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세기의 이솝 레오 리오니 - 우화 속에서 그의 철학을 만나다
2005.11.15

『파랑이와 노랑이』는 기차에서 태어났습니다.
“1959년이었죠. 저는 그 때 제 손자 녀석들하고 맨하탄에서 코네티컷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었는데….” 레오 리오니의 회상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마흔 중반의 뉴요커로서 이미 그래픽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던 그는 그 즈음에 십 년간 미술 감독으로 일하던 ‘포츈(Fortune)지”에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가한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파슨스 스쿨의 미술 부장으로, 예일 대학교의 강사로서 하루 하루를 뉴요커답게 숨가쁘게 지내야했으니까요.
“그 날 손자 녀석들이 떠들지만 않았더라도 제가 그림책을 서른 권이나 만들게 되지는 않았겠죠. 손자 녀석들의 소란을 잠재울 요량으로 마침 제 가죽 가방 속에 있던 ‘라이프(Life)지’를 꺼냈습니다. 솔직히 저도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몰랐지요. 그런데 노란색, 파란색, 녹색으로 디자인 된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자, 내가 이야기를 들려줄께.” 이렇게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옆 자리에는 손자들이 크고 동그란 눈을 굴리며 침을 꼴깍 삼키면서 그의 손에 들린 잡지 한 장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란 부분을 동그랗게 손으로 오렸습니다. 파란 부분도, 녹색 부분도 모두 동그랗게 오렸습니다. 그리고 제 가죽 서류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그걸 무대로 노란 원과 파란 원을 두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즉석에서 만들어냈습니다.”

“꼬마들만이 아니라 제 자리 주변의 어른들까지 제 손에 쥐여있던 얇은 노란 원과 파란 원이 녹색으로 겹쳐지는 것을 보고 있더군요. 다들 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던거죠. 그렇게 제 첫 번째 작품 『파랑이와 노랑이』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미의 꿈』 과 네델란드 국립 미술관

20세기의 이솝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읽고 싶어하지 않고, 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읽지만,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서는 어른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리미와 같은 생쥐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천 년 전의 이솝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20세기의 레오 리오니의 작품 속에서는 이솝의 ‘우화’에서 등장했던 여러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꼴라쥬와 『꿈틀 꿈틀 자벌레 』


『프레드릭 』 너는 시인이 되었구나!
눈을 뿌려주는 것은 누구? 얼음을 녹이는 것은 누구?
날씨를 나쁘게 하는 것은 누구? 좋게 하는 것은 누구?
6월에 네잎 클로버를 싹트게 하는 것은 누구?
햇빛을 끄는 것은 누구? 달빛을 밝히는 것은 누구?

마녀, 한 때 레오 리오니와 연애하다.
하하, 제 나이가 몇 살인데 레오 리오니와 연애를 했냐고요? 음, 마녀니까 가능하지요. 그래요. 저는 그러니까 딱 삼 년 전 이 즈음에 레오 리오니와 연애를 했습니다. 그의 책 열 권에 노래 스무 곡을 입히는 작업을 하면서, 잠을 자면서도 그분만을 생각했으니까요. 그 분이 『조금씩 조금씩』, 『으뜸 헤엄이』, 『프레드릭』, 『새앙쥐와 태엽쥐』로 네 번씩이나 칼데콧 상을 수상한 명예가 있어서 제가 사랑했다구요? 천만에요. 저는 그 분의 책 속에서 그 분의 영혼을 보았고, 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그 분이 노랫말에 가락을 붙였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된 노래가 아래 소개된 악보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레오 리오니의 『티코와 황금 날개』에서 빌려온 것이고요, 가락은 독일에서 작곡 공부를 하고있는 마녀의 동생이 붙여준 것이랍니다. 마녀가 동생을 꼬셨지요. 여러분도 그리운 사람이 떠오를 때, 피아노를 치면서 이 노래를 불러보세요.

1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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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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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y4god
2008.05.06
책 요리하는 마녀
2005.11.22
이슬
2005.11.21
파랑이와 노랑이, 프레드릭 정말 멋진 책이지요. 마녀님의 노래 정말 궁금한데요, 다음에 꼭 한 번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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