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연회]『엄마 학교』 서형숙
잘 자란 저자의 자녀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 없이 고생도 하지 않고 생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자는 언제나 순간을 살았으며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한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4.14
작게
크게

‘엄마 학교’라는 제목을 보며 예전에 가졌던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한창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 때 미리 교육이라도 받든가, 마음의 준비라도 했다면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나 혼자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더라도 마음고생은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엄마 학교’라는 말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물론 내가 아이를 키우던 시절에 이런 강연이나 책이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들을 기회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아직도 키울 날이 먼 아이 둘을 여전히 힘들어하며 키우고 있으니 늦지는 않은 셈이다.



 

대학생 자녀를 두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젊고 활기찬 모습으로 강단에 선 서형숙 저자는 이력이 특이하다. 대학원에서 고대미술사학을 전공했지만 한살림 공동체 운동을 하며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강의를 했으나 잘 자란 아이들 덕분에 지금은 교육 강사로 더 유명하다. 그 바탕에는 미술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현대의 사람들은 유목민처럼 생활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로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특히, 집의 경우 ‘주거’의 목적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즉,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나중을 바라보고 산다는 이야기다. 후에 집값이 오를 것 같은 곳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미래의 삶을 지레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의하기 이전에 뜨끔했다.

잘 자란 저자의 자녀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 없이 고생도 하지 않고 생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자는 언제나 순간을 살았으며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한다. 즉,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학부모였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지지를 보여줬으며 아이를 아이 모습 그대로 인정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를 키우던 때를 마치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리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참된 기억만 한다

속담 중에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물에 빠진 순간에는 누군가가 구해주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막상 물에서 나오면 가지고 있던 짐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제발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하고 바라지만 막상 건강하게 태어나면 그 후에는 ‘공부도 잘했으면’ 하고 바라고, 만약 공부를 잘하면 성격도 좋기를 바라는 등 욕심이 끝이 없다. 저자의 둘째도 처음에 학교 부적응생이라서 고생을 했지만 그 순간에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았다. 그리고 학교에 적응을 해서 잘 다니고 있어도 항상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다른 욕심이 생기려고 할 때마다 처음의 그 기억을 되새기며 살았다. (바로 이 부분이 많은 부모들과 달랐던 점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인정한다

엄마가 낳은 아이는 어른의 말을 척척 알아듣고 자기 행동을 알아서 수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몇 번을 이야기해야 듣는 ‘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둘째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릴 때에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수월하고 마음 편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아이가 고난을 많이 줬기 때문에 아이가 저자를 ‘길렀다’고 생각했을까.


저자는 누구나처럼 실패와 실수가 잦았지만 동일한 실수를 두 번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준비를 했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꾀를 부리는 둘째에게 무조건 윽박지르거나 강요하지 않고 ‘살피기’를 잘했다.

선택과 포기는 깔끔하게

큰아이가 고3 때 세계 잼버리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저자도 다른 부모들처럼 처음에는 말렸다. 그러나 아이가 학생 신분으로 그 대회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자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신 그 해에 대학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대회에 다녀와서 더 열심히 공부를 했고 그 해에 대학을 갔다. 만약 그때 못 가게 막았다면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미련이 남아서 공부가 제대로 안 됐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하나를 선택했다면 거기에 미련을 두지 않고 깔끔하게 포기하고 전폭적으로 아이를 지지해 준 저자의 믿음이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자에게 결혼도 잘하고 육아도 잘했다고 이야기할 때 이렇게 대답한다. “결혼 생활을 잘했다. 가정생활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했고 육아도 온 힘을 다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어진 것을 단순히 꾸려나간 것이 아니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에게나 실천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저자가 그 강단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순간에 집중한다

대개 육아서에서 이야기하기를 아이가 말을 하고자 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들어주라고 한다. 잠깐 설거지를 뒤로 미룬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고 실천하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되면 ‘이것만 끝내고’라는 욕심 때문에 아이의 말을 흘려듣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그대로 실천했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에게 눈을 맞췄다.


또한, 큰아이의 경우 저학년 때 발표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속상했지만 다른 장점을 생각하며 화내지 않았다. 나중에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발표하는 방법을 집에서 조금씩 연습시키자 차츰 좋아져서 나중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족한 것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 발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그것에만 집중하라.

결과를 최대한 누린다.

그리고 하나를 고치면 그에 대한 칭찬을 아주 많이 해주고 그 결과를 최대한 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하나를 고치고 나면 바로 다른 것을 고치라고 주문하지만 저자는 지금 고친 것에 대한 칭찬을 오래도록 하며 최대한 누렸다.

오래오래 기다려준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다려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안한 것인지 모른다. 사교육을 권장하거나 배척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경우라면 아이와 의논해서 시키는 것도 괜찮다. 저자의 큰아이도 수학을 잘하지만 시험을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과외를 권유했으나 아이가 싫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꾸 반복하면 서로 질려서 대화가 안 되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이야기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과외를 하자 실력이 부쩍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부탁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학교 열심히 가기
둘째,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만 보기
셋째, 숙제 성실히 하기. 절대 ‘잘하기’가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바로 위의 세 가지가 아닐까 싶다.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하면 자연히 수업 태도가 좋고, 그러면 수업에 충실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학원에 안 다녀도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밤늦게까지 힘들게 학원 다니는 모습을 안쓰러워서 보지 못하는 뜨거운 가슴을 가졌기 때문에 학원을 안 보냈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언제나 웃으며 아이를 맞이하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 갈 때나 집에 왔을 때 정이 가는 마음을 담아 가장 윤택한 말로 웃으면서 맞이하라.

저자는 자신의 엄마의 행동이 좋았던 것은 따라 했고, 싫었던 것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엄마가 이렇게 하는 대신 저렇게 했으면’ 하고 바랐던 것은 저렇게 하려고 노력했?. 저자 자신이 느꼈던 것처럼 자녀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저자가 엄마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듯이 딸도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결코 걱정하지 않는다.

강연을 들으며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지금은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 세월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문제와 더불어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걱정까지 미리 하느라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현재를 열심히 살다 보면 반드시 행복한 삶(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Q. 초2 남자아이를 둔 엄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신이 읽는 것은 싫어한다. 둘째가 독서를 어려워했다고 하는데 이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은가?

A. 책을 안 읽으면 주변을 보면서 터득하는 것을 잘할 것이다. 그리고 책의 경우 좋아하는 분야와 연계해서 읽혀도 좋다. 아니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책을 읽은 후에 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아이 연령보다 낮은,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Q. 공부와 육아 중 육아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후회는 하지 않았는지?

A. 공부는 못했으나 큰아이가 두 살 때부터 일을 했다. 전공 분야가 아니지만. 어떤 일이든 전문인답게 열심히 하면 된다. 대신 그런 열쇠를 쥐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조금 아쉬운 생각은 들지만 대신 얻은 것이 많아서 미련은 없다.


Q. 현재 아이를 임신 중인데 경쟁이 치열한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아 이민을 고려 중이다. 과연 그 선택이 괜찮은 것인지, 우리의 교육에 점차 희망을 가져도 되는지?

A. 부모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진짜 원하는 쪽을 선택하라. 모든 사람은 함께 사는 것이다. 혼자만 좋은 환경에서 울타리치고 살 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곳에나 문제가 있다. 선택을 잘하도록 한다. 둘 다 잡을 수는 없다.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버려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중심을 확실히 잡도록 한다. 그리고 우리 교육이 점차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요즘은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친구 사귀기도 힘들다고 한다. 학원을 그다지 보내고 싶지 않은데 아이가 가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선별적으로 보낸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도록 한다. 흔들릴 것 같으면 다시 만나서 힘을 얻는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을 좋아한다. 작심삼일하고 그다음에 다시 작심삼일하라. 그러면 계속 이어질 것 아닌가.

Q. 8년 직장생활을 한 후 육아를 위해 그만두었다. 주변의 직장 다니는 엄마들의 육아를 위해 조언해 준다면?

A. 저녁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집에 와서 아이를 맞았다. 시민운동을 하면서도 아이가 우선이었다. 특히 3살까지는 전폭적 지지를 보이는 양육자가 한 명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장을 다닌다면 지갑을 열어라.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하지 미라. 그러면 힘들고 결국 그 여파가 가족에게 미친다.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서형숙 #엄마학교
2의 댓글
User Avatar

prognose

2012.08.09

어느 쪽이든 착하고 건강하고 순순하게 태어난 아이는 좀처럼 없겠죠. 그렇지만 부모가 되면 그런 아이를 으례히 바라게 되고 그래서 아이에게 강요를 하게 되는 거같아요. 학교만 제대로 가는 건 공감가네요. 학원 열심히 다녀봐야 학교보다 못하더라고요.
답글
0
0
User Avatar

천사

2012.03.21

아이에게도 다 그 나름의 고민과 걱정이 있겠지요. 부모라면 이런 점들을 잘 캐치해 내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하고자하는 것은 최대한 도와줘야 겠지요.
답글
0
0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Writer Avatar

서형숙

1958년 4월 8일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났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고대미술사를 전공했으며, 결혼 후 대학원 공부를 놓고 육아에 전념하며 전문 주부가 되었다. 1989년 한살림 공동체 운동을 시작하여 소비자 대표를 거쳐 현재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는 농업, 먹을거리의 생명성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해 온 분인데 잘 자란 아이들 덕분에 교육 강사로 더 유명해졌다. 2006년 ‘달콤한 육아 · 편안한 교육 · 행복한 삶’의 비결을 후배 엄마들에게 나누고자 북촌 계동 한옥에 ‘엄마 학교’를 열어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전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거꾸로 사는 엄마』,『엄마 학교』,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등이 있으며, 『엄마학교』는 일본과 대만에서도 출간되었다. 작가는 자녀교육에 있어서‘서두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아이를 키워왔다. 그랬더니 두 아이는 누구나 부러워 할 만큼 지·덕·체를 갖춘 인재로 잘 자라 주었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딸 안태경은 예비 고3일 때에 태국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 대회에 운영 요원으로 20일 간 참여하면서도 최고의 성적을 놓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서울시장에게 ‘글로벌 리더십’ 상을 받기도 했다. 아들 안홍원은 누나와 마찬가지로 성적우수자로 2006년에 연세대에 입학하였다. 전국 소년체전 육상 부문 금메달리스트이자 서울 소년체전 신기록 보유자다. 초·중·고 전교회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했고, 졸업 후에도 후배 200여 명을 이끌고 국토순례를 다녀왔다.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엄마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엄마 되는 법을 익혀 훈련이 되면 아이와 있는 것이 행복하고 교육도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