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 어른이나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백인백색, 천인천색의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다름'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차이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근 어린이의 시선에서 다름과 개성을 섬세하게 풀어낸 그림책 『숨지 말고 나와 봐』가 출간됐다. 서지혜 작가를 만나 그 뒷이야기를 직접 나눠 보았다.
첫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소감이 궁금하네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그림책 작가 서지혜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품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그림책이 정식 출간이 되어 감회가 새로워요. 서점에서 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요. 하루하루가 행복한 요즘입니다. 다만, 제가 만든 이야기를 독자분들에게 들려주는 건 처음이라 걱정되는 면도 있어요. 재밌게 봐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셨더라고요. 다양한 예술 장르 중 그림책 분야를 선택하신 계기가 무엇일까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중에는 이미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나 선생님도 있었고요.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바로 그림책이었어요. 처음엔 그림책에 대해 잘 몰랐기에 그저 낯설고 신비롭기만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림책이란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이거다 싶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는 디자인 분야에는 크게 소질이나 흥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사실을 알아채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도 꽤 걸렸고요. 반면, 그림책을 생각하면 디자인할 때와 달리 설레고 도전 의식이 샘솟더라고요. 그때 '이거구나!'하고 몸으로 느낀 거죠.
'검은 구름'을 소재로 그림책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부를 졸업하고 난 뒤 그림책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국은 날씨가 참 오락가락해요. 유학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다음 주에 날씨 좋다는데 소풍 갈까?"란 말을 종종 했더랬어요. 그런데 웃프게도 이 질문을 받은 친구들 대부분이 "그건 그때 가 봐야 알아"라고 답해요.(웃음) 영국은 아침에는 날이 좋다가도 오후가 되면 흐려지기 일쑤예요. 비는 종잡을 수 없이 자주 내렸고요.
그러다 해가 쨍하고 뜰 때도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구름 이미지가 제 안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검은 구름에 대해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고 느낀 건 대학원 졸업 작품을 준비할 때부터였어요.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할지 고민하다 보니 검은 구름 이미지가 머릿속을 스치더라고요. 이야기들이 몽글몽글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늘 머릿속에 담아 둔 이미지였기에 그림책으로 엮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작품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알 수 있을까요?
평소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거나 집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정처 없이 걷거나 달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더라고요. 잡념을 모두 떨쳐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끔씩은 의욕이 떨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요. 슬럼프에 빠지면, 다른 그림책이나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과 전시를 보며 에너지를 받곤 하지요. 자극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어느 순간, 얼른 다시 붓을 들고 싶단 생각이 들거든요.
『숨지 말고 나와 봐』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따로 있을까요? 있다면 그 이유도 궁금해집니다.
전부 좋아하는 장면이라 어느 하나를 뽑기 어렵네요.(웃음) 비 오기 전 장면은 제가 좋아하는 작은 요소들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그릴 수 있어서 좋았고, 비 오는 장면들은 따뜻한 색감 대비를 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를테면 따뜻한 집의 노랑과 주조색으로 쓰인 파랑의 대비지요. 그래도 꼭 한 장면만 뽑으라고 한다면 꽃이 만개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요. 만족스러운 장면을 얻으려고 꽤 여러 번 수정을 했거든요. 고민을 가장 많이 해서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아요.
이 책을 처음 구상할 때 떠올렸던 어린이들이 있었나요? 어떤 어린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읽혀 주고 싶나요?
저는 책을 구상할 때 저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요.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잘 휘둘리곤 했어요. 이 책은 그런 나 자신에게, 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위로예요.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자신이 빛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책이지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준비 중인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도 인사 부탁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평소 디저트를 굉장히 좋아해서 케이크나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살아요. 그러다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이야기가 번뜩 떠오르더라고요. 어느 날 갑자기 아이스크림 하나가 길가에 툭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책이에요. 다가올 여름에 달콤하고 시원한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서지혜 (글·그림) 홍익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학교에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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