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제목이 눈에 띄는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는 ‘부자 아빠’ 장인어른으로부터 배운 돈에 대한 철학, 부자에 대한 관점, 투자와 사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재치 있게 풀어낸 재테크 에세이다. 보고 듣고 경험한 기록을 진솔하게 쓰면서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수학 교사, 자영업자에 이어 작가 데뷔까지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배장훈 작가를 인터뷰로 만나보자.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아니었습니다. 다소 불순한(?) 의도로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이하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당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 ‘나는 무엇을 팔 수 있을까?’였습니다. 내 이야기를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선택한 플랫폼이 브런치였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잘 다듬어진 에세이 글들이 좋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브런치의 편집 기능도 훌륭했고, 광고가 없는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여러모로 글에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습니다. 조회수가 나올 만한 글들을 다음 사이트에 올려주는 것도 글 쓰는 데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많이 팔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노출되어야 하니까요.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1만 편이 넘는 작품이 응모되었는데요. 대상 수상을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일까요?

응모하는 모두가 당연히 대상 수상을 꿈꾸겠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상을 기대하기에는 제가 브런치에 올린 글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응모한 브런치북의 분량도 책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적다고 생각했고요. 응모한 뒤로 바쁘게 사느라 브런치 앱도 들어가 보질 못하다가 메일을 통해 수상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브런치북을 선택해주신 시원북스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을 기록한 것이다 보니 정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과거에 쓴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경험을 되살렸습니다. 과장과 축소 없이 경험 그대로를 재밌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책의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수학 교사로 근무하면서 ‘질리도록’ 작성한 학교생활기록부가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연재하면서 독자들로부터 글을 잘 쓴다, 재밌다는 반응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글을 가장 많이 쓴 시기가 군대에 있을 때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인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는 ‘자발적 글쓰기’를 했고, 고등학교 교사일 때는 ‘강제적 글쓰기’를 했죠. 자발적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강제적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교무부장님과 교감 선생님이 보셨죠. 글이 아쉬우면 수정을 요구하셨고요. 그분들의 기대에 미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수학 교사 치고는 글을 잘 쓴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물론 일을 더 시키기 위한 칭찬이라 생각했죠. 

브런치에서 글을 잘 쓴다고, 재미있다고 칭찬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발적으로 쓴 글을 독자님들이 시간을 내서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글을 잘 쓴다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은 꼭 쓰려고 연재를 했는데, 독자님들의 칭찬과 피드백이 연재를 끝까지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자 아빠’ 장인어른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이 책 또한 없었을 거라고 하셨는데요. 책 출간에 대한 장인어른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장인어른께서 이 책을 보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요?

대상 수상 소식을 들은 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장인어른을 찾아갔습니다. 이제 책을 써야 하는데,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죠. 장인어른께서는 책 출간을 반대하셨습니다. 무슨 목적으로 책을 출간하는지 물으셨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다수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도 유쾌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을 대단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으시기에 책 제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고요. 

결국 제 뜻대로 책 출간을 결정했고, 장인어른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소신껏 해보라고 하셨죠. 제가 몇 해 전에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보겠다고 장인어른께 농담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 년 후 현실이 되었으니, 발칙하지만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실 것도 같네요.

돈과 부자를 보는 관점의 전환, 투자와 사업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남녀노소 모두가 다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하하하. 부(富)를 산의 정상으로 비유해보겠습니다.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경로는 참 많습니다. 어떤 경로는 가팔라서 힘이 들긴 하나 시간이 적게 걸리고, 다른 경로는 완만해서 힘이 덜 들기는 하나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제 책에 정상을 오르는 한 경로를 소개했습니다. 저 역시 오르고 있는 과정입니다. 누군가 정상을 오르고자 한다면 참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경로는 제각각일 것입니다. 그래도 방향성에서는 모두 동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상에 오르려면 결국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요. 

저는 어려서 시골에 살았습니다. 집에 TV도 없었기에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많은 꿈을 꾸고 살았습니다. 뭐든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죠. 하지만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만 켜면 어디 아파트가 얼마인지, 어느 직업의 연봉은 얼마인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른 나이부터 세상 물정을 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꿈을 꾸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 책이 누군가에게 정상을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산을 오르는 일행으로서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수학 교사와 자영업자, 두 직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업을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수학 교사는 월급을 받고, 자영업자는 월급을 줘야 합니다. 하하하. 교사라는 직업은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삶의 망이 보장되어 있고요. 반면에 울타리가 제한하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그러하죠. 

반면, 사업가에게 안정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제적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대신 한계도 없습니다. 그 점이 좋아서 학교를 뛰쳐나왔는데, 녹록지 않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업을 망설이고 있는 분이라면, 그냥 직장에 있으시라 말씀드리고 싶습⋯⋯. 어차피 할 사람은 말려도 나오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작가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오래전, 20대 때의 이야기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일기를 썼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가다듬었습니다. 그날 읽은 책의 좋은 문구도 적고, 감상한 영화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혹여 일기를 쓰지 못하는 날에는 메모장에다 흘려보내기 싫은 감상을 적어 놓고는 며칠 지나 일기장에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이 제 인생에 있어 가장 명민했던 때인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아름다운 습관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 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은 정말이지 너무 강력합니다. 일기는 1년에 열 번이라도 쓰면 다행입니다. 

최근 좋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한 것인데, 일에서 여유가 좀 생기면 새벽에는 글을 읽거나 쓰려고 합니다. 자발적 글쓰기이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쓰고, 저를 위한 글도 쓰고 싶습니다. 글은 인생이라는 피사체를 가장 선명하게 기록할 수 있는 도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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