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사춘기는 모든 부모가 겪을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이지만 청소년 분야에서 오래도록 상담과 교육을 해 온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저자 신재호에게도 쉽지 않았다. 흔히 사춘기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춘기는 초기 개입이 중요하므로, 먼저 어떠한 증상인지 부모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를 세심하게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험난한 시기를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신재호 작가님. 출간 축하드립니다. 작가님의 소개와 함께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먼저 감사합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한 후 청소년 상담을 해오다가 법무부 상담교사 특채로 임용되어 비행 청소년 교정 및 교화에 오랜 기간 힘써왔습니다. 청소년 분야에 오래도록 있으면서 다양한 사례를 경험했기에 내 아이는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들이 사춘기에 진입하면서 매일 매일을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블로그에 담아 보았는데 그때 마침 한 매체에서 연재 기사를 제의했고, 기사로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자녀의 사춘기, 아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어떤 대화로 풀어나가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사춘기 때 아빠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무래도 그 시기에 엄마와 학업 등 여러 요인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크니 이때 아빠는 완충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잔소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최대한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주제를 잘 파악해 놓았다가 이야기를 유도하거나, 힘들거나 어려울 때 지지와 격려를 해주며 숨 쉴 구멍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사춘기 시기에는 섬에 혼자 있는 듯 아무도 내 편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빠가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면 어떨까요. 이때 한 가지 주의한 점은 성급히 다가가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천천히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사춘기는 무조건 초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유심히 살펴야 할 아이의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춘기가 시작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말수가 줄고 사소한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겠죠. 그러려니 하며 넘기기 쉬운데, 그때 가장 신경 써서 보아야 할 점은 심리적인 어려움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눈에 띄게 방 안에만 머물고, 밖에 나가려 하지 않거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면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정보는 집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데, 학부모 상담 등을 통해서 선생님께 아이의 변화를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부모님이 보기에 심각하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인근에 있는 청소년 상담실에서 도움받길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심리검사와 면담을 통해서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오래 근무하신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교육을 받는다고 하셨는데요, 책에서 말씀하신 ‘방임형’, ‘회피형’, ‘분노형’, ‘몰라형’ 부모에 대한 설명과 솔루션을 알려주세요.
각각에 대해서 설명과 솔루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방임형’ 부모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자율성을 주는 것입니다. 그건 믿음과는 차원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아이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충돌은 없기에 표면적인 갈등은 없지만 아이 스스로 부모를 믿을 만한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됩니다. 지나친 간섭이 독이 되듯이, 지나친 방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늘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아이 또한 비빌 언덕으로 느끼게 되겠죠.
‘회피형’은 가장 많이 만나는 부모의 유형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직접 바라보지 않고 주변 탓으로 돌리며 무조건 감싸기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점점 더 나락에 빠지게 됩니다. 부모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 또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책임지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이의 바른 미래를 위해서라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분노형’은 아이의 문제 행동에 감정적 표출만 먼저 내세우는 경우입니다. 물론 아이의 잘못된 모습을 보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고,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것도 이해됩니다. 다만 분노만 표출하게 되면 아이 역시도 계속 반발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관계가 깨지기 마련이죠. 잘못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혼을 내되, 다독이고 품는 모습도 필요합니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듯이 유연함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도 바라보고 지지해주어야 아이가 멀리 도망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몰라형’은 ‘잘 모르겠다.’란 말로 일관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유형입니다. 물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성향이 다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잘못된 점에 관해서 알려고 노력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함은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겠죠. 모른다고 숨지만 말고, 이해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죠. 나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점도 필요한 점입니다.
청소년 상담사로 일하며 심리 공부를 계속 해오셨는데요. 갱년기인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 또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돌보아주는 일에 심리적 지식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셨나요?
저 또한 갱년기가 심하게 왔습니다. 이유 없이 짜증이 늘고, 수시로 분노가 차오르고 잠도 편하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그 시기에 아이의 사춘기까지 겹쳐서 말 그대로 집안에 전쟁이라도 난 듯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심리학을 공부했고, 청소년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런 문제 상황을 빨리 수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보다는 제가 먼저 저의 증상을 똑바로 즉시하고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바로 서야만 아이에게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특히 글을 많이 썼는데요, 힘들고 속상한 감정을 글에 덜어내니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적 지식뿐 아니라 각자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혹은 주변에 마음 나눌 수 있는 지인을 만나서 덜어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님은 사춘기 아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요, 반대로 부모와의 관계를 위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자녀 또한 부모가 마냥 간섭하고, 불편한 존재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나를 지켜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쉽지는 않겠지만 힘들 땐 혼자 끙끙 앓거나 짜증내기 보다는 본인 상황에 대해서 솔직한 털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어려운지 알아야 부모도 정확히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물론 마음이 흐린 날에는 어렵겠지만, 맑은 날이 찾아오면 꼭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
아들과의 경험을 책으로 쓰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으실까요?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가 많이 성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전에는 솔직히 하나의 인격체라고 보기보다는 마냥 어리고 챙겨주어야만 하는 존재로 여겼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좌충우돌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씩 자기 속도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로서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관심을 놓지 않고 힘들 땐 기댈 수 있고, 위로가 필요할 땐 다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역할이면 충분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책을 쓰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으니 이제 곧 사춘기가 시작되는 딸에게는 전보다는 나으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