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같지 않은 저자의 유쾌함이 가득한 낢부럽지 않은 여행만화 - 『낢부럽지 않은 네팔여행기』
낢부럽지 않은 이 이야기는 네팔 곳곳의 여행지 풍경이 담긴 사진들과 귀여운 만화 컷들이 이어져 내가 저자와 함께 만화 속으로 들어가 네팔을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201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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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철저한 계획과 여행 지식으로 중무장한 전문여행가가 아니라, 계획보다는 감성에 충실해 좌충우돌하는 남 같지 않은 한 사람의 여행담이 있었다. D-일주일 전에도, 이틀 전에도 미루고 미루다가 여행 전날이 되어서야 밤을 새며 짐을 싸 엄마한테 혼나고야 마는 모습은 내게는 너무도 친근했다. 출국 수속을 밟다가 짐의 제한 킬로 수가 넘어 속옷이고 뭐고 공항 바닥에서 체면까지 다 끄집어내 본 사람은 동일한 경험을 가진 이 여행자를 더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야기의 본격궤도! 네팔이라는 여행지에서 저자가 겪게 되는 소소한 사고들은 낄낄 웃음을 자아낸다. 그게 바로 내가 겪을 일이며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로 헤맬게 뻔한 평범한 여행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네팔에 도착한 저자는 모든 배낭여행객이 그러하듯 여행의 첫 관문 값 깎기와 흥정하기에 돌입한다. 아무리 물가가 싼 나라라도 바가지 쓰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그리고 안전한 내 생활 울타리 밖의 타국에서만 만나는 감정도 맛본다. 새 같은 크기의 나방이라든가 이불 위로 기어오는 뭔지 모를 벌레들을 발견했을 때의 공포와 두려움, 걸레가 된 것 같은 몸을 질질 끌며 계속 걸어야 되는 여행자의 괴로움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여행이 즐거운 건 여행책자에 소개된 ‘달밧’이라는 음식을 기어이 발견했을 때처럼 내 힘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해낸 뿌듯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지에서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낢이 말했듯 배낭여행에서 뜻이 맞는 좋은 친구를 만나는 건 정말 여행의 큰 즐거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쩐지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서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다가 때때로 외국인들은 낢이 만난 수웨이처럼 나에게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기 일쑤이다. 그럴 때면 저자처럼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에 머리를 짜내 보지만 지식이 달려서 1차 움츠러들고, 영어어휘가 딸려서 최종 쭈그러들게 되고 만다. 그러나 왠지 말은 몇 마디 안 해도 여행 친구들은 전생의 인연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수웨이와 낢이 파탄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함께 보름달을 바라볼 때가 아닌가 싶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낯선 도시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추억을 가진 사이가 되지 않는가-!
낢부럽지 않은 이 이야기는 네팔 곳곳의 여행지 풍경이 담긴 사진들과 귀여운 만화 컷들이 이어져 내가 저자와 함께 만화 속으로 들어가 네팔을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바로 남의 일 같지 않은 사건과 남 같지 않은 저자의 유쾌함이 어우러져 이토록 사랑스러운 낢부럽지 않은 여행 만화책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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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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