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특집②] 김어준, “내가 쫄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어?”
“대통령이나 청소부나 나한테는 똑같아” - 팟캐스트를 이용한 방송 <나는 꼼수다>를 만들었다. 어느 방송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경박한 웃음소리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포장, 유통되어 왔던 사건들의 실체. 사람들은 놀라고 열광했다.
20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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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언어로 정치를 얘기해보자고
그렇게 김어준 딴지일보 종신총수는 결심했다. “구조에 저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구조에 맞부딪쳐 깨는 방법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방법(p.302)” 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팟캐스트를 이용한 방송 <나는 꼼수다>를 만들었다. 어느 방송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경박한 웃음소리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포장, 유통되어 왔던 사건들의 실체. 사람들은 놀라고 열광했다.
“그냥 다이렉트하게,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p.28)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시사IN기자, 김용민 프로듀서와 함께 만들어가는 <나는 꼼수다>에서 김어준 총수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다. 맡은 분야, 각자의 역량으로 모은 디테일과 팩트를 가지고 김어준 총수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는 사건 속에 감춰진 실체를 파악하는데 빠르다.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해주는 데 능하다.
BBK, 다스, 내곡동, 청계재단, 서래마을, 인천공항 매각사건 등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굵직굵직한 현안이 가카의 순정한 욕정, 꼼꼼한 재테크 정신으로 일목요연한 스토리로 꿰어졌다. 보이지 않는 가카의 속마음까지 헤아려주는 그의 섬세한 예찬으로 <나는 꼼수다> 팬들은 이제 가카를 볼 때, 분노보다는 웃음을 먼저 터뜨리게 되었다. (정말 <나꼼수>, 아니 가카 덕분이다!)
이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만들기 직전, 김어준 총수는 지승호와 머리를 맞대고, ‘진보집권플랜 B-‘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닥치고 정치』에서 <나는 꼼수다>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에 뒤따를 권력기관의 반응과 공격도 모두 예상했던 대로란다. 무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물론 이런 일이 한 달 후에 올 것이다. 한 달 반 후에 있을 것이다. 하는 시간의 예상이 다를 뿐.”
어째서일까? 김어준 총수의 혜안과 통찰이 이토록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그들을 움직이는 건 지극히 단순한 욕망이기 때문에. ‘무섭다’ ‘갖고 싶다’ ‘내걸 지키고 싶다’ ‘두려운 상대는 어떻게든 제압해야 한다’ ‘주저 앉혀야 한다’ 아주 단순한 욕망들을 가지고, 상대방을 몰래 주저앉히는 꼼수만 고민하기 때문에 거의 손바닥에 있다고 봐야죠.”
네 사람이 골방에서 녹음하는 음성파일 <나는 꼼수다> 열풍이 바다를 건너 해외 유력 언론까지 소개가 되었다. 국내 보수 언론들은 <나는 꼼수다>를 선동적이고, 편파적이고, 괴담을 퍼트린다고 공격한다. 혹자는 <나는 꼼수다>가 20, 30대에 한정된 사람들만 움직인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총수는 한마디로 일갈한다. “고작 네 사람이 만드는 음성파일 가지고 말이야.”
그러니까 우려와 질타, 너무 오바란 말씀. “<나는 꼼수다>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말하는 건, 지나치게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현 정권에 장악된 언론이 만들어 내는 위험성을 먼저 이야기해야죠. 고작 네 사람이 만드는 음성 파일 하나 가지고, 그것이 인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의무를 부여하거나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은 좀 오버다 싶어요.
1년 있으면 사라진다고 선언했잖아. 알아서 잘 하다가 알아서 사라질게. 네 사람 모두 자연인이니까 흥분해서 오버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겠죠. 그런 리스크는 스스로 감당할 거예요. 네 명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은 수 천명씩 모여있는 미디어에 요구해주세요.”
김어준의 명랑시민 행동지침 『닥치고 정치』
“쫄지마, 씨바!”는 이제 구호가 되어버렸다. 『닥치고 정치』와 <나는 꼼수다>를 통해서 그는 정치가 내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시킨다. 나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미디어법, FTA 조항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을 때, 내가 낸 세금을 함부로 낭비할 때, 내 생활을 좌지우지 하는 일을 몇 사람의 실리로, 힘으로 밀어붙일 때 느끼는 무력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과 분노. 김어준 총수는 이를 위로한다.
‘힘내, 괜찮아’ 그런 마음의 위로 아니다. 언론사 총수답게(?) 명랑시민 행동지침 일러주신다. 그리고 앞장선다. 쫄지마, 씨바! 그러니까 김어준 총수는 나라는 개인의 일상과 정치라는 공적인 사회를 연결해주는, 요정 같은 존재랄까.
『닥치고 정치』, 이 책에도 꼼수 아닌 묘수 있다. ‘정치’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책이 안 팔린다는 불분율, 나름의 묘수로 깨냈다. “세련되길 원했어요. 지하철에서 이 책을 꺼내고 펼쳤을 때, 표지만으로도 세련된 느낌이 나게. 정치 얘기는 항상 진지하거나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잖아요. 이 책을 읽거나, 정치적 행위에 동참하는 게 쿨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그게 제 얼굴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운 거죠.(으하하하)”
이 책, 이렇게 시작됐다. “아무도 안 시켰는데, 괜히 나 혼자 불끈. 진보집권플랜 B-가 필요하다.(p.4)”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에 묻어가겠다는 꼼수 아니다. 재미가 없었단다. 너무 점잖았단다. “대신 그 형식을 차용해서 쓰면 진도도 빠르고 내용 전달력도 좋을 것 같아서” 인터뷰어 지승호와 뭉쳤다. “근본 없고, 어수선하지만” 김어준 총수 특유의 날카로운 무학의 통찰이 빛을 발한다. 니편, 내편 만드는 좌/우 개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야당 여당 선수들의 기량 분석, 전망 예측, ‘썰’로 푼다. 그런데 이거 설득력 있다.
무학의 통찰력, 그냥 운이라고?
끝까지 ‘무학의 통찰’이란다. 타고난 거란다. 그간 수 많고 다양한 인간들을 상담하면서, 인터뷰 하면서 얻게 된 통찰력일까? 싱거운 대답 돌아온다. “운인 것 같아요. 이건 ‘당신은 왜 팔이 긴가요? 키가 작은가요?’ 이런 것과 똑같은 질문이에요.”
총수 왈, “타고나길 그런 종자”라는 거다. “저희 아버지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이에요.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굉장히 높아요. 시도 쓰고, 아마추어 화가이고, 음악도 독학으로 익혔어요. 어머님은 대단히 화통해요. 직선적이고 여장부야. 그러니까 아버지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지만, 정치적 보수이고, 소심해. 엄마는 화통하나 책과는 거리가 멀다.(으하하하) 아버지의 머리를 닮았고, 어머니의 화통함을 닮은 거야. 거꾸로 닮았으면 X 될 뻔 했지. 그래서 운이라고 한 거지. 나이 먹고 보니, 아버지의 재능과 엄마의 기질을 닮았더라고.”
일단 바탕은 그렇다고 치고. “20대 초반부터 배낭 여행을 다녔어요. 여기 저기 합치면 3년 동안 60여 국 다녔어요. 여행은 내가 끊임없이 이방인이 되는 일이죠. 그 과정에서 자기를 객관화하는 훈련이 된 것 같아.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뭘 해서는 안 된다.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저를 통제하거나 제재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누구한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있으면,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보통은 허락 받아야 할 대상이 존재하잖아요.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운이 좋게도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방목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는데 누군가의 허락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요. 어떤 권위에게 인증을 받아야 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사고 매커니즘이 없다는 거지.”
“결정적 순간, 인간은 결국 타고난 기질대로 행동해”
“덕분에 상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나 스스로의 권위도 내세우지 않아요. 나는 대통령이나 청소부 아저씨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직업이 다를 뿐이지. 걔들이 똑같아 보여. 아저씨고 남자야. 장관이든 구멍가게 주인이든. 그들의 지위나 직책이 주는 위압감 같은 게 저한테는 안 오죠.” 끝까지 강조한다. 이건 원래 그런 거라고. 일부러 무시하거나 딴지 거는 게 아니라고. “그냥 그런 걸 어떡해. 씨바. 그냥 똑같은 거예요. 나한테는.”
‘그냥 그런 것’을 이해하려면, 그가 여러 대목에서 언급한 ‘타고난 기질’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 김어준 총수는 『닥치고 정치』에서 좌, 우 성향이 기본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노회찬, 심상정은 좌파적 기질을 김문수, 박근혜는 우파적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인 셈이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면, 인간은 결국 타고난 기질대로 반응하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죽느냐 사느냐 문제에 부딪치거나, 커다란 사기를 당하거나, 절박한 환경 속에 처하면 자기 기질대로 행동해요. 그 기본적인 베이스를 타고 난다는 거죠. 고학력의 교수, 무학의 노동자, 돈 많은 부자, 구멍가게 아저씨를 모아두고 어떤 위급한 상황 속에 던져 놓으면, 배운 건 다 소용없어요. 겪어보지 못한 상황, 일상과 다른 선택 앞에 서는 사람들은 학력이나 재산과는 아무 상관없이 상황에 대처하거든요.”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난다. 1등석, 2등석, 3등석 사람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누군가는 돈을 써서 구명 조끼를 샀고, 누군가는 남의 것을 힘으로 뺏고, 누군가는 일찌감치 바다에 몸을 던졌다. 누군가는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김어준 총수는 배낭여행 중에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발견했다.
“공포 없어서 쫄지 않는다”
그러니까 “쫄지마, 씨바!”라고 외치는 총수의 기질, 이것도 타고난 거다. “전 공포가 없어서 쫄지 않는 거예요. 쫀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공포가 생긴 거거든요. 저는 우선 돈에 대한 공포가 없어요. 태생적으로 물욕이 없어요. 있으면 좋죠. 하지만 가난한 게 전혀 두렵지 않아요. 가난하면 어때, 불편할 뿐이잖아. 돈이 없다고 무시당할 거다, 이런 생각을 안 한다고요. 돈이 많은 애들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아요. 그 많은 돈 다 쓰고 죽을 건가, 그거? 차가 100대면 뭐해. 맨날 100대 타고 다닐 건가?”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그냥 있는 거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야. 나는 오래 살고 싶어요. 하지만 죽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 이때까지 살아온 생명체가 다 죽었잖아. 억울할 일이 아니죠. 이건 어떤 도덕적, 철학적 성찰을 통해 극복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쫄아본 적이 없어요. 안 무서워, 그냥.”
이 책에서 총수가 그랬다. “인간은 모두 똑같아. 인간적 욕망과 자괴를 이해해야 문제의 본질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p.133)” 그 말씀 받들어 총수의 욕망과 자괴, 살펴보자. 쉽게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물어봤다. 뭐가 좋아요? 우선, 고기랑 여자가 좋단다. 이건 됐고 그 다음, 지적 호기심, 이해하고 싶고, 알고 싶은 욕망이 중요하단다.
“침팬지를 보다가, 문득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대형 유인원이 궁금해져요. 관련된 자료를 구글에서 뒤져요. 책 보다는 논문 뒤져보는 걸 좋아해요. 책은 사설이 많으니까. 아는 척 하려고 읽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목차 한 두 개 읽으면 책 읽기는 끝나는 거죠. 악어는 진화 없이 엄청난 세월 동안 살아남았잖아. 궁금해. 왜 살아남았지, 이 새끼가? 그게 내 일생에 큰 도움은 안되지만, 궁금한 거죠. 그러면 관련 다큐든 연구 자료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해요. ‘아, 이런 거구나’ 그리고 잊어버려요.(으하하하)”
반면 이런 거 정말 싫어한다. 예의 없는 것, 그리고 부당한 것. “누군가 나에게 ‘너도 예의가 없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있어야 되는 (최소한의) 예의는 있다고 생각해요. 예의 없는 것들이 힘을 가질 때 화가 나요. 힘이 없으면 상관 없지. 뭔가 부당한 것도 싫어요.”
힘있는 자가 함부로 휘두르는 부당함 말이다. “그것 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는 무덤덤해요. 연애를 해도 요구사항이 없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맞춰주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잖아. 그 사람이 가진 장점, 단점이 그대로 좋아요. 난. 옷을 어떻게 입으라느니, 뭘 하라느니 요구 사항이 전혀 없어요.”
“<나꼼수>, 정치적 변화 일으키는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꼼수다> 팀은 이달 5일 미국으로 떠난다. 하버드, 콜롬비아, 존스홉킨스 대학, UCLA, UC 버클리 5개 대학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할 예정이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도 만날 예정. 들을 얘기 대신 해줄 말이 있단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꼼수다> 현상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하려고요.(으하하하)”
미국의 인권단체이자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매년 각국의 언론 자유지수를 조사한다. MB 정부 들어 한국은 196개국 가운데 70위로 떨어졌다. (아프리카 가나가 54위, 자메이카가 23위다.) ‘PD수첩’ 사태나 ‘미네르바’ ‘쥐벽서’ 사건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 짐작이 된다. <나는 꼼수다>의 미국행에는 이런 목적도 있다. “팟캐스트를 만들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언론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고 통제되는 상황에서, 이런 새로운 플랫폼이 정치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하나의 사례로 세계 각국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요.
권력이 미디어를 장악해버리면, 방법이 없어요. 오로지 길거리에 나가서 싸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그때는 통일된 목소리도 아니고, 통제도 잘 안되고, 정교하지도 않고, 그 뒤에 반드시 천국이 오는 것도 아닌데, 그로 인한 위험은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거죠. 보통 혁명에 대해 말할 때 제기되는 질문이에요.”
“독재자를 넘어뜨린다고 나라가 바로 민주화 되는 건 아니거든요. 대부분의 경우, 다시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가거나, 혼란 속에서 오히려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해요. 정확한 메시지를 가진 사람들이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일정한 속도로 소통하면서, 정치에 대해 인식하고 관심 갖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뭔지 논리적으로, 또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이런 수단을 가지게 되면, 굉장히 파워풀해 질 수 있죠.”
가카 퇴임 때까지, <나는 꼼수다>는 계속 된다. 『닥치고 정치』도 더 권하고 싶다. 12월 1일자로 종편이 시작됐고, 다음 달인 2012년 1월이면 FTA가 발효된다. 필요한 뉴스는 애써 찾아봐야 하고, 어쨌든 체결된 법에 우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될 거다. 누군가 450조쯤 돈을 더 벌게 될진 모르겠으나, 그때도 지금의 스트레스는 줄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러니까 말이다. 닥치고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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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바, 노무현 보고 싶다. |
그렇게 김어준 딴지일보 종신총수는 결심했다. “구조에 저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구조에 맞부딪쳐 깨는 방법과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방법(p.302)” 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팟캐스트를 이용한 방송 <나는 꼼수다>를 만들었다. 어느 방송에서도 들을 수 없는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경박한 웃음소리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포장, 유통되어 왔던 사건들의 실체. 사람들은 놀라고 열광했다.
“그냥 다이렉트하게,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p.28)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시사IN기자, 김용민 프로듀서와 함께 만들어가는 <나는 꼼수다>에서 김어준 총수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다. 맡은 분야, 각자의 역량으로 모은 디테일과 팩트를 가지고 김어준 총수는 큰 그림을 그린다. 그는 사건 속에 감춰진 실체를 파악하는데 빠르다.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해주는 데 능하다.
BBK, 다스, 내곡동, 청계재단, 서래마을, 인천공항 매각사건 등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굵직굵직한 현안이 가카의 순정한 욕정, 꼼꼼한 재테크 정신으로 일목요연한 스토리로 꿰어졌다. 보이지 않는 가카의 속마음까지 헤아려주는 그의 섬세한 예찬으로 <나는 꼼수다> 팬들은 이제 가카를 볼 때, 분노보다는 웃음을 먼저 터뜨리게 되었다. (정말 <나꼼수>, 아니 가카 덕분이다!)
이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만들기 직전, 김어준 총수는 지승호와 머리를 맞대고, ‘진보집권플랜 B-‘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닥치고 정치』에서 <나는 꼼수다>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에 뒤따를 권력기관의 반응과 공격도 모두 예상했던 대로란다. 무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물론 이런 일이 한 달 후에 올 것이다. 한 달 반 후에 있을 것이다. 하는 시간의 예상이 다를 뿐.”
어째서일까? 김어준 총수의 혜안과 통찰이 이토록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그들을 움직이는 건 지극히 단순한 욕망이기 때문에. ‘무섭다’ ‘갖고 싶다’ ‘내걸 지키고 싶다’ ‘두려운 상대는 어떻게든 제압해야 한다’ ‘주저 앉혀야 한다’ 아주 단순한 욕망들을 가지고, 상대방을 몰래 주저앉히는 꼼수만 고민하기 때문에 거의 손바닥에 있다고 봐야죠.”
네 사람이 골방에서 녹음하는 음성파일 <나는 꼼수다> 열풍이 바다를 건너 해외 유력 언론까지 소개가 되었다. 국내 보수 언론들은 <나는 꼼수다>를 선동적이고, 편파적이고, 괴담을 퍼트린다고 공격한다. 혹자는 <나는 꼼수다>가 20, 30대에 한정된 사람들만 움직인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총수는 한마디로 일갈한다. “고작 네 사람이 만드는 음성파일 가지고 말이야.”
그러니까 우려와 질타, 너무 오바란 말씀. “<나는 꼼수다>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말하는 건, 지나치게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현 정권에 장악된 언론이 만들어 내는 위험성을 먼저 이야기해야죠. 고작 네 사람이 만드는 음성 파일 하나 가지고, 그것이 인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친 의무를 부여하거나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은 좀 오버다 싶어요.
1년 있으면 사라진다고 선언했잖아. 알아서 잘 하다가 알아서 사라질게. 네 사람 모두 자연인이니까 흥분해서 오버할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겠죠. 그런 리스크는 스스로 감당할 거예요. 네 명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은 수 천명씩 모여있는 미디어에 요구해주세요.”
김어준의 명랑시민 행동지침 『닥치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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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마, 씨바!”는 이제 구호가 되어버렸다. 『닥치고 정치』와 <나는 꼼수다>를 통해서 그는 정치가 내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시킨다. 나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미디어법, FTA 조항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을 때, 내가 낸 세금을 함부로 낭비할 때, 내 생활을 좌지우지 하는 일을 몇 사람의 실리로, 힘으로 밀어붙일 때 느끼는 무력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과 분노. 김어준 총수는 이를 위로한다.
‘힘내, 괜찮아’ 그런 마음의 위로 아니다. 언론사 총수답게(?) 명랑시민 행동지침 일러주신다. 그리고 앞장선다. 쫄지마, 씨바! 그러니까 김어준 총수는 나라는 개인의 일상과 정치라는 공적인 사회를 연결해주는, 요정 같은 존재랄까.
『닥치고 정치』, 이 책에도 꼼수 아닌 묘수 있다. ‘정치’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책이 안 팔린다는 불분율, 나름의 묘수로 깨냈다. “세련되길 원했어요. 지하철에서 이 책을 꺼내고 펼쳤을 때, 표지만으로도 세련된 느낌이 나게. 정치 얘기는 항상 진지하거나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잖아요. 이 책을 읽거나, 정치적 행위에 동참하는 게 쿨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그게 제 얼굴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운 거죠.(으하하하)”
무학의 통찰력, 그냥 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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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무학의 통찰’이란다. 타고난 거란다. 그간 수 많고 다양한 인간들을 상담하면서, 인터뷰 하면서 얻게 된 통찰력일까? 싱거운 대답 돌아온다. “운인 것 같아요. 이건 ‘당신은 왜 팔이 긴가요? 키가 작은가요?’ 이런 것과 똑같은 질문이에요.”
총수 왈, “타고나길 그런 종자”라는 거다. “저희 아버지는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이에요. 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굉장히 높아요. 시도 쓰고, 아마추어 화가이고, 음악도 독학으로 익혔어요. 어머님은 대단히 화통해요. 직선적이고 여장부야. 그러니까 아버지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지만, 정치적 보수이고, 소심해. 엄마는 화통하나 책과는 거리가 멀다.(으하하하) 아버지의 머리를 닮았고, 어머니의 화통함을 닮은 거야. 거꾸로 닮았으면 X 될 뻔 했지. 그래서 운이라고 한 거지. 나이 먹고 보니, 아버지의 재능과 엄마의 기질을 닮았더라고.”
일단 바탕은 그렇다고 치고. “20대 초반부터 배낭 여행을 다녔어요. 여기 저기 합치면 3년 동안 60여 국 다녔어요. 여행은 내가 끊임없이 이방인이 되는 일이죠. 그 과정에서 자기를 객관화하는 훈련이 된 것 같아.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뭘 해서는 안 된다.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저를 통제하거나 제재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누구한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있으면,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보통은 허락 받아야 할 대상이 존재하잖아요.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운이 좋게도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방목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는데 누군가의 허락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어요. 어떤 권위에게 인증을 받아야 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사고 매커니즘이 없다는 거지.”
“결정적 순간, 인간은 결국 타고난 기질대로 행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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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상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나 스스로의 권위도 내세우지 않아요. 나는 대통령이나 청소부 아저씨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직업이 다를 뿐이지. 걔들이 똑같아 보여. 아저씨고 남자야. 장관이든 구멍가게 주인이든. 그들의 지위나 직책이 주는 위압감 같은 게 저한테는 안 오죠.” 끝까지 강조한다. 이건 원래 그런 거라고. 일부러 무시하거나 딴지 거는 게 아니라고. “그냥 그런 걸 어떡해. 씨바. 그냥 똑같은 거예요. 나한테는.”
‘그냥 그런 것’을 이해하려면, 그가 여러 대목에서 언급한 ‘타고난 기질’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 김어준 총수는 『닥치고 정치』에서 좌, 우 성향이 기본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노회찬, 심상정은 좌파적 기질을 김문수, 박근혜는 우파적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인 셈이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하는 문제에 맞닥뜨리면, 인간은 결국 타고난 기질대로 반응하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죽느냐 사느냐 문제에 부딪치거나, 커다란 사기를 당하거나, 절박한 환경 속에 처하면 자기 기질대로 행동해요. 그 기본적인 베이스를 타고 난다는 거죠. 고학력의 교수, 무학의 노동자, 돈 많은 부자, 구멍가게 아저씨를 모아두고 어떤 위급한 상황 속에 던져 놓으면, 배운 건 다 소용없어요. 겪어보지 못한 상황, 일상과 다른 선택 앞에 서는 사람들은 학력이나 재산과는 아무 상관없이 상황에 대처하거든요.”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난다. 1등석, 2등석, 3등석 사람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누군가는 돈을 써서 구명 조끼를 샀고, 누군가는 남의 것을 힘으로 뺏고, 누군가는 일찌감치 바다에 몸을 던졌다. 누군가는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김어준 총수는 배낭여행 중에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발견했다.
“공포 없어서 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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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쫄지마, 씨바!”라고 외치는 총수의 기질, 이것도 타고난 거다. “전 공포가 없어서 쫄지 않는 거예요. 쫀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공포가 생긴 거거든요. 저는 우선 돈에 대한 공포가 없어요. 태생적으로 물욕이 없어요. 있으면 좋죠. 하지만 가난한 게 전혀 두렵지 않아요. 가난하면 어때, 불편할 뿐이잖아. 돈이 없다고 무시당할 거다, 이런 생각을 안 한다고요. 돈이 많은 애들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아요. 그 많은 돈 다 쓰고 죽을 건가, 그거? 차가 100대면 뭐해. 맨날 100대 타고 다닐 건가?”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그냥 있는 거다. “죽음에 대한 공포도 마찬가지야. 나는 오래 살고 싶어요. 하지만 죽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 이때까지 살아온 생명체가 다 죽었잖아. 억울할 일이 아니죠. 이건 어떤 도덕적, 철학적 성찰을 통해 극복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쫄아본 적이 없어요. 안 무서워, 그냥.”
이 책에서 총수가 그랬다. “인간은 모두 똑같아. 인간적 욕망과 자괴를 이해해야 문제의 본질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p.133)” 그 말씀 받들어 총수의 욕망과 자괴, 살펴보자. 쉽게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물어봤다. 뭐가 좋아요? 우선, 고기랑 여자가 좋단다. 이건 됐고 그 다음, 지적 호기심, 이해하고 싶고, 알고 싶은 욕망이 중요하단다.
“침팬지를 보다가, 문득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대형 유인원이 궁금해져요. 관련된 자료를 구글에서 뒤져요. 책 보다는 논문 뒤져보는 걸 좋아해요. 책은 사설이 많으니까. 아는 척 하려고 읽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목차 한 두 개 읽으면 책 읽기는 끝나는 거죠. 악어는 진화 없이 엄청난 세월 동안 살아남았잖아. 궁금해. 왜 살아남았지, 이 새끼가? 그게 내 일생에 큰 도움은 안되지만, 궁금한 거죠. 그러면 관련 다큐든 연구 자료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습득해요. ‘아, 이런 거구나’ 그리고 잊어버려요.(으하하하)”
반면 이런 거 정말 싫어한다. 예의 없는 것, 그리고 부당한 것. “누군가 나에게 ‘너도 예의가 없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있어야 되는 (최소한의) 예의는 있다고 생각해요. 예의 없는 것들이 힘을 가질 때 화가 나요. 힘이 없으면 상관 없지. 뭔가 부당한 것도 싫어요.”
힘있는 자가 함부로 휘두르는 부당함 말이다. “그것 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는 무덤덤해요. 연애를 해도 요구사항이 없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맞춰주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잖아. 그 사람이 가진 장점, 단점이 그대로 좋아요. 난. 옷을 어떻게 입으라느니, 뭘 하라느니 요구 사항이 전혀 없어요.”
“<나꼼수>, 정치적 변화 일으키는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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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팀은 이달 5일 미국으로 떠난다. 하버드, 콜롬비아, 존스홉킨스 대학, UCLA, UC 버클리 5개 대학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할 예정이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도 만날 예정. 들을 얘기 대신 해줄 말이 있단다.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꼼수다> 현상에 대해 고민해보라고 하려고요.(으하하하)”
미국의 인권단체이자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매년 각국의 언론 자유지수를 조사한다. MB 정부 들어 한국은 196개국 가운데 70위로 떨어졌다. (아프리카 가나가 54위, 자메이카가 23위다.) ‘PD수첩’ 사태나 ‘미네르바’ ‘쥐벽서’ 사건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 짐작이 된다. <나는 꼼수다>의 미국행에는 이런 목적도 있다. “팟캐스트를 만들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언론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고 통제되는 상황에서, 이런 새로운 플랫폼이 정치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하나의 사례로 세계 각국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요.
권력이 미디어를 장악해버리면, 방법이 없어요. 오로지 길거리에 나가서 싸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그때는 통일된 목소리도 아니고, 통제도 잘 안되고, 정교하지도 않고, 그 뒤에 반드시 천국이 오는 것도 아닌데, 그로 인한 위험은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거죠. 보통 혁명에 대해 말할 때 제기되는 질문이에요.”
“독재자를 넘어뜨린다고 나라가 바로 민주화 되는 건 아니거든요. 대부분의 경우, 다시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가거나, 혼란 속에서 오히려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해요. 정확한 메시지를 가진 사람들이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일정한 속도로 소통하면서, 정치에 대해 인식하고 관심 갖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뭔지 논리적으로, 또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이런 수단을 가지게 되면, 굉장히 파워풀해 질 수 있죠.”
가카 퇴임 때까지, <나는 꼼수다>는 계속 된다. 『닥치고 정치』도 더 권하고 싶다. 12월 1일자로 종편이 시작됐고, 다음 달인 2012년 1월이면 FTA가 발효된다. 필요한 뉴스는 애써 찾아봐야 하고, 어쨌든 체결된 법에 우리는 옴짝달싹 못하게 될 거다. 누군가 450조쯤 돈을 더 벌게 될진 모르겠으나, 그때도 지금의 스트레스는 줄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러니까 말이다. 닥치고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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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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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올드보이
2013.12.04
나도 쫄지 않습니다,,,
대부
2013.12.03
무비스타
2013.12.03
너무너무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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