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핑] 여름밤에는 외계인, 토마토, 모기
끈적한 여름밤에 어울리는 여섯 권의 책.
글 : 채널예스
2025.07.22
작게
크게


과학잡지 에피 32호 - 모기

편집부 저 | 이음


모기를 주제로 한 잡지라니, 더위로 잠 못 드는 밤에 더할 나위 없이 솔깃한 제안이지 않은가. 『에피 Epi』 32호의 표지는 한번 보면 시선을 떼기 어렵다. 문자 그대로 적과의 동침이다. 과학잡지와 모기의 만남이 궁금하다면 안지현 편집위원의 다음 문장이 충분히 흥미로운 답변이 될 것이다. “영국의 극작가 루시 커크우드가 2017년에 발표한 연극 <모기>에는 입자물리학자가 등장한다. (…) 제목이 왜 모기인가에 대해 작가는 모기를 ‘거대한 과학 이론과 작은 일상 사이를 끊임없이 헤집고 다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모두 모기와 함께 여름밤을!


 

『근대 괴물 사기극』

이산화 저/최재훈 그림 | 갈매나무


괴물은 어떻게 탄생할까? 네스호의 괴물이나 피지 인어는 어떻게 살이 붙고 피부를 두르고 얼굴을 갖추며 사람들 머릿속에 생생한 존재로 자리매김했을까? 설산에 떨어진 돌멩이가 눈밭 위를 구르며 점점 커다란 눈덩이가 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산화 작가는 참고문헌을 수북하게 등에 지고 눈밭의 궤적을 훑으며 설산을 오른다. 그렇게 근대 괴물 29가지가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 욕망, 불안, 편견과 뒤엉키며 어떻게 정말로 ‘괴물’이 되었는지 그 전말을 파헤친다. 책에 실린 최재훈 작가의 괴물 일러스트 29점과 본문의 작용이 흥미롭다. 일러스트를 보며 발현된 괴물에 대한 상상이 본문을 읽는 동안 허물어지는데, 짓고 허물기의 반복이 마치 괴물의 탄생과 죽음을 보는 듯하다.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

신이인 저 | 문학동네


여름밤은 짧지만 쉬이 잠에 들지 않아 깊은 생각에 빠져들 때가 종종 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 혹시 외계인인 걸까? '이상한 애', '이름보다 외계인이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리는 애' 신이인은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말보다는 갑자기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시인이다. "난 열심히 살다가 흉해졌다 눈을 세 개 네 개 어쩌면 더 많이 가진 채 보이는 것을 이토록 적었으니 이해하지 말고 나를 찾지 않으며 옛날을 기억해주길"(「시인의 말」). 유랑하는 외계인들을 위한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차곡히 담아낸 신이인의 두 번째 시집.



 『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이토 준지 글그림 | 대원


여름은 무릇 호러의 계절. 공포 장르라면 근처에도 가지 않을 독자와, 웬만한 공포물에는 심드렁해진 호러 매니아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기묘한 책이 있다. 바로 일본 호러 만화계의 대표 작가인 이토 준지가 그린 고양이(!) 일기다. 그렇다. 무려 이토 준지와 고양이의 만남이다. 이토 준지가 특유의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체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만화에서 귀여움은 욘이나 무가 아니라 이토 준지가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토마토로 만들어 줘』

조예은 글/권서영 그림 | 창비


청춘과 우정은 정말 달콤하고 산뜻하기만 할까? 『토마토로 만들어 줘』는 자신을 화나게 하거나 당황스럽게 만든 사람을 토마토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 중학생 마윤이 친구 은해를 토마토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청소년기에 느끼는 동경, 질투, 미움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때로는 끈적하고 시큼한 울퉁불퉁 토마토 맛 감정을 담은 성장 소설.


 

『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 저 | 위즈덤하우스


여름방학이 되면 친척 집에서 잠들 때까지 『무서운 게! 딱 좋아!』 유의 괴담 만화책을 읽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과 팔뚝에 돋는 소름을 번갈아 문지르던 기억이 있다. 실존 여부와는 상관없이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더 섬뜩해지던 기이한 존재들. 『한국 요괴 도감』은 고문헌과 민담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괴물, 귀신, 사물, 신을 소개한 책이다. 출몰 지역, 시기, 속성 등 218종의 요괴를 총망라한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두려움에서 뻗어나가는 상상력은 어떤 모양인지 엿볼 수 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근대 괴물 사기극

<이산화> 저/<최재훈> 그림

출판사 | 갈매나무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

<신이인>

출판사 | 문학동네

토마토로 만들어 줘

<조예은> 글/<권서영> 그림

출판사 | 창비

한국 요괴 도감

<고성배(물고기머리)>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