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홍대 여신
홍대 신이 달라졌다. 녹음부터 발매까지 주체적으로 움직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메이저 시장에 맞먹는 조직과 체계가 생기며 좀 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글ㆍ사진 이즘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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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신이 달라졌다. 녹음부터 발매까지 주체적으로 움직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메이저 시장에 맞먹는 조직과 체계가 생기며 좀 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이아립의 행보는 음악만큼이나 차분하다. 솔로 1집부터 시작한 자체 제작은 3번째 앨범 <공기로 만든 노래>에서도 이어가고 있고, 근래에 들어 시장과의 타협은 음원 사이트에 곡을 푼 것뿐이다.

1분 1초가 바쁜 시대에서 이런 활동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부터 제작까지, 그녀가 갖는 생각을 들어보았다.


앨범 제목 <공기로 만든 노래>은 무슨 의미인가

“‘인위적이 아니다’라는 의미에요. 작년에 공연했을 때 동기가 부여된 앨범인데, 그때 스피커와 마이크 없이 공연하면서 우연에 의해 들려오는 소리가 많았어요. 그 소리와 제 음악들이 어울린 거죠. 밖에 나가 녹음하면 녹음기에 공기소리가 들려요. 현장에서 제가 들었던 거, 느꼈던 걸 가져와서 그대로 담고 싶었죠. 녹음해서 많이 들어 보기도 했고요. 앨범에 그런 노이즈들을 많이 삽입하려 애썼고, 음악보다 공기나 바람 같은 소리와 함께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췄어요.”

홈 레코딩을 지향하는 거 같다. 이럴 땐 보컬이 해결해줘야 하는 부분들이 많을 텐데

“민낯이라도 상관없다는 쪽이에요. 스웨터(Sweater) 음악은 포장이 많이 됐었는데, 그런 거에 지쳐 있었고 제 성향 자체에도 거리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적나라한 음악을 해보기로 한 거죠. 혼자 기타 치며 만드는 느낌의 음악이 좋기도 하고요.”

스웨터 때부터 느낀 건데, 왠지 이아립의 보컬은 팝에 어울리는 거 같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팝 적인 스타일의 곡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북극선」), 나한테 정말 잘 맞는다 생각했거든요. 원래 스웨터 전에는 그런 목소리로 했었는데, 스웨터를 만나면서 기름기를 많이 빼고 담백하게 부르는 쪽으로 갔어요. 사실 해보고 싶지만, 이후에 그런 노래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공기로 만든 노래>가 나왔을 때 느낌은

“집중한 나머지, 작위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하는데, 그게 지나치면 과잉이 되잖아요. 사실 작년 11월 때쯤에 곡들이 다 준비가 되었는데, 생 톤으로 만들려다 보니 예쁘지 않더라고요. 녹음하면서 굉장히 거슬렸어요. 그래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고, 녹음기간도 늘어났죠. 마지막을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잡고 있다가 내놓은 음악이라, 저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들리는 음악은 아닌 거 같아요.”

전체적으로 까칠한 구석은 없는 음악인 거 같다

“사실, 까칠한 거 좋아해요.(웃음)”

3집을 만들 때, 2집과 견주어 어떠한 콘셉트로 시작 했나

“1집과 2집의 경우에는 음악에 몰두하는 느낌보다, 글이나 이미지 텍스트도 같은 무게로 잡았었어요. 그러나 3집은 오로지 음악과 가사에만 신경 썼죠.”

가사를 쓰는 부분에서, 본인의 어휘는 어떤 거 같나.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나

“누구에게 크게 영향을 받거나 하진 않은 거 같아요. 많이 보고 듣는 편은 아니거든요. 아주 솔직하진 않지만, 가사는 은유나 시어처럼 만들려고 애를 쓰는 편이 있어요.”

11곡 중에서 가사 측면에서 끌리는 곡이 있다면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 「벌써 잊었나」, 「꿈의 발란스」요. 특히 「꿈의 발란스」는 이번 앨범에 가장 테마적인 가사였어요. 저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평행선을 잘 맞춘 친구들이 가장 오래가더라고요. 부부 사이에 관계도 그런 거 같고요.”

무언가 같이 간다는 거, 가능할까

“그러게요. 그게 어렵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거 같아요. 평행적이라고 하면 좀 ‘불행하다’라고 생각하는데, 같이, 나란히 가는 거만큼 이상적인 게 없지 않을까요. 평소 일상, 일, 관계에서 밸런스에 어느 정도 거리가 유지되면서 계속할 수 있는 걸 찾고 싶어요. 커피를 탈 때 황금 비율을 찾는 것처럼요.”

평소 주변 사람들을 봤을 때, 본인은 중심이 유지되는 스타일인가

“네, 그런 스타일이에요. 깨진다고 해도 좋게 깨지는 것. 물론 깨지면 괴롭고 무척 많이 힘들지만…”

그러고 보면 두 번째 병풍에 「저절로 흐르는 곳, 낮은」, 「헤드라잇 춤」을 제외하면 솔로 앨범에서 장르의 변화를 크게 준 거 같진 않다

“사실 그게 끝에 가야 하는데, 마스터링 하면서 바뀌었어요. 고민하다 그냥 넘어간 거죠.”

혼돈과 오해를 의도한 부분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있긴 하죠.”

「저절로 흐르는 곳, 낮은」만 들어도 일렉트로닉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던데, 현재의 흐름에 발맞춰 도전해 볼 생각은 없는가

“사실 관심 있는 건 가사에요. 그 곡도 가사를 들려주고 싶은 곡이었어요. 시류에 많이 휩쓸리는 편은 아니거든요.”

2집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에선 직접 음반 한장 한장에 실을 떠서 만들 만큼, 이아립 앨범엔 ‘자체 제작’의 매력들이 듬뿍 담겨 있다. 단순히 소리에 대한 개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담아내는 일에서도 만만치 않은 정성을 쏟은 것이다.

이런 형태가 시디를 산 사람에게는 특별한 만족감을 가져다주었지만, 반대로 특정 지역에서만 파는 음반은 구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접근조차 어려운 방법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올해엔 좀 더 열린 모습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유독 이번 앨범만 패키지가 평범하다

“일단 변화하는 걸 좋아하고요. 음악 소비자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음악에 집중했다는 이미지도 전달하고 싶었어요.”

풀지 않았던 음원도 올해 모두 공개했는데

“1집에 대한 재발매 요구가 많았고, 혼자서 홍보하다 보니까 음반 제작 시간이 촉박했어요. 그래서 공개하게 됐어요.”

1집 땐 유통마저도 한 음악사와만 거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한 결정을 했던 이유가 뭔가

“독립적으로 하다 보니까 인력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한 군데에서만 하게 됐죠.”

그로 인한 유통의 불균형 걱정됐을 텐데

“소비자에게 감수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혼자 하기 너무 벅차서요.”

2집은 책과 함께 나왔었다. 당시 레이블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이 있었나

“당시 착각을 좀 했어요. ‘2집 패키지가 문화 소비자들이 같이 향유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음악만 찾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더라고요. 결국, 음악을 소비하시는 분들이 사기엔 부담이 있었던 가격이었죠. 인쇄비와 제작비용이 많이 나와서 그렇게 팔았었는데(22,000원), 덕분에 큰 교훈을 얻었어요.”

레이블 ‘열두폭 병풍’의 뜻과 지향점이 무엇인가

“‘청자의 사적인 공간에 아름다운 배경이 되고 싶다.’ 라는 뜻이에요. 아직 지향점은 찾지 못했어요.”

레이블에 본인이 말고도 다른 이들의 앨범을 낼 계획을 세웠던 걸로 안다

“계속 찾는 중이에요. 4번째는 발매는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할 예정이고요.”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피드백을 보여줄 텐데, 보통 내용이 뭔가

“글쎄요. 소리가 좋다. 소리에 위안을 받는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 같아요.”

혼자 만들면서 가장 힘든 건 무엇인가

“결정하는 거요. 10곡 다 써서 앨범 내려고 할 때, ‘한 곡 더 쓸까?’하는 고민 같은 거. 혼자서 방점을 찍는다는 게 어려워요.”

이렇게 힘들 게 제작한 만큼, 반응이 기대치에 충족된다고 생각하는가

“그 반응은 어떻게 집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팬클럽의 경우, 스웨터 없어지면서 아예 사라졌거든요. 제 개인 홈페이지가 공식 사이트로 되면서 공연 및 여러 것들을 공지하고 있어요.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음반과 디지털 음원 판매량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지금 방식이 소통을 전제로 하는 방식 아닌가

“예. 그런 방식이긴 해요. 그러나 제가 벽보고 글 쓰고 하는 걸 굉장히 낯설어하는 편이거든요. 답글 다는 것도 어려워해요. 일대일로 만나서 얘기하는 건 좋아하는데, 자판 보면서 하는 건 힘들어요. 저 완전 아날로그에요. 문자보다 전화하는 스타일이죠.”

성격이 염세적인가, 아니면 낙천적인가

“전 굉장히 허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 느끼는데, 어딘가 닿으려고 애쓰는데 거기가 지금 내가 보는 환경과 똑같을 거란 생각을 해요. 많이 행복해하기도 하고요.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다’라는 생각 같은 거요.”

평소 이아립의 이미지에선 음악 치료사 같은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말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미 주변에서 많은 분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음반은 옆집 누나 사운드로 내볼까 하는 고민이 있을 정도에요.”

실제로는 선호하는 음악 장르는

“보사노바 쪽 좋아해요. 특히 조앙 질베르토(Joao Gilberto)요. 그런데 듣는 거와 하고 싶은 음악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들국화 최성원 선배님의 솔로 1집('88년)을 듣고 나서요. 한동안 잠시 잊었는데요. 얼마 전에 들으면서 다시 알았어요. 어렸을 때 그 음악 듣고 처음으로 엄마 거울을 보며 노래 불렀거든요. 그 때 ‘나는 가수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에게 최성원 선배님은 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에요.”

가수로서의 수명을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네. 멀리 보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음악은 저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자, 약 같은 존재인 거 같아요. 없어선 안 되죠. 온전해지기 전까진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제일 부러운 뮤지션 있다면

“딱히 없어요.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이 해보고 싶은 뮤지션은

“있었어요. ‘재주소년’의 유상봉 씨요. 예전엔 같이 공연도 하고 다녔는데, 그 친구가 군대 가면서 헤어졌어요. 지금은 다시 찾는 중이에요. 자기 곡을 쓸 수 있는 남자 기타 솔로와 함께 듀오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스웨터의 음악은 계속 진행 중인가, 언제 다시 뭉치는 지 궁금하다

“해체는 아닌데, 현재 활동 계획은 없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9월 9일 9시, 10월 10일 10시, 11월 11일 11시 등 날짜와 시간을 일치시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 어쿠스틱 테이블 >이란 공연을 하고 있어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집니다.”

‘이아립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지.

“그냥 옆집 언니가 들려주는, 소곤소곤한 일상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저도 참 애매하네요.”



인터뷰: 임진모, 홍혁의, 이종민
사진: 김현이
정리: 이종민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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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