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차린 밥상』은 이 시대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소설, 수필, 판소리를 통해 문학 속 우리 음식을 만나는 음식과 이야기가 있는 책이다. 문학에는 인생이, 철학이, 인간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천 년의 우리 음식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디에서도 알려 주지 않은 전통 음식이 등장하기도 하고, 잊혔다고 생각한 그리운 음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문학이야말로 우리 삶을 그대로 녹여낸, 역사책보다 가까운 살아 숨 쉬는 음식 인문학 그 자체다. 『문학이 차린 밥상』 저자를 만나 우리 음식 한식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36년간 가르치다가 2년 전에 은퇴하여 자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에서 ‘음식 인문학’ 강의를 요청받아 대학원생과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과 대한가정학회 회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구 영양학을 배우고 가르칠수록 한식에 매료되어 이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 강연도 다니고, 한식 문화 관련 책도 여럿 썼습니다.
『문학이 차린 밥상』이 그동안의 소설에 대한 짝사랑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하셨는데, 이 책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특히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글쓰기 실력으로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습니다. 영양학을 공부하면서도 늘 소설, 수필 등 책을 무지하게 읽은 편입니다. 그러다 고교 시절부터 읽었던 한국 소설 속에서 이 땅을 살았던 사람들을 만났고, 특히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우리 전통 음식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에 대한 짝사랑이 오히려 소설을 토대로 한 한국인의 음식 문화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학 속 음식으로 역사, 문화, 시대상을 이야기한다는 게 무척 흥미롭습니다. 많은 문학 중에서도 소설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또 소설 작품 중에서 『혼불』, 『미망』, 『토지』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문학 중에서도 특히 소설은 인간의 삶을 가장 세세히 잘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혼불』, 『미망』, 『토지』는 많은 소설 중에서도 여성 작가가 쓴 대하소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하소설이라 여러 세대를 다루고 또 시대 배경은 근대 이후 일제 강점기를 다루므로 당시 생활상이 잘 드러나 있죠. 그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의 시대 변천도 살필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전통 음식 문화를 공부하는 데 소설은 좋은 텍스트입니다. 제가 한식의 뿌리가 되는 개성 음식을 찾기 위해 개성 출신 전통 세대 인터뷰를 계획했지만 대부분 돌아가시고 만날 수 없었습니다. 소설 『미망』을 통해 전통 세대들의 개성 음식 문화를 세세히 만날 수 있었으니 행복했지요.
한국인의 혼이 담긴 소울 푸드는 『혼불』에 있다고 언급해 주셨는데, 그럼 작가님의 소울 푸드는 어떤 음식인지 궁금합니다. 혹은 책 속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음식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혼불』은 한국인의 혼을 다룬 소설입니다. 예를 들어 상례 시에 망자가 배곯지 않고 먼 길을 떠날 수 있도록 흰쌀을 입에 넣어 주던 풍습인 반함이 자세히 그려집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즐겨 먹던 피죽부터 시작해 전복죽까지 등장하고 산후에 먹던 가물치 고음에 담긴 설화까지 등장합니다. 또, 시절 음식으로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으며 노는 풍경 등 지금은 사라진 우리 전통 음식 문화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요. 결국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우리 소울 푸드가 사라지고 있는데, 이를 『혼불』에서는 만날 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북한 해주가 고향이신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미망』 속 호박김치찌개가 제게는 아버지를 추억하는 소울 푸드입니다.
이 책의 시작에서 운을 떼 주신 것처럼 먹거리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한식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시선을 거둘 수 없는데요, 앞으로 한식이 사양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노력해야 할까요? 앞으로의 한식에 대한 작가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우리 한식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한식이 케이-푸드(K-Food)라는 이름을 달고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음식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한식이 매력적인 음식이 아니고 젊은이들은 특히 한식을 즐겨 찾지 않지요. 왜일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한식을 잘 모릅니다. 한식은 너무 익숙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이를 공부하지 않습니다. 한식에 담긴 수천 년의 역사나 문화 그리고 민족 정서는 이제 박제된 유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식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 이때, 이제는 한식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한식의 인문학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음식을 주제로 정말 다양한 책을 출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설 속 음식 이야기를 엮은 책을 내셨는데 다음은 어떤 음식 시리즈를 집필하실 예정이신가요? 다음 책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한식 인문학 시리즈로 『밥의 인문학』, 『채소의 인문학』, 『고기의 인문학』, 『바다음식의 인문학』을 10여 년 전부터 쭉 펴내고 있습니다. 이 한식 인문학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양념의 인문학’을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양념에 있다고 보는데 최근 서양의 향신료는 잘 알아도 우리 전통 양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합니다. 이를 알리고 싶어 쓰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학이 차린 밥상』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요즘은 책을 사지 않고,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합니다. 반면 음식을 취향과 미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학 속 사라지는 한국 전통 음식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을 담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분들은 진정한 미식을 만나고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혼(魂), 미(美), 향(香), 한(恨), 반(反), 정(情)을 우리 문학 속에서 만나 보세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에 담긴 음식 문화 속에서 찾기 바랍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