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삶을 열다』는 정혜윤 작가의 신작으로 책을 읽는 행위가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순간, 책으로 인해 영원히 바뀐 삶에 대한 이야기다. 독서가 읽는 이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와 자신의 삶을 영원히 바꿔버린 이야기. 책이 어떻게 삶의 재료가 될 수 있으며, 밑줄, 접어놓은 페이지, 옮겨 적은 글귀들이 어떻게 삶을 다르게 살 가능성의 시작이 될 수 있는지, 다른 작가들의 문장을 이어 붙여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하는 법을 말한다.
'책을 덮고 삶을 열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이 책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계기로 쓰시게 되었나요?
제가 2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살아남았어요.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렬한 감정이었어요. 그때 저는 사랑하는 많은 것을 두고 떠날 뻔했어요. 변함없이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데도요. 언젠가는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겠지요.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고마움과 감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의 기쁨, 삶에 대한 사랑을 인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꼭 해야 할 일로 느껴졌어요. 삶에 대한 사랑은 저에게는 책을 통해서 왔습니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우리는 읽는다. 외롭고 괴롭기에. 우리는 읽는다. 도움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읽는다. 희망이 필요하기에.” 작가님에게 읽는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책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책 읽기는 기쁜 습관입니다. 책 읽기는 제가 택한 삶의 형식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형식을 만들고 형식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택한 형식이 나를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이 책 제목, ‘책을 덮고 삶을 열다’의 의미이기도 해요. 책이 있던 자리에 인간이 온다는 말도 생각이 나네요. 우리 지구는 “나에게 힘 좀 줘!” 부탁할 곳이 참 많은 곳입니다. 아시다시피 마지막 잎새 한 장만 붙어 있어도 우리는 희망을 보니까요. 책도 저에게는 끝없이 힘을 내서 뭔가를 꿈꾸게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책 읽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는 “그래, 책에 써 있잖아. 나도 한번 뚫고 나가자. 해보자” 그런 기분이 들 때입니다. 책은 친구가 되기 위해 쓰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럴 때 책은 정말 소중한 친구입니다.
다른 삶은 정말 가능한가요? 작가님에게 다른 삶이란 무엇일까요?
인류가 만들어온 가장 무서운 범죄 소설은 나가는 방법도 들어가는 방법도 없는 공간에서 벌어져요. 문도 창문도 없는 방에서 어떤 일인가 벌어진다면 진짜 무섭겠지요? 저는 제 생각에만, 제 확신에만 갇혀 있기 싫었어요. 그래서 어딘가에서 계속 뭔가를 배워야 했어요. 책은 내 생각보다 훨씬 나은 것과의 접촉을 의미했어요. 어쨌든 알아야 다른 삶을 원할 수 있으니까요. ‘원한다’에도 여러 가지 단계가 있는데요, ‘원한다’, ‘약간 원한다’, ‘원하는 척한다’, ‘원하다가 포기한다’, ‘진짜로 원한다’. 이중 마지막 ‘진짜로 원한다’는 구원적 행위라고 해요. 좋은 것을 진짜로 원할 줄 아는 것. 이것이 저에게는 중요했어요. 제 욕망을 재조정하는 것, 이것이 다른 삶 같아요.
책에서 “우리는 언젠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책이 한 인간을 특히 어떻게 자기 자신을 다루는지를 얼떨결에 배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삶도 읽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스스로 잘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을 하나의 이야기로 파악해보라!’ 이 말을 자주 생각합니다. 저에게 자주 묻습니다. 내가 하나의 책이라면 어떤 페이지를 통과 중이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의 삶이라는 책을 쓰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님 글을 읽다 보면 작가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님이 손을 내미는 독자는 어떤 존재일까요? 독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책은 독자를 꿈꾼다는 말이 있어요. 책을 낼 때 독자는 저의 꿈이에요. 저는 라디오 피디이기도 한데요. 라디오는 사람의 소리가 하늘에 올라가서 빛이 된 다음 내려와 공유되는 거예요. 빛이 된 소리가 라디오의 본질적인 의미라는 것을 알고 크게 매료되었어요. 그런 것을 나누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왜 이 문장이 떠오르죠? 아무도 혼자 슬퍼하지 않도록.
지금 생각나는 문장 하나만 말씀해주세요.
너무 많은데요. “안과 밖이 모두 밝다.”(피터 데이비드슨) 이 문장은 내 내면도 내 바깥 상황도 좀 꼬여가기만 할 때 진짜 자주 생각하면서 힘을 내요. 그 밖에도 “좋은 꿈들을 모으려고 손을 넓게 펼친다”(에밀리 디킨슨), “저것 좀 봐 경이로운 온갖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람들”(메리 올리버). 이런 문장들이 떠올라요. 저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경이로운 것에 넋을 잃는 사람들이요. 장차 마법의 기운이 서릴 사람들입니다. 얼마 전에는 “부디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찾고 그 말을 따라 살면 됩니다”(야마오 산세이)를 두고 몇 사람이랑 이야기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그 말을 찾느냐 마느냐에 우리 인생이 달린 것처럼 뜨거운 대화였어요. 어떤 단어를 좋아하세요?
『책을 덮고 삶을 열다』를 비롯해서 작가님의 책을 보면 많은 책들이 인용되어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은 자연 문학을 좋아합니다. 아름다움에 깊게 뿌린 책을 좋아합니다. 그 외에도 읽으면 묘하게 자유로워지는 책들이 있습니다. 괴롭고 지치게 하는 자의식이 아니라 즐거움에 취하게 하는 책들이 좋은데요. 대체로 새로운 관점이나 새로운 발견이, 새로운 대화, 의외의 인물이 있는 책들입니다. 그의 삶 안에, 그가 보는 것 안에 뭔가 중요한 것이 있어! 라고 느껴지는 책을 좋아해요. 세상이 어딘가 달리 보이게 만드는 책, 여기 쓰인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 라고 느껴지는 책을 좋아해요.
『책을 덮고 삶을 열다』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면 변화와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이런 단어가 작가님에게는 왜 중요한가요?
변화와 연결이 사람을 살아내도록 잘 도울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곳은 절대 혼자 있는 곳이 아닙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곳입니다. 잘 연결될 때 상상도 해보지 못한 기쁨으로 에워싸일 수 있었어요. 저는 세상과 잘 연결되는 다른 방식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좋은 연결이 다시 시작할 능력입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다시 시작할 능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