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강연회]“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 이갑용, 하종강, 한홍구에게 듣는 2010년 진보의 교양
2010년 1월 21일, 민주노총. 노동운동가들과 독자들이 9층의 교육실을 가득 메웠다. 이갑용 위원장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 출간 기념 특별한 대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준 하종강 소장, 한홍구 교수와 이갑용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보의 길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 이날, 이 자리에서 하종강 소장은 김진숙 위원이 부산에서 띄워 보낸 편지 글을 읽었다.
201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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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의 아저씨들이 하나, 둘씩 사라집니다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문 정문 앞, 민주노총 부산 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20여 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1,000명을 해고하겠다는 회사 방침에 맞서 홀로 천막을 치고 싸우고 있는 것.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진중공업이 어떤 회사인지 알 테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모두 한진중공업 조합원이었고, 목숨까지 던져 싸워 온 곳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한진의 아저씨들이 하나둘씩 사라집니다.”라고 그곳에서 김진숙 위원이 띄워 보낸 긴 편지가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2010년 1월 21일, 민주노총. 노동운동가들과 독자들이 9층의 교육실을 가득 메웠다. 이갑용 위원장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 출간 기념 특별한 대담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준 하종강 소장, 한홍구 교수와 이갑용 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보의 길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 이날, 이 자리에서 하종강 소장은 김진숙 위원이 부산에서 띄워 보낸 편지 글을 읽었다.
예정된 2시간 30분은 진보의 길을 찾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혼자서도 세 시간 강연을 너끈히 해내실 수 있을 것만 같은 달변가 세 분을 모시고, 고작 세 시간 안에 이야기를 ‘나눠’ 듣는 일이란, 사실 애초부터 무리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랬기에 그 세 시간은 여느 행사보다 밀도 높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고, 많은 문젯거리가 던져졌다. 달변에 유머 감각까지 지니신 분들이라, 교육실엔 곧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책이 없어 허탈한 웃음이기도 했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롱하는 웃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개운하지는 않았다. 노동운동은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니라, 지금도 명백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담이 진행되고 일주일 후, 하종강 소장은 자신이 연재하는 칼럼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한진중공업에서 1,000명의 정리 해고를 앞두고 있다지만 단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00명의 하청 노동자가 이미 사라졌는데 확인조차 안 되고 있고, 2,000명에서 3,00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은 앞으로 다 잘린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김진숙 씨의 주장이다. 찾아온 기자에게 김진숙 씨는 ‘이것밖에 할 게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데 앞에 앉은 이가 ‘우리도 오늘부터 하루 한 끼씩 굶자.’고 한다. 그것밖에 할 게 없어 김진숙 씨에게 죄송하다.” 이날의 대담 역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대중의 인식과 정치와의 관계를 살펴본 노동운동의 길, 대안과 희망에 관하여.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얘기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속으로 곪지 않으려면, 드러내 놓고 말하고 진단해야
김경욱(이하 김) 책 보면, 민주노총의 실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게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사랑을 너무 세게 한 게 아닌가 싶다. 책 판매 전략인가?(좌중 웃음) 이런 책을 쓴 이유는?
이갑용(이하 이) 몇 곳에서 불온 도서로 지정만 해 주면 잘 팔릴 텐데,(웃음) 책은 잘나가고 있다.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민주노총이 내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노총은 사회의 핵심이고 기둥이다. 특히 내가 있었던 98년도의 이야기라면 벌써 오래된 얘기다. 이것도 정리 못하고, 속만 썩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지 말고, 나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두 번째 책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드러내 놓고, 공개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살아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런 나의 사랑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웃음) 앞으로도 이렇게 할 생각이다.
김 나는 이렇게 사랑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하종강 선생님은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셨다. 이 책의 의미에 대해서 덧붙여달라.
하종강(이하 하) 물론 건강한 정파는 노동운동을 발전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운동의 대의를 떠나서 자기 조직이 운동권 중심에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아집에 가득 찬 형태가 너무 짙어져,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이쯤에서 반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지 않은가 싶다. 이갑용 위원장이 그런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고민하고 이 책을 쓴 거라고 본다.
OECD에 가입한 30개국 중에서 한국노동조합 조직률이 29위다. 꼴지나 다름없는데, 한국보다 유일하게 조직력이 낮은 나라가 프랑스다. 우리가 11퍼센트고, 프랑스가 8퍼센트다. 그런데 프랑스의 8퍼센트 조직은 사회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다. 8퍼센트가 가입되어 있는 조직이 파업을 결의하면, 비조합원은 물론, 노동자가 없는 사업장과 학교가 같이 파업에 돌입한다. 한국은 11퍼센트다. 고위 관리직 중에 여성 노동자 비율이 우리가 최하위다. GDP 대비 공적 사회복지 지출이 최하위다. 국제 노동협약개수 가입 숫자는 28위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나라가 지금 노동운동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밀림 속에서 벌거벗고 사는 나라랑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노동운동이 어떻게 정신 차리고 올바로 해야 되겠는가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그렇게 취약한 상황이면, 노동운동이 더 강해져야 하는데 국민 정서가 어떤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다.’ 이런 정서가 사회를 지배한다.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안정적인 고소득을 누리는 노동자가 파업하는 나라가 없다.’라고,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그 말이 먹히기 때문이다.
김 한홍구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웃음) 87년 노동운동이 가져온 변화를 읽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책을 읽고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한홍구(이하 한) 이 책에 있는 7, 8, 9월 노동자 투쟁 이야기. 어떤 사회과학자도, 어떤 역사학자도 이 책처럼 의미 있게 짚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아주 삭막하게 만드는 질문 하나가 있다. ‘민주화돼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나는 그 질문에 많은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돼서 나아졌으면, 정권 내줬겠느냐?’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나도 그게 참 고민이었는데, 민주화됐더니 노동자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얘기가 책에 나온다. 그걸 우리가 지켜내지 못하고, 비정규직이 생겨나게 하고, 이 상황까지 온 거다. 민주화 운동을 하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모두가 공유하고, 역사 속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 다시 정권도 찾고 좋은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김 좀 이상한 점은, 노동운동과 관련 없는 분들이 이 책을 극찬하고 있다는 거다.(웃음)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이신 김규항 씨가 올해의 책으로 뽑았고, 프레시안의 손호철 교수도 가장 감동 깊은 책이라고 ‘강추, 강추’ 이렇게 썼다.(웃음) 그런데 왜 정작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나. 서평도 반박도 없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이 출판사에서 김규항 씨께 책을 보내 드렸다. 나와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그분 덕분에 책 봤다는 분이 많아서, 굉장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손호철 교수님은 오래 뵀다. 98년 위원장 할 때, 자문위원으로 알던 분이었고, 좋은 글을 써 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정작 도움이 돼야 할, 민주노총 두 후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가 정파를 깬다고 했는데, 왜 내 얘기를 안 해주는지 궁금해 죽겠다.(웃음) 오늘을 기점으로 내일부터 ‘정파 깨는 데 이 책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란다.(웃음) 민주노총 내에서 얘길 안 해 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우리 내부에 정제되지 않은 부분들에 먼저 발 디딘 것이니, 천천히 뒤를 따라올 분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차이에 대한 인식 없는 ‘묻지마 대연합’, 안 된다
김 나도 한번 갔다 왔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던데(좌중 웃음) 좀 특이하신 분 같다.(웃음) 좀 민감한 문제를 꺼내자면, 요즘 여러 지식인, 정치인들이 ‘민주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분들 글 읽어보면 비장감, 사명감이 느껴진다. 조급하고 다급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 문제에 대해서 세 분 입장이 다를 것 같은데, 한홍구 교수님부터 ‘민주 대연합’에 대해 역사적으로 조명해 주시고, 입장을 알려달라.
한 골치 아픈 문제만 묻는다.(웃음) ‘민주 대연합’, 선거 전술이다. 나올 수 있는 얘긴데, 문제는 대연합을 하건 안 하건 간에 우리 힘이 어느 정도냐는 거다. 예컨대 우리가 단일화가 되면, 민주당 출신이건 우리건, 제3의 후보건 그가 당선이 되고, 우리가 같이 뛰면 둘 다 떨어져서 한나라당이 당선된다. 이 정도 상황이어야 ‘민주 대연합’ 의미가 있는 거지. 그렇게 붙어 봤자 당락 대세의 지점이 없으면 연합하고 싶어도 못한다. 과연 우리에게 어느 정도 힘이 있는가. 그것이 당락을 바꿀 수 있는 지역에서의 연합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본다.
이 노동자 입장으로 본다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정권을 바꿔 주면 뭘 해 줄 수 있는가? 가장 우리 편이라고 했던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정리 해고, 비정규직을 입법화해 버렸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일 때 이걸 했다. 혹시 이 사람들을 바꿔주면, 우리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즘 같은 경우 더 시원하다. 명쾌하니까! 예전처럼 골치 아프게, ‘저기 우리 편 맞잖아, 니가 싸우면 되느냐.’고 말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같은 편 돼서 투쟁하자고 한다.(웃음)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잘했던 부분 굉장히 많다. 그 부분은 승계하고, 잘못한 부분은 어떻게 반성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답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같이하자는 것은 10년 전과 같이, 비판적 지지하고 말자는 얘기와 똑같이 들리기 때문에 이 대목을 정리하자는 거다.
하 나는 교수님과 노동자 중간에서 이야기하겠다. 책에도 없는 이런 질문을 끄집어 낸 이유를 보자면, 과거의 비판적 지지를, 비판했던 사람들, 부르주아 정권의 경쟁성을 강조했던 사람들 중에서 대연합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 보니, 이명박 정부 들어선 뒤에 행태를 보니까, 짐작했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한다고 느낀 거다. 4대강, 언론 장악, 용산 참사……. 최소한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걸 좀 저지하는 게 진보의 공간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나는 이제 여전히 부르주아 정당의 동질성을 강조하고, 진보 정당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을 반대하지 않지만, 흔히 말하는 ‘묻지마 대연합’은 절대 안된다. 한홍구 교수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에,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웃음) 자료를 정리하고 논문을 쓰려고 하면 계속 일이 터져서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위기감이 대연합을 고민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고민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서로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속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한 후에 연합을 진행해야 한다. 고민하되 차이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 대연합이 선거 전략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선거 연합으로 민주당의 극명한 승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는데, 진보 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말한 걸 보면, 정책 고수들은 선거 연합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다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정책적 합의보다는 ‘반MB 연합’을 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연합해서, 한나라당을 떨어뜨리자.”라고 했는데,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가도 될까 싶다. 어떠가. 이것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한 글쎄. 저는 ‘민주 대연합’이나 선거 연합 얘기는 주빈이신 이갑용 위원의 장점이 안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사실은 셋 다 정세를 분석하고, 정치판을 어떻게 짜고, 이런 얘기 하는 사람이 아니라,(웃음) 나는 선거에는 약간 관심이 있다. ‘민주 대연합’ ‘MB 대연합’ 하는데, 뭐가 차이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진짜 해보고 싶은 것은, 대연합을 떠나, 서울시장에 20대 후보를 한번 내보고 싶다.
선거판이 왜 이렇게 되었나. 이십 대 투표 안하고, 비정규직, 실업자 투표 안 하는데, 이들이 투표를 해도 어디에 표를 찍나? 진보 진영이 선거에 대해 고민한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선거판으로 끌어들일 것이냐,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20대 후보를 내자는 것은, 기존 정치 문법에 익숙해져 있고, 기존 정치가 쳐 놓은 덫 속에서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든 생각이다. 아까, 이갑용 위원장이 ‘감옥 가자’는 말을 했는데, 감옥을 가는 건 쉽다. 혼자 가는 건 쉽다. ‘어떻게 하면 감옥에 갈 판을 잘 짤 것인가?’(웃음) ‘어떻게 줄줄이 사탕으로 갈 것인가?’다.(웃음) 그런 순서를 100명쯤 받아 놓으면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투쟁의 달인께서, 이쯤에서 ‘복잡하지 않은 길이 뭐다.’라고 딱 말씀해 줬으면 좋겠다.(웃음) 처음에 책 제목이 ‘노동운동의 길을 묻다’였다. 다시 읽어보니까 (저자가) 한번도 길을 물어본 적이 없더라. 딱 이거라고 제시하고 있거든. 그래서 언젠가 내 책의 제목으로 쓸 것을 뺏겼다.(좌중 웃음)
당신의 계급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님 아내 분인 이선옥 씨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남편을 계급주의자로 규정했다. ‘자기 계급에 충실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군대에서는 계급장이 있어서, 알 수가 있는데, 사실 사회에서는 자신의 계급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이를테면 ‘철수와영희’ 사장님하고, 이갑용 위원장님은 호칭만 봐도 계급이 다르다는 걸 알 수가 있다.(좌중 웃음)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하종강 소장님이나 한홍구 교수님이다. 이분들 계급이 뭔가. 자신의 계급이 뭔지 일단 밝혀 주시고, 계급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한 나도 가끔 잊어버리고 있는데, 교수 노조 조합원이니까 나도 노동자인가 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도 노동자 의식이 없다. 늘 일에 찌들어 살지만, 통제받지 않고, 우리 학교가 좋은 학교라 그런 것 같지만.(웃음)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계급의식을 갖춰 주는 거다. 전교조가 굉장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지난 10년 가장 부족했던 점이라면, 앞으로 노동자가 될 아이들에게 노동이 무엇인지, 노동 의식이 무엇인지 얘기해 주지 못했다는 거다. 나도 그런 얘기 잘 못했고. 그렇게 미루다 보니까, 파업이 왜 문제가 되는지, 민주주의와 노동자는 어떤 관계인지 하는 문제들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계급의식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강남 상부에 있다. 한나라당이 확실하게 계급 결집을 시키며, 투철하게 계급 정치를 하고 있다. 자기 계급을 결집도 못 시키는 게 민노당과 진보신당인 거다. 흔히 얘기하는 게, ‘강부자 고소영 정권’ 아닌가. 대한민국에 강부자, 고소영, 그들의 사돈에 팔촌까지 긁어 봐야 300만 안될 거 아닌가. 그럼 투표한 나머지 800만의 민중이 이명박을 찍었다는 건데, 그중에 300만 명만 이쪽으로 끌고 오면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거다. 핵심은 계급의식을 갖고, 노동자가 노동 의식을 갖고, 농민이 농민 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데 저마다 ‘부자 되세요.’ 그 말에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하 최소한 노동자 계급, 계급의식 이런 말을 사용할 때, 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 이런 것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주장이 유효하다고는 생각한다. 최소한 인류 역사가 노동자 계급의 권리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소한 이걸 이해하는 게 계급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정규직 강사다. 학기 앞두고 일주일 전에 연락이 없으면 ‘잘린’ 거다. 다행히 5년째 잘리지 않고 있지만,(웃음)
노동삼권이 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조직을 만들고, 몰려가서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교섭할 권리를 말한다. 세상에 이런 권리가 어디 있나? 헌법상의 기본권인데, 전 세계의 노동삼권 규정에 공익 단서 규정이 없다. 노동자는 이 노동삼권을 공익을 추구할 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 노동자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추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같은 권리를 다른 집단에게 보장했다가는 큰일 난다.
폭력배들에게 보장한다고 보자. 폭력배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만들 권리가 있다?(좌중 웃음) 단결권? 얼마나 갖고 싶겠나. 지금은 반조폭 정서보다 반노동 정서가 더 심각하다. 조폭으로 조직된 단체가 파업 노동자들을 두들겨 잡아도 사회가 분노하질 않잖나. 나쁜 놈인 조폭이 더 나쁜 놈인 노동운동가를 때려잡았으니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조폭들에게 전혀 보장하지 않는 노동권을 노동자들에게만 보장하고 있다. 왜 그럴까? 노동자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확대되는 것이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이라는 걸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게 계급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김 계급적 증명을 표면화되어 있는 꼬리표로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 어떻게 탄압을 받고 있느냐, 어느 쪽에 속해 있느냐에 달렸다는 거다. 몇천만 원 부정부패로 구속된 공무원과 같이 재판을 받으러 갔는데, 선고 날이었다. 판사가, 이 양반에게 사회에 끼친 공이 크고, 죄는 있지만 집행유예를 보내는 거다. 나는 노동자고 파업 한번 하는 데 낑겨 다닌 것밖에 없는데,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된다면서 실형을 1년 6개월이나 때리는 거다. 집행유행까지 3년 6개월을 때리고 나가는 거다. 이런 세월이 갈수록 더한 거다. 노동자는 사면이 안 된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자본가는 무조건 사면이 된다. 하물며 자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주먹으로 때린 사람도 사면해 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서로 경쟁만 했다. 옆에 가는 사람이 동지라는 생각을 한번도 못했다. 어쨌든 내가 따라잡아야 할 경쟁자라고만 봤다. 좀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과장한테 눈도장 한 번 더 찍고 그렇게 살아왔다. 노동조합 생기면서 바뀌었던 것이다. 경쟁이 없어지니까 분배를 공유하게 되었다.
뭉쳐서 분배를 하자고 하는 사람은, 노동자 계급이다. 분배를 하지 않고 경쟁을 시키려고 하면 이건 자본가 계급이다. 그 사람이 진보냐 아니냐의 척도는 노동자 계급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쓸 수 있도록 해주냐에 따라서 결정이 나고, 그 결정의 수혜를 받는 사람이 노동자 계급이다. 세계 10위 나라라는 게, 열 번째로 잘사는 나라다. 뭘 잘해서 그렇냐. 분배를 열 번째로 잘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큰 그림을 완성하는 하나의 픽셀이 되자
김 한홍구 교수님께 질문하겠는데, 대학 등록금 문제다. 대통령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총장들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이제껏 학생들이 투쟁할 때는 꿈쩍도 안 하던 총장들이 동결하겠단다. 이렇게 봤을 때, 어떤 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보다 잘하는 건가, 라고 볼 수도 있는데.(좌중 웃음) 학생들 가르치고 있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한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 등록금 발언을 했었나 안 했었나, 뾰족한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둘은 대학을 안 나왔다.(웃음) 등록금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앞으로 노동자가 돼야 할 20대들의 관계 문제도 봐야 한다. 한국이 정말로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별한 현상 중 하나가 사립대학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다. 한 대통령의 문제라기보다도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등록금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고, 사립학교, 재단하고만 한번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국가랑 싸워야 한다는 거다.
이명박이 시혜를 베푼 것처럼 하는데, 이제 학생들은 빚쟁이로 사회에 출발하는 거다. 그 빚을 갚느라고 노동운동 안 하게끔, 환경운동, 시민운동, 평화운동은 물론이고, 돌아볼 처지도 안 되게끔 한 걸 수도 있다. 등록금 문제 경우에는 개념을 완전히 바꿔서, 다 서울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국립한국대학교’를 만드는 게 방법이다. 전국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다른 건 상관없고 무조건 졸업 증명서가 ‘국립한국대학교’로만 나오도록 하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김 하종강 소장님께 묻는다. 경향신문 기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려고 특집 기사를 계속 만드는데도 안 뜬다는 거다. 어떻게 노동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 수 있을지.
하 이 질문은 두 시간 설명해도 다 못 한다. 한 가지만 얘기하면, 조합비를 높였으면 좋겠다. 2~3퍼센트가량 언젠가 높여야 한다고 보고. 민주노총이 대안을 보여주면, 사업할 수 있다. 민주노총 병원, 얼마나 이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가? 왕도는 없고, 그런 말이 있잖나. ‘조직하고 학습하고, 선전하라.’ 이걸 평생 하는 거다.
다만, 그런 일들을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느냐면, 작년 연말에 명동에서 촛불 나눠주던 소녀가 있었다. 한 언론인이 물었다. ‘이런 걸 한다고 사회가 바뀐다고 생각합니까?’ 물었더니, ‘전 큰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그 그림의 픽셀 하나가 되고 싶은 거다.’ 민주노총 활동가들을 보면 그런 사람 정말 많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김진숙 동지가 단식하고 있다. 김진숙,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가슴이 울리는 그런 존재인데, 우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못하다. 김진숙 동지가 단식에 들어가면서 남긴 말을 마지막 말로 대신하고 싶다.
김 마지막으로 이갑용 위원장님께 질문한다. 본인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면 민주노총 살릴 수 있나? 감옥 가는 것 말고.(좌중 웃음) 대안이 있나?
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묻지도 않았겠지. 결론은 투쟁이다. 몸으로, 몸으로 못하면 돈으로 참여하는 거다. 그걸 진두지휘할 사람이 필요하고, 따르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역할을 해도 상관없다. 우리의 유일한 대안은 그래도 노동운동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이다. 옛날에 이겨봤던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다시 뭉쳐서 작심하고 달려들면, 힘을 가질 수 있다. 촛불보다 훨씬 큰 힘과 세력을 가진 민주노총이 설 수 있도록……. 아직 노동자가 아닌, 혹은 앞으로 노동자가 될 사람들이 많은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문 정문 앞, 민주노총 부산 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20여 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1,000명을 해고하겠다는 회사 방침에 맞서 홀로 천막을 치고 싸우고 있는 것.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진중공업이 어떤 회사인지 알 테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모두 한진중공업 조합원이었고, 목숨까지 던져 싸워 온 곳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한진의 아저씨들이 하나둘씩 사라집니다.”라고 그곳에서 김진숙 위원이 띄워 보낸 긴 편지가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예정된 2시간 30분은 진보의 길을 찾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혼자서도 세 시간 강연을 너끈히 해내실 수 있을 것만 같은 달변가 세 분을 모시고, 고작 세 시간 안에 이야기를 ‘나눠’ 듣는 일이란, 사실 애초부터 무리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랬기에 그 세 시간은 여느 행사보다 밀도 높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왔고, 많은 문젯거리가 던져졌다. 달변에 유머 감각까지 지니신 분들이라, 교육실엔 곧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책이 없어 허탈한 웃음이기도 했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롱하는 웃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개운하지는 않았다. 노동운동은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니라, 지금도 명백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담이 진행되고 일주일 후, 하종강 소장은 자신이 연재하는 칼럼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한진중공업에서 1,000명의 정리 해고를 앞두고 있다지만 단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00명의 하청 노동자가 이미 사라졌는데 확인조차 안 되고 있고, 2,000명에서 3,00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은 앞으로 다 잘린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김진숙 씨의 주장이다. 찾아온 기자에게 김진숙 씨는 ‘이것밖에 할 게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데 앞에 앉은 이가 ‘우리도 오늘부터 하루 한 끼씩 굶자.’고 한다. 그것밖에 할 게 없어 김진숙 씨에게 죄송하다.” 이날의 대담 역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대중의 인식과 정치와의 관계를 살펴본 노동운동의 길, 대안과 희망에 관하여.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얘기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속으로 곪지 않으려면, 드러내 놓고 말하고 진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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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이하 김) 책 보면, 민주노총의 실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게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사랑을 너무 세게 한 게 아닌가 싶다. 책 판매 전략인가?(좌중 웃음) 이런 책을 쓴 이유는?
이갑용(이하 이) 몇 곳에서 불온 도서로 지정만 해 주면 잘 팔릴 텐데,(웃음) 책은 잘나가고 있다.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민주노총이 내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노총은 사회의 핵심이고 기둥이다. 특히 내가 있었던 98년도의 이야기라면 벌써 오래된 얘기다. 이것도 정리 못하고, 속만 썩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지 말고, 나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두 번째 책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드러내 놓고, 공개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야 살아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런 나의 사랑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웃음) 앞으로도 이렇게 할 생각이다.
김 나는 이렇게 사랑하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하종강 선생님은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셨다. 이 책의 의미에 대해서 덧붙여달라.
하종강(이하 하) 물론 건강한 정파는 노동운동을 발전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운동의 대의를 떠나서 자기 조직이 운동권 중심에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아집에 가득 찬 형태가 너무 짙어져,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이쯤에서 반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지 않은가 싶다. 이갑용 위원장이 그런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고민하고 이 책을 쓴 거라고 본다.
OECD에 가입한 30개국 중에서 한국노동조합 조직률이 29위다. 꼴지나 다름없는데, 한국보다 유일하게 조직력이 낮은 나라가 프랑스다. 우리가 11퍼센트고, 프랑스가 8퍼센트다. 그런데 프랑스의 8퍼센트 조직은 사회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다. 8퍼센트가 가입되어 있는 조직이 파업을 결의하면, 비조합원은 물론, 노동자가 없는 사업장과 학교가 같이 파업에 돌입한다. 한국은 11퍼센트다. 고위 관리직 중에 여성 노동자 비율이 우리가 최하위다. GDP 대비 공적 사회복지 지출이 최하위다. 국제 노동협약개수 가입 숫자는 28위다.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나라가 지금 노동운동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밀림 속에서 벌거벗고 사는 나라랑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노동운동이 어떻게 정신 차리고 올바로 해야 되겠는가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그렇게 취약한 상황이면, 노동운동이 더 강해져야 하는데 국민 정서가 어떤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다.’ 이런 정서가 사회를 지배한다.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안정적인 고소득을 누리는 노동자가 파업하는 나라가 없다.’라고,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그 말이 먹히기 때문이다.
김 한홍구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웃음) 87년 노동운동이 가져온 변화를 읽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했습니다. 책을 읽고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한홍구(이하 한) 이 책에 있는 7, 8, 9월 노동자 투쟁 이야기. 어떤 사회과학자도, 어떤 역사학자도 이 책처럼 의미 있게 짚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아주 삭막하게 만드는 질문 하나가 있다. ‘민주화돼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나는 그 질문에 많은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돼서 나아졌으면, 정권 내줬겠느냐?’라고 사람들이 말한다. 나도 그게 참 고민이었는데, 민주화됐더니 노동자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얘기가 책에 나온다. 그걸 우리가 지켜내지 못하고, 비정규직이 생겨나게 하고, 이 상황까지 온 거다. 민주화 운동을 하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모두가 공유하고, 역사 속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 다시 정권도 찾고 좋은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김 좀 이상한 점은, 노동운동과 관련 없는 분들이 이 책을 극찬하고 있다는 거다.(웃음)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이신 김규항 씨가 올해의 책으로 뽑았고, 프레시안의 손호철 교수도 가장 감동 깊은 책이라고 ‘강추, 강추’ 이렇게 썼다.(웃음) 그런데 왜 정작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나. 서평도 반박도 없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이 출판사에서 김규항 씨께 책을 보내 드렸다. 나와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그분 덕분에 책 봤다는 분이 많아서, 굉장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손호철 교수님은 오래 뵀다. 98년 위원장 할 때, 자문위원으로 알던 분이었고, 좋은 글을 써 줘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정작 도움이 돼야 할, 민주노총 두 후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가 정파를 깬다고 했는데, 왜 내 얘기를 안 해주는지 궁금해 죽겠다.(웃음) 오늘을 기점으로 내일부터 ‘정파 깨는 데 이 책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란다.(웃음) 민주노총 내에서 얘길 안 해 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우리 내부에 정제되지 않은 부분들에 먼저 발 디딘 것이니, 천천히 뒤를 따라올 분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차이에 대한 인식 없는 ‘묻지마 대연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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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나도 한번 갔다 왔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던데(좌중 웃음) 좀 특이하신 분 같다.(웃음) 좀 민감한 문제를 꺼내자면, 요즘 여러 지식인, 정치인들이 ‘민주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분들 글 읽어보면 비장감, 사명감이 느껴진다. 조급하고 다급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 문제에 대해서 세 분 입장이 다를 것 같은데, 한홍구 교수님부터 ‘민주 대연합’에 대해 역사적으로 조명해 주시고, 입장을 알려달라.
한 골치 아픈 문제만 묻는다.(웃음) ‘민주 대연합’, 선거 전술이다. 나올 수 있는 얘긴데, 문제는 대연합을 하건 안 하건 간에 우리 힘이 어느 정도냐는 거다. 예컨대 우리가 단일화가 되면, 민주당 출신이건 우리건, 제3의 후보건 그가 당선이 되고, 우리가 같이 뛰면 둘 다 떨어져서 한나라당이 당선된다. 이 정도 상황이어야 ‘민주 대연합’ 의미가 있는 거지. 그렇게 붙어 봤자 당락 대세의 지점이 없으면 연합하고 싶어도 못한다. 과연 우리에게 어느 정도 힘이 있는가. 그것이 당락을 바꿀 수 있는 지역에서의 연합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본다.
이 노동자 입장으로 본다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정권을 바꿔 주면 뭘 해 줄 수 있는가? 가장 우리 편이라고 했던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정리 해고, 비정규직을 입법화해 버렸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일 때 이걸 했다. 혹시 이 사람들을 바꿔주면, 우리에게 뭘 해 줄 수 있을까? 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요즘 같은 경우 더 시원하다. 명쾌하니까! 예전처럼 골치 아프게, ‘저기 우리 편 맞잖아, 니가 싸우면 되느냐.’고 말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같은 편 돼서 투쟁하자고 한다.(웃음)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잘했던 부분 굉장히 많다. 그 부분은 승계하고, 잘못한 부분은 어떻게 반성하고 어떻게 하겠다는 답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같이하자는 것은 10년 전과 같이, 비판적 지지하고 말자는 얘기와 똑같이 들리기 때문에 이 대목을 정리하자는 거다.
하 나는 교수님과 노동자 중간에서 이야기하겠다. 책에도 없는 이런 질문을 끄집어 낸 이유를 보자면, 과거의 비판적 지지를, 비판했던 사람들, 부르주아 정권의 경쟁성을 강조했던 사람들 중에서 대연합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 보니, 이명박 정부 들어선 뒤에 행태를 보니까, 짐작했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한다고 느낀 거다. 4대강, 언론 장악, 용산 참사……. 최소한 민주당이 집권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걸 좀 저지하는 게 진보의 공간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나는 이제 여전히 부르주아 정당의 동질성을 강조하고, 진보 정당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을 반대하지 않지만, 흔히 말하는 ‘묻지마 대연합’은 절대 안된다. 한홍구 교수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에,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웃음) 자료를 정리하고 논문을 쓰려고 하면 계속 일이 터져서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위기감이 대연합을 고민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고민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서로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속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한 후에 연합을 진행해야 한다. 고민하되 차이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 대연합이 선거 전략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선거 연합으로 민주당의 극명한 승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는데, 진보 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말한 걸 보면, 정책 고수들은 선거 연합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다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정책적 합의보다는 ‘반MB 연합’을 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연합해서, 한나라당을 떨어뜨리자.”라고 했는데,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가도 될까 싶다. 어떠가. 이것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한 글쎄. 저는 ‘민주 대연합’이나 선거 연합 얘기는 주빈이신 이갑용 위원의 장점이 안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사실은 셋 다 정세를 분석하고, 정치판을 어떻게 짜고, 이런 얘기 하는 사람이 아니라,(웃음) 나는 선거에는 약간 관심이 있다. ‘민주 대연합’ ‘MB 대연합’ 하는데, 뭐가 차이가 있는지 잘은 모르겠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진짜 해보고 싶은 것은, 대연합을 떠나, 서울시장에 20대 후보를 한번 내보고 싶다.
선거판이 왜 이렇게 되었나. 이십 대 투표 안하고, 비정규직, 실업자 투표 안 하는데, 이들이 투표를 해도 어디에 표를 찍나? 진보 진영이 선거에 대해 고민한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선거판으로 끌어들일 것이냐,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20대 후보를 내자는 것은, 기존 정치 문법에 익숙해져 있고, 기존 정치가 쳐 놓은 덫 속에서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든 생각이다. 아까, 이갑용 위원장이 ‘감옥 가자’는 말을 했는데, 감옥을 가는 건 쉽다. 혼자 가는 건 쉽다. ‘어떻게 하면 감옥에 갈 판을 잘 짤 것인가?’(웃음) ‘어떻게 줄줄이 사탕으로 갈 것인가?’다.(웃음) 그런 순서를 100명쯤 받아 놓으면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투쟁의 달인께서, 이쯤에서 ‘복잡하지 않은 길이 뭐다.’라고 딱 말씀해 줬으면 좋겠다.(웃음) 처음에 책 제목이 ‘노동운동의 길을 묻다’였다. 다시 읽어보니까 (저자가) 한번도 길을 물어본 적이 없더라. 딱 이거라고 제시하고 있거든. 그래서 언젠가 내 책의 제목으로 쓸 것을 뺏겼다.(좌중 웃음)
당신의 계급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님 아내 분인 이선옥 씨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다. 남편을 계급주의자로 규정했다. ‘자기 계급에 충실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군대에서는 계급장이 있어서, 알 수가 있는데, 사실 사회에서는 자신의 계급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이를테면 ‘철수와영희’ 사장님하고, 이갑용 위원장님은 호칭만 봐도 계급이 다르다는 걸 알 수가 있다.(좌중 웃음)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하종강 소장님이나 한홍구 교수님이다. 이분들 계급이 뭔가. 자신의 계급이 뭔지 일단 밝혀 주시고, 계급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한 나도 가끔 잊어버리고 있는데, 교수 노조 조합원이니까 나도 노동자인가 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도 노동자 의식이 없다. 늘 일에 찌들어 살지만, 통제받지 않고, 우리 학교가 좋은 학교라 그런 것 같지만.(웃음)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계급의식을 갖춰 주는 거다. 전교조가 굉장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지난 10년 가장 부족했던 점이라면, 앞으로 노동자가 될 아이들에게 노동이 무엇인지, 노동 의식이 무엇인지 얘기해 주지 못했다는 거다. 나도 그런 얘기 잘 못했고. 그렇게 미루다 보니까, 파업이 왜 문제가 되는지, 민주주의와 노동자는 어떤 관계인지 하는 문제들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계급의식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강남 상부에 있다. 한나라당이 확실하게 계급 결집을 시키며, 투철하게 계급 정치를 하고 있다. 자기 계급을 결집도 못 시키는 게 민노당과 진보신당인 거다. 흔히 얘기하는 게, ‘강부자 고소영 정권’ 아닌가. 대한민국에 강부자, 고소영, 그들의 사돈에 팔촌까지 긁어 봐야 300만 안될 거 아닌가. 그럼 투표한 나머지 800만의 민중이 이명박을 찍었다는 건데, 그중에 300만 명만 이쪽으로 끌고 오면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거다. 핵심은 계급의식을 갖고, 노동자가 노동 의식을 갖고, 농민이 농민 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데 저마다 ‘부자 되세요.’ 그 말에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하 최소한 노동자 계급, 계급의식 이런 말을 사용할 때, 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 이런 것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주장이 유효하다고는 생각한다. 최소한 인류 역사가 노동자 계급의 권리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소한 이걸 이해하는 게 계급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정규직 강사다. 학기 앞두고 일주일 전에 연락이 없으면 ‘잘린’ 거다. 다행히 5년째 잘리지 않고 있지만,(웃음)
노동삼권이 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조직을 만들고, 몰려가서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교섭할 권리를 말한다. 세상에 이런 권리가 어디 있나? 헌법상의 기본권인데, 전 세계의 노동삼권 규정에 공익 단서 규정이 없다. 노동자는 이 노동삼권을 공익을 추구할 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 노동자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추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같은 권리를 다른 집단에게 보장했다가는 큰일 난다.
폭력배들에게 보장한다고 보자. 폭력배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만들 권리가 있다?(좌중 웃음) 단결권? 얼마나 갖고 싶겠나. 지금은 반조폭 정서보다 반노동 정서가 더 심각하다. 조폭으로 조직된 단체가 파업 노동자들을 두들겨 잡아도 사회가 분노하질 않잖나. 나쁜 놈인 조폭이 더 나쁜 놈인 노동운동가를 때려잡았으니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조폭들에게 전혀 보장하지 않는 노동권을 노동자들에게만 보장하고 있다. 왜 그럴까? 노동자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확대되는 것이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이라는 걸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게 계급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김 계급적 증명을 표면화되어 있는 꼬리표로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 어떻게 탄압을 받고 있느냐, 어느 쪽에 속해 있느냐에 달렸다는 거다. 몇천만 원 부정부패로 구속된 공무원과 같이 재판을 받으러 갔는데, 선고 날이었다. 판사가, 이 양반에게 사회에 끼친 공이 크고, 죄는 있지만 집행유예를 보내는 거다. 나는 노동자고 파업 한번 하는 데 낑겨 다닌 것밖에 없는데,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된다면서 실형을 1년 6개월이나 때리는 거다. 집행유행까지 3년 6개월을 때리고 나가는 거다. 이런 세월이 갈수록 더한 거다. 노동자는 사면이 안 된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자본가는 무조건 사면이 된다. 하물며 자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주먹으로 때린 사람도 사면해 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서로 경쟁만 했다. 옆에 가는 사람이 동지라는 생각을 한번도 못했다. 어쨌든 내가 따라잡아야 할 경쟁자라고만 봤다. 좀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과장한테 눈도장 한 번 더 찍고 그렇게 살아왔다. 노동조합 생기면서 바뀌었던 것이다. 경쟁이 없어지니까 분배를 공유하게 되었다.
뭉쳐서 분배를 하자고 하는 사람은, 노동자 계급이다. 분배를 하지 않고 경쟁을 시키려고 하면 이건 자본가 계급이다. 그 사람이 진보냐 아니냐의 척도는 노동자 계급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쓸 수 있도록 해주냐에 따라서 결정이 나고, 그 결정의 수혜를 받는 사람이 노동자 계급이다. 세계 10위 나라라는 게, 열 번째로 잘사는 나라다. 뭘 잘해서 그렇냐. 분배를 열 번째로 잘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큰 그림을 완성하는 하나의 픽셀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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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한홍구 교수님께 질문하겠는데, 대학 등록금 문제다. 대통령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총장들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이제껏 학생들이 투쟁할 때는 꿈쩍도 안 하던 총장들이 동결하겠단다. 이렇게 봤을 때, 어떤 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보다 잘하는 건가, 라고 볼 수도 있는데.(좌중 웃음) 학생들 가르치고 있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한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 등록금 발언을 했었나 안 했었나, 뾰족한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둘은 대학을 안 나왔다.(웃음) 등록금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앞으로 노동자가 돼야 할 20대들의 관계 문제도 봐야 한다. 한국이 정말로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별한 현상 중 하나가 사립대학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다. 한 대통령의 문제라기보다도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등록금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고, 사립학교, 재단하고만 한번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국가랑 싸워야 한다는 거다.
이명박이 시혜를 베푼 것처럼 하는데, 이제 학생들은 빚쟁이로 사회에 출발하는 거다. 그 빚을 갚느라고 노동운동 안 하게끔, 환경운동, 시민운동, 평화운동은 물론이고, 돌아볼 처지도 안 되게끔 한 걸 수도 있다. 등록금 문제 경우에는 개념을 완전히 바꿔서, 다 서울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국립한국대학교’를 만드는 게 방법이다. 전국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다른 건 상관없고 무조건 졸업 증명서가 ‘국립한국대학교’로만 나오도록 하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김 하종강 소장님께 묻는다. 경향신문 기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려고 특집 기사를 계속 만드는데도 안 뜬다는 거다. 어떻게 노동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 수 있을지.
하 이 질문은 두 시간 설명해도 다 못 한다. 한 가지만 얘기하면, 조합비를 높였으면 좋겠다. 2~3퍼센트가량 언젠가 높여야 한다고 보고. 민주노총이 대안을 보여주면, 사업할 수 있다. 민주노총 병원, 얼마나 이상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가? 왕도는 없고, 그런 말이 있잖나. ‘조직하고 학습하고, 선전하라.’ 이걸 평생 하는 거다.
다만, 그런 일들을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느냐면, 작년 연말에 명동에서 촛불 나눠주던 소녀가 있었다. 한 언론인이 물었다. ‘이런 걸 한다고 사회가 바뀐다고 생각합니까?’ 물었더니, ‘전 큰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그 그림의 픽셀 하나가 되고 싶은 거다.’ 민주노총 활동가들을 보면 그런 사람 정말 많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김진숙 동지가 단식하고 있다. 김진숙,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가슴이 울리는 그런 존재인데, 우리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못하다. 김진숙 동지가 단식에 들어가면서 남긴 말을 마지막 말로 대신하고 싶다.
김 마지막으로 이갑용 위원장님께 질문한다. 본인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면 민주노총 살릴 수 있나? 감옥 가는 것 말고.(좌중 웃음) 대안이 있나?
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묻지도 않았겠지. 결론은 투쟁이다. 몸으로, 몸으로 못하면 돈으로 참여하는 거다. 그걸 진두지휘할 사람이 필요하고, 따르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역할을 해도 상관없다. 우리의 유일한 대안은 그래도 노동운동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이다. 옛날에 이겨봤던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이 다시 뭉쳐서 작심하고 달려들면, 힘을 가질 수 있다. 촛불보다 훨씬 큰 힘과 세력을 가진 민주노총이 설 수 있도록……. 아직 노동자가 아닌, 혹은 앞으로 노동자가 될 사람들이 많은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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