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의 대화] 아버지,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감독
쌀쌀한 날씨, 조금 먼 곳에서 진행된 행사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 관객은 적었다. 그렇다면 이날 참석하신 분들은, 영화를, 감독님을 ‘정말’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할 수 있겠지. 이런 연결고리 하나만으로도 금세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 영화관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많지 않았지만, 소란스러운 멀티플렉스보다는 예술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는 친밀감이 내밀하게 감돌고 있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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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본 기사에는 글 내용상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핍, 우리는 열 개나 가지고 있더라도 하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한 가지에 신경이 쓰인다. 백 가지 행복을 가지고 있어도, 두세 가지 걱정이 생기면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98퍼센트의 마음이 행복해하고, 나머지 2퍼센트 정도만 염려하게 되는가? 아마 보통의 사람들은 절반 이상의 마음이 걱정에 쏠려 있을 테다. 그렇게 우리는 만족에는 취약하고, 결핍에는 예민한 인종, ‘호모 시리어스(Homo serious)’다.

더군다나 그 모자란 것이,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는 것일 때, 문제가 크게 생긴다. 모자란 한 가지가 마치 내 삶을 뒤흔들어 버릴 것 같은 불안과 불만은 그런 상황에 처할수록 한껏 증폭된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이 포진되어 있다. 연예인 앞에서 굴욕을 느끼는 내 키나 몸매, ‘진상 커플’들 앞에서 나 홀로 솔로인 처지, 이 나라에서도 저 나라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국적 때문에 고민하는 재외국민, 갖고 싶은 것 앞에서 턱없이 면목 없는 주머니 사정, 그리고 혹자에게는 부모일 수도 있겠다.

이런 것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핍된 것이 비록 작은 것이라도 그보다 훨씬 큰 결핍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어린 시절 부모의 빈자리는 성장하면서 그 부재의 지점을 돌아보게 일들이 숱하다. 아이가 커서 누군가의 부모가 될 때까지 그곳은,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에도 아프게 쑤셔올 것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아버지 없이 키우는 딸 승아에게나, 갑자기 아버지를 찾겠다고 나서는 명은에게, 명주는 시원스레 한마디 쏘아주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가족, 가까이 있을 땐 명은처럼 “맘에 안 든다.”고 성내기 일쑤고 때론 남보다 더 하게 굴면서도, 거기 없으면 빈자리가 유독 아쉬운 것도 바로 가족이다. 차라리 원래 없었거나 영영 만날 수 없으면 모를까, 어딘가에 존재하는 나의 결핍이라니. 그거, 미치게 만드는 거다. 불가능하다면 체념하고 말지, 여기엔 없지만 어딘가에 있다는 내 반쪽, 이제껏 몰랐지만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내 부모. 이런 소식을 듣게 되면 많이 외로워진다. 그것이 분노든 그리움이든 어느새 내 마음이 자꾸 빈자리를 응시한다. 그건 어른이든 아이든, 유명인이든 그렇지 않든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TV가 (여전히) 사랑을 싣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도시의 커리어우먼 명은(신민아 분)도 이런 경우다. 그녀는 엄마의 부음 소식을 듣고서 제주도로 내려온다. 제주도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언니 명주(공효진 분)는 추석에도 ‘피곤하다’며 내려오지 않는 동생이 반갑지만은 않다. 외모도 성격도 다른 그 둘, 알고 보니 그 어색함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두 자매의 아버지가 다르다는 것. 아빠 없는 명주의 딸 승아를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 보듯 연민을 품던 명은은 그 결핍의 자리를 들여다본다. 명은은 어머니의 상을 치르자마자 언니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러 가자는 것. 그렇게 두 사람의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한 장면, 겉보기에도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아버지가 남긴 편지와 사진. 그리고 지켜보겠다는 약속. 이런 것들이 얼굴도 보지 못한 아빠의 자리에 놓여 명은의 결핍을 각인시켜 왔다. 과연 그것을 쫓으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다툼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여정은 걸어갈수록 만만치 않다. “이제 와서 대체 왜?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안 돼?” 마지못해 따라나선 명주는 가는 길마다 불만을 토로하지만, 명은에게 이 여행은 단순히 ‘아버지 찾기’에 그치지 않는다. 추억 속에서 엄마를 만나고 명주라는 ‘언니’의 자리를 새삼 확인한다.

결국, 아버지를 ‘발견’하게 되지만, 그 순간 이야기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러니까, 가족애를 새삼 느끼며 눈물 콧물로 눅눅해지는 뻔한 결말을 선사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명주는, 그리고 명은은 대체 왜 그랬을까? 그들의 동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자매의 로드무비였던 이 영화는 관객에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이 영화에는 반전이 있다. 이쯤에서 영화헤살꾼을 자처해야겠다.(‘영화헤살꾼’이란, 스포일러의 순화용어다.) 왜냐, 채널예스 독자들이 지난 12월 9일에 진행되었던 관객과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전을 숨길 수 없다. 특히, 결말에 관한 질의응답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끼를 던지자면, 대체 영화 속에서 아버지(?)가 왜(?) 그래야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던가. 아래 감독의 해설을 참고하시면 된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나는 어떻게 하라고!’ 외치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고 → 다시 채널예스로 컴백하셔서 → 아래 감독의 해설을 읽어보시면 된다.(^^) 자, 다시 한번 친절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 ‘감독과의 대화’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DVD 출시 기념, 한국영상자료원(KOFA)에서 상영회와 함께 진행되었다. “이런 상영회를 갖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어제 꿈을 꿨는데 해수욕장에 수많은 인파가 바글거리더라고요. 꿈은 반대잖아요. 그래서 오늘 관객이 별로 없겠구나 예상은 했습니다. 괜찮습니다.(웃음)” 쌀쌀한 날씨, 조금 먼 곳에서 진행된 행사라 그런지 다른 때보다 관객은 적었다. 그렇다면 이날 참석하신 분들은, 영화를, 감독님을 ‘정말’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할 수 있겠지. 이런 연결고리 하나만으로도 금세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 영화관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많지 않았지만, 소란스러운 멀티플렉스보다는 예술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는 친밀감이 내밀하게 감돌고 있었다. 영화 상영 후 그 느낌이 더욱 선명하게 들었는데, 관객과의 대화가 형식적이기보다는 “잘 봤어요, 감독님.”이라고 쉽게 한마디 던질 수 있을 만큼 가깝고 진솔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했던 것, 오해했던 것을 콕콕 잘도 집어주는 질문들. 그래, 우리 정말 한마음으로 영화를 보았구나. 이렇게 훈훈했던 감독과의 대화 시간, 아래는 오갔던 질문과 대답들이다.

명주와 명은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어요. 제주도에서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가정에서 살았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경험 때문이었을 거고. 내가 ‘아빠 없는 애’라고 느낄 때가, 주변 사람들이 계속 표현을 할 때예요. 동정이든 차별이든, 그런 일을 많이 겪었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아빠가 있었으면 굉장히 불편했을 것 같았는데, 저희 언니는 ‘아버지가 계셨으면’ 하고 어필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데서 암암리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확장되고, 평소 가지고 있던 성 소수자 문제가 결합된 것 같아요.

캐스팅은 어떠셨나요?

오히려 캐스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쉬웠던 부분이에요. 신민아 씨가 먼저 연락을 해줬어요. 직접 시나리오도 드리지 않았는데. 사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민아 씨를 팬씨(fancy)하고 귀여운 이미지로밖에 생각을 안 했어요. 만나보니 생각 외로 아름답고 성숙한 배우더라고요. 원래 캐릭터는 민아 씨 나이보다 대여섯 살이 더 많았는데, 배우 나이에 맞게 확 낮췄죠. 효진 씨는 어리다는 이유로 보류되고 있었는데, 민아 씨가 확정되면서 동시에 캐스팅을 하게 됐죠.

오히려 커리어우먼 공효진에 생선 장수 신민아였더라면 어땠을까요? 완전 다른 스타일의 영화가 나왔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 글을 보니까 ‘역할을 바꿨으면 좋았겠다’란 말이 많더라고요.

일단 신민아 씨가 먼저 명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했어요. 그 당시 저는 뭘 빼고 더하고 할 처지가 아니어서(웃음) 그냥 ‘해주겠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는 처지였어요.

이모 역으로 나오시는 분은 성우 김상현 씨죠. 유명한 성우인데 의외의 역을 계속하시는 거 같아요. 연기가 좋았습니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처음 봤는데 일단 목소리가 특이하시고,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뭐 하시는 분인지도 모르고, 캐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억대 연봉의 성우시더라고요.(웃음) 그분이 평소 연기를 하고 싶어 하셔서 흔쾌히 참여해주셨습니다.

‘감독과의 대화’ 2탄의 주인공, 부지영 감독(오른쪽)

나중에 반전이 나오잖아요. 아주 놀랐고요. 구급차 문을 닫는 장면에서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이잖아요. 좀 상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전 보고 문득 그 부분이 섬뜩하게 느껴졌어요. 그 문구는 원래 구급차에 있던 건지, 붙인 건지 궁금합니다.

우연이었어요. 현장의 우연. 감독들이 꼼꼼하게 콘티를 그리고, 연출 방향을 잡고 가지만 현장의 우연성은 대단한 것 같아요. 100에서 80은 현장의 우연에 기대서 찍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전 절대 그렇게 못하지만, 그런 게 정말 있더라고요. 저도 촬영하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이런 것 때문에 즐거운 현장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실망하셨죠.(웃음) 의도하지 않은 거라서.

제주도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공효진 씨가 생선 얘기를 꺼내잖아요, “생선을 구울 땐 자주 뒤집지 말고 한쪽이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요. 이 대사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명주는 동생보다 배우지도 못하고 억척스럽게만 살아가는 생선 장수잖아요.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는 동생에게 말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생선 얘기는 명주가 생선 장수로서 배운 삶의 진리 같은 거죠. 추상적이나마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동생에게 위로나 격려가 되지 않을까, 하고 약간 막연히 적은 대사예요. 그리고 그 얘길 듣고 명은이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거리죠. 보통 우리도 그러잖아요. 우울할 때 누가 한마디 던지는데, 그 말이 꼭 정곡을 찌르지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잖아요.

관객이 많지 않아서 서운해 하시는데 영화 제목처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하셨으면 좋겠고요.(좌중 웃음) 남성인데 여성이 된 트렌스젠더는 모성성도 갖고 있을 텐데, 영화 속 ‘현식’ 같은 사례가 실제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실제 그런 분은 만나 뵙지 못했고요. 입양을 하려는 분은 봤었어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자문해주셨던 소설가이신데, 남자에서 여자로 수술을 하셨죠. 가족을 갖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그럼 입양을 해야 하잖아요. 그분이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아이를 만나는데, 그 아이와 관계 맺는 일도 결코 쉽지가 않은 것 같더라고요. 현식의 경우는 영화적 설정이라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 모두 대화에 참여하였다.

아버지는 엄마를 사랑하면서 왜 여자가 된 건가요?

관객 분들은 현식과 혜숙(명은의 엄마)의 관계를 보고 부부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들은 연인 사이보다 남매 사이에 가까운 거예요. 물론 아이의 씨를 준 사람이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현식이 이모가 되기 전에도 ‘현식’이라는 사람이지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결정한 거죠. 영화 속에서 현식을 제주도로 유배된 사람처럼 표현했거든요. 집은 육지 어딘가에 있는데 제주도에 아는 사람은 없고, 혼자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년. 제주도에 사는 한 여자가 그를 알게 되었고, 사정을 들어보니 일본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돌아오면 가족도 없을 텐데, 딱하잖아요. 그래서 가족을 만들어주기로 한 거예요. 그러니까 유사 남매가 자매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도 남자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다 ‘찐따들 같아서 저 틈에 끼면 죽어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웃음) “왜 싸질러 놓고 지랄이야”라는 대사를 칠 때 신민아는 좀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요. 명은이 자각하는 장소가 회전 그네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착한 마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장면을 결정하시면서 감독님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편집 과정에서 잘린 에필로그가 있어요. 명은의 일 년 후 모습인데, 이모더러 엄마라고 부르거든요. 이건 너무나 밝은 분위기라 좋은 풍광에도 불구하고 잘라 버렸는데요. 지금 보니까 지금 결말도 좀 그런 것 같네요.(웃음)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영화적 완성 고리를 만들고 싶어서 명은이 다시 제주도로 올라오게끔 만든 거구요. 내레이션도 시나리오에 없던 것을 최종본에서 넣은 거예요. 관객들에게 좀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독립 영화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불친절한 독립 영화로 가기보다는 친절한 상업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할까요.(웃음)

회전 그네에 올라타자마자 이모의 뒷모습이 떠오르잖아요. ‘몇 바퀴 돌리고 좀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이것도 논리적으로 좀 부족한 장면 중 하나인데요. 이 여행 자체가 과거로 가는 여행이죠. 공간보다 시간이 중요한 여행이에요. 결정적으로 큐를 받아서 회상으로 갈 수 있는 센 모티브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주의 놀이공원에 갔는데 제가 생각했던 기구는 없었어요. 전 커피잔 돌아가는 기구를 생각했거든요. 헌데 그네를 보니까 예스럽고 고풍스럽잖아요. 과거로 회전한다는 느낌도 있고, 이미지도 나쁘지 않았어요. 몇 바퀴 더 돌렸어야 되는데, 의외로 효진 씨가 엄청 무서워했어요.(웃음) 영화 속에서는 “와 신난다.”라고 외치지만 정말 무서워했어요.

저는 여자 입장에서, 명은이 제주도로 돌아오는 것에 공감했어요. 평생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승아가 아빠와 자장면을 먹는 장면이 있잖아요? 아빠에게 칼을 들었던 아이가 그렇게 화해를 쉽게 한 것처럼 명은이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승아는 어린아이잖아요. 어린아이와 성인인 명은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몇 번이고 생각이 바뀌어요. 누군가 옆에서 위무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미워했던 아버지와도 자장면을 먹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승아는 어리고, 현아 이모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명은 같은 어른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명은은 물론 단 한 번의 계기로 나아지진 않겠지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명은이 이모에게 다가가긴 하지만, 손을 잡거나 하진 않아요. 물론 마음으로는 잘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내레이션을 넣은 것이지만요.

많은 여성 캐릭터가 나와서 반가웠어요. 이렇게 여자들이 자기 개성을 가지고 속내를 드러내는 작품이 없어서요. 다음 작품도 여성들의 관계에 대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음 영화는 본격 상업 영화를 만들고 싶고요.(웃음) 농담입니다. 저도 매력적인 여자가 나오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재키 브라운>같은 영화 좋아하거든요. 여장부 얘기도 하고 싶은데, 다음 작품은 다른 얘기예요. 약간 좀 모자란 남자가 정신 차리는 이야기예요. 부인도 있고 아이도 있는 가장의 멜로영화라고 할까요. 쓰고 있는 중이고, 완성은 안 됐어요, 자세히 말은 못 하겠네요.

저는 내일이 시험인데 어떻게 오게 됐어요.(웃음) 명주는 모든 걸 알면서도 명은이에게 얘기를 안 하잖아요. 현식의 편지도 불태워버렸다고 하고. 명주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궁금해요.

명주라는 캐릭터의 한계죠. 자매가 서로를 잘 몰라요. 자기가 이런 얘기를 꺼냈을 때 명은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거죠. 대학 가서 회사 취직하고 집 떠난 애가, 이런 사실을 안다면 더 극단적으로 행동하고 우리랑 더 멀어지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명주는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긴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똑똑한 사람은 아니죠. 명주가 진실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에서 전주에 오고 갈 때 배를 한 번씩 타잖아요. 예산도 부족하셨을 텐데, 몇 번이나 타셨어요.

오고 가고 한번 탔고요.(웃음) 도착하고 출발하는 사이에 촬영했어요. 하루에 찍은 거죠. 보면, 제주도에서 목포로 올라가는 배였는데, 처음에 보면 손님들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뒤에서 보면 손님들 잘 안 보이거든요. 다 내려버려서,(웃음) 서 있는 배 위에서 찍은 거라 샷들이 별로 넓지가 않죠.

관객과의 대화 후에 이어진 사인회

마지막으로 인사 말씀해 주세요.

그저 고맙다는 얘기구요.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는 안 했어요. 제 영화를 독립 영화라고 말하기가 저는 좀 부끄러운데, 독립 영화로 인정해주는 것 감사해요. 내일(12월 10일) 서울 독립 영화제 개막하니까요. 거기에도 가셔서 좋은 독립 영화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부지영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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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4.06

들어본 적 없는 영화라 잘 몰랐는데 놀랍네요. 아버지를 찾고 보니 여자였다는 애기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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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27

독립영화가 더욱 완성도 높고 시나리오도 탄탄한 경우가 많죠.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이 생겨서 영화제처럼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별도의 공간이 만들어져서 수시로 상영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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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3.22

아직 부지영 감독의 작품이라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들여다 보지 못했네요. 들여다 보니 우리에게 제법 친숙한 신민아와 공효진도 등장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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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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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영

스물여섯에 느지막이 꾼 영화에 대한 꿈에 취해, 꾸역꾸역 하던 영화 홍보 일을 작파하고, 스물일곱 살에 어찌어찌 첫 단편영화를 찍었다. 첫 단편영화에 대한 반응이 아주 나쁘진 않아 그걸 포트폴리오 삼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지원하였고, 『오! 수정』(홍상수 연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세 번째 응시만에 합격했다. 영화학교 졸업 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연출)로 또 한 번의 현장 경험을 쌓았으나 곧 연년생 딸 둘을 낳으며 칩거, 만 3년간 이타적인 삶을 살았다. 처음으로 쓴 장편 시나리오가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저예산 HD영화 제작지원 공모에 당선되었고, 스물일곱 살에 첫 단편영화를 만든 지 10년만에 첫 장편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찍게 되었다. 현재, 이타적인 삶과 이기적인 삶 사이에서 널뛰기하며, 두 번째 장편 영화가 될지도 모를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기존의 가족 구성원을 벗어난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가족을 하나의 '소대'에 비유한다. 사회의 가장 작은 집합으로서,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떠 받치는 소대. 관습이나 시스템·인습을 재생산하는 소대. 그녀는 이같은 가족의 역할을 넘어서 '연대커뮤니티'로의 가족을 강조한다. 힘들거나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는 것. 그래서 그녀에겐 기존의 가족 구성원을 벗어난 가족 영화가 매력적으로 비치는 것일 것이다. 그녀의 첫 장편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역시 엄마-아빠-아이의 전통적인 울타리를 벗어나 어깨를 빌려주는 연대 커뮤니티로서의 본령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