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회 대상 작가] 김지원 “내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특별한 애정에 대하여”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김지원 작가 인터뷰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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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몰입하고 몰두하는 인간을 향한 예찬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한 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10,500여 편의 응모작 가운데 제12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종합 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에세이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가 출간되었다. 아이돌, 제이팝, 배우, 프로게이머, 드라마 등 수많은 덕질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킨 원동력이자 숨 고를 여력조차 없는 치열한 일상에 쉼표가 되어줬다는 김지원 작가를 만나보았다.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대상작 발표 때와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의 감회가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떠신가요?

대상작 발표 때는 마냥 기뻤습니다. 내 글이 책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쁨에 행복하기만 했어요.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거든요.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여러분 제 책이 나옵니다!’ 하고 외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더 많은 분이 이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것을 보고, 그제야 출판사에서 제 책이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물론 기쁨도 있었지만, 정말 잘 써야겠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겠다는 압박감도 좀 느꼈습니다. 제가 워낙 걱정도 많고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그런 성격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책이 나오고 난 후에는 SNS에 올라온 서평이나 감상을 읽는 것이 요즘의 행복입니다!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라는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덕질을 통해 나의 세계가 변하고 확장되어 가는 과정이 새롭게 느껴졌는데요. 덕질을 통해 나를 관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는 편집자님이 제안하신 제목이었어요. 이 책의 기반이 된 브런치북의 제목은 『제가 덕질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인데, 최종 제목이 더 많은 분이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저는 일본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노래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웠고, 최애 배우의 움짤을 만들기 위해 포토샵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시작한 계기는 덕질이었지만, 돌아보니 일본어도 포토샵도 모두 결국 제 삶의 경계를 넓혀준 또 다른 취미가 되어 있더라고요. 덕질을 통해 제목대로 제 세계가 커져가고 있었던 거죠. 

 

다른 의미에서도 덕질이 제 세계를 확장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집 밖에 나가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덕질하던 배우를 보기 위해 외출을 감행하면서 우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덕질은 그렇게 제가 마음이 힘들어서 또는 무서워서 하기 두려웠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시간 낭비’, ‘돈 낭비’ 등 덕질이 무용하다는 시선이 존재하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덕질의 효용은 무엇일까요?

 

덕질이 돈과 시간을 요하는 것은 맞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사려면 일정한 금액을 투자해야 하고, 최애 드라마를 충분히 앓으려면(즐기려면)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하지요. 하지만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에서 시간과 돈을 들였을 때 찬란한 행복과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오히려 없지 않을까요? 특히 살다 보면 일상이 행복하지 않고 괴로운 시기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오게 되는데, 그때 덕질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실제로 저는 회사 생활이 정말 힘들 때, ‘출근 파이팅입니다’를 말해주는 최애의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출근했던 기억이 있어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일하다가도 최애가 보낸 메시지 하나에 미소 지을 수 있었고요. 내 삶에 너무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선을 잘 지킨다면, 덕질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훨씬 얻는 게 많지 않을까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주위에 보면 덕질을 하고 싶어하지만, 무언가에 몰입해서 좋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하나에 몰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최애’는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 걸까요?

참 알 수 없는 일인데, 책에도 나오듯이 ‘머글(덕후가 아닌 사람)’ 분들은 그 어떤 콘텐츠나 사람을 좋아해도 심하게 몰입하지 않고 금방 빠져나와 다음으로 넘어가더군요. 정말 DNA가 다른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덕후가 아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신기하게 느꼈어요.

 

덕후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 텐데요. 최애는 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에 가깝습니다. 최근에 큰 인기를 끌었던 모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화제성도 엄청났고 특히 주연 배우는 완전히 톱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고 그 배우에게 호감을 가졌습니다. 인기 드라마의 떠오르는 스타 배우. 너무나 덕질하기 좋은 대상이지요. 그래서 최애로 잡으려고 노력을 해보았지만, 왠지 호감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최애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저는 종종 주변 친구들에게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하면 망한 거다”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매력을 느끼고 객관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너무 소중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애틋해 보이는 순간이 오면 덕질이 시작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간 수없이 많은 덕질을 했지만, 그 순간을 제가 결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몰입 덕질이 현생(현실 인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발견하는데요. 나에게 해로운 덕질이 아닌 이로운 덕질을 할 수 있는 꿀팁이 있을까요?

그 꿀팁이 무엇인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덕질에서는 과몰입이라는 특성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최애의 삶에 시련이 닥쳤을 때나 최애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덕후는 정신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최애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탈락했을 때, 제가 취업을 위해 봤던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보다 더 슬펐던 적이 있습니다. 잠이 안 오고, 너무 화가 나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과몰입으로 인한 슬픔을 겪지 않으려면 적당히 좋아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좋아하면 기쁠 때도 적당히만 기쁘지 않을까요? 덕질하면서 짜릿한 희열과 사랑에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려면, 어느 정도의 좌절과 서글픔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이니, 덕질 때문에 삶을 망가뜨릴 정도로 힘들거나 괴롭다면 탈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질 경력 20년이 넘는다고 자랑하실 만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향해 사랑을 쏟으셨는데요. 대상은 달라져도 무언가를 향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마음을 줄 수 있는 작가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덕질은 지난한 일상에 즐거운 쉼표들을 찍어주는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지치거나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정말 쉽지만은 않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보기만 해도 즐겁고 사랑을 주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됩니다. 어떤 원동력이 있어서 덕질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덕질이 원동력이 되어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애를 정말 사랑하니까 안 해봤던 이런 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저를 언제나 한 발짝 더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최애를 만든 것도 오래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여러 가수나 배우를 동시에 좋아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최애는 많을수록 좋더라고요. 분야마다 덕질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재미도 제법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고 있는 덕후 독자님들, 나아가 미래의 덕후 독자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덕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조차도 일상이 괴로웠던 때 덕질에 빠져 지내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어쩌면 삶을 직시하지 못하고 회피하느라 덕질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좀 회피해도 되는 것 아닐까요? 가끔 너무 힘들 때, 한 번의 회피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저에게는 덕질이 그런 일이었고요. 

 

현재 그리고 미래의 덕후 독자님들께 이 말씀만큼은 꼭 드리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시간 낭비, 돈 낭비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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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