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재테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제, 재테크에 관심이 없으면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오히려 두렵다. 그런데 경제 공부를 어떻게 시작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서점에 가서 책을 펼쳐 보면 그래프와 숫자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해가 되지 않아 더 쉽게 설명해준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본다. 제목은 쉬워 보이지만 모두 현재의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경제와 경제학에 대해 조금 더 근본적인 이해를 돕는 방법은 없을까? 『위대한 경제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의 저자 홍기훈 교수는 '경제학 고전 읽기'가 답이라고 말한다.
왜 경제학을 전공하시게 되었나요? 혹시 어렸을 때부터 경제학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그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학을 공부하기 위해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원하던 공부는 순수 학문으로서의 사학이 아닌 응용 학문인 정치 경제학에 가까웠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퇴를 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다시 전공을 선택하면서는 응용 학문을 우선순위로 두었는데, 그중 영어를 덜 써도 되는 경제학을 선택했어요. 경제학을 선택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기에,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평생 경제학을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인생을 바꾼 경제학 고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이 교수님의 인생을 바꾸었나요?
학부 경제학 수업에서 만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과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가 그것입니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라는 천재적인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바꿔나갔는지 깨달으면서 경제학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경제학도의 관점에서 경제학을 분석의 도구라고 여겼는데 사실 경제학은 사상이자 관점, 철학이고, 수많은 천재가 더 나은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 후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고전부터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의 『이번엔 다르다』, 아돌프 벌리의 『근대 기업과 사유 재산』까지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저같이 평범한 일반인도 경제학을 배우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수많은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발전시켜 왔고, 그 결과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경제학은 국가 정책을 논할 때부터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중요한 학문이 되었습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고, 또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라는 우려를 듣지 못한 분들이 없을 텐데요. 나와는 아무 상관없을 것 같던 금리 인상이 내 월급, 내 소비, 내 대출금, 그리고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 느끼시는 것 같아요. 경제학이 생각보다 내 삶과 가까이에 있는 것이죠. 막연한 불안과 위기감을 극복하려면 알아야 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삶에 대한 불안이 줄고, 현실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제학의 많은 책 중 왜 경제학 고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경제학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나 주가와 같은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로마 제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로마의 공화정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으로 발전했으며, 어떤 문제에 직면하여 왜 공화정 체제가 무너졌는지를 알아야 해요. 즉,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를 가져와 내 투자를 위협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싶다면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대처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재미있게 배우고 쫓아가는 것이 경제학을 이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경제의 기초 지식을 쌓고 왜 이러한 현상과 주장이 나왔는지, 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이 결과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경제학 고전’이라 하면, 현실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없는 죽은 이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말 그런가요?
놀라운 점은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이미 그들이 집필한 책을 통해 미래를 예견했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없던 시절에 이미 인플레이션을,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기 전에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측했죠. 또 2001년 닷컴 버블, 2008년 금융 위기뿐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ESG,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 위기 또한 이미 경제학자들에 의해 소개되었고, 나름의 해법까지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살아 숨쉬면서,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책이 경제학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투자에 대한 관심도 많이 높아졌는데, 투자에 있어 어떤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투자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많은 사람이 금융 공부를 투자 공부로 착각합니다. 유튜브에서 '금융 문맹을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금융의 기초 지식이 아닌 투자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요. 그런데 진정한 의미의 금융 공부란 자본에 대한 기본 개념과 각자의 인생관을 바탕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는 데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 계획을 가져야 생애 주기에 맞게 금융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사는가'하는 질문을 던지면 그 어떤 사람도 '40대에 100억을 모아 조기 은퇴하겠다'라는 허황한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런 목표는 현실적으로도 이룰 수 없어요. 그래서 일단 경제에 대한 기초 개념을 튼튼히 세운 후 내 인생, 목표에 따른 투자가 무엇인지 공부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경제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책에서는 경제학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30권의 고전을 소개합니다. 먼저 고전이 쓰인 시대상을 바탕으로 책이 쓰인 이유를 알아본 후, 책의 핵심적인 내용, 그리고 책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어요. 언제나 바쁘고 할 일이 많은 우리에게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또, 30권의 고전을 읽으며 함께 읽으면 좋을 만한 책들도 소개했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거예요. 하루 10분만, 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학 고전을 읽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20년 전의 제가 그랬듯,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기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학 경영대학에서 근무했고, 현재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 사학과에 진학했으나, 예상했던 공부가 아님을 깨닫고 자퇴 후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영어를 덜 써도 된다는 이유로 전공을 경제학으로 선택했는데, 뒤늦게 수학적 재능이 발휘되어 당시 교수님의 추천으로 계량 경제를 전공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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