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리뷰] 교도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우리 사회의 맨얼굴
철학과 졸업 후 진로를 바꿔 정신과 전문의가 된 노무라 도시아키. 그가 20년간 다수의 교정시설에서 근무한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글 : 변지영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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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노무라 도시아키 저/송경원 역 | 지금이책

 

어렸을 때부터 주의가 산만하고 한시도 가만있지 못해서 매일 혼이 나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자라 소년원, 구치소,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가 된다. 중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 우울장애, 발달장애, 지적장애 등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 들어오는 곳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우리는 보통 보고 싶지 않은 것,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어딘가에 가둬두고 마치 그런 것들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잊고 지내곤 한다. 비행이나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크게 다룬 사건이라 해도 범인이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교정시설에 수용되면, 우리는 그걸로 한 건 해결됐다 여기고 그대로 잊어버린다. (265쪽)

 

저자는 20년간 교정시설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수감자,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교도관과 함께 생활한 경험을 담아 책을 썼다. 첫 직장은 의료소년원이었다. 수감된 청소년들 중 정신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가게 되는, 의료 여건을 갖춘 소년원을 말한다. 어린 시절 작은 비행으로 소년원에 들어갔다가 점차 범죄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일생을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애초에 비행이 일어나는 이유를 주목한다. 

   


비행의 이유와 맥락

 

심한 불안, 공포, 긴장 등을 느낄 경우,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을 나타낸다. 첫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을 모두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불안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거나, 또는 그 사람에게 어떤 취약성이 있을 경우 기질이나 체질과 관련되어 우울, 공포, 불안, 긴장, 강박 등 여러 가지 정신증상을 보이게 된다. 두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이 신체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신체화)이다. 두근거림, 발한, 변비나 설사, 어지럼증 등 자율신경증 증상에서부터 일어서고 걷고 말하기가 불가능해지는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과거 흔히 히스테리라고 불리던 전환장애나 신체화장애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불안이나 긴장 등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행동화)으로, 이는 한층 더 어떠한 부적응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은둔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도박중독, 알코올 의존, 섭식장애, 다양한 일탈 행동 등으로 나타난다. 비행은 이러한 행동화의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 (49쪽)

 

물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사정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는 기질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이끌려 비행에 가담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가 있어도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지속적으로 착취하고 학대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수감자 중에는 참으로 불운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의료소년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내 인생에서 아주 작은 무언가가 달라졌다면, 나 역시 소년원에 들어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267쪽)

 


학대의 대물림

 

저자가 비행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가장 고민이 됐던 지점은, 일탈 행동의 주요 원인이 환경적 요인인지, 아니면 유전적 소인인지 그 원인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속적으로 폭력을 쓰고 충동적이거나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아이가 있을 때, 그것이 자폐스펙트럼장애나 ADHD와 같은 발달장애가 심각해서 일어나는 증상인지, 부모에게 오랫동안 학대를 받은 결과인지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대하는 부모들 중에서는 자신도 학대를 받은 경험으로 인해 정신장애가 있거나 알코올이나 각성제 등 물질 남용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언론 보도에서는 아이를 학대한 양육자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분명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잔혹한 양육자나 보호자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고립된 가정 내에서 사회적 약자에 의해 학대가 일어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웃과 교류 없이 좁은 공간에서 육아를 한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학대의 원인을 보호자나 양육자의 인격이나 성격에서 찾는 것만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잘못 파악하게 만든다. (54쪽)

 


정신장애가 늘어나는 사회 

 

저자는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개인에게 부과하는 하중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왜 갈수록 ADHD나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개인이 점점 더 병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작은 문제도 견디지 못하는 사회가 환자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일까? 

 

공부나 일을 할 때 실수가 끊이지 않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자신이 ADHD가 아닐지 걱정스러워 외래 진료를 받는 사람, 가족이나 직장 상사에게 ADHD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진료를 받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ADHD를 앓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옛날부터 있었을 게 틀림없다. 진료를 받는 사람이 이만큼 증가하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부주의성이나 산만함을 허용하지 못하게 됐음을 말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148쪽)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뇌의 기능 장애와 관련이 있는 발달장애이다. 그렇다면 환자 수가 10년, 20년만에 몇 배가 될 리 없다. 성인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증가한 원인은 진단기준의 변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관한 지식의 보급, 정신과 진료의 낮아진 문턱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원래 일정한 비율로 있던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 한층 더 살기 어려워졌고, 그것이 진료 환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결국 사회 속에서 허용됐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강한 집착이 점점 더 허용되기 어려워지고 있고, 그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찾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168-169쪽)

 

마음은 결코 그 내용을 다 알아낼 수 없고 진단명이나 분류 체계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인간 하나하나가 우주인데 어떻게 몇 개의 이름으로 정리하고 나눌 수 있겠는가. 그의 마음은 물론이요 나의 마음도 정확히 알아낼 수 없다.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서로 얽혀서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복잡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심리적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경험할 때 'ADHD 때문인가?' ‘성격장애인가?’ '애착의 문제인가?' 등으로 빨리 원인을 알아내어 이름을 붙이면 통제나 예측이 가능해질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범죄도 결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기질적 문제, 열악한 양육 환경, 살아오면서 경험한 학대와 차별, 폭력이 중첩되어 들어 있다. 어쩌면 개인의 취약점과 사회의 취약점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곳이 교도소 아닐까?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곳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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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노무라 도시아키> 저/<송경원> 역

출판사 | 지금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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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영

작가, 임상·상담심리학 박사. 『순간의 빛일지라도, 우리는 무한』 『우울함이 아니라 지루함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