 가죽 수첩을 샀어요. 그런데 책상에 올려둔 지 5분 만에 아이가 볼펜으로 낙서를 한 거예요(웃음). 그걸 보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게 용서죠. 사실 우리는 하루에도 굉장히 많은 용서를 하고 있어요. 그 사실을 알면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생기죠.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질투심이 들 때는 내가 느끼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친구에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요. 질투를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질투가 나는 사람을 다 스승으로 모셔요. 첫 책 『직관하면 보인다』를 쓸 때, 많은 도움을 준 작가 동료가 있는데요. 그분이 쓴 글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너 정말 잘 쓴다. 나도 네 글을 보면서 열심히 할 거야. 나는 글 쓸 때 정말 행복해"라고 말했어요. 그 후로도 질투 나는 상대가 생기면 "너는 내 스승이야"라고 말하죠. 샘 나고 부러운 마음은 똑같지만, 표현이 다른 거예요. 이번 책에는 재테크를 잘해서 부유해진 데다 좋은 남자와 결혼까지 한 친구를 미워하는 사례자가 등장하는데요. 이 친구를 멀리할 게 아니라 "너는 내 투자 스승이야"라고 말했다면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테크 정보도 얻을 수 있었을지 몰라요(웃음). 

'마음에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만나면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불편한 사람이 있죠. 서로 안 맞게 태어났을 뿐이에요. 보통 이런 상대를 만나면 많은 사람이 자기의 소심함을 탓하거나 상대를 좋게 보려고 노력하는데요.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새우의 장점을 아무리 찾아도 새우를 못 먹는 건 똑같잖아요(웃음). 그러니 만나면 불안하고 불편한 사람과는 억지로 가까워지지 않아도 돼요. 만약,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마음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와 적당한 정서적 거리를 두는 게 좋죠. 그렇다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거나 나에게 잘못이 있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더 나은 관계를 맺고 싶은 바람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프로이트가 인간의 정신 세계를 빙산에 비유하잖아요. 물 위로 드러난 사람의 '의식'은 정신에서 매우 작은 부분일 뿐, 대부분은 물속에 잠긴 무의식으로 존재한다고요. 그런데 이 시대의 자기 계발은 물 위로 드러난 작은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로만 쓰이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 계발의 본질이 심층적인 나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 진정한 성장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한 달에 100만 원 더 버는 비법을 안다고 삶이 행복해질까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깊은 곳에 있는 진정한 내면을 성장시켜서 단단한 뿌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관계의 안목을 키우는 건 그 깊은 곳에 있는 자아의 기반을 다지는 성장 수업이죠. 진정한 행복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때 찾아온다는 걸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신기율 

사단 법인 그루맘의 교육센터장이자 작가, 칼럼니스트, 강연가로 활동하며 마음 치유, 명상,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상담, 라이프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관계의 안목』, 『은둔의 즐거움』, 『운을 만드는 집』, 『직관하면 보인다』가 있고, 유튜브 채널
〈신기율의마음찻집〉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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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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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율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는 마음치유 상담가. 문학, 철학, 종교, 심리 등 다양한 학문을 익히고 자유롭게 횡단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부단한 공부와 실천으로 세상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남다른 혜안을 갖게 되었고, 인생의 겨울을 건너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특별한 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늘은 따뜻한 차 한잔 드려야겠네요”라며 조용히 찻잔을 건넬 뿐인데도. 화려한 언변은 아니지만 그가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은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의 글과 말은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독창적인 생각으로 가득하고, 동시에 더없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그가 거칠고 팍팍한 세상을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토닥일 수 있는 것은 홀로 공부하며 사유한 은둔의 시간을 보낸 덕분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 <신기율의 마음찻집>의 주인장이자 사단법인 그루맘의 교육센터장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다. 저서로 이성과 감각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직관의 세계를 조명한 『직관하면 보인다』, 집과 공간이 가진 특별한 에너지와 치유의 힘을 조명한 『운을 만드는 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