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연세대 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을 점쳤을 때,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부동산 버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리고 그 예언은 지금 생생히 펼쳐지고 있다. 넋 놓고 있을 새 없이 당장 자산관리에 철저하게 돌입해야 하는 시기임이 확실해진 때,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더 크래시 The Crash』에서 찾을 수 있다. 『더 크래시 The Crash』는 정확한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금융의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과 경제를 누구나 쉽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부동산 투자 로드맵이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해야 급락을 기회로 탈바꿈시켜 부동산 시장에서 똑똑하게 내 자산을 지킬 수 있을지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내 자산을 불릴 기회를 잡는 눈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크래시 The Crash』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대는 금융 산업 자본주의의 득세로 자산의 버블 현상이 심화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융 산업 자본주의의 목적은 채무자를 많이 양산하고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부동산 버블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막게 방치해서도 안 되고, 이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썼습니다. 자본주의의 한계로 불황과 호황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무관심으로 대응하면서 당하면 안 됩니다. 부동산 시장과 경제의 흐름을 알면 자산 관리를 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기에 누구나 쉽게 부동산 시장과 경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설명하여 자산을 지키면서 불리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현재 집값 추세가 어떻게 되어가는 중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에서 정상 주택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에 '주택구입부담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위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주택의 중위 가격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중위 가구가 중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시 조건은 LTV 47.9%, DTI 25.7%에 만기 20년 고정 금리입니다. 이 조건을 적용했을 때, 매월 부담하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나타낸 것이 주택구입부담지수입니다.
LTV 50%, DTI 25.7%에 만기 20년 고정 금리라는 조건으로 집을 샀을 때, 100이라는 수치는 중위가구 소득의 25% 정도를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200이라는 수치는 50% 정도를 부담한다는 뜻이고요. 전 세계적으로 안정적인 수치는 30~35%이고, 40% 선이 일반적입니다. 120 정도가 정상 수준인데, 현재 200에서 120까지 떨어진 값을 계산해보면 최소 40%의 갭이 생깁니다. 현재 주택 가격이 30~40% 정도 조정될 수 있다는 말이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자산 가치가 상승했고, 여기에 코로나19가 직격을 터뜨리니 주택구입부담지수가 급등했습니다. 저금리에는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고금리일 때는 자산 가치가 내려갑니다. 그러면 결국 평균에 수렴할 것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40% 하락할 수도 있고, 더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해외 외부 리스크가 발생하면 주택 가격은 더 하락하겠죠.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분기별로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발표하는데, 무주택자라면 이 수치가 어느 정도 내려올 때 시장에 접근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형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에 따른 투자 방향을 알려주세요.
이미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장기 침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생산 핵심 연령 인구가 감소한 것, 고령화 인구의 증가까지 일본의 상황과 거의 똑같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 구매 핵심 연령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나 금리가 오르는 것까지 동일합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전부터 0.5% 정도의 저금리로 몇 년을 지내다가 1년도 안 되는 기간인 2023년 3월, 3.5%까지 올랐습니다. 거의 7배로 단기간에 오른 것이죠. 결국, 거품이 있던 주택 시장에서 주택 거래량이 급락하는 등 조정 현상이 나타났고, 현재까지 거품이 제거되고 있어 당분간은 계속 거품 조정 하락장세가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이처럼 단기간의 기준 금리 급등은 자산 가격의 하락을 가져옵니다. 금융 시스템의 부실이 있는 경우에는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단언하기 조심스럽지만 자칫 일본형 장기 침체가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기업 부채가 많았고,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많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미분양이 증가하게 되면 건설사의 부실이 금융권 PF 대출의 부실채무로 이어지게 되고 가계 문제와 함께 그 폐해가 배가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가계 소비 부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서 가계발 복합 불황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예견되는 복합 불황 가능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무리한 공격적 투자는 자제하고 보수적 자세로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부동산 버블을 예측하신 것으로 유명하신데, 부동산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시는 그 기준이 궁금합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의 펀더멘털과 요인을 참조하면 누구나 쉽게 시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상승의 첫 번째 펀더멘털은 경제성장과 경제 산업 구조의 발전입니다. 제조업이 발전하면 인구 증가, 주택과 부대 시설 가격 상승,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두 번째 펀더멘털은 생산 가능 인구의 증가입니다. 한 국가나 섹터 내의 자원과 화폐의 기능은 한정되어 있는데 주택 공급이 없다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득의 증가입니다. 공급량이 일정한 수준일 경우에는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가 증가하고 초과 수요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가격이 상승합니다.
만일 이 세 요인이 모두 충족되면 상승 내지 폭등하고, 두 가지 요인만 충족되면 대체로 상승합니다. 한 가지만 충족된다면 보합 내지 상승이라고 판단하면 됩니다. 부동산 상승은 거시적인 경제 상황 말고도 인위적인 정부의 정책과 심리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저금리와 거래 규제 완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투자와 투기 세력, 그리고 언론 보도 등이 그것입니다. 하락의 요인에는 금리와 거래 규제 강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면 투자하거나 실수요자가 주택을 매입하는 데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급 확대, 즉 분양 물량의 증가는 당연하게 가격의 하락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K-HAI, PIR, 매수우위지수 등 여러 지표로 하락 신호를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언제 부동산이 상승하고 하락하는지 기본적인 요인을 알고 있으면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그리고 다주택자의 생존법은 180도 다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시장에 대응하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일단 무주택자라면 사전 청약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비규제 지역에는 재당첨 제한이 없다는 것을 활용하세요. 청약할 대상의 분양가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청약 대상 단지의 분양 가격과 인근 시세를 고정값으로 놓고, 입주 시기에 주위 시세가 10%, 20%, 30%로 하락할 경우로 나누고 현재 청약 대상 분양 가격과 비교해봅니다. 이때 '신축'이라는 유리한 조건과 입지 측면에서의 가중치를 추정해서 가격에 반영해보면 원하는 목표 대의 분양가가 나옵니다. 당첨 후 입주 시까지의 자금 마련 계획과 입주 후 대출을 받을 경우 본인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원리금 상환 범위를 계산해보면 DSR 기준 30~35%가 적정합니다.
1주택자의 경우에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특히, 영끌을 해서 샀다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1주택자인데 다른 주택으로 갈아타고 싶거나 한 채 더 매수하고 싶다면 추첨제를 노려야 합니다. 분양은 무주택자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85제곱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추첨제가 많아요. 다주택자라면 월세를 준 사람들은 전혀 문제가 없을 테지만 전세를 준 사람들은 역전세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역전세 현상은 2024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출이 많은 경우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과도한 욕심을 가지고 무리하게 버티다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크래시 The Crash』에서는 다양한 경제 지표들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경제 지표가 부동산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떻게 사용이 되나요?
KB와 한국부동산연구원은 '매수우위지수'를 발표합니다. 사는 사람이 100명, 파는 사람도 100명일 때 매수우위지수는 100이 되고 사는 사람 50명, 파는 사람 100명이면 매수우위지수가 50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100을 기준으로 100 이하면 매수 우위 지수가 작아지면서 매수자들이 우위에 서게 되고, 반대로 100이 넘으면 매도자가 우위에 섭니다. KB 기준으로 지금은 이 지수가 20 정도니까 엄청난 매수 우위 시장인 것입니다.
그리고 '금융취약성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세 개 분야로 나누고, 각각을 다시 세분해 총 39개 분야의 데이터를 추출해 산출해낸 지수입니다. 신뢰도가 높은 편이고 시장 상황을 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글로벌 변수로는 소비자 물가 지수, 소비자 심리 지수, 재고 관리 지수 등을 보면 좋습니다. 또, '발틱 운임 지수'라고 벌크선 종합 시황을 보여주는 수치가 있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물건을 서로 실으려 해서 운임이 올라가니까 이 지수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지수가 내려오면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피케티 지수'도 참고하면 좋습니다. 자산 가치를 국민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높을수록 근로 소득보다 자본 소득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양극화가 극심하고 기득권이 부(富)를 더 누리려고 하는 나라는 이 수치가 높아집니다. 이것으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3년 후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현재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하여 설명해 주세요.
지금보다 비싸질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고 입주 물량만 2023년에 40만 호입니다. 3년 후인 2026년부터는 3기 신도시 입주가 가시화되는 시기이고요. 현재 경제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기업 부채뿐 아니라 가계 부채도 심각하고 해외 상황도 좋지 않아요. 그래서 주택 가격은 앞으로 더 하락할 수도 있고 횡보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합리적입니다. 변수는 정부의 투자, 투기 조장을 전제로 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입니다. 임대 사업자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이건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2023년 3월 2일부터 매입 임대 사업자 및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했습니다. 일부 하락폭이 큰 지역의 부동산에 대한 매집 행위가 일어날 것이고, 이를 기점으로 또다시 투자, 투기 세력의 선동이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다 만일 미분양 매입시 양도세 한시적 감면 대책까지 던진다면 시장에 다시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2의 영끌 사태가 만들어질지도 모르죠.
전세 대출이라는 포장으로 청년들의 노동력과 소득으로 주택 가격을 떠받쳐 합법적으로 약탈해가는 기득권의 행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행태를 방치하다 보면 청년들의 미래는 물론 국가의 미래까지 망칠 수 있어요. 전세 대출 제도가 정말 필요한 일부 계층에게만 지원된다면 부동산 거품은 확실히 없어질 것이고, 청년들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인구가 늘어나고 국가가 발전하게 되면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상승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 교수이자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초빙 교수, 서울사이버대 대우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부동산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임대주택연구소를 운영하였고, 제8대 한국부동산학박사회 회장, (사)한국부동산경제협회 회장, 한국주택신문 전문가협회 회장, 국제부동산정책학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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