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돌봄의 온도』는 노화와 치매로 점점 소녀가 되어 가는 엄마를 가족 요양보호로 케어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 이은주가, 엄마와의 애틋한 동행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실패하지 않는 가족 돌봄의 비결과 지속 가능한 가족 돌봄을 위한 자기돌봄의 중요성을 전하는 에세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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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작가

『돌봄의 온도』는 노화와 치매로 점점 소녀가 되어 가는 엄마를 가족 요양보호로 케어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 이은주가, 엄마와의 애틋한 동행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실패하지 않는 가족 돌봄의 비결과 지속 가능한 가족 돌봄을 위한 자기돌봄의 중요성을 전하는, 가족 돌봄의 마음과 재가 요양보호의 실천을 담은 에세이다. 신들의 요양보호사 이은주가 제안하는 실패하지 않는 가족 돌봄의 비결은, 바로 회복 탄력성을 위한 자기 돌봄과 가족 구성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당당하게 요청하는 일이다. 사랑의 본질, 희생의 고귀함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서 돌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발견해 낸다면, 고립과 고통이라는 숙명을 건너, 회복 탄력성에 대한 놀라운 경험과 신뢰와 지지에 기반한 따사로운 평화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이은주 돌봄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돌봄의 온도』가 출간되었습니다. 애초에 돌봄 시리즈는 3부작이라고 말씀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권 더 나온 셈이네요. 『돌봄의 온도』를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책에는 어떤 내용이 실렸으며,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까?

『돌봄의 온도』는 치매 단계에 들어선 엄마를 돌보며 점점 고립되어 가는 나와 엄마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되었어요. 치매에 걸린 엄마에 대해서 쓰는 것은 저에게는 물론 엄마에게도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지만, 그런데도 이 책을 내게 된 것은 더 나은 돌봄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며, 독자들과 돌봄 경험을 공유하면서 아직 돌봄에 개입하지 않은 세대에게 돌봄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출판사에서 헤드 카피로 정한 '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 엄마의 요양보호사가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그냥 개념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시적인 언어, 근사한 카피로 규정하면 이해는 편하지만 현실에서의 디테일을 다 삼켜버리니까 그 느낌을 온전히 경험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책을 읽으면 되겠지만, 그래도 인터뷰에 잠깐이라도 그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신다면요.

지난 여름 엄마와 저는 치열했어요. 때때로 엄마와 저의 위치가 바뀌었지요. 엄마는 소녀가 되어 졸랐고, 저는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의 주문에 응답하기 바빴어요. 엄마는 걷지 못하다가, 기력을 되찾았다가, 더 나빠졌다가, 훌륭하게 극복했다가를 반복했어요. 그러는 동안 저는 어떤 규칙이 있는지 밝히고자 했던 노력을 멈추었지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끌어내 쓰기로 한 거예요.

엄마의 요양보호사가 되어 엄마를 관찰하고 그때마다 필요한 것을 준비하도록 노력했어요. 가령 여러 날 변비로 고생을 하면 내과에 모시고 가서 마그밀을 처방받아 왔지요. 여름 더위로 식욕을 잃고 누워만 계실 때는 영양제를 2주 동안 2회 맞혀 드리고 입맛이 돌아올 때 맛있는 것, 먹고 싶은 것을 사드리거나 해 드리면서 여름을 났어요. 말 그대로 엄마의 엄마가 되어서 돌봄을 마치고 집에 와서 쉬는 순간에도 다음날 엄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했지요. 그리고 엄마의 지나가는 말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해 두었어요. 밤에 켜는 야간등이 더 밝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전등을 교체해 주는 방식으로요.

'돌봄의 온도'는 가족 돌봄의 어려움과 한계, 그리고 희망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제에서 밝힌 '회복 탄력성'을 위한 최소한의 방식이라고 이해합니다. 돌봄에 있어 급하지도 느리지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가족돌봄의 어려움과 '돌봄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요.

돌봄을 하다 보면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이런 갇힌 돌봄은 요양보호사인 저나 당사자에게도 좋지 않아요. 돌봄 신호라고 자신만의 매뉴얼이 있어요. 온 세상이 죽음으로 가득 찬 기분이 들면서 걱정이 앞설 때는 잠시 앞치마를 풀어놓고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도록 친구들을 만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회복하는 순간을 만들어요. 그리고 가족에게 SOS신호도 보내지요. 도와달라고 말이에요. 남동생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느 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엄마를 부탁하기도 하고 자율적으로 주말이면 조카들이 와서 할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득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어요.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보내거나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외출을 하지요. 그 의미에서 강의가 있어서 지방에 기차를 타고 가는 짧은 여행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돌봄의 온도는 너무 뜨거워도 안 되고, 또 너무 차가워도 안 되니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일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지 아프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거니까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돌봄의 본질과 멀어지기만 할 뿐입니다.

책 후반부는 우리나라 '돌봄 정책'과 우리 사회의 '돌봄 인식'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돌봄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책의 수준은 어떠하며, 어떤 방향으로 모색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느낀 바를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돌봄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사회 각 부문의 연대가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요즘 읽은 책 중에 『각자도사 사회』라는 책이 있어요. 소제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존엄한 죽음을 가로막는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성찰하다' 등등. 돌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족이 있고 없고에 따라 돌봄의 질은 전혀 달라요. 문제는 부모 돌봄에 있어서 출장이나 돌봄 당사자가 아플 때 부모를 누구에게 부탁할 것인가 하는 거예요. 단기 요양 시설, 반나절이라도 자유롭게 구 단위로 운영되는 곳이 절실히 필요하지요. 

돌봄 커뮤니티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가족 중에서 파킨슨 판정을 받았다라고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면 파킨슨 어머니를 10년 동안 간병한 선생님이 병원은 어디가 좋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글을 올려주거든요. 자연히 정서적 지지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도 있고, 어머니가 쓰던 욕창 매트리스나 복지 용구를 기증해서 필요한 분들과 나눔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이런 모든 것이 민간에서만 일어나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돌봄의 초기부터 중기, 말기까지 동행해 주는 '돌봄 친구'를 요양보호사 중심으로 마을 단위에서 지원해 주는 건 어떨까요?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침대에 안전봉을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드릴 것 등처럼 사소한 것들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돌봄 친구 제도'가 필요합니다. 물론 욕창 초기에 잡아드릴 수 있는 복지용구 안내도 돕고요. 또한, 부모 돌봄이 긍지가 되는 사회를 만들어서 '부모 돌봄 휴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사회 전체가 돌봄 효과, 돌봄 정책, 돌봄 마인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하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부터 돌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영역으로도 가겠지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부모돌봄을 하는데 한 달 수령액은 40만 원 선이에요. 이는 부모 돌봄을 정당한 노동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왜 주 3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면서 받는 요양보호사 임금보다 적어야 하는지 묻고 싶어요. 부모 돌봄은 3시간 이상 초과할 때가 더 많은데 말이지요. 보호자가 보호가 필요한 부모가 사는 집 근처로 이동할 경우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봐요. 반대로 부모님이 자식이 사는 집 근처로 이사 올 경우도 지원이 필요하지요. 

그렇게 해야 마을 공동체 돌봄이 가능해져요. 안심하고 교차 돌봄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좋은 방안이고요. 헌혈처럼 돌봄 은행 제도가 있어서 미리 돌봄 봉사를 해두고 그 시간 동안만큼 필요할 때 돌봄을 부탁할 수 있는 제도는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부모 돌봄 1년 차에서 20여 년 차까지 중간중간 여행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성수기 이외의 펜션이나 숙박업체에서 돌봄에 지친 가구가 잠시 쉴 수 있도록 여행 바우처 패키지를 만드는 거지요. 부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이사를 갔을 때 정착 지원금 제도도 있을 수 있겠고 그곳이 농촌일 경우 농업 지식을 위한 교육 바우처도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부모 근접권, 임대 주택 제공, 교차 돌봄 네트워크, 돌봄 은행 제도, 여행 바우처를 실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고 싶어요.


ⓒ 씨리얼

『돌봄의 온도』 표지의 제목을 어머니가 직접 손으로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받고 어머니는 마음에 들어 하셨나요? 책과 관련하여 어머니와의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그리고 어머니는 이은주에게 어떤 분이셨나요? 또 어떤 삶을 살아오셨나요?

엄마는 대단히 만족해 하셨어요. 동시에 부끄러워도 하셨지요.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에게 손글씨를 부탁했을 때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정성 들여 쓰고 또 써서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하셨어요. 자식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뻐 보였습니다. 엄마는 제가 중학교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간을 내어 동네 서점에 갔어요. 그리고 김소월 시집, 김남조 시집, 윤동주 시집, 세계시인선 등을 사주셨지요. 그때 알게 된 시인 중에는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고 노래한 아폴리네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푸쉬킨, 가지 않은 길의 로버트 프로스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워즈워스 등 다양했지요. 그때는 LP 레코드점도 서점 근처에 있어서 엄마가 젊었을 때 이야기를 듣고는 했어요. 아름답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가난하기도 한 그런 시절의 이야기들이요.

엄마는 늘 일하는 엄마였어요. 저도 자라면 그렇게 엄마처럼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요. 돌이켜보면 엄마에게도 생의 변환 주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변환주기를 자식과 함께 겪는 것이 당신에게는 아주 힘이 들어 보였지요. 저는 IMF 때 모든 것을 잃은 엄마를 보았어요. 최선을 다한 삶이 마지막에 실패를 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삶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까. 엄마는 손자, 손녀들을 돌보면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듯했어요.

가족사를 이렇게 에세이로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본명을 쓰기도 가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부끄러운 부분도 드러나게 되는데 가족들의 동의는 어떠했습니까? 특히 남동생인 동원 씨를 특별히 언급하면서 이 책을 헌정했는데, 동원 씨의 반응은 어떤가요? 그리고 이렇게 좋은 책을 내 준 이은주와 이은주의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독자를 대신해 전합니다.

저는 조금 뻔뻔해지고 싶었어요. 가족의 일을 부끄러워하고, 가난을, 질병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가족을 설득할 수 있었어요. 엄마가 제일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흉을 보나 하고. 하지만 제가 하는 일, 돌봄에 조금은 마음이 움직인 것 같아요.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이후 저는 가족 단톡방에 매일 엄마 돌봄의 기록을 공유했어요. 5년이 되자 남동생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늘 엄마가 된장찌개를 끓여서 상을 차렸는데 어느 사이 남동생이 시장에 가서 장을 보거나 반찬을 사오고, 병원 동행을 하게 되었지요. 놀라운 변화였고 아마 자신도 그 변화에 만족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가명을 쓸까 물었더니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라고 말했고, 책이 나와서 선물을 하자 "난 책 안 읽는데"라고 말했어요. 남동생은 저를 믿어주고, 제 돌봄의 언어를 따라와 주고 성장해 왔습니다. 그것이 오늘까지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네 번째 에세이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통해 각종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요양보호사의 애환과 현실을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은주를 요양보호사 에세이스트로 소개하는데, 번역가로서 일본 문학 전문가로서 아쉬움은 없나요? '돌봄의 작가' 이은주에 만족하시나요? 삶을 문학으로 형상화하는 에세이스트로서 단지 현재의 삶이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에 그런 건데, 다른 에세이나 소설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다음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이미 문학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목소리를 가졌으니까요. 단편 소설을 쓰고 있는데 발표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지금 번역하고 있는 책이 일본에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4권을 완역한 요시카와 카즈요시 선생님의 '프루스트 입문서'예요. 프루스트는 자신의 생을 모두 이 책에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저도 이렇게 한 권 한 권 발표하다보면 '돌봄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 가장 소중한 가치로 기억되는 영역'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치 음악처럼 조금씩 변주를 하며 심화하는 과정을 문학 안에서 넓히고 싶어요.



*이은주

에세이스트, 일본 문학 번역가, 요양보호사. 번역가가 되기 위해 20대부터 꿈을 키웠으며,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조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최근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돌봄의 온도
돌봄의 온도
이은주 저
헤르츠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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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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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번역가가 되기 위해 20대부터 꿈을 키웠으며,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를 번역하면서 꿈을 이루었고, 이후로도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4년 동안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열린책들’에서 나왔을 때는 일본대학 입학 때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기분이 들었다. 이후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죽을힘을 다해 투잡, 쓰리잡을 했지만, 문학에 대한 갈망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지타니 오사무의 『배를 타라』 3권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근무 틈틈이 번역하면서 ‘꼭 등단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최근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번역가에서 에세이스트로의 변화를 꿈꾸며 네 편의 에세이를 집필했다.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한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주의산만증ADHD인 조카손자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20대 유학시절에 만난 인연과 문학을 향한 분투를 담은 『동경인연』을 출간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직접 재가 요양보호를 담당한 이야기를『돌봄의 온도』(헤르츠나인, 2023)로 정리했다. 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좋은책만들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작가정신),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갤리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배를 타라』(북폴리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마르코폴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