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100% 교감이 가능하다” - 『뮤직비타민』 펴낸 가수 김현철
어떻게 하면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지난 8일 그를 만났다. 가수 김현철이 아닌, 책의 저자로 마주친 그.
200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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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그 노래 때문이었다. 내 살던 고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춘천을 그리고, 그곳에 갈라치면 꼭 기차를 타야 한다고 고집했다. 다른 교통수단은 왠지 마뜩찮았다. 낭만도 흥겨움도 훨씬 덜할 것 같은 기분.
어떤 연애에서 그녀와 나의 첫 여행지가 춘천으로 정해진 것도 순전히 그 노래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춘천 가는 기차」를 듣고, 우리는 느닷없이 춘천을 가기로 했고, 기차를 탔다. 물론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없고, 춘천은 내게도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이다. 나를 데리고 갔던 춘천 가는 기차는,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데리고 간다. 그때 그 기차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와 나의 이야기와 사랑, 우리의 체취를.
그저 사소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이 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음악(노래)의 힘은 세다. 가보지도 못한 어떤 곳에 끌림을 느끼거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교감하기도 하고, 그건 음악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3~4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것이 가능한 것, 그것도 음악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면서, 다른 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음악은, 그렇게 센 친구다.
그런 면에서, 아이를 둔 부모가 아이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을 통해 함께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아이의 감(수)성도 자연스럽게 키워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사람이 있다. 「춘천 가는 기차」의 가수 김현철이다. 벌써 데뷔 20년을 맞이한 그가, 이번에는 앨범이 아닌 책을 내놨다. 『뮤직비타민』(김현철 지음/와이쥬크리에이티브 펴냄).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김현철만의 방식’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궁금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데뷔 20년의 중견(!) 가수가 던지는, ‘아이와 음악 친하게 만들기’ 프로젝트. 어떻게 하면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지난 8일 그를 만났다. 가수 김현철이 아닌, 책의 저자로 마주친 그. 여전하면서도 달라졌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마주한 그(의 노래)와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좋았다. 물론, 아빠가 된 뒤, 아이들을 위한 노래와 책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그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전하고, 언제쯤 새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느냐는 앙탈(?)도 덧붙였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낸 것에 대해 ‘무리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그래도 첫 책을 냈는데, 소회나 느낌이 어떤가.
어려웠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어렵지만, 처음 곡을 썼을 때처럼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책이 나오고 보니까, 대견하기도 하다. (웃음) 한편으로는 ‘더 잘 쓸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창작자는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런 감정 가지잖나. 책은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썼다. 늘 해오던 생각이니까, 그것을 정리한 셈이었다.
책에 보면, 아이에게 음악을 알려주는 것에 대해, ‘교육’이라는 말 대신 ‘행복’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다. 행복이라고 일컬은 것에 대해 얘기한다면.
대개 교육이라고 하면, 수학이나 과학을 예로 들어보면, 커리큘럼이 오래 전부터 있었고, 가다듬어졌고, 교육화시켜서 나름 굳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배울 땐, 차례가 있다. 수학을 할 땐, 덧셈부터 하고 뺄셈으로 가고, 미분하고 적분으로 가잖나. 그러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음악은 말하자면, 교육이 아니다. 같이 듣고 즐기는 것이다. 그만큼 일상적인 것이다. 같이 듣는 데서 오는 행복감도 있잖나. 그런 일상의 행복을 강조하고 싶어서 행복이라는 말을 썼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은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다음 단계로 꼭 가야 하는 무엇도 아니다.
‘음악을 듣는 우리 가족’의 풍경을 묘사한다면 어떻게 말하고 싶나.
그냥 자연스럽게 듣고 부른다. 각자가 듣고 싶은 포즈대로, 듣고 싶은 만큼 음악을 듣는다. ‘자, 음악 들어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하면서 듣는 게 아니다. 그냥 틀어놓으면 좋은 거고, 같이 들어서 좋은 거고. 행복감을 느끼고. 많은 부모들이 대개 진도를 따지는데, 음악에는 진도를 따질 수 없다. 어떤 게 어렵고 쉽고, 이런 것도 없고. 음악에는 귀함과 천함도 없다. 취향이 있을 뿐이다. 수학은 1차 방정식을 모른다고 하면, 무식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음악은 ‘합창’은 알고 ‘비창’을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할 수 없다. 진도 따지는 부모님들은 그래서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그 얘기, 책에서 인상 깊더라. 음악을 배울 때, ‘진도가 아닌 완성도’라는 말. 체르니 40번이나 바이엘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고, 즐길 수 있도록 풀어두면서 음악을 만나는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부모가 아이에게 아낌없이 선사해야 할 것은 재촉하는 기대가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결국 부모의 과도한 기대나 조급증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 같은데…….
그런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 진도를 따지는 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이 전체적으로 (아이에게) 나쁜 영향 미칠 수 있다. 주변에 봐라. 아이들 대부분은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다. 그러나 지금 와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 않냐. 진도주의 때문이다. 어머니들이 재촉하니까. 음악을 음악으로 배우지 못하고, 학문이나 기술로 배워서 그런 거다.
어린 시절, 이런저런 음악을 듣고 연주?작곡하길 즐겼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참 좋은 분이셨던 것 같다. 부모님이 어떤 음악 행복을 만나게 해 주셨나.
음악이 좋다는 건, 부모님한테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듣고 싶을 때 듣고, 듣고 싶지 않을 때는 안 듣는, 그래서 음악이 좋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음악을 할 때도, 실제로 “네가 음악을 하고 싶으면 하고, 음악 하기 싫으면 관둬도 돼.”라고 하셨다. 그러다 또 하고 싶으면 또 해도 된다고 하셨고. 내 아이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다만 겉멋에 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훈련이 돼야 한다고 본다.
부모님은 어떤 음악을 주로 들려주셨는가.
꽤 많은데……. 팝송이 많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팝송을 자연스럽게 들려주시고,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음악 그 자체로 들었다. 폴 앵카, 마이클 잭슨, 올리비아 뉴튼 존 등등 굳이 누구를 들지 않더라도 음악이 늘 있었다.
지금 가족 사운드트랙을 만든다면, 어떤 음악들로 채워질는지.
부모가 가져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이 위주가 돼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주장해서,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것은 곤란하다. 아이들이 주장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부모는 놀 자리를 펴주거나 멍석을 깔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음악이 중요하다.
‘음악일기’라는 아이디어가 참 좋더라. 음악일기의 효용이 있다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아이가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하고 곡도 많지 않다. 한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쓸 수도 있는데, 그 느낌이 다르다. 같은 노래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하루에 아이의 발달상황 같은 걸 지켜보기에도 좋고. 어제는 싫다가 오늘은 좋다고 그러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변덕이 심한 것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감성은 시시각각 다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사랑받는 어른, 매력적인 어른이 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이 학원에서 벗어났다고 음악까지 등지게 하지는 말자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은 음악을 등지게 하는 측면이 강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싫어하고 등지게 되는 게, 다 그런 거다. 특히 영어. 되지도 않는 영어를 강요해서 그런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음악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건데, 학교에서 음악 교육은, 강요하고 주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개 음악 시험을 본다. 음악사 시험을 보는 건 이해하지만, 음악은 정말 시험과 관계가 없다. 그저 느끼는 거다. 음악을 들으면 느낌이 풍부해지고 생각의 각이 넓어지고 사람이 유연해진다.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게 아니고, 유연하고 오픈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지속적인 음악 교육, 아니 음악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인 방식을 너무 원하는데, 그런 마인드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음악일기가 좋으니까, 앞으로 이거 써.” 그러면, 어느 아이가 좋아서 음악일기를 쓰겠나. 이건 음악을 등지라고 하는 거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방법도 없다. 우선은 마인드가 제일 중요하다.
집안에서 DJ로 산다는 것에 대해. 방송국 DJ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는데.
조그만 아이들도 취향이 있고, 금방 또 바뀌기도 하더라. 그리고 아이들은 공감각적이라 만화영화 주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 왜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만화영화 주제가를 아이들과 함께 부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30분만 시간 내면 배울 수 있는데, 안 부른다. 싫어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도 같이 부르는 노래가, 진짜 노래다. 부모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애들이 좋아하면,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는 그런 게 좋다.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데 있어 주의할 점이 있다면.
대중음악도 상당히 좋다. 대중음악에서도 좋은 음악이 꽤 많긴 하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이거나 저속한 그런 것들에 노출되는 것은 부모가 막아야 한다. 그 밖에 음악이라면 다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차르트 이펙트’처럼 너무 클래식 일변도인 것도 있다. 이 책도 그래서 평범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봤으면 한다. 세계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나 음악 천재로 키우는 그런 걸 다루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 잘 자라는 데 조금 더 감성적이었으면 하는 것을 담았다. 진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애들은 교육 방식도 다르다. 이 책은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아이들의 부모를 위한 거다.
악기도 어릴 때부터 다루면 좋잖나. 2만 원짜리 바이올린으로 교감하는 것도 정겹더라.
악기도 마찬가지다. 결코 진도로 놓고 시키면 안 된다. 뭐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을 하는 건 다르지 않나. 일이든 뭐든. 사람은 그렇게 끝없이 재미를 추구하면 사는데, 일단 악기도 재미있어야 한다. 일단 흥미롭게 해야 하고.
애니메이션 <카>의 OST를 들으며 아이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 에피소드도 좋았는데, 음악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는 즐거움에 대해.
교감은 100% 가능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른과 아이와의 소통에는 반드시 음악이 있어야 한다. 대개 부모라는 게 서른 살쯤 많지 않나. 나도 둘째를 서른여섯에 봤는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겠나. 그게 음악이다. 책에도 있지만, 친구 한 명에게 마이클 잭슨을 아는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그 둘에게는 마이클 잭슨이 또 다른 매개체다. 부모와 아이의 그런 매개체로 음악이 가장 힘이 세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울 수도 있다. 그럴 때,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를 틀어 놓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러면, ‘아빠가 화해하자는 뜻이구나.’ 하고 아들이 여길 수도 있다. 반대로 아들이 그럴 수도 있고.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다.
자신의 노래 중, 아이들에게 권해주고픈 노래가 있다면.
책에도 그런 걸 쓰면 그 곡만 전부 다인 줄 알까봐 쓰지 못했는데……. 뭔가를 추천해달라는 것보다 뭐를 추천해주지 않겠느냐가 더 좋지 않겠나. 아까도 말했지만, 일부의 저속하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노래는 아이들이 접속하지 않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
음반이든 책이든, 아이들을 위한 음악선물도 좋지만, 나처럼 가수 김현철을 기다리는 성인 팬들도 많다. 지난 2006년 12월에 발매된 9집 앨범이 마지막이었는데, 언제쯤 함께 늙어가는 성인들을 위한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인가.
올해 데뷔 20주년이라는데, 의미는 잘 모르겠다. (웃음) 어쨌든 지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발매는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다. 앨범은 완성도니까 언제까지 내겠다고 말은 못하겠다. 어쨌든 준비하고 있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팬들에게 인사 한 말씀, 해 달라.
음,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음악이라는 것은 나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거니까, 계속 음악을 하고 있고, 결코 음악을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앨범을 내는 것도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늘 음악과 함께하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 주시면 충분히 행복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다.
어떤 연애에서 그녀와 나의 첫 여행지가 춘천으로 정해진 것도 순전히 그 노래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춘천 가는 기차」를 듣고, 우리는 느닷없이 춘천을 가기로 했고, 기차를 탔다. 물론 지금 그녀는 내 곁에 없고, 춘천은 내게도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이다. 나를 데리고 갔던 춘천 가는 기차는,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데리고 간다. 그때 그 기차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와 나의 이야기와 사랑, 우리의 체취를.
그저 사소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이 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음악(노래)의 힘은 세다. 가보지도 못한 어떤 곳에 끌림을 느끼거나,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교감하기도 하고, 그건 음악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3~4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것이 가능한 것, 그것도 음악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면서, 다른 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음악은, 그렇게 센 친구다.
궁금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데뷔 20년의 중견(!) 가수가 던지는, ‘아이와 음악 친하게 만들기’ 프로젝트. 어떻게 하면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지난 8일 그를 만났다. 가수 김현철이 아닌, 책의 저자로 마주친 그. 여전하면서도 달라졌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마주한 그(의 노래)와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좋았다. 물론, 아빠가 된 뒤, 아이들을 위한 노래와 책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그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전하고, 언제쯤 새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느냐는 앙탈(?)도 덧붙였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낸 것에 대해 ‘무리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그래도 첫 책을 냈는데, 소회나 느낌이 어떤가.
어려웠다. 누구나 처음 하는 일은 어렵지만, 처음 곡을 썼을 때처럼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책이 나오고 보니까, 대견하기도 하다. (웃음) 한편으로는 ‘더 잘 쓸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창작자는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런 감정 가지잖나. 책은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썼다. 늘 해오던 생각이니까, 그것을 정리한 셈이었다.
책에 보면, 아이에게 음악을 알려주는 것에 대해, ‘교육’이라는 말 대신 ‘행복’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다. 행복이라고 일컬은 것에 대해 얘기한다면.
대개 교육이라고 하면, 수학이나 과학을 예로 들어보면, 커리큘럼이 오래 전부터 있었고, 가다듬어졌고, 교육화시켜서 나름 굳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배울 땐, 차례가 있다. 수학을 할 땐, 덧셈부터 하고 뺄셈으로 가고, 미분하고 적분으로 가잖나. 그러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음악은 말하자면, 교육이 아니다. 같이 듣고 즐기는 것이다. 그만큼 일상적인 것이다. 같이 듣는 데서 오는 행복감도 있잖나. 그런 일상의 행복을 강조하고 싶어서 행복이라는 말을 썼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은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다음 단계로 꼭 가야 하는 무엇도 아니다.
‘음악을 듣는 우리 가족’의 풍경을 묘사한다면 어떻게 말하고 싶나.
그냥 자연스럽게 듣고 부른다. 각자가 듣고 싶은 포즈대로, 듣고 싶은 만큼 음악을 듣는다. ‘자, 음악 들어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하면서 듣는 게 아니다. 그냥 틀어놓으면 좋은 거고, 같이 들어서 좋은 거고. 행복감을 느끼고. 많은 부모들이 대개 진도를 따지는데, 음악에는 진도를 따질 수 없다. 어떤 게 어렵고 쉽고, 이런 것도 없고. 음악에는 귀함과 천함도 없다. 취향이 있을 뿐이다. 수학은 1차 방정식을 모른다고 하면, 무식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음악은 ‘합창’은 알고 ‘비창’을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할 수 없다. 진도 따지는 부모님들은 그래서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그 얘기, 책에서 인상 깊더라. 음악을 배울 때, ‘진도가 아닌 완성도’라는 말. 체르니 40번이나 바이엘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고, 즐길 수 있도록 풀어두면서 음악을 만나는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부모가 아이에게 아낌없이 선사해야 할 것은 재촉하는 기대가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결국 부모의 과도한 기대나 조급증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 같은데…….
그런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겠다. 진도를 따지는 거나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이 전체적으로 (아이에게) 나쁜 영향 미칠 수 있다. 주변에 봐라. 아이들 대부분은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운다. 그러나 지금 와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 않냐. 진도주의 때문이다. 어머니들이 재촉하니까. 음악을 음악으로 배우지 못하고, 학문이나 기술로 배워서 그런 거다.
어린 시절, 이런저런 음악을 듣고 연주?작곡하길 즐겼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참 좋은 분이셨던 것 같다. 부모님이 어떤 음악 행복을 만나게 해 주셨나.
음악이 좋다는 건, 부모님한테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듣고 싶을 때 듣고, 듣고 싶지 않을 때는 안 듣는, 그래서 음악이 좋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음악을 할 때도, 실제로 “네가 음악을 하고 싶으면 하고, 음악 하기 싫으면 관둬도 돼.”라고 하셨다. 그러다 또 하고 싶으면 또 해도 된다고 하셨고. 내 아이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다만 겉멋에 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훈련이 돼야 한다고 본다.
부모님은 어떤 음악을 주로 들려주셨는가.
꽤 많은데……. 팝송이 많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팝송을 자연스럽게 들려주시고, 가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음악 그 자체로 들었다. 폴 앵카, 마이클 잭슨, 올리비아 뉴튼 존 등등 굳이 누구를 들지 않더라도 음악이 늘 있었다.
지금 가족 사운드트랙을 만든다면, 어떤 음악들로 채워질는지.
부모가 가져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이 위주가 돼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신이 주장해서,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것은 곤란하다. 아이들이 주장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부모는 놀 자리를 펴주거나 멍석을 깔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음악이 중요하다.
‘음악일기’라는 아이디어가 참 좋더라. 음악일기의 효용이 있다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아이가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하고 곡도 많지 않다. 한 노래를 듣고 또 듣고, 쓸 수도 있는데, 그 느낌이 다르다. 같은 노래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하루에 아이의 발달상황 같은 걸 지켜보기에도 좋고. 어제는 싫다가 오늘은 좋다고 그러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엔, 변덕이 심한 것이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감성은 시시각각 다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사랑받는 어른, 매력적인 어른이 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이 학원에서 벗어났다고 음악까지 등지게 하지는 말자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음악교육은 음악을 등지게 하는 측면이 강하지 않나 싶다. 어떻게 생각하나?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싫어하고 등지게 되는 게, 다 그런 거다. 특히 영어. 되지도 않는 영어를 강요해서 그런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음악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건데, 학교에서 음악 교육은, 강요하고 주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개 음악 시험을 본다. 음악사 시험을 보는 건 이해하지만, 음악은 정말 시험과 관계가 없다. 그저 느끼는 거다. 음악을 들으면 느낌이 풍부해지고 생각의 각이 넓어지고 사람이 유연해진다.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게 아니고, 유연하고 오픈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지속적인 음악 교육, 아니 음악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인 방식을 너무 원하는데, 그런 마인드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음악일기가 좋으니까, 앞으로 이거 써.” 그러면, 어느 아이가 좋아서 음악일기를 쓰겠나. 이건 음악을 등지라고 하는 거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방법도 없다. 우선은 마인드가 제일 중요하다.
집안에서 DJ로 산다는 것에 대해. 방송국 DJ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는데.
조그만 아이들도 취향이 있고, 금방 또 바뀌기도 하더라. 그리고 아이들은 공감각적이라 만화영화 주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 왜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만화영화 주제가를 아이들과 함께 부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30분만 시간 내면 배울 수 있는데, 안 부른다. 싫어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도 같이 부르는 노래가, 진짜 노래다. 부모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 애들이 좋아하면,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는 그런 게 좋다.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데 있어 주의할 점이 있다면.
대중음악도 상당히 좋다. 대중음악에서도 좋은 음악이 꽤 많긴 하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이거나 저속한 그런 것들에 노출되는 것은 부모가 막아야 한다. 그 밖에 음악이라면 다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차르트 이펙트’처럼 너무 클래식 일변도인 것도 있다. 이 책도 그래서 평범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봤으면 한다. 세계 제일의 바이올리니스트나 음악 천재로 키우는 그런 걸 다루지 않는다. 그냥 아이들 잘 자라는 데 조금 더 감성적이었으면 하는 것을 담았다. 진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애들은 교육 방식도 다르다. 이 책은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아이들의 부모를 위한 거다.
악기도 어릴 때부터 다루면 좋잖나. 2만 원짜리 바이올린으로 교감하는 것도 정겹더라.
악기도 마찬가지다. 결코 진도로 놓고 시키면 안 된다. 뭐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을 하는 건 다르지 않나. 일이든 뭐든. 사람은 그렇게 끝없이 재미를 추구하면 사는데, 일단 악기도 재미있어야 한다. 일단 흥미롭게 해야 하고.
애니메이션 <카>의 OST를 들으며 아이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낸 에피소드도 좋았는데, 음악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는 즐거움에 대해.
교감은 100% 가능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른과 아이와의 소통에는 반드시 음악이 있어야 한다. 대개 부모라는 게 서른 살쯤 많지 않나. 나도 둘째를 서른여섯에 봤는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겠나. 그게 음악이다. 책에도 있지만, 친구 한 명에게 마이클 잭슨을 아는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그 둘에게는 마이클 잭슨이 또 다른 매개체다. 부모와 아이의 그런 매개체로 음악이 가장 힘이 세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울 수도 있다. 그럴 때,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를 틀어 놓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러면, ‘아빠가 화해하자는 뜻이구나.’ 하고 아들이 여길 수도 있다. 반대로 아들이 그럴 수도 있고. 그게 음악이 가진 힘이다.
자신의 노래 중, 아이들에게 권해주고픈 노래가 있다면.
책에도 그런 걸 쓰면 그 곡만 전부 다인 줄 알까봐 쓰지 못했는데……. 뭔가를 추천해달라는 것보다 뭐를 추천해주지 않겠느냐가 더 좋지 않겠나. 아까도 말했지만, 일부의 저속하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노래는 아이들이 접속하지 않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
음반이든 책이든, 아이들을 위한 음악선물도 좋지만, 나처럼 가수 김현철을 기다리는 성인 팬들도 많다. 지난 2006년 12월에 발매된 9집 앨범이 마지막이었는데, 언제쯤 함께 늙어가는 성인들을 위한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인가.
올해 데뷔 20주년이라는데, 의미는 잘 모르겠다. (웃음) 어쨌든 지금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발매는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다. 앨범은 완성도니까 언제까지 내겠다고 말은 못하겠다. 어쨌든 준비하고 있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팬들에게 인사 한 말씀, 해 달라.
음,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음악이라는 것은 나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거니까, 계속 음악을 하고 있고, 결코 음악을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앨범을 내는 것도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늘 음악과 함께하고 있으니 좀더 기다려 주시면 충분히 행복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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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fbqkdrmf
2022.11.29
seheeys
2009.09.17
호호용용
2009.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