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사랑에게』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정성스러운 손그림으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그림책 작가 서은영의 신작입니다. 엄마가 되어 처음 느껴 본 낯설고도 포근한 감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는 그림 에세이로, 아이를 향한 편지글과 직접 그린 수채화가 페이지마다 담겨 있습니다. 눈앞에 찾아온 소중한 생명에 엄청난 행복을 느끼다가도 처음 하는 육아에 버겁고 막막한 심정을 느끼는 엄마들에게, 우리 모두가 서투르니 괜찮다고 위로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그림 에세이 『나를 닮은 사랑에게』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간략한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그림책 작가로 일을 시작한 해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에 부칠 거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지더라고요. 처음 경험하는 출산과 육아를 계기로 자연스레 제 감정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의 늪을 박차고 빠져나갈 힘도 아이로부터 얻었습니다. 순수한 눈망울을 지켜줘야겠다는 다짐을 할 때면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뭔가를 가르칠 땐 그동안 당연히 여겨오던 것들이 올바른지 고민해 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아이를 관찰하고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독립된 존재로서 사랑하게 되었고, 동시에 엄마인 저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고자 이 책을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최대한 생생하게 기록하려다 보니 편지 형식의 에세이가 되었네요.
제목부터 울컥했다는 엄마 독자분들이 많은데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해요!
기획 단계에서 이 책의 가제는 『나를 닮은 너에게』였는데요, 아이를 지칭하는 ‘너’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변경해 『나를 닮은 사랑에게』라는 최종 제목을 완성했습니다. 사랑이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고는 바로 제목을 결정했답니다. 조금은 상투적이지만 아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느린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느려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나를 닮은 모습을 보며 불안하고 초조해하기보단 더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너무나 다른 면도 있죠. 그래서 아이를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들고 더욱더 사랑스럽습니다. ‘엄마와 닮은 점을 품고 있지만 어떻게 자랄지 예상 불가능한 아이가 이해와 사랑을 두둑이 받으면서 삶을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응원의 마음을 담아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책 속의 그림들은 모두 고양이가 주인공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재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집사입니다. 작업실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이 자연스레 제 그림의 소재가 되었어요. 독립적이지만 친근하고, 까칠한 듯 허당 같은 고양이들의 매력을 그리고자 붓을 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속에 제 이야기가 녹아들었네요. 나와 아이의 모습, 마음속에 흘러넘치는 엄마의 사랑을 고양이 가족의 모습에 담게 되었답니다.
그림과 글이 꽤 많이 실려 있어요. 80여 편의 작품 중 가장 소개하고 싶은 내용을 골라 주세요.
「나와 꼭 닮은 너」 중 “앞으로 인생에 파도가 치기도 하고 모래밭에 엎어질 일도 생기겠지만, 다시 일어날 힘을 내가 보탤 수 있다면 좋겠어. 힘들 때마다 얼굴을 묻고 실컷 울 수 있는 베개가 되어줄게. 너를 위해 엄마는 더욱 푹신해져 볼게.”라는 구절을 꼽고 싶어요. 아이를 만나 얼마 안 됐을 때 했던 다짐이면서, 앞으로도 변치 말아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억울할 때, 삐쳤을 때, 애가 탈 때, 울적할 때 등 아이의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망설임 없이 얼굴을 파묻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엄마로서 중심이 흔들릴 때면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굳은 다짐을 한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시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옵니다. 아날로그 작업의 매력을 전해 주세요.
손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많은 아름다움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연필을 움직이며 고민을 거듭할수록 쌓이는 지우개 가루, 수채화용 종이에 스케치를 옮겨 그릴 때의 신중한 숨소리, 물감이 종이에 퍼져나가다가 싸악 흡수되는 순간, 물감끼리 섞일 때의 색 변화, 어떤 붓을 쓸까 고민하는 손가락 근육, 딥펜의 사각거리는 소리······. undo(디지털 상에서의 실행 취소)가 불가능하기에 긴장하고 정성 들인 하나하나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질 때의 희열은 포기하기가 힘들어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제 손에 닿는 종이의 촉감도 좋고요.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마치 아기처럼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살펴볼 때의 뿌듯함이 제가 계속 손그림을 그리는 강력한 이유예요.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우선 저는 제 마음을 잘 표현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릅니다. 아이에게도 표현을 충분히 해야 엄마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마음에 새기겠지요. 같은 맥락에서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말로써 글로써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직업을 갖든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그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을 덜 엉키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닮은 사랑에게』가 독자님에게 어떤 책이 되었으면 하나요? 더불어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이나 꿈도 궁금합니다.
아이를 재우고 난 후 엄마 자신만의 시간에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많이 서툴렀고 크고 작은 후회를 했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라며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곁에 있는 이 아이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존재인지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아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또는 나를 낳아주신 감사한 엄마에게 선물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도 추천합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 작업을 해왔는데, 글과 그림을 함께 담은 에세이 작업은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다채롭게 구상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분들에게 그림과 활자로 말을 건네며 한 발짝씩 다가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은영 한 아이의 엄마이자 그림책 작가. 9년간 게임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손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좇아 영국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이후 영국 출판사와 함께 『A Harry & Lil Story』, 『Cat Family Christmas』 시리즈의 그림 작업을 했으며 2022년에는 직접 쓰고 그린 책 《나의 빨간 공》을 출간했다. 최근 『Cat Family Christmas』 한국어 번역본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