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흔의 생성 기전을 추적하는 일은 혈흔을 만들어 낸 피해자, 용의자 등 범죄 현장을 만든 이들의 행위를 짐작하게 한다. 현장의 혈흔은 생성 기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날아가서 형성된 혈흔’, 즉 비산 그룹에 속하는 혈흔과 ‘날아가지 않은 혈흔’인 비비산 그룹에 속하는 혈흔이다.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진 혈액이 일정 시간 공기 중을 비행하면 동그란 공 모양을 유지한다. 이것이 직각으로 어떤 물체와 만나면 정원(正圓)에 가까운 혈흔이 되는 것이고, 90도 이하의 각도를 가지면 각도가 작아질수록 좁고 긴 모양의 타원형 혈흔이 된다.
타원형의 가장 긴 축, 다시 말해서 뾰족한 모서리의 끝단을 이은 직선은 혈흔이 날아온 방향을 의미한다. 혈액은 날아와서 사물과 부딪치며 표면 장력이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해당 방울의 혈액 양이 밀려오는 것을 버티다가 운동 방향으로 2차 혈흔을 튀기는데 이것은 작은 혈흔(자혈흔)의 모양을 띠기도 하고 가리비 모양을 띠기도 한다. 따라서 이렇게 혈흔이 추가로 퍼져 나간 쪽이 발혈점(혈흔의 출발 지점)의 반대 방향이다.
원 또는 타원 형태의 혈흔이라고 하여 같은 생성 기전을 갖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전혀 다른 생성 기전을 갖고 있으면서도 혈흔이 비슷한 형태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관찰해야 한다. 혈액은 어떤 행동을 통해 날아갈까? 가격 순간에 상처가 생기면서 흉기 등과의 충격으로 인해 혈액이 날아갈 수 있다. 이런 것을 충격 비산 혈흔(impact spatter)이라고 부른다. 현장에서 범인의 공격 행동을 가장 잘 나타내는 혈흔이다.
일단 충격 비산 혈흔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장소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직접적인 공격 행위가 있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차가 지나갈 때 그 물이 튀는 장면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며, 크기가 작은 방울일수록 멀리까지 날아간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혈흔이 정원의 모양에서 점점 뾰족한 타원의 모양으로 바뀌는 규칙적인 패턴을 갖고 있다. 멀리 날아갈수록 사물과 충돌하는 각도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많이 관찰되는 혈흔 중에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의 모양과 형태, 휘두른 방향 등을 알려 주는 혈흔이 있는데, 바로 이탈 혈흔이다. 선행 행위에 의해 혈액이 묻어 있는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급격한 휘두름이나 급격한 멈춤 동작을 하는데, 이때 관성에 의해 흉기로부터 이탈한 혈액들이 만들어 내는 혈흔을 말한다.
이러한 혈흔은 충격 비산 혈흔과 마찬가지로 휘두름 동작의 위치와 횟수를 알려 준다. 충격 비산 혈흔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휘두름 동작에 의해 생기는 혈흔은 일정한 구간에 연결된 형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흉기나 팔 등의 궤적에 따라 곡선의 형태로도 형성되기 때문에 앞에서 소개한 샘 셰퍼드 사건처럼 범인이 오른손을 사용했는지 왼손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흉기의 길이에 따라 휘두름의 궤적이 직선에서 곡선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흉기의 길이에 대한 추정도 가능하다. 개별 이탈 혈흔의 크기는 혈흔이 떨어져 나간 사물의 표면적 크기에 비례한다. 한번에 많은 양의 혈액이 모일 수 있는 형태라면 날아가는 혈액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야구 방망이에서 이탈한 혈흔의 크기가 과도의 끝에서 이탈한 혈흔보다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일정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혈액도 비산 혈흔으로 분류한다. 이것을 낙하 혈흔이라고 하는데 현장에서 발견되는 낙하 혈흔은 피를 흘리는 사물 또는 사람의 동선이나 이동과 멈춤을 해석하는 좋은 단서가 된다. 낙하 혈흔이 정원의 형태에서 타원의 형태로 갈수록 빠른 속도로 이동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동 속도에 대한 판단 근거로도 작용한다.
- 한국의 CSI 표창원,유제설 공저 | 북라이프
‘과학수사’를 통해 형사들을 지원하는 현장 과학수사 요원과 실험실 법과학 전문가들을 ‘CSI’로 정의하고, 그 세부 분야와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소개한다. 오 제이 심슨 사건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계적 법과학자 헨리 리 박사, 촉망 받는 생명공학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문 감식 전문가로 탈바꿈한 임승 검시관, 안정된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남자들도 손사래 치는 사건 현장 업무에 뛰어든 이현정 검시관 등 과학수사계의 ‘스타’들을 망라한다. 이들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사례와 다양한 정보들은 CSI 요원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표창원
표창원 교수는 실제 경찰관 출신으로 연쇄살인, 엽기범죄 등 각종 범죄와 살인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해내는 걸로 유명한 한국의 ‘프로파일러’로 현재 범죄학, 범죄심리학, 피해자학 등을 강의하는 경찰대학 교수이다. 그는 1989년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1991년 경기도 화성경찰서, 1991년~1992년 경기도 부천경찰서 형사과, 1992년~1993년 경기지방경찰청 외사계에서 근무했다. 1993년부터 4년간 학업에 매진하여 영국 Exeter 대학교 석사 및 박사 (경찰학, 범죄학)학위를 받았다. 경찰청 강력범죄 분석팀(VICAT) 자문위원, 경찰청 미제사건 분석 자문위원, 범죄수사연구회 지도위원를 역임했으며 미국 샘휴스턴 주립대학교 형사사법대학 객원교수, 한국심리학회 범죄심리사 과정 강사, 경찰 수사보안연수소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강사, 법무연수원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강사로 활발한 강의활동을 해왔으며 아시아경찰학회 총무이사 및 회장을 지냈다. 그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유 없는 분노와 복수심에 빠져 있는 잠재적 연쇄살인범들이 우리 사회 각 기능의 제역할로 인해 상처를 치유 받고 교훈을 얻고, 행동이 교정되어 무모하고 비극적인 공격의도를 꺾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관련된 범죄 관련 저서들을 집필 중이다. 저서로 『한국의 연쇄살인』,『EBS 지식 프라임』이 있다.
marie23
2013.02.03
rkem
2012.03.13
빨간바나나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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