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싶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사람살이라지만, 그것을 또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어떻게든 미래를 엿보고픈 열망 혹은 욕망은 일상에서도 흔히 엿볼 수 있다. 점을 보거나 운세를 보는 행위. 한 번이라도 해보지 않았다손, 미래를 알고픈 욕망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작게는 일상에서, 크게는 국가 혹은 인류 차원에서, 더 크게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 미래예측은 중요한 포인트다. 물론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미래예측을 원하는, 미래예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열렸다. 『미리 가본 2018년 유엔미래보고서』(박영숙?제롬 글렌?테드 고든 지음/교보문고 펴냄) 출간 기념 강연이 지난 10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박영숙 사단법인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가 강연자로 나섰다.
박 대표는 미래예측과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30년 전이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사람이 1966년부터 나온 『The Future List』라는 잡지를 들고 있었다. 30년 전, 그 잡지에 나온 얘기는 ‘뻥’ 찌는 소리였는데, 지금은 현실이 됐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시작은 그렇게 우연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여느 미래가 그러하듯, 그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미래는 결국 앞선 시간들의 결과물 아니던가.
박 대표는 그렇게 13년 동안 매년 유엔미래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20년간 자료를 토대로 10년 후를 예측하는 미래보고서는 국내총생산(GDP), 아동학습률, AIDS, 테러공격, 물 접근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버무린다. “미래예측=경고 대안이다. 미래예측은 긍정의 힘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는 예산과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래예측을 통해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2020년 줄기세포 보편화로 의식주가 해결되고, 2024년 암 정복으로 2030년 평균수명이 130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p.9 머리말)
우선 박 대표가 제시한 미래사회의 메가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Aging(저출산 고령화)
2. Blending (혼합, 지구촌문화통합)
3. Climate Change (기후변화)
4. Development of S&T (과학기술발전)
5. Education (교육 : unlearn, relearn)
6. Female (여성성 강화)
7. Globality (글로벌화 국제화)
8. Home Alone (싱글, 1인 가구 35%)
“IT 이후 성장동력은 나노”
지금의 경제 공황도 이미 예측된 미래였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2007년 11월, 그러니까 대선을 앞두고 장 프로나 누벨을 국내에 초청했다. 그는 당시 1~2년 내 개인화폐가, 4~5년 내 세계단일통화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당시 언론 등을 통해 게재됐다. 그러나 게재되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당시로는 생각지도 못했을 ‘시티뱅크가 망한다.’와 같은 예측도 있었단다. 박 대표도 너무 엉뚱했단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 그러나 당최 일어나지도 않을 것 같던 그 예측은, 지금 거의 현실로 되고 있다. 국유화가 된 시티뱅크의 운명은 여전히 풍전등화다.
세계단일통화는 박 대표의 종교와도 같았는지, 이를 거듭 강조했다. “‘www.2100.org’에서 40년 전 유로단일통화를 예측했고 2020년 아시아통화, 2060년 세계단일 통화를 예측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도 2030년 세계단일통화를 예측했다. 세계단일통화는 세계 어디서나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외환시장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
하지만 세계단일통화의 현실화 전에 지금의 경제는 회복의 길을 거닐 수 있을까. 박 대표에게 근 미래는 부정적이다. “IT 이후는 나노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2010년이 최악이다. 경제가 내일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 건 ‘뻥’이다. 거의 잃어버린 10년이 올 것으로 본다. 이제 우리는 쇠진하고 있다. 글로벌도 마찬가지다. 2020년 큰 성장 동력인 나노가 본격화될 때까지는 미미하게 발전할 것이다. IT산업은 6~7년 전부터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해 소니와 노키아 등을 봐라. 완전히 망하고 있다. 그럼 IT가 없어지나? 그건 아니다. IT가 아닌 바이오컴퓨팅으로 발전할 것이다.”
책은 나노의 등장을 이렇게 예견하고 있다. “1920년대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Nikolai Kondratieff)가 제시한 주기설을 보면, 1814년에는 증기기관차가 나와서 경제 부흥 정점을 찍었다. 또 1864년에는 석탄, 1920년에는 전기, 1974년에는 석유, 2006년에는 전자가 나와서 경제 부흥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이제는 2030년 나노가 나올 차례라고 본다.”(p.113)
박영숙이 예측하는 어떤 미래
박 대표가 미래예측에 있어 또 강조한 것은, 인구다.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인구가 자연 감소할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인구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 조금 과장해서 2015년 이후 집은 공짜가 될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집이 많이 남아돌 것이다. 그러니까 집에 투자할 일은 아니다. 러시아의 푸틴은 2006년 연례연설을 통해 6월13일을 임신의 날로 만들었다. 출산 장려를 위해서였다. 러시아 각 주마다 권고했다. 이는 한편으로 출산 장려가 아닌 투자유치 작전이었다. 미래의 국력에서 인구는 그렇게 중요하다.”
물 부족과 급격한 네트워크화와 지구촌 정부의 탄생도 박 대표가 예측하는 미래다. 물론 이것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2050년 아이슬랜드를 빼고 지구의 거의 전부가 사막화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급격한 네트워크화도 이뤄질 것이다. 더욱더 많은, 우리나라 표현으로 하자면, ‘촛불 시위’도 일어날 것이다. 스스로의 법과 문화를 만드는 스마트 몹(Smart Mobs)의 등장도 주시해야 한다. 핀란드 의회는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민주주의의 미래, 2017’을 보면 지구촌 정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X세대가 국회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 정당이 소멸하고 개인주의와 소수 민주주의가 부상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이런 네트워크화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두 사람의 위인이나 독재자보다 수백만 명이 한곳에 집합하여 협력하는 모습이 바로 미래사회의 모습이다.”(p.102) 정부의 존재가 무위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이 바로, 국민설득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변화를 10년째 연구하면서 국민설득 전문가를 키우고 있다. 이제는 국민에게 한 걸음 다가서서 국민을 설득시키려는 정부만 살아남는다.”(p.36)
그리고 그것에 대한 근거. “그래서 요즘 세계 각국은 국민 설득을 위해 국민통합본부를 만들고 있다. 국민통합 없이는 경제성장도 없기 때문이다. 호주는 정부부처로 사회통합부를 만들었고, 이 밖에 스웨덴?벨기에?노르웨이?브라질?이탈리아?덴마크?프랑스?인도?인도네시아?파키스탄?나이지리아?케냐?루마니아?바베이도스?스리랑카 등 20여 개국 정부에서도 국민통합부처를 신설했다. 국민설득의 방법도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연설 형태가 사라지고, 블로그?홈페이지?이메일을 통한 ‘속삭이는 목소리’가 국민을 설득시킨다. 신직접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에 익숙한 국민들의 ‘똑똑한 자아’를 설득하기 위해 국민설득부, 즉 대국민홍보부가 큰 권력을 가진다.”(p.103)
|
그는 이 밖에 2020년에는 음성인식기기를 활용한 공부가 대중화되면서 전자기술이 발전한 나라의 학생들은 읽거나 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2050년경에는 읽기가 필요 없게 되고 쓰기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40~2050년경에는 텔레포테이션(순간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란 예측도 곁들였다. 20~30년 뒤에는 식사도 섹스처럼 원할 때만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날까지도 올 것이란다. 옷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그때는 ‘오랜만에 식사 한번 하러 갈까?’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게 될 것이란다.
미래예측이 필요한 이유
미래예측은 단순히 미래를 알기 위한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히 인류의 삶과 밀착한 행위다. 세계 각국은 미래예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 대표는 말한다. “미국에서는 미래예측산업이 GDP의 10%를 차지한다고 말해진다. 홍보?마케팅 등에 미래예측은 꼭 필요하고, 미래예측 전문가도 꼭 있어야 한다.”
□ 유엔미래포럼의 역사를 통한 미래예측
시대 | 제품 | 권력 | 부의척도 | 장소 | 전쟁 | 시기 |
농경시대 | 식량/자원 | 종교 | 토지 | 농지/자원 | 토지 | 천체주기 |
산업시대 | 기계 | 국가 | 자본 | 공장 | 자원 | 선형 |
정보화시대 | 정보서비스 | 기업 | 접속 | 사무실 | 인지/인식 | 유연성 |
의식기술시대 (후기정보화시대) |
네트워크 | 개인 | 존재(being) | 동작 | 정체성 | 발명 |
미래예측이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 예도 들었다.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 몰락하게 된 원인을 그는 미래예측의 부족으로 들었다. 반면 노키아의 부상과 로열 더치 쉘의 성공은 미래예측을 잘한 덕분이었다. “로열 더치 쉘은 미래예측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3위의 그룹이 됐다. 이 회사는 1960년대 말 미래예측연구소를 만들었다. 1971년 유가는 배럴당 1.19달러였다. 연구소에서 몇 년 후에 유가가 20~3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 기업이나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다. 결국, 1973년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이에 다른 기업들이 이 회사를 따라서 미래예측연구소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노르웨이 정부가 2030년을 바라본 ‘2030 국가미래보고서’를 내놨다고 언급했다. 그 내용을 보면, 현존국가들은 소멸하고 지구촌은 8개 국가, 즉 경제블록으로 통합될 것이란다. 글로벌 정부가 탄생하고 세계인구는 65억 명, 빈곤자는 23억 명에 달할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단다.
국제정세의 권력이동도 들먹였다. 2015년이면 인도가 일본경제를 추월하고, 2050년 중국은 230년 만에 1820년 세계 최정상이었던 그 위치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다고 했다.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박 대표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문제에 있어 우리나라는 모델케이스다. 우리나라는 큰일 났다. 출산율이 최저수준으로 한국이 점차 소멸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옥스포드의 한 인구연구교수는 우리의 저출산을 ‘코리아 신드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50년 청년노동력은 인도만 플러스를 보이고 한국은 최하수준이다. 우리도 미래예측을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미래예측은 미래경고이며, 대안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외국의 어떤 나라에서는 미래를 가르쳐줘야 세금을 내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물론 예측이 항상 맞을 수만은 없다. 제아무리 뛰어난 점쟁이라고 미래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특히나 사회예측은 기술예측보다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미래예측을 통해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미래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측을 경원시하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 결국, 미래도 우리가 감내하고 관통해야 할 오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당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미래학도 당신에겐 하나의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 물론 좋은 나침반을 만나야 한다. 뒤죽박죽 일관성 없이 흔들리는 나침반도 있다. 오로지 화폐를 위해 ‘미래’를 내걸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얼치기도 있다. 이를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된 미래학자와 미래예측을 걸러낼 수 있는 당신의 시각이 필요하다 하겠다.
추신. 책에서 개인적으로 뽑은 나침반이다. 나침반의 제목은 책과 상관없이 붙여봤다.
1. 다문화를 인정하고 흡수하는 태도
“미래사회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다문화사회로 나간다. 그러므로 다문화를 배우지 않으면 그들과 소통할 수도, 그들에게 물건을 팔 수도 없다. 다문화 세계인이 되지 않으면 직업도 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문화 관련 전문가는 2018년이 되면 가장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가 될 것이다.”(p.64)
2. 기업은 개인이 아닌 사회의 것이며 공공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미래사회의 기업은 사회공헌을 하지 않고는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신뢰도 혹은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도를 보고 물건을 사며, 이왕이면 좋은 일을 하는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86%의 소비자가 기업이미지, 즉 기업의 사회공헌도를 보고 물건을 산다고 답했다.”(p.124)
“윤리적 시장경제에서는 정치적 안정성, 현지 개발경정에 대한 참여기회, 사회적?환경적 목표에 부응하는 사업적 인센티브, 공정무역, 보건투자, 토지?자본?정보에 대한 정직한 사법시스템과 정부가 보장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요구한다.”(p.226)
3. 여성은 세계의 미래이며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서비스경제에서는 접촉(Touch), 지식(Knowledge), 발명(Innovation)과 창의성(Creativity)이 중요하며 남성은 이 부분에서 여성에 비해 뒤떨어지는 면이 있다.”(p.75)
“『지갑의 힘(Power of the Purse)』이라는 책을 쓴 파라 워너(Fara Warner)는 “여성이야말로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이다”라고 선언했다.”(p.131)
“여성들은 천천히 즐기면서 한곳에서 여러 가지를 하고 싶어 한다. (…) 구매력연구 전문가 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은 『쇼핑의 과학(Why we buy)』이라는 책에서 남녀가 상점에 들어갔을 때 남자는 6분 만에 33달러를 쓰고 나오는 데 비해 여자는 3시간 26분 걸려 876달러를 쓰고 나온다고 소개하면서, 남자에게는 거래(transaction)를 위해, 여자에게는 관계(relationship)를 위해 판매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한다.”(p.132)
“저술가 오드 지제니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위머노믹스(wemenomics)가 다가오며 모든 상거래를 여성이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했다.”(p.133)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prognose
201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