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을 맞은 20세기 소년들의 그룹
공일오비가 얼마 전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가졌습니다. 윤종신, 김태우, 이장우, 조성민 등 그동안 앨범에 참여했던 객원 가수들도 총출동했다고 합니다.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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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오비가 얼마 전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가졌습니다. 윤종신, 김태우, 이장우, 조성민 등 그동안 앨범에 참여했던 객원 가수들도 총출동했다고 합니다. 이번 주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 「수필과 자동차」등이 수록된 공일오비의 3집 음반을 소개합니다. 풋풋했던 20년 전으로 돌아가볼까요?
공일오비 < The Third Wave >(1992)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반의 가요계는 풍요로웠다. ‘서태지와 아이들’ 등장은 댄스의 음악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였고, 풋풋한 캠퍼스 그룹에서 성공적인 솔로활동까지 일련의 단계를 거친 후 다시 그룹(N.EX.T)을 짠 신해철도 시대의 무게중심이었다.
판매고 측면에서는 100만장 신화를 만들어내며, 댄스와 발라드의 양대 산맥인 김건모와 신승훈이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한편 훗날의 메가 히트를 꿈꾸며 서서히 부뚜막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얌전한 고양이 ‘공일오비’가 있었다.
1990년 「텅 빈 거리에서」로 운을 띄운 공일오비의 행보는 라디오 일변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후 2집의 「4210301」이 발표되고 당시의 환경청 전화(02-421-0301)가 불통이 될 지경이었다지만 TV 출연은 하지 않았다. 초기의 활동영역은 분명히 좁았다.
그러나 그들은 일찍이 훗날의 대립(연이은 작업에 따른 보컬과 세션과의 의견 불일치)을 예상하여 매곡마다 다른 보컬을 기용하는 꼼수(?)를 썼다. 소위 ‘객원가수제’로 불린, 얼굴 모를 가수의 이 불친절한 음성 활동은 음악을 듣는 이에게 호기심을 자극했고 차곡차곡 그룹의 신선함을 어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청량제로 작용했다.
단지 가수의 변화 말고도 1집에서의 나긋한 발라드에 이어 2집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랩을(당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나오기 전인 1991년이었으므로 랩 수용에 있어 선구적이었다), 3집은 하우스 뮤직, 4집은 복고, 5집은 리메이크, 그리고 6집의 인더스트리얼 등 끊임없이 음악적으로도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도에는 항상 정석원의 절묘한 언어 감각이 동반되었다. 시사적으로 시니컬하면서도(2집의 「4210301」, 3집의 「敵 녹색인생」, 4집의 「교통 코리아」 등등), 발라드에 제격인 나약한 감수성을 잃지 않아 기존의 수많은 여고생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3집는 공일오비 특유의 변화(혹은 파격)와 유지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앨범이다. 전주만 무려 1분 20초나 되는 모험적인 노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과감히 타이틀곡으로 뽑았지만, 반복이되 신나는 비트와 도입부의 기이한 코드진행은 지루함을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쾌속 질주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이기적인 청춘남녀들의 애정풍속도를 대변하는 공감적인 가사와 함께 객원가수 김태우의 귀걸이 착용(당시 TV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비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달랑 TV 출연 두 번 하고 얻은 결과였다.
그 밖에도 음악적으로는 아카펠라를 차용하고 메시지로는 환경문제를 담은 「적 녹색인생」, 경쾌한 레게리듬으로 포장한 「수필과 자동차」에서 드러나듯 외국음악의 조류들을 늘 한발 앞서 소개했다. 이 곡도 라디오를 잠식하며 스매시 히트했다.
한편으로는 「5월 12일」이나 「널 기다리면」, 「우리 이렇게 스쳐 보내면」에서는 1, 2집에서부터 유지되어 온 팝 발라드의 성향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이렇게 고착화된 작업은 윤종신, 이장우 등 객원가수의 독립을 가능케 했다. (김태우를 포함한 이 객원 군단은 솔로로 나서며 ‘공일오비 객원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그 결과는 항상 좋았다.) 꾸준한 발전과 성?한 유지의 동시공재라는 패턴은 이후의 4, 5, 6집으로도 이어져 1990년대를 스쳐 지나간 공일오비의 흔적을 짙게 만들었다.
조성모와 브라운 아이즈가 보여주듯 ‘얼굴 없는 가수’의 표본이 ‘선 뮤직비디오-후 얼굴공개’의 방식이지만 당시의 정당한(?) 승부에 비교하자면 그것은 비일비재한 노래들, 진부한 경쟁방식의 도토리 키 재기에 여념 없는 현 가요계 흐름에서 나온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제는 추억할 수밖에 없는 1990년대의 공일오비는 매체의 펀치력을 외면하고도 신기하게 당대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는 1, 2집에서 쌓아 둔 실력을 토대로 하여 3집에서 꽃을 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결과적으로 4집의 100만장 도달을 향하는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
제공: IZM
(www.izm.co.kr/)
2011년 06월 발매 앨범 [ 20th Century Boy ] |
공일오비 < The Third Wave >(1992)
돌이켜 보면 1990년대 초반의 가요계는 풍요로웠다. ‘서태지와 아이들’ 등장은 댄스의 음악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였고, 풋풋한 캠퍼스 그룹에서 성공적인 솔로활동까지 일련의 단계를 거친 후 다시 그룹(N.EX.T)을 짠 신해철도 시대의 무게중심이었다.
판매고 측면에서는 100만장 신화를 만들어내며, 댄스와 발라드의 양대 산맥인 김건모와 신승훈이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한편 훗날의 메가 히트를 꿈꾸며 서서히 부뚜막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얌전한 고양이 ‘공일오비’가 있었다.
1990년 「텅 빈 거리에서」로 운을 띄운 공일오비의 행보는 라디오 일변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후 2집의 「4210301」이 발표되고 당시의 환경청 전화(02-421-0301)가 불통이 될 지경이었다지만 TV 출연은 하지 않았다. 초기의 활동영역은 분명히 좁았다.
그러나 그들은 일찍이 훗날의 대립(연이은 작업에 따른 보컬과 세션과의 의견 불일치)을 예상하여 매곡마다 다른 보컬을 기용하는 꼼수(?)를 썼다. 소위 ‘객원가수제’로 불린, 얼굴 모를 가수의 이 불친절한 음성 활동은 음악을 듣는 이에게 호기심을 자극했고 차곡차곡 그룹의 신선함을 어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청량제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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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가수의 변화 말고도 1집에서의 나긋한 발라드에 이어 2집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랩을(당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나오기 전인 1991년이었으므로 랩 수용에 있어 선구적이었다), 3집은 하우스 뮤직, 4집은 복고, 5집은 리메이크, 그리고 6집의 인더스트리얼 등 끊임없이 음악적으로도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도에는 항상 정석원의 절묘한 언어 감각이 동반되었다. 시사적으로 시니컬하면서도(2집의 「4210301」, 3집의 「敵 녹색인생」, 4집의 「교통 코리아」 등등), 발라드에 제격인 나약한 감수성을 잃지 않아 기존의 수많은 여고생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3집
뿐만 아니라 이 곡은 이기적인 청춘남녀들의 애정풍속도를 대변하는 공감적인 가사와 함께 객원가수 김태우의 귀걸이 착용(당시 TV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비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달랑 TV 출연 두 번 하고 얻은 결과였다.
그 밖에도 음악적으로는 아카펠라를 차용하고 메시지로는 환경문제를 담은 「적 녹색인생」, 경쾌한 레게리듬으로 포장한 「수필과 자동차」에서 드러나듯 외국음악의 조류들을 늘 한발 앞서 소개했다. 이 곡도 라디오를 잠식하며 스매시 히트했다.
한편으로는 「5월 12일」이나 「널 기다리면」, 「우리 이렇게 스쳐 보내면」에서는 1, 2집에서부터 유지되어 온 팝 발라드의 성향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이렇게 고착화된 작업은 윤종신, 이장우 등 객원가수의 독립을 가능케 했다. (김태우를 포함한 이 객원 군단은 솔로로 나서며 ‘공일오비 객원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그 결과는 항상 좋았다.) 꾸준한 발전과 성?한 유지의 동시공재라는 패턴은 이후의 4, 5, 6집으로도 이어져 1990년대를 스쳐 지나간 공일오비의 흔적을 짙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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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와 브라운 아이즈가 보여주듯 ‘얼굴 없는 가수’의 표본이 ‘선 뮤직비디오-후 얼굴공개’의 방식이지만 당시의 정당한(?) 승부에 비교하자면 그것은 비일비재한 노래들, 진부한 경쟁방식의 도토리 키 재기에 여념 없는 현 가요계 흐름에서 나온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제는 추억할 수밖에 없는 1990년대의 공일오비는 매체의 펀치력을 외면하고도 신기하게 당대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이는 1, 2집에서 쌓아 둔 실력을 토대로 하여 3집에서 꽃을 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결과적으로 4집의 100만장 도달을 향하는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
글 / 이민희(shamchi@naver.com)
제공: IZM
(www.izm.co.kr/)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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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아자아자
2011.11.11
흐르는 세월은 모든걸 변화시키지만 각인된 좋은 음악은 늘 반가워요.
도 전
2011.10.30
1집 '텅빈거리에서'부터 당시 워크맨 들고다니면서 많이도 들었던 노래들입니다. 지금 바로 한곡 들어보렵니다.ㅎㅎㅎ
샨티샨티
201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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