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회 대상 작가] 최재운, “기계가 인간을 닮을수록, 우리는 더 인간다워져야합니다”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 최재운 작가 인터뷰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04
작게
크게


챗GPT가 글을 쓰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보는 시대. 기술의 눈부신 발전만큼 우리의 불안감도 커져만 갑니다. AI가 인류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까요?

 

여기,  해답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혜인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나침반이 되어줄 책, 제12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공학자이자 인문학적 성찰을 멈추지 않는 최재운 작가에게 그가 발견한 길에 대해  깊이 물었습니다.



 

책의 서두를 여는 <공각기동대>의 “사이보그는 꿈을 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 질문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기에 이 책의 출발점으로 삼으셨나요?

사이보그는 꿈을 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필립 K. 딕의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시작해 <블레이드 러너>를 거쳐 <공각기동대>에 이르기까지, SF 문학과 영화사를 관통해 온 영원한 화두였습니다한때는 상상의 영역에 머물렀던 이 철학적 질문이, AI가 우리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2025년 현재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챗GPT가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대화를 나누고, AI와 감정적 교류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가 되었죠.

 

이 책을 시작하며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낸 이유는,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의 딜레마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문학과 예술이 탐구해 온 주제였음을 상기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필립 K. 딕이 그려낸 복제인간의 실존적 고뇌,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던진 영혼과 육체의 경계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 우리가 AI와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과 경이로움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예견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현재의 기술적 현실과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보았습니다.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삼성전자 AI 센터에서 근무하신 이력이 있습니다. AI 기술 개발의 중심에 계셨던 공학자로서 철학과 역사, SF를 아우르는 인문학 서적을 집필하시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떤 자료들을 탐색하고, 어떻게 지식의 균형을 맞춰가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집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하며 가장 놀라웠거나 혹은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있으셨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처음에는 '공학도인 내가 인문학 책을 쓸 자격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컸습니다. 공학자로 일하며 늘 수식과 코드, 데이터에 둘러싸여 있었고, 인문학은 그저 취미로 즐기는 지적 유희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AI 기술의 최전선에 있을수록 '이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습니다기술과 인문학이 두 세계를 연결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죠.

 

집필 과정은 인문학의 바다에 빠져드는 경험이었습니다. 플라톤의 <국가>부터 데카르트, 칸트를 거쳐 유발 하라리까지, 새벽마다 철학서를 탐독했고, 주말에는 SF 고전들에 빠져들었습니다. 특히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나 테드 창의 단편들에서 기술적 상상력과 철학적 통찰이 만나는 순간을 발견할 때면 전율을 느꼈습니다.

 

가장 큰 도전은 '언어의 번역'이었습니다. 공학자에게 익숙한 AI 전문 용어들을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인문학적 깊이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다행히 출판사 편집자분께서 부록 『AI, 톺아보기』를 제안해 주셨고, 본문에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술적 내용들을 별도로 상세히 다룰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공학자가 인문학에 던지는 질문이자, 두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가 되었습니다.

 

AI 발전사를 철학의 역사와 나란히 놓고 풀어내신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세계의 평행 이론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이 평행 이론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생각합니다철학사를 보면 합리론과 경험론의 대립이 있었고칸트의 종합을 거쳐 니체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제3의 영역으로 발전했습니다흥미롭게도 AI의 역사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AI 분야에서는 합리론과 유사한 기호주의와 경험론과 유사한 연결주의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연결주의가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이것이 최종 답안은 아닙니다. 딥러닝의 명확한 한계들도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철학이 정(합리론)-반(경험론)-합(칸트적 종합)의 변증법적 발전을 거쳤듯이, AI 역시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의 챗GPT와 같은 LLM들은 기존 딥러닝 방식에 추론 기능을 더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사고 패턴이 근본적으로 유사하기에,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재현하려는 노력은 그것이 철학이든 AI이든 비슷한 궤적을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철학사가 AI의 미래를 예견하는 지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유토피아적 미래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대비시키며 우리는  경계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AI 활용한 자율 살상 무기가 현실화된 지금,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책에서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가 AI 반드시 프로그래밍해야  양심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최근의 상황은 디스토피아 쪽으로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자율 살상 무기의 현실화, AI를 이용한 대규모 감시 시스템딥페이크를 통한 진실의 왜곡 등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현실이니까요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의 순간이야말로 방향을 전환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핵무기 개발 이후 인류가 상호확증파괴의 공포 속에서도 핵전쟁을 억제해 왔듯이, AI의 위험성을 직시하면서 더 나은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만약 AI에 단 하나의 양심을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면,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 3원칙의 한계를 깨닫고 추가한 ‘제0원칙’, 인류 전체의 이익과 존속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을 해치지 않는 것을 넘어, 기후 위기, 불평등, 전쟁 같은 인류 전체의 위기 앞에서 AI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자율 살상 무기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AI는 인류 전체의 번영과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어떻게 구현할지,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의 그 유명한 대사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인류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앞에서도 언제나 길을 찾아왔습니다. AI와 함께하는 미래 역시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AI 인문학에 길을 물을 때, 인문학이 AI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대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을 덮는 독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어떤 나침반을 얻어 가기를 바라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I가 인문학에 길을 물을 때인문학이 건네는 가장 중요한 대답은 ‘거울이 아닐까 합니다. AI는 우리가 남긴 모든 문장이야기오류망상상처까지 학습하며 인간을 비추고 있습니다그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는 것그것이 인문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대답이 아닐까 합니다“AI가 보고 배운 인간은 과연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는 지금도 정말 인간다운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AI의 편향은 우리의 편향이고, AI의 한계 역시 우리가 만든 것입니다. AI가 만들어갈 미래 역시 결국 우리가 만들 것입니다. 결국 AI의 문제는 인간의 문제이며, 그 답은 인문학 속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갈 첫 세대입니다. 이 역사적 전환점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 추종도, 무조건적 거부도 아닙니다. 인문학으로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성찰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이 책이 그 여정의 작은 나침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AI가 스스로 만든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며 왜곡되는 '합스부르크 AI'라는 개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이미 인터넷이 AI 만든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재귀의 저주가 불러올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다고 보시나요? 진짜와 가짜 정보가 뒤섞인 세상에서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실을 판단해야 할까요?

지금 인터넷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죽은 인터넷 이론'이 현실이 되어가는 듯한 모습이죠. 실제로 유튜브, 블로그, X(구 트위터) 등 주요 플랫폼에는 AI가 만든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고, AI가 생성한 기묘한 이미지들이 밈으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책에서 언급한 '합스부르크 AI' (AI가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며 점점 왜곡되는 현상)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AI가 AI 콘텐츠로 학습할 때 중요한 정보가 소실되고, 편향이 증폭된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적절한 필터링과 큐레이션이 있다면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출처 확인과 교차 검증이라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방법을 철저히 실천해야 합니다. 특히 감정을 자극하거나 너무 완벽해 보이는 콘텐츠일수록 의심해 봐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대응책은 우리 스스로가 '진짜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하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진위를 판별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역설은, 오히려 인간의 직접적인 경험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해진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거나, 브런치북을 만들어 출간에 도전하는 작가님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전해 주세요.

브런치스토리는 에세이가 많은 플랫폼입니다하지만 전문적인 내용도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저처럼 AI나 기술 같은 전문 분야를 다루더라도독자분들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여러분의 전문 분야가 무엇이든그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충분합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2023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낙선의 쓴맛을 봤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올렸더니,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번에는 마음을 비우고 도전했는데, 뜻밖에도 대상이라는 영예가 따라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꾸준함인  같습니다.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세요. 여러분이 쌓아가는     편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거라 믿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

<최재운>

출판사 | 데이원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