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연회] 변화경영연구소장 구본형
“관계는 가변적입니다. 나쁜 관계라고 항상 나쁜 관계로 가지 않고 좋은 관계라고 항상 좋은 관계로 가지 않습니다. 순간마다 조금씩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서 대해서는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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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집에서 가족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TV를 보는 시간보다 직장 동료와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훨씬 많다. 직장인에게 동료는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사람이다. 취업을 하기 위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은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고려한다. ‘회사, 이럴 때 그만두고 싶다.’란 주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가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했으며 그 이유로 ‘직장상사나 동료, 후배와의 마찰’을 1위로 꼽았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상사와의 갈등 때문에 사표를 썼거나 쓰고 싶은 충동을 가져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과반수의 직장인들이 상사를 폭행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적도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사와의 관계는 직장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최근 변화경영연구소장 구본형은 위기에 맞닥뜨린 이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지침을 주는 『구본형의 The BOSS: 쿨한 동행』을 출간했고, YES24에서는 지난 3월 1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상사학에 대한 구 소장의 출간 기념 강연회를 마련하였다.

강연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사를 내 지지자로 만드는 7가지 상향 리더십 원칙”이라는 주제에 맞게 강연장을 매운 사람들은 대부분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었다. 지금까지의 강연회와는 사뭇 다르고 조용했다. 강연 시간이 되자 구 소장은 강연장 가운데 서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했다.

“밥 드셨어요?” 구 소장이 처음으로 건넨 인사말이다. “식탁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고기, 채소 그리고 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살아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고기든 채소든 밥이든 어떤 것을 죽여서 차려 먹는 것이 밥입니다. 우리는 밥과 존재 그 차이에서 늘 방황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패러독스, 딜레마 속에 있습니다. 오늘은 상사와의 관계 속 갈등, 패러독스와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무거운 주제라 그랬는지 구 소장의 목소리는 더욱 무게가 실렸다.

“나는 질문이 좋습니다.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약간의 강연을 먼저 하겠습니다.”


상사를 내 지지자로 만드는 7가지 상향 리더십 원칙

제1원칙: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관계다

상사와의 관계에는 세 가지가 있다. 좋은 관계, 중립적 관계, 나쁜 관계. 대부분 일상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관계’다. 조직 생활에서 상사와 나쁜 관계 속에 있는 것은 직장인으로 전략적으로 관계 경영에 실패한 것이다. 상사를 두 가지로 보라. 상사는 조직이라는 물리적 환경 속에 처한 사람이라고 이해하라. 회사의 대리인이며 회사의 입장을 대신한다.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직위의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직원을 대하기 어려울 수 있고 직원도 상사를 한 인간으로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그렇다. 조직 속에서 상사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한 관계의 시작이다.

제2원칙: 전략적으로 관계를 맺어라

좋은 상사와는 최고의 관계를 맺어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고 호의를 표현하고 최선을 다해 보필하라. 다가서기를 두려워하고 수줍어하지 마라. 좋은 관계도 용기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과는 아주 적극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용기를 내고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라. 당신의 기질에 맞는 최상의 표현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난한 상사와는 중립적 관계에서 시작해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라. 그러나 절대로 어떤 상사와도 나쁜 관계까지 가지는 마라. 유능하든 무능하든 모든 상사는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나쁜 관계를 맺지 마라. 반대로 나쁜 상사,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상사에게는 가까이 접근하지 마라. 이런 상사와는 중립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거리를 조절해가며 일로 만나는 관계로 유지하며 의식적으로 중립적 관계를 맺어라.


제3원칙: 일에서 밀리지 마라

결국 상사가 부하를 모욕하는 것은 일을 못할 때다. 일에서 밀리면 존중받기 어렵고 자존감을 지키기도 힘들다. 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맡은 업무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어떤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따져 보라. 중요하고 자신의 기질에 잘 맞는 몇 가지 업무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집중하라.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업무에 관해서는 회사에서 가장 잘하는 직원이 되어라. 그리고 적성에 잘 맞지 않지만 중요한 업무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평균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라.

제4원칙: 상사를 열광하게 하라

공을 세우는 것도 좋고, 성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상사에게 돌려라. 상사가 내 아이디어와 공을 갈취했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많은 직장인들은 이럴 때 화가 난다. 상사가 부하에게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함께 힘을 모아 성과를 내고, 공을 얻기 위함이다. 누구나 ‘베네펙턴스(beneffectance) 현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즉, 바람직한 결과에 대해서는 자기가 관련되어 있다고 과장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심리는 보편적인 것이다. 상사가 공을 이루게 하라. 그것이 상사가 부하 직원을 키우는 목적이다. 공을 돌리고 상사가 더 나에게 의지하고 열광하게 하라.


제5원칙: 아부하지 말고 칭찬하라

아부는 상사와의 관계를 단기적으로 증진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악화시킬 수 있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은 아부며, 있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은 칭찬이다. 아부는 하지 마라. 적절한 칭찬의 기술을 익히면 상사의 호의를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사의 좋은 점과 잘한 점을 배울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제6원칙: 자신을 숨기고 내용을 앞세워라

윗사람에게 좋다거나 무엇인가 진실을 말해줘야 할 때가 위험한 상황이다. 상사가 그것을 표면적으로 원할 때도 있다. 서로 개인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면 삼가라. 그러나 이때 호랑이 꼬리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윗사람에게 비판과 조언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조언해도 좋다. 이때는 훌륭하게 조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고의 방법은 ‘유인(幽人)’. 즉, 나를 숨긴다는 것이다. 자신은 숨고 내용이 돋보이게 하라는 뜻이다. 조언할 때는 목소리가 커서는 안 된다. 지극히 겸손해야 한다. 그래야 상사가 자신의 생각인양 받아들이게 된다.

제7원칙: 나쁜 관계 속의 상사와 화해하라

이미 상사와 나쁜 관계에 처해 있다면, 어렵지만 화해하라. 화해를 시도할 때는 먼저 자신과의 화해가 중요하다. 내 자신은 무엇을 어디까지 양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미리 결정하라. 화해의 결과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선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라. 그 사이에 ‘최적의 시나리오’를 구성하라. 예를 들어, 화해를 시도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사가 거부해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존심마저 잃는 것이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서로 기다렸다는 듯이 화해가 이뤄져 당장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나 둘 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 최적의 시나리오는 화해의 시도가 자신의 입장을 서로에게 밝히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만약 화해가 잘되지 않더라도 자존심을 잃었다고 느끼지 않고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에 점수를 주어라.


리더십 원칙 일곱 가지 중 제 5,6,7원칙은 질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무능하고 부지런한 상사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과 일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을 다루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무능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참견을 하고 일을 자꾸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밑에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들 두려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것은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나쁜 관계'로 가서는 안 됩니다. 중립적인 관계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윗사람에게 좋다거나 무엇인가 진실을 말해줘야 할 때 위험한 관계입니다.”

구 소장은 2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명의 좋은 관계의 상사를 만났고 일곱 명의 중립적 관계의 상사를 만났다고 한다. 구 소장이 강조하는 것은 직장 상사와 맺고 있는 관계이며 그 관계 속에서 나의 지지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껏 그가 경험해 왔던 직장 생활과 주변 사람들의 사례들을 통한 강연회는 실용적인 방법들이다. 혼자 성과를 내는 것보다 직장 상사와 동료가 함께 힘을 합쳐야 더 큰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지휘자만 뛰어나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연주자만 뛰어나서는 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 내의 상사와 나는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질문을 좋아한다는 구 소장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마다 경청하고 자세히 대답하느라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강연을 더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사와의 관계에 거듭 강조하며 강연회를 마쳤다.

“관계는 가변적입니다. 나쁜 관계라고 항상 나쁜 관계로 가지 않고 좋은 관계라고 항상 좋은 관계로 가지 않습니다. 순간마다 조금씩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서 대해서는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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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8.04

아부와 칭찬 어떤 식으로 구분 할 수 있는지 문득 의문이 드네요. 상사에게 칭찬한다라는 것도 늬앙스적으로 이상한 거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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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미안

2009.03.23

보통 리더쉽이라고 하면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고 하는데 아래에서 위로 향한 다는게 색다르며, 일반적으로 자신의 아래도 있겠지만 자신의 위도 있는게 보통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좀더 주도적으로 자신의 상사와 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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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벗어난달

2009.03.21

강연회가 있었다는걸 뒤늦게 알았네요. 개인적으로 구소장님의 글을 좋아해서 이미 여러권 사서 읽었고 이책도 얼마전에 읽었습니다. 다른책도 좋았지만 조직이나 회사에서 절실한 상사와의 관계를 다룬 이책도 아주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혹시 강연회 기회가 또 생긴다면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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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구본형의 명함에는 ‘변화경영 전문가’라고 적혀 있다. 마흔여섯 살에 직장에서 나와 스스로의 정체성이 필요할 때 그를 지탱하게 해준, 스스로 명명한 직업의 이름이다. 오십 대 중반을 맞아 그는 ‘변화경영 사상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불렀다. 말 그대로 기술적 전문인에서 변화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일상에 녹여내는 사상가로 진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는 ‘변화경영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구본형은 1954년 1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IBM에서 근무하며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다.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2000년 3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회사를 떠난 그는 1인 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세웠고, 2005년부터 연구원을 선발하고 꿈벗들과 동행하며 ‘나’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도왔다. 1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행했다.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내면에 잠든 열정과 비전의 불꽃을 점화시켜 삶이 아름다워지도록 도왔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통해 시대의 화두를 발견했고, 변화와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겼다. 수년간 신화와 영웅담을 탐독하며 우리 내면의 변화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변화의 시작은 자기혁명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삶의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고 글을 쓰고 아름다운 영향력을 전하던 그는 2013년 4월, 5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9) 『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2000) 『떠 남과 만남』(2000)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2001)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2001) 『일상의 황홀』(2004) 『사람에게서 구하라』(2007)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2007) 『세월이 젊음에게』(2008) 『구본형의 필살기』(2010) 『깊은 인생』(2011)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2012)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2013)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2013)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2013)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