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어린이와 나란히 한 여행에서 배운 것들 (G. 이지나 작가)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 중 하나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시는, 산문집 『어린이의 여행법』을 출간하신 이지나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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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얼이와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를 '데리고' 여행 다니는 게 힘들지 않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솔직히 별로 힘들지 않았다. 얼이를 '데리고' 여행한다는 생각도 그다지 해보지 않았다. 그 이유를 그 순간 알았다. 얼이는 내가 데리고 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이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매 순간 한 명분의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한 자리를 온전히 차지하고 존재하며, 함께 먹고 잠을 자고, 모든 것을 같이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는 다가와 나를 토닥이며 일으켰다. 내가 얼이에게 했던 것처럼. 얼이도 나에게 똑같이.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이지나 작가님의 책 『어린이의 여행법』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어린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이 아닌 어린이와 '함께', '나란히' 하는 여행이 등장합니다. 이 여행에서 어린이는 감탄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어린이의 여행법』을 쓰신 이지나 작가님을 모시고 불편하고 아름다운, 어쩌면 불편해서 아름다운 여행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이지나 편> 

오은 :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은 시간 말고도 공간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 중 하나는 '시간'이라고 명명하신 이유를 여쭙고 싶어요.

이지나 :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했던 말인데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여행이 그 시간을 나누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요. 

오은 : 작가님의 두 번째 책입니다. 『어린이의 여행법』에 아주 귀여운 장면이 있습니다. 보통 여행을 갈 때 최대한 짐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갖고 가야 된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물론, 그러면서도 결국 캐리어를 끌고 가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요.(웃음) 그런데 작가님은 여행을 갈 때조차 실용성이 아니라 귀여워서, 따뜻해서 물건 하나씩을 더 챙겨 넣더라고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래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지금 이지나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이지나 : 질문을 받고 가방 안에 있는 것을 정말 넣지도 빼지도 않고 한번 뒤져봤어요. 봤더니 언제 넣었는지 모르는 마른 강아지 풀이랑 은행잎이 나왔어요.(웃음) 은행잎은 한 작년 가을쯤 하굣길에 '얼이'가 넣어 달라고 해서 넣었던 기억이 나고요. 

오은 : 방금 '얼이' 말씀을 하셨는데요. 책의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인 작가님의 여행 메이트이자 자녀분이시죠. 얼이의 책 후기가 궁금했어요.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들려주세요. 

이지나 : 저도 사실은 책이 나오고 나서 어느 누구보다 얼이의 반응이 궁금했거든요. 물론 쓸 때도 일부 원고는 얼이에게 보여주고, 얘기도 많이 나누긴 했어요. 특히, 얼이의 감정이 드러나거나 하는 부분들은 얼이도 어린이로서의 체면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보여주고 "엄마가 이 글을 이렇게 써도 되겠니?" 하고 물어봤고요. 하지만 원고 전체를 본 건 책이 완성되고 난 다음이거든요. 저도 너무 궁금해서 책 어땠는지 물어봤더니 "엄마, 나는 이 책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좋았어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게 저한테 굉장히 큰 감동이었어요. 얼이가 원래도 어떤 얘기할 때 "여름도 좋고 겨울도 좋아"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책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좋았다고 한 말이 참 좋았어요.

오은 : 이지나 작가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시간이지나'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26개국을 여행하며 20대를 채웠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책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를 썼다. 여행을 좋아해서 나이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기를 원했고, 결혼하고 아이 '얼이'가 태어난 후에도 그 꿈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 속에서 틈나는 대로 여행을 계속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을 여행하셨잖아요. 그 중 아이와 함께 떠난 나라의 숫자는 어느 정도 될까요?

이지나 : 함께 여행한 나라는 한 22개국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오은 : 이제 『어린이의 여행법』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이지나 : 『어린이의 여행법』은 여행을 정말 좋아하던 사람이 아이가 생겼고, 그렇지만 아이가 생기면 여행을 미루거나 멈추는데요. 그러는 대신 아이랑 함께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쓰인 얘기예요.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서, 그 여정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 그 순간의 조각들을 모아 담은 책입니다. 

오은 : 첫 머리에 있는 글을 '제사'라고 하잖아요. 거기에 쓰신 '세상을 여행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아이였던 당신에게'라는 말에 굉장히 오래 머물렀습니다. <채널예스> 서면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죠. "어린이가 세상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여기서 어린이는 지금 현재 어린 사람이기도 하고 언젠가 어린이였던 우리 모두이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책이라는 것도 출간이 되면 여행을 하는 것일 텐데요. 책의 여행이 도착할 대상은 우리 모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여기에 어떤 생각을 담으셨는지 여쭙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지나 : 책의 제목이 『어린이의 여행법』이어서 아이가 있으신 분들이 부모님들이 많이 읽어주시는 것 같아요. 그 외에는요. 쓰면서도 생각하기는 했지만 어린이들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하는데요.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들은 오히려 아이가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되새기고 또 되돌아보고 할 기회들이 많이 있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은 어른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해요. 그런 어른들에게도 사실은 어린 시절을 다시 기억하고 되돌아볼 기회들이 있으면 더 좋겠다 생각했고요. 그래서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여행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썼습니다.

오은 : 38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수한 생의 방식을 배워간다는 의미다." 물론 아이라는 존재도 한 명의 인간이기 때문에요. 함께 살게 되면 당연히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처음에는 말도 못하고, 걸음마도 못하는 존재였다가 성장을 해 나가는 거잖아요. 때문에 아이와 함께 살기 전과 후, 작가님의 인생이 많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스스로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시는지도 궁금해요.

이지나 : 엄마가 되고 나니까요. 어디를 가든지 엄마들이 보였어요. 어디에 가든지 아이들이 있는 것도 보였고요. 그전에는 사실 아이들이 그렇게 곳곳에 있는지 몰랐거든요. 하다못해 저는 제 엄마에 대해서도 그렇게 애틋하게, 애달프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마가 되고 나서 제 세상에 훨씬 사람들이 많아진 거죠. 

또, 오은 시인님도 시를 쓰시니까 아시겠지만 단어 하나에도 진짜 온 세계의 의미들이 담겨 있잖아요. 아이를 기르다 보면 세상이 좁아지고 시야가 좁아진다는 얘기들도 많이 하지만요. 저는 오히려 한 사람을 계속해서 바라볼 때 한 사람이 온 세상과 같다고도 생각해요. 그런 비유를 많이 하는데 진짜 아이 한 명에게서 온 세상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아이를 기르면서 제 세상이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보게 됐고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이지나 : 정말 많은 책이 떠올랐는데요. 역시 처음 떠오른 책이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인 것 같아요. 그것이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이고요. 읽으면서 정말 너무 행복했던 책이에요. 무엇보다 어린이의 멋짐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읽으면서 굉장히 벅차고 뭉클했던 이유가 어린이의 멋짐을 아는 존재들이 어린이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그 책이 많은 분들한테 읽혀서 저는 덩달아 너무 기뻤거든요.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겠구나 싶어서요. 그런 여러 생각들로 책을 읽고 굉장히 벅차고 기쁜 마음들이 있었고요. 그리고 『어린이라는 세계』가 사실은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지나

디자인 스튜디오 '시간이지나'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책 『지루한 여행을 떠났으면 해』를 썼다. 여행을 좋아해서 나이보다 만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기를 원했고, 결혼하고 아이 '얼이'가 태어난 후에도 그 꿈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 속에서 틈나는 대로 여행을 계속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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