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기단 정부 때문에 밥줄 끊긴 국민들” - 명로진 『몸으로 책읽기』
“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달리해보자. “책을 읽고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다면 책 읽는 방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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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달리해보자. “책을 읽고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다면 책 읽는 방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고도 삶에 변화가 없는 이들을 위해 명로진 작가의 『몸으로 책읽기』를 소개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책을 읽고 몸으로 실천하려 애썼다. 조선 왕조에 대한 책을 읽고 왕릉을 찾았고, 술에 관한 책을 읽고 술을 마셨다. … (중략) …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사랑을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별에 관한 책을 읽고 이별을 잊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지혜에 관한 책을 읽고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워진다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 『몸으로 책읽기』, 작가의 말 中)
『몸으로 책읽기』는 기자출신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 특유의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서평 모음집이다. 그리고 그 서평에는 그의 솔직 야릇한(?) 사생활이 녹아있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으로 풀어내는 그의 재치가 놀랍다. 『몸으로 책읽기』를 깔깔대며 읽다 보면 삶이란 문학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소설보다 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명로진 작가는 약동하는 삶을 사는 비결을 자신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통해서 설명한다. 그 책은 아름다운 로맨스도, 웅장한 영웅담도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읽어본 사람은 드문 책. 동양의 고전인 『논어』와 『맹자』 그리고 『도덕경』이다. 명로진은 이러한 고전을 어떻게 삶에 응용한다는 것일까. 명로진 작가의 독서법을 살펴보았다.
“물음표가 달린 수만 개의 촉수를 가지고 책을 읽으세요”
명로진 작가의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는 공자의 『논어』. 하지만 처음부터 명로진 작가가 『논어』를 술술 읽어 내려간 것은 아니었다. 명로진 작가는 『논어』를 펼치자마자 의문에 빠져든다. 논어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첫 문장부터 의문이 들었어요. 배웠으면 바로 익혀야지, 왜 때때로 익히라고 했을까요? 그 문제로 혼자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한학자분께 조언을 들으러 찾아갔습니다. 제가 만난 한학자분이 말씀하시기를 ‘공자님 시대의 공부는 글쓰기, 수학, 음악뿐만 아니라 사냥, 수레 몰기, 활쏘기 등도 포함된 것입니다. 그러니 땅이 얼면 수레를 몰지 못하고 장마철엔 말을 탈 수 없지요. 그러니 배우고 나서 때에 맞게 공부하라고 한 것입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다소 의문이 풀린 명로진 작가는 얼마 못 가 다시 의문에 휩싸인다. 명로진 작가를 고민하게 한 문장은 아래와 같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침에 도를 들었으면 아침에 죽어야지, 왜 저녁에 죽겠다고 했을까요? 저녁까지 공자님은 무엇을 하려고 한 걸까요? 여러분은 그런 의문이 들지 않으세요? 그런데 그에 대해서 해석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죽어야 남은 사람들이 짧은 삼일장을 치를 수 있다. 새벽 3, 4시에 죽는 것보다 밤 11시 55분에 죽는 것이 남은 사람들이 덜 고생한다’ 공자님은 그런 것까지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렇듯 명로진 작가는 『논어』를 읽으면서 매 구절마다 의문을 품고 새롭게 생각하려 했다. 명로진 작가는 책을 읽을 때 남이 해석해놓은 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의문을 품고 읽으라고 조언한다.
“저는 수만 개의 촉수를 가지고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촉수 끝에는 물음표가 달려 있어요. 『논어』를 백번 읽어서 달달 외우면 뭐합니까. 왜 ‘조문도석사가의’냐고 물었을 때, 공자님이 하신 말씀이니 그냥 외우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제대로 책을 읽은 게 아니죠.”
휴머니즘 맹자, “신을 갈아치워라!”
『논어』를 통해 동양고전에 심취하기 시작한 명로진 작가는 『논어』에 이어 『맹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맹자의 혁신적인 사상에 무척 놀라게 된다.
“맹자의 철학을 대표하는 것으로 성선설과 함께 왕도정치와 역성혁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왕도정치’는 말 그대로 ‘왕이 도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역성혁명’은 ‘왕이 백성을 위하지 않으면 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시로써는 참 놀라운 사상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명로진 작가를 놀라게 한 구절은 ‘정성들여 제사를 지내고 깨끗한 희생물을 바쳐서 기도했는데도 홍수와 가뭄이 든다면 신을 갈아 치운다’라는 구절이다. 맹자에게는 세상의 중심이 신이 아닌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맹자 사상의 근원을 휴머니즘에서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나요? 우리는 ‘캐피털리즘’ 즉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습니다. 돈이 최고라는 뜻이죠. ‘돈이 최고가 아니야’라고 말한들 이미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죠. ‘돈은 행복과는 무관해요’, ‘돈은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이에요’라고 말하는 분들은 대부분 통장에 잔고가 두둑한 분들이에요. 가난한 분들이 그런 말 하기는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노자, “불필요한 일로 세금 좀 그만 거둬들여라!”
맹자의 휴머니즘적인 가치에 감명을 받은 명로진 작가는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백성이 어렵게 사는 것은 왕이 세금을 많이 걷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에 무릎을 친다.
“정말로 정확히 그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노자 때부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때마침 제가 종합소득세를 내고 빈털터리가 됐을 때라 더 마음에 와 닿더군요(웃음). 그리고 그다음 구절은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뭔가를 자꾸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입니다. 자연스레 청계천, 광화문광장, 한강르네상스, 4대강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속으로 소리쳤어요. 이제 그만! 제발 가만히 있어!”
그러면서 명로진 작가는 현실의 상황을 춘추전국시대로 가상해본다. 만약 우리가 춘추전국시대에 태어났다면, 우리는 4대강 사업을 위해 곡괭이와 삽을 들고 부역을 나가야 했을 거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직접 몸으로 때우진 않지요. 왜냐면 현대는 ‘캐피털리즘’이니까요. 돈으로 때우는 거죠. 그리고 그 돈은 우리가 내는 세금이에요. 우리는 그 세금을 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해야 하고요. 그렇게 낸 우리 돈이 줄줄 세고 있습니다.”
“금융사기단한테 걸려서 밥줄 끊기게 생겼어요!”
800만 명의 사람이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고, 청년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88만원 세대라는 우울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회사는 고용자의 월급을 적게 줘서 이윤을 남기려 한다. 그리고 돈이 없는 서민들은 소비를 할 수 없고 소비가 없는 경제는 계속 악화된다.
“김어준 씨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군사정권 시절을 비유하자면 집에 가다가 깡패 만난 격이라고요. 군사독재를 ‘깡패’라고 한다면 지금은 ‘금융사기단’입니다. 깡패한테 걸린 것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요. 깡패한테 걸리면 얻어맞고 말지만, 금융사기단한테 걸리면 퇴직금까지 다 뺏기고 밥도 못 먹게 되는 거죠. 그러니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윌 가’에서 왜 시위를 하는데요? 밥줄이 끊기면 어느 누구도 가만있지 않아요.”
맹자를 몸으로 읽은 명로진 작가는 정치의 중심이 국민이 되어야 함을 배웠다고 한다. 2천 년 전부터 민중을 힘들게 하는 권력자는 쓸모없다고 하였건만 오늘날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맹자가 이 시대에 있었다면,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을 꼭 다 채워야 하냐고 물었을 겁니다. 국민을 못살게 하면 바꾸면 돼요. 신도 바꾸는데 대통령, 정치인 못 바꾸겠어요?”
“상대에게 물어보세요. 묻는 것이 ‘예’입니다.”
동양고전에 심취한 명로진 작가는 『논어』를 현대의 시선으로 풀어낸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를 출간했다. 명로진 작가는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가 동양고전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찾게 해줄 것이라 하면서, 공자가 말한 ‘예(禮)’와 ‘덕(德)’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공자가 말한 예는 ‘물어보는 거’에요.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 마세요. 상대의 건강과 고민을 물어봐 주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어느덧 예의 바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그만큼 돈을 써야 하기 마련이에요. 상대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신망과 존경을 얻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덕은 ‘선사후득(先事後得)’이다. 즉 ‘일을 먼저하고 이익을 나중에 취하라’는 뜻이다.
“누군가 일을 제안했을 때 ‘얼마 줄 건데?’라고 묻는 사람은 덕이 없는 거지요. 덕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하죠. 일을 잘 성사시키면 당연히 돈이 생기는 것이고, 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는 꼭 받아내야 줘. 공자님이 ‘선사후득(先事後得)’이라고 하셨잖아요. ‘선사무득(先事無得)’이라고 하셨으면 돈 안 받겠지요. 하지만 일을 한 후에 돈을 받으라고 하셨으니까 꼭 받아야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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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동안 나는 책을 읽고 몸으로 실천하려 애썼다. 조선 왕조에 대한 책을 읽고 왕릉을 찾았고, 술에 관한 책을 읽고 술을 마셨다. … (중략) …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사랑을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별에 관한 책을 읽고 이별을 잊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지혜에 관한 책을 읽고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워진다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 『몸으로 책읽기』, 작가의 말 中)
『몸으로 책읽기』는 기자출신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 특유의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서평 모음집이다. 그리고 그 서평에는 그의 솔직 야릇한(?) 사생활이 녹아있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으로 풀어내는 그의 재치가 놀랍다. 『몸으로 책읽기』를 깔깔대며 읽다 보면 삶이란 문학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소설보다 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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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작가는 약동하는 삶을 사는 비결을 자신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통해서 설명한다. 그 책은 아름다운 로맨스도, 웅장한 영웅담도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읽어본 사람은 드문 책. 동양의 고전인 『논어』와 『맹자』 그리고 『도덕경』이다. 명로진은 이러한 고전을 어떻게 삶에 응용한다는 것일까. 명로진 작가의 독서법을 살펴보았다.
“물음표가 달린 수만 개의 촉수를 가지고 책을 읽으세요”
명로진 작가의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는 공자의 『논어』. 하지만 처음부터 명로진 작가가 『논어』를 술술 읽어 내려간 것은 아니었다. 명로진 작가는 『논어』를 펼치자마자 의문에 빠져든다. 논어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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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첫 문장부터 의문이 들었어요. 배웠으면 바로 익혀야지, 왜 때때로 익히라고 했을까요? 그 문제로 혼자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한학자분께 조언을 들으러 찾아갔습니다. 제가 만난 한학자분이 말씀하시기를 ‘공자님 시대의 공부는 글쓰기, 수학, 음악뿐만 아니라 사냥, 수레 몰기, 활쏘기 등도 포함된 것입니다. 그러니 땅이 얼면 수레를 몰지 못하고 장마철엔 말을 탈 수 없지요. 그러니 배우고 나서 때에 맞게 공부하라고 한 것입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다소 의문이 풀린 명로진 작가는 얼마 못 가 다시 의문에 휩싸인다. 명로진 작가를 고민하게 한 문장은 아래와 같다.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 :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아침에 도를 들었으면 아침에 죽어야지, 왜 저녁에 죽겠다고 했을까요? 저녁까지 공자님은 무엇을 하려고 한 걸까요? 여러분은 그런 의문이 들지 않으세요? 그런데 그에 대해서 해석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죽어야 남은 사람들이 짧은 삼일장을 치를 수 있다. 새벽 3, 4시에 죽는 것보다 밤 11시 55분에 죽는 것이 남은 사람들이 덜 고생한다’ 공자님은 그런 것까지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렇듯 명로진 작가는 『논어』를 읽으면서 매 구절마다 의문을 품고 새롭게 생각하려 했다. 명로진 작가는 책을 읽을 때 남이 해석해놓은 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의문을 품고 읽으라고 조언한다.
“저는 수만 개의 촉수를 가지고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촉수 끝에는 물음표가 달려 있어요. 『논어』를 백번 읽어서 달달 외우면 뭐합니까. 왜 ‘조문도석사가의’냐고 물었을 때, 공자님이 하신 말씀이니 그냥 외우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제대로 책을 읽은 게 아니죠.”
휴머니즘 맹자, “신을 갈아치워라!”
『논어』를 통해 동양고전에 심취하기 시작한 명로진 작가는 『논어』에 이어 『맹자』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맹자의 혁신적인 사상에 무척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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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철학을 대표하는 것으로 성선설과 함께 왕도정치와 역성혁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왕도정치’는 말 그대로 ‘왕이 도를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역성혁명’은 ‘왕이 백성을 위하지 않으면 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시로써는 참 놀라운 사상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명로진 작가를 놀라게 한 구절은 ‘정성들여 제사를 지내고 깨끗한 희생물을 바쳐서 기도했는데도 홍수와 가뭄이 든다면 신을 갈아 치운다’라는 구절이다. 맹자에게는 세상의 중심이 신이 아닌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맹자 사상의 근원을 휴머니즘에서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나요? 우리는 ‘캐피털리즘’ 즉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습니다. 돈이 최고라는 뜻이죠. ‘돈이 최고가 아니야’라고 말한들 이미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죠. ‘돈은 행복과는 무관해요’, ‘돈은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이에요’라고 말하는 분들은 대부분 통장에 잔고가 두둑한 분들이에요. 가난한 분들이 그런 말 하기는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노자, “불필요한 일로 세금 좀 그만 거둬들여라!”
맹자의 휴머니즘적인 가치에 감명을 받은 명로진 작가는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백성이 어렵게 사는 것은 왕이 세금을 많이 걷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에 무릎을 친다.
“정말로 정확히 그런 구절이 있더라고요. 노자 때부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때마침 제가 종합소득세를 내고 빈털터리가 됐을 때라 더 마음에 와 닿더군요(웃음). 그리고 그다음 구절은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뭔가를 자꾸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입니다. 자연스레 청계천, 광화문광장, 한강르네상스, 4대강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속으로 소리쳤어요. 이제 그만! 제발 가만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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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명로진 작가는 현실의 상황을 춘추전국시대로 가상해본다. 만약 우리가 춘추전국시대에 태어났다면, 우리는 4대강 사업을 위해 곡괭이와 삽을 들고 부역을 나가야 했을 거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직접 몸으로 때우진 않지요. 왜냐면 현대는 ‘캐피털리즘’이니까요. 돈으로 때우는 거죠. 그리고 그 돈은 우리가 내는 세금이에요. 우리는 그 세금을 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해야 하고요. 그렇게 낸 우리 돈이 줄줄 세고 있습니다.”
“금융사기단한테 걸려서 밥줄 끊기게 생겼어요!”
800만 명의 사람이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고, 청년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88만원 세대라는 우울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회사는 고용자의 월급을 적게 줘서 이윤을 남기려 한다. 그리고 돈이 없는 서민들은 소비를 할 수 없고 소비가 없는 경제는 계속 악화된다.
“김어준 씨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군사정권 시절을 비유하자면 집에 가다가 깡패 만난 격이라고요. 군사독재를 ‘깡패’라고 한다면 지금은 ‘금융사기단’입니다. 깡패한테 걸린 것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요. 깡패한테 걸리면 얻어맞고 말지만, 금융사기단한테 걸리면 퇴직금까지 다 뺏기고 밥도 못 먹게 되는 거죠. 그러니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윌 가’에서 왜 시위를 하는데요? 밥줄이 끊기면 어느 누구도 가만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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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를 몸으로 읽은 명로진 작가는 정치의 중심이 국민이 되어야 함을 배웠다고 한다. 2천 년 전부터 민중을 힘들게 하는 권력자는 쓸모없다고 하였건만 오늘날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맹자가 이 시대에 있었다면, 대통령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을 꼭 다 채워야 하냐고 물었을 겁니다. 국민을 못살게 하면 바꾸면 돼요. 신도 바꾸는데 대통령, 정치인 못 바꾸겠어요?”
“상대에게 물어보세요. 묻는 것이 ‘예’입니다.”
동양고전에 심취한 명로진 작가는 『논어』를 현대의 시선으로 풀어낸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를 출간했다. 명로진 작가는 『공자 팬클럽 홍대지부』가 동양고전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찾게 해줄 것이라 하면서, 공자가 말한 ‘예(禮)’와 ‘덕(德)’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공자가 말한 예는 ‘물어보는 거’에요.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 마세요. 상대의 건강과 고민을 물어봐 주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어느덧 예의 바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그만큼 돈을 써야 하기 마련이에요. 상대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신망과 존경을 얻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덕은 ‘선사후득(先事後得)’이다. 즉 ‘일을 먼저하고 이익을 나중에 취하라’는 뜻이다.
“누군가 일을 제안했을 때 ‘얼마 줄 건데?’라고 묻는 사람은 덕이 없는 거지요. 덕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하죠. 일을 잘 성사시키면 당연히 돈이 생기는 것이고, 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대가는 꼭 받아내야 줘. 공자님이 ‘선사후득(先事後得)’이라고 하셨잖아요. ‘선사무득(先事無得)’이라고 하셨으면 돈 안 받겠지요. 하지만 일을 한 후에 돈을 받으라고 하셨으니까 꼭 받아야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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