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친숙한 음식이라고 해서 저절로 다 알게 되는 건 아니죠. 한식부터 K푸드까지 지금 우리가 먹고 소비하는 음식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음식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살펴보는 시대의 모습, 알고 먹으면 의미있는 음식 이면의 지식을 전하는 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모던 키친』
박찬용 저 | 에이치비프레스(HBPRESS)
최첨단 공장부터 오래된 부엌까지 식품 현장의 한복판을 들여다봅니다. 즉석밥, 만두, 라면, 도넛, 피자, 햄버거, 타코, 떡, 식빵, 케이크 등 우리가 즐겨 먹는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취재한 저널리스트의 생생한 기록이 책 속에 가득합니다. 음식을 먹기만 하다 보면 이면에 숨어있는 사람의 모습을 잊기 쉽죠. 하지만 『모던 키친』을 통해 보면 농장과 공장과 주방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명 사진가들이 함께 한 덕분에 멋진 사진도 풍성합니다. 글을 읽기 부담스러운 날은 책에 실린 사진만 봐도 즐거워요. 음식 세계의 뒷편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오늘의 한끼가 달라 보일 거예요.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고영 저 | 포도밭출판사
음식문헌 연구자인 저자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식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며 쓴 책입니다. 매일 먹는 음식,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넘쳐나다 보니 만인이 만인에 대해 음식 평론가 노릇을 하게 되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되어 버렸죠. 하지만 일상의 끼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정말 사실일까요? 국수, 빵, 빙수, 비빔밥, 계란찜, 설렁탕 등 오늘날 한식을 대표하는 음식들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요? 100여 편에 이르는 고조리서, 신문, 잡지, 증언을 토대로 꼼꼼히 조사하고 발굴한 이야기들을 글로 읽는 재미가 각별합니다. 근거 없는 낭설은 시원하게 깨뜨리면서 그동안 우리가 가볍게만 여겼던 빵, 과자, 빙수, 김치와 같은 음식에 얼마나 흥미롭고 복잡한 과정이 숨어있는지 상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 책입니다. 먹는 얘기가 먹는 얘기로만 읽히지 않고 인류와 사람과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실마리를 줄 거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됩니다.
『탐식생활』
이해림 저 | 돌베개
설향, 죽향, 금실, 육보, 장희, 킹스베리. 딸기의 이름은 언제부터 어떻게 다양해졌을까 궁금한 사람이라면 『탐식생활』을 지나칠 수 없습니다. 푸드라이터, 컨텐츠 디렉터로 일하며 tvN <수요미식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저자가 직접 취재하고 모은 식재료와 맛에 대한 기록이 식감을 돋우는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어요. 봄나물, 딸기, 복숭아와 같은 식재료뿐만 아니라 마라, 베트남 음식, 평양냉면, 곰탕까지 음식의 맛에 대한 설명까지, 우리의 원초적 궁금증을 풀어주는 지식이 가득합니다. 뼈등심으로 만든 돼지고기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는 익힘 정도가 왜 미디엄 웰던인지, 왜 1월말부터 3월까지가 식당에서 햇메밀로 만든 면을 맛보기 제일 좋은 시기인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미식가라면 소장하지 않을 수 없죠.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정은정 저 | 한티재
『대한민국 치킨전』으로 유명한 농촌 사회학 연구자 정은정이 쓴 에세이를 모았습니다. 맛집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밥과 노동,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우리가 음식의 맛과 영양만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기억과 사연을 살펴야 할 이유를 알려주죠. 천 원 김과 군고구마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구슬아이스크림이 녹는 장면에서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비극적 죽음을 떠올리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들이 무겁고 복잡하며 귀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농민, 자영업자, 노동자가 나 자신과 촘촘히 엮여 있는 세상에서 과연 나는 제대로 먹고 있는 건가 질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모던 키친
출판사 | 에이치비프레스(HBPRESS)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출판사 | 포도밭출판사
탐식생활
출판사 | 돌베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출판사 | 한티재
대한민국 치킨전
출판사 | 따비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주변 사람들이 푸드파이터인지 푸드라이터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진심이다. 캐나다 이민 시절 100kg 직전까지 체중이 불었다가 20kg 이상 감량하면서 음식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실감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