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턱대고 귀여운 이야기가 당도했다. '네온사인' 시리즈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되는 『여름 붕어빵』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의 세계 ‘킹덤’과 그에 맞서는 무능력자들의 달짝지근한 ‘반란’을 보여준다. 제2회 문윤성SF문학상 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육선민 작가는 전례 없는 참신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고된 현실에 지친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고소한 반죽을 주무르듯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콤팩트한 책, 『여름 붕어빵』. 과연 이 책이 독자에게 선보일 마법의 능력은 무엇일까.
육선민 작가님 안녕하세요. ‘채널예스’를 통해 만나는 독자님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가도 조금은 따뜻하고, 조금은 더 손길을 내미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육선민입니다. 그저 쓰다 보니 어느새 쓰기 중독자처럼 쓰는 일을 끊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살다가 독자님들께 인사드리는 날이 오다니……. 『여름 붕어빵』으로 그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여름 붕어빵』은 여름과 겨울의 완벽한 충돌이 만들어낸 제목을 가지는데요. 심상치 않은 호기심을 이끌어낸 ‘여름’과 ‘붕어빵’의 만남이 궁금합니다.
겉으로 보면 ‘여름에 붕어빵이라고?’ 싶잖아요. 너무 덥고, 뜨겁고. 사실 저는 책이 나오고 다시 읽어보면서 종종 덥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붕어빵을 가장 먹기 싫은 계절이 여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붕어빵의 힘을 믿어요. 추운 날씨에 저를 호록 녹여버릴 수 있는, 사람을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최고 권위자는 아무래도 붕어빵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게 겨울 한정인……. 날이 풀리면 붕어빵은 하나둘 사라지고, 여름에는 누구도 잘 찾지 않는 음식으로 전락해버리죠. 분명 겨울에는 참 큰 힘을 가졌던 음식인데, 정말로 여름이 되면 붕어빵이 지녔던 힘이 사라지는 걸까요? 우리는 그저 붕어빵이 겨울에 가져다주었던 힘을 잊게 되는 것 아닐까요?
사실 붕어빵의 힘은 되게 평범해 보이잖아요. 그냥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이런 힘들은 쉽게 당연시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생각하고 위로해주는 힘을 갖는다는 건 어쩌면 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우리는 가끔 간과하고 사는 듯해요. 그 힘의 크기가 너무도 크다는 것도요. 소설 속 모두가 여름의 붕어빵이라는 이유로 ‘세라’를 무시하고 비웃으며, ‘세라’가 가진 능력이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에요. 저는 여름의 붕어빵을 통해 당연시되고 평범해 보이는 어떤 힘을 다루고 싶었어요. 붕어빵이 가지고 있는 온기나 다정함,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결코 가벼운 힘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름과 붕어빵이 만나게 되었네요.
『여름 붕어빵』 등장인물은 초능력을 다룰 수 있는데요. 그중 주인공 ‘세라’의 능력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붕어빵 만들기’입니다. ‘세라’가 이 초능력을 발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세라’는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에요. ‘세라’는 원래 구원자도 되고 싶지 않았고, 그저 원했던 거라고는 ‘염’과 ‘야보’, ‘세라’, 이 세 친구가 행복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뿐이었어요. 세 사람이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던 게 ‘세라’였죠. 뜨거운 팥을 젓는 일이 힘들지 않았던 것도 팥이 남으면 친구들과 나눠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친구들에게 밥 한 끼라도 더 해 먹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세라’의 힘은 이미 발휘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세라가 능력을 갖게 된 건 세상을, 친구들을 구해야겠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었고, 수많은 능력 중에 ‘붕어빵 만들기’가 능력으로 발휘된 건 세 친구들이 붕어빵을 개발하던 순간이 특별했기 때문이었어요. 그 순간이 소중했고 행복했고, 더 나아가 능력이 고장 난 야보의 몸을 녹여왔던 음식이 붕어빵이었기 때문이었죠. 붕어빵은 세라의 모든 염원이 담긴 음식이었어요. 누군가가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세라의 염원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붕어빵 만들기’로 발현된 거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세라’와 ‘염’, ‘야보’는 ‘킹덤’이라는 권력 집단에 맞서 세상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는 동시에 세 사람의 ‘순정’을 지키겠다고 말하는데요. 이들이 말하는 ‘순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처음에는 힘에 굴복하지 않고 힘과도 무관하고, 세상의 모양새도 중요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 세 사람의 때 묻지 않은 마음이었어요.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세계의 힘은 모두가 있는 그대로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들어요. 세 사람이면 충분했던 이들도 어느새 세 사람만으로는 충분해지지 않는 순간을 맞이하고야 말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이 세 사람을 몰아붙여 이들이 변하더라도, 끝까지 잃지 않고 지키고자 했던 건 서로를 향한 애정이었어요. 돌고 돌아 순정이라고, 아무리 멋지고 큰 힘을 갖게 되더라도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던 마음까지는 변하지 않는 게 이들이 말하는 순정이죠.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순수한 마음만큼은 영원히 잃지 말자는 의미였습니다.
『여름 붕어빵』을 읽으실 독자님들께, 소설의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재미 포인트를 짚어주실 수 있을까요? 작가님이 소개해주는 ‘독서 가이드’를 따라 읽으면 더욱 뜻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독자님들께 한 마디를 꼭 전해야한다면 정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붕어빵을 먹으면서 읽어주세요……. 붕어빵을 먹는 장면에서도, 붕어빵을 만드는 장면에서도, 붕어빵을 떨어뜨리는 장면에서도요. 사실 붕어빵을 만드는 장면을 쓸 때 공을 많이 들였거든요. 붕어빵 먹는 상상도 엄청 했고요. 그래서 붕어빵을 더 많이 사먹었던 것도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발 읽는 분들이 입맛이 돌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기도 했기 때문에, 배가 고파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기 때문에! 꼭! 붕어빵을 함께 드시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기서 웃어도 되나?’하는 부분들은 대부분 웃으라고 쓴 부분들일 것 같아요. 마음껏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여름’만이 남게 된 『여름 붕어빵』의 후속 작품이 탄생한다면,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로 또 다른 ‘구원자’의 삶을 이어가고 싶으세요?
또 여름만 남았다니…….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말 여름을 속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는 구원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기도 해요. 마치 소년만화의 주인공처럼 말이에요. 차근차근 이 여름을 불러온 장본인들과 싸우며 스스로도 성장하고 끝내는 동료들을 이 여름에서 구원해내는, 구원자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물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세라’와는 반대로 모두의 기대를 받고 있는 사람의 무거운 어깨를 다뤄보고 싶달까요. 소소하게 생각해보자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능력자라서 사람들이 모두 기대하지만 사실 이 주인공은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기 위해 매번 애를 쓰고 있다거나, 시원한 바람을 불 수 있는 능력자지만 남몰래 숨이 짧아서 폐활량 운동을 계속 해오고 있다거나……. 이건 너무 붕어빵 버전 같을까요? 흠, 다시 돌아와서, 사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무려 세상을 구하는 일인데. 그러니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에 시달리던 인물이 주변 사람들의 조력을 통해 자신도 구원받고 진정한 구원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통해서 구원자의 삶을 이어가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진정한 구원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방향으로요.
『여름 붕어빵』 속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어간다면 ‘온가’와 ‘드오’의 이야기로 구원자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 소설에서는 크게 다루지 못했지만, 사실 두 친구는 실제로 누군가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는 아이들이거든요. 또 두 사람이 함께여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친구들이고요. 이 친구들이 세상을 떠돌면서 누군가가 볼품없다고 말하는 힘을 키워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힘은 빼앗기도 하며, 정의와 불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구원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은 모두의 구원자가 아니라 소수의 구원자가 될 것 같아서요.
한편으로는 ‘세라’가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는 이야기로 무엇을, 어디까지 구원할 수 있을지 보고 싶은 것도 같아요.
앞으로 집필하고 싶은 소설의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저는 매일 도파민을 좇으며 일종의 도파민 중독자로 살아가고 있어서 가끔은 그런 순도 100%의 재미만을 다룬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과연 제가 생각하는 ‘재미’가 그런 영역인가,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제 소설 속에도 그 도파민이 있길 바라며 야금야금 제 취향의 개그코드를 집어넣지만, 그보다는 여전히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이야기가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떤 세상에서건 순수한 열정과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애정을 쓰고 싶고, 그런 마음이 선연히 느껴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은 ‘이 정도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무언가까지도요. 그 속에서 잠시나마 가볍게 웃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 몽글몽글해질 수도 있는,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놓지 않는…… 중도를 잘 잡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육선민199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22년 「사어들의 세계」로 제2회 문윤성SF문학상 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했다. 중편소설 『비에』를 펴냈고, 소설집 『림: 쿠쉬룩』에 참여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