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남자, 울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나도 덩달아 그렁그렁. 왜 그랬는지 몰라도, 별일 없이 덩그렁. 사실 이 남자, 심드렁한 게 좀 짱이었다. 하찮은 세상을 향해 덤덤하게 일관할 것 같은. 누구 말마따나, 웃긴 듯 슬픈 노랫말과 포크선율로 마음을 휘감는 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는 이 남자. 음, 아마, 교주가 우니까, 신도는 자연 따라간 것, 아녔을까? 희끄므레죽죽~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장미중(장기하와 얼굴들에 미치고 중독된다)’~
그렇다.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 요즘 가장 ‘Hot’한 국내 뮤지션. 누군가는 복귀한 서태지를 들 테고, 다른 누군가는 알록달록 ‘소시지룩’으로 무장한 소녀시대라고 외칠 테고, 혹자는 세상에 소리치는 빅뱅이라고 울부짖겠지만, 그럼 일단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감히 우리 교주님을 앞에 두고, 예끼.
참, 원더걸스의 소희 양도 광팬이라는 ‘그 남자 왜’ 울었느냐고? 물론, 기뻐서. 지난 12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그들은 ‘올해의 노래상’ ‘최우수 록 노래상’ ‘올해의 남자가수상’을 탔다. 아니, 정규 1집 앨범이 지난달 27일에야 발매된 이 밴드가 빅뱅의 태양도 누르고, 무려 3관왕. 우왕, 이만하면 울 만하지 않은가. ‘느리게 걷자’더니, 이게 웬걸, 초고속 스피드다.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나올 줄을 모르’는 양반이 터보엔진이라도 달았나 보다. 앨범도 날개를 달았다. 사전 예약으로만 8천 장이 팔리더니, 1만 장을 훌쩍 넘었다. 추가로 1만 장이 발주됐단다. YES24 종합음반 차트에서도 서태지와 슈퍼주니어 등에 이어 4위. 아놔~
이거 장얼의 활약을 들어놓자면, 무궁무진이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열린 콘서트는 예매 시작 45분 만에 매진됐고, 지난 15일 서태지 8집 두 번째 싱글 기념공연에선 게스트로 나왔다. 어릴 땐 양현석 역할을 맡았다며 「컴백홈」의 안무까지 선보인 우리 장 교주. 인터뷰, 화보 촬영 등 하루 평균 4개씩의 스케줄로 하루가 다 빡빡하다. 정규앨범 수록곡들도 최근 EBS의
‘오늘도 무사히’ 제발 별일 없이 사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 재미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달이 차오른다, 가자’고 외치며 길을 나섰다. 그리고 발 디딘 곳이, “YES24와 함께하는 장기하가 떴다, 가자!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 없이 산다> 발매기념 팬미팅 & 팬사인회”. 지난 11일 서울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렸다.
시작 시간인 오후 7시가 되기 전, 리허설 현장은 분주했다. 조명과 마이크를 테스트하고, 동선을 맞추는 와중에 장얼의 뮤직비디오가 눈길을 뺏는다. 흐흐흐. BG도 유유히 흐르는 와중, 6시 40분부터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팬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좋은 자리에서 교주를 경배(?)하고픈 신도들의 욕망이 드러나는 한편, 차례대로 자리를 안내하고자 하는 스태프들이 연신 양해를 얻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역시나 여성들이 절대다수다. 역시 장 교주의 말마따나, ‘얼굴’되는 멤버들만 뽑은 영향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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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가 정리되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뮤직비디오 메이킹이 방영된다. 다들 희희낙락. 그 유명한, 유유자적 팔 동작이 나오자, 다들 ‘우와~’라는 즐거운 탄성을 지르고, ‘우하하’ 웃음을 터뜨리면서 집중 또 집중. 뮤직비디오에 찬조 출연한 여학생들의 달오름 체조에 ‘귀여워’를 연발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리고 스크린이 걷히고, 유희의 시작.
어디가 무대고, 어디가 객석인지도 모를 그 현장 속으로, 고고, 고고.
참고로, 네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네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왜냐고? 장 교주를 만난 자랑질이거든, 염장질이거든.
아주 그냥 끝내줘요. 죽어죽어. 하악하악.
들썩들썩, 흥얼흥얼… 볼수록 매력있는 공연의 현장
환영 인사와 박수와 함께 장얼이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나타났다. “공연이라기보다는 얘기나 하고 좀….”이라며 입을 뗀 장 교주. 그렇다. 그는 우리와 함께, 놀고 싶은 게다. 룰루랄라. 예의 어눌하고 어색한 말투로 핵심만 담아 말하는 건 여전하다. “그러니까 앨범을 사신 분들 가운데 추첨해서 모이신 거니까, 다 들어보셨죠? (그럼요~) 그럼 다 아시겠네요. 아직 1집 밴드라 앨범에 있는 노래가 다예요. 감개가 무량합니다. 저희 노래 중에 깊은 정서를 표현한 노래가 없어 감정몰입이 잘 안 될 텐데, 그래도 불러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열광. 「싸구려 커피」다. 훌쩍훌쩍.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 온다 /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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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눅눅한 자취방의 정서. 장 교주에 역시나 열광하는, 사무실 내 옆의 사람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를 들으면서, 정말 백수였다면 이 노래 듣고선, 펑펑 울어버렸을 거란다. 웃긴 듯 슬프다. 어쩌면, 페이소스. 이 덕분에 혹자는 장얼을 패자(루저)의 정서적 대변자라고도 했다. 장 교주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승자의 정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패자의 정서라기보다는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불분명한 불확실함과 불안?허무의 정서다. 미디어가 20대를 너무 즐거운 사람들로 그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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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로 확 달궈진 무대는,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노팅힐>을 떠올린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 아름다워 함께 걸었네 / 힘든 줄도 모르고 손을 잡았네 / 빠르지 않게 걸으며 잠시 쉴 때엔/ 사뿐하게 입을 맞추네 ♬” 다음 곡 「말하러 가는 길」을 부르기 전, 악기를 교대한다. 그러면서 왈. “우리는 번거로운 밴드예요. 악기 전문성도 없고. 곡마다 바꿔가면서. 오늘은 곡을 많이 준비 안 했는데, 대신 얘기도 하고 선물도 있어요. (우와~) 몇 곡 부르고 얘기나. 아, 한 얘기군요.” 머쓱해하는 장 교주, 아유 귀여워. 아마도 어떤 언니들은 콱 깨물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크왕.
바뀐 악기를 튜닝한다. 역시나 한마디 덧붙인다. “여러분은 튜닝하는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한 줄의 악기라도 틀어지면 전체가 틀어지는 그런 민감한 밴드가 아니나, 할 만큼 해야죠.” 쿡. 예상을 벗어난 이 어슬렁거리는 답변. 이것이 바로 장 교주의 매력이 아니던가.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과 「말하러 가는 길」을 듣자니, 그렇다. 길모퉁이를 돌면 왠지 손잡고 입맞추고픈 그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예감? 푸하하. “여덟 번째 정거장 지날 때 나의 입술은 말랐다.” 어쩌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하나, 둘, 정거장 숫자를 셀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덟 번째,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 입술은 바짝바짝. 촉촉한 입술이 필요해. 붕가붕가.
장 교주는, 이어 벌써 마지막 곡이라고 선수를 치면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미미 시스터즈’의 등장을 알린다. “미미 시스터즈가 살짝 들떠 계세요. 미미 시스터즈를 좋아하는 분들은 표정만 봐도 아시겠지만. 팬미팅이라니까 좋아하고 계세요. 이보다 밝은 표정 보기 힘듭니다. 지금 분위기가 소풍 와서 장기자랑 하는 듯해요. 반 친구들이 같이 박수치고 어우러지는….” 아, 교주님이 우리를 친구로 명명해주시다니. 이런 고마울 데가. 넙죽. 절이라고 하고프다. 우왕, ‘나를 받아주오.’ “나를 받아주오~ 내 마음 헤집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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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압권은 미미 시스터즈의 강력한 포스. 장 교주를 밀어내고, 담배를 꼬나물고, 라이터를 던지고, 연기를 뿜어낸다. 황홀경이라면 이런 것 아니겠나. 절로 어깨가 들썩들썩.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꿈틀거린다. 그냥 여기서 끝낼 순 없다. 당연히 앵콜 앵콜! 수줍은 미소를 띠며, 한 곡 더 추가요~ 잠깐, 이어진 마이크 세팅. 빠지지 않는 장 교주의 코멘트. “전달이 안 된다고 음악적으로 훼손될 밴드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 되겠죠.” 이런 센스쟁이. 쿡쿡. 그리고 달린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달오름 체조는, 따라 하고픈 욕망을 동반하는 중독성 강한 몸짓이다. 나는 차오르는 달을 보면, 역시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팔과 다리를 휘적휘적거릴지도 모르겠다. 달밤에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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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과 얘기하실래요?
아무리 짧아도 2부 공연을 꼭 하는 장얼. 얘기나 하면서 놀자고 했던 바람대로, 2부는 토킹 어바웃이다. “1집 앨범을 만드는 동안 녹음과 공연을 준비하고 상당히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썼어요. 적성에 안 맞아 힘든 것도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나오니 좋네요. 사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장 교주의 소감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짧은 소감이 있었다. 하나같이 소박하게 달뜬 그들을 바라보는 나도 므흣. 참, 미미 시스터즈의 소감은 어땠냐고? 대변인 장기하의 말에 따르면, 흡족해하고 있단다. 다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라고 하는데 힘들었다고. 더불어 미미 시스터즈에 대한 질문은 ‘예, 아니오.’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만 부탁했다.
그리하여, 질문과 답변의 시간. 싸구려 커피 대신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는 그들에게 이번 초대 이벤트의 사전 질문과 현장 질문이 이어지고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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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앨범 표지의 의미는?
A. 나도 모른다. (앨범이 나온) 붕가붕가레코드의 디자이너 작품인데, 그림으로만 감상하려고 의미도 안 물어봤다. 본인만의 의미로 상상하면 될 것 같다.
Q. ‘별일 없이 산다’는, 정말 신나서 별일 없이 산다는 의미인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 빗대 일 없이 산다는 뜻인지.
A. 모두 정답이다. 듣는 분의 해석에 맡긴다. 나름의 의미는 있는데, 다 말해 버리면, 예전에 교과서에 밑줄 긋는 것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작품 감상이 될 것 같다.
Q. 싱글을 먼저 내고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냄비 현상도 우려되는데, 유명세를 타면서 에피소드 있나. 가령 밥집이 공짜라든지.
A. (멤버들 얼굴을 두리번거리며 눈짓으로 묻더니) 물어보니 없다.(웃음) 아, 4명이 고깃집을 갔는데, 사장님이 아는 척하면서 5~6인분을 먹으니 2인분을 더 주더라. (홍대 거리 다니면서 불편함은 없나?) 불편한 거 없다. 사인해 주는 거,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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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늘 코사지는 왜 없나.
A.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안 할 때가 더 많다. 쌈지사운드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처음 했다. 뭐, 잘 때도 (코사지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오해다. (코사지는 어디서 사고, 미미 시스터즈의 옷은 어디서 구입하느냐는 질문에) 쌈사페 전날 동대문에서 구입했다. 밀리오레, APM? 코사지는 하나만 하니, ‘개똥이’라는 닉네임의 팬으로부터 연말 공연 때, 코사지 4종 세트를 선물 받았다. (A4지 여러 장 가운데 답을 고르는 미미 시스터즈) …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미미 시스터즈의 옷은) 흔히 있는 기성품이 아니고, 본인들이 말하길 원치 않아서 답하기는 어렵다.
Q. 큰 미미, 작은 미미라고 불러도 되나?
A. ‘X’(아니). (그렇다면 좌미미 우미미는?) ‘X’(역시나 아니) 따로 부르지 마세요. (이 질문을 한, 두 여성분은 미미 시스터즈가 공연 때 애용하는 라이터와 스티커를 받았다. 아울러 CD에 입술 자국까지 덤으로 받았다. 왕 부러움을 받았다.)
Q. (베이스 ‘정중엽’에게) 혹시 연기에 관심 있나?
A. 관심 있다. 키가 180cm인데 모델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모델은 나보다 커야 되더라. 사실은 내 밴드가 있는데, 지금 휴업하고 장얼이 메인이 됐다. ‘장기하의 난’이 계속되면서 못하고 있다.(웃음)
Q. (기타 ‘이민기’에게) 공연 중에 팔이 빠질 것처럼 연주해서 인상 깊었다. 밴드 와서 후회한 적 없나? 잘못 낚였다고 생각한 적은?
A. 앨범까지 나온 마당에.(웃음) (기타는 몇 년째?) 대학 와서 배웠으니 9년, 10년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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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럼 ‘김현호’에게) 장기하가 ‘눈뜨고코베인’에서 드럼을 맡았는데, 영역을 침범해서 왜 이렇게밖에 못하냐는 둥의 얘기는 않나?
A. 기하 형이 인정해주는 편이다. 잘 생각해 준다. 그런 문제는 없다. (보컬 생각은?) 노래를 잘 못해서 노래할 생각은 없다.
Q. (보컬 ‘장기하’에게) 정말 중독성이 있다. 「정말 없었는지」를 좋아하는데 경험담인지, 그냥 쓴 건지, 어떻게 나온 가사인가.
A. 다른 노래들과 달리 그 노래는 직접적인 정서를 담은 게 아니다. 만들 일이 있었다. 계기가 있었는데 말하고 싶진 않다. 청탁을 받아서 만든 노래다. 이런 정서를 얘기하면서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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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기하에게) 여자 친구 있나? 이상형은?
A. 이상형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상상한 적은 없다. 지금 여자 친구는 있다.
Q. (장기하에게)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을 들으면 빵집 딸이 생각난다. 지금 내가 45세다.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애와 함께 왔다.(박수) 애가 좋아하는 노래를 이제는 내가 좋아하게 됐다. 혹시 안동 장씨인지.(웃음) 45살인 사람을 (장기하의 얼굴들의) 전도사로 만들 수 있는 내공이나 힘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A. 안동 장씨다.(웃음) 내공이 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잘 모르겠다. 현학적인 말을 가사에 쓴다든지, 엄청 예술가인 양 인정받고픈 욕심이 없다. 그냥 내 취향이다. 일상적인 말을 쓰고, 들어서 난해하거나 위압감을 주는 음악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내공은 더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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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기하에게) 두 번째 수능 준비를 하고 있는데 큰 위안이 된다. 작년에는 싱글을 샀고, 지금은 앨범을 샀다. 살면서 삶의 위안을 주는 음악이 있다면.
A. 최근 노래를 듣고 눈물을 두 번 흘린 적이 있다. 캐비넷 싱얼롱즈의 「이 좁은 골목길」을 집에서 듣다가 울었다. 중간에 나오는 바이올린 연주가 참 따뜻한데, 왜 울고 있나 생각했는데, 내게 위안이 됐다. 또 로로스 단독공연을 갔다가 백현진의 「학수고대했던 날」을 라이브로 처음 듣고 줄줄 눈물을 흘렸다.
숱한 궁금함을 뒤로하고 아쉽게도 우리들의 대화는 이 정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역시 끝이 아니었다. 깜짝쇼. 1집 앨범 발매를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 수여와 촛불 점등. 그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는데, 어색해하면서도 수줍은 그들을 향해 우리들은 박수와 노래로 화답했다. “1집 축하합니다. 1집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1집 축하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장기하와 닮았다는 한 여성팬이 심혈을 기울인 12행시가 우리의 2%를 채웠다. 12행시의 제목은 ‘장기하, 지속적인 음악 부탁해’.
“장기하, 지속적인 음악 부탁해”
진심으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바랐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소박하지만, 왠지 가슴을 울리는 이 말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그들은 최고의 뮤지션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다.
송골매(배철수), 산울림, 송창식을 닮고 싶어 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노래와 공연에만 몰입한다. 앨범이 많이 팔리든, 그렇지 않든,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단다. 그렇다고 그들이 발 딛고 있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는다. 해석 나름이겠으나, 그의 음악에는 동시대와 끈끈하게 맺어진 정서가 있다. 급작스러운 유명세와 팬덤에 휘둘리지 않는 듯한 꼿꼿함도 완소(완전소중)다. 명품 브랜드의 CF 제의도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는 이야기에, 그들답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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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노래하듯, 노래도 말하듯, 세상과 소통하는 그들의 선율을 듣자면, 들썩이는 흥겨움 뒤로 “야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도 있어야 한다”(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팩토텀』)는 명제를 되새기게 한다. 그래, 좀 띄엄띄엄 살면 어때. 숨 좀 쉬면서 살자. 빈틈 많고 군더더기가 있으면 또 어때. 잘나야 인간 취급받는, 세상은 밥맛이다. 뭐 좀 시시콜콜해서 별일 아니면 어때.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시큰둥한 삶에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절실한 그 무엇이 존재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언젠가 그들도 지금의 만신전에서 내려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어떤가. 그들의 목표는 인기가 아니잖아. 원래 그들은 ‘아무 것도 없잖어’. 지속 가능하다면 그들은 어디서든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계속하고 있을 터. ‘별일 없이 산다’고 말하고 있겠지. 덤덤하면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집으로 가는 길. 밤하늘이 묻고 있었다. 별일 없냐? 에라이, 말해줬다. 나? 별일 없이 산다. 웅~~ 매일 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참, 4월 3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4월 4일), 광주(4월 11일)에서 지방 공연이 펼쳐진단다. 신도들아, 우리 또 각개 모이자. 교주님 오시니, 전도하시라. 당신이 이미 신도라면, 교주님을 향한 신심은 더욱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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