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생각한다
차에 치이고 싶어요
그럼 오늘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파티션 아래는 못생긴 키보드와
왼쪽만 닳은 마우스가 있다
나는
광고주로부터 사람을 배운다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점심은 언제나 상사의 취향
나는 다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아요
시인이라 그런가
많이 힘들었지?
그래서 또 다른 일을 하나 더 가져왔어
그러니
오늘은 아무도 다들 집에 갈 생각 하지 마
양화대교만 넘으면 우리 집인데
집에 누워 있으면
아무 꿈도 꾸지 않을 수 있는데
시인이라 그런가
내가 만든 카피는 사라졌다
광고주님 말씀 기억 안 나?
최대한
화려하면서 심플하게
시인이라 그런가
조사 하나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데
나는 필경사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내 글은
내 글이 아니에요
시인이라 그런가
못내 속이 상했던 나는
퇴근길에
불의의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내일
회사 가지 않을 수 있을텐데
- 「회사를 정주행하면 시름을 드려요」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이소호)
뽑아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해내겠다고, 무엇이든 되겠다고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반복되는 출근과 함께 점점 버석버석 메말라가는 직장인들. 이 길이 맞나. 정말 먹고 살 방법이 이것뿐일까. 나는 어쩌다 이 일을 선택했을까. 일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걸까. 출근 자체가 문제는 아닐 거예요. 일을 하면서 쌓인 서운한 마음, 답답한 마음이 엉키고 곪아 상처가 된 거겠죠. 퇴사는 약이 될까요? 약인 줄 알고 먹었는데 독이면 어쩌죠. 출근과 독약 중 무엇이 더 나쁠까요. 오늘도 답 없는 고민으로 꽉 채운 머리를 받치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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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출판사 |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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