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제일 예쁘다” 빈말이라도 욕보다는 칭찬이 더 좋죠!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함으로써 더 큰 범죄를 낳는다는 의미로 사소함이 갖는 힘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빈말의 법칙, 식상함의 힘을 믿는다.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아닌 다음에야 가식적이고, 식상한 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을 나누는 게 더 나으며 아무리 빈말이라도 욕보다는 칭찬이 더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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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대개 진부하지만
세상은 보다 진부하다.
그러니까
쿨하지 않게 보일까봐 걱정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 오영욱(오기사)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세상은 보다 진부하다.
그러니까
쿨하지 않게 보일까봐 걱정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 오영욱(오기사)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지나 새해를 맞을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다름 아닌 휴대폰이다. 약 보름간 우리는 문자메시지(아니면 카톡) 혹은 전화로 일 년 치의 안부를 한꺼번에 묻고 대답하며 가는 해 오는 해를 응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겉치레인 단체 문자는 왜들 그렇게 보내는 거냐며 귀찮아했지만 요즘엔 나조차 그 문자를 핑계로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말을 건다. 마음에 없는 말도 건넬 줄 아는 것. 빈말과 식상함의 효용성을 깨닫고 적절히 이용하는 일은 어느새 내 일상과 관계를 살찌우는 처세가 됐다.
‘빈말은 못하는 성격’을 훈장이라 믿던 때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별로’라고 표현해야 속이 시원했고, 입에 발린 말이라고는 할 줄 모른다며 아부는커녕 칭찬에도 인색하게 살았다. 하지만 남들이 건네는 듣기 좋은 말에 늘 뾰족하게 굴면서도 기습적으로 날아드는 칭찬에는 꼭 무너졌다. 넌 글을 잘 쓰잖아, 센스 있구나, 예뻐지셨네요…. 만약 그 시기, 그 순간, 나에게 절실한 한마디였다면 그 말은 진심이 되어 마음에 박혔다. 하지만 절대 티 내지는 않았다. 별거 아닌 칭찬에 금세 달떠서 해롱대는 사람이라니, 너무 없어 보이잖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함으로써 더 큰 범죄를 낳는다는 의미로 사소함이 갖는 힘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빈말의 법칙, 식상함의 힘을 믿는다.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아닌 다음에야 가식적이고, 식상한 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을 나누는 게 더 나으며 아무리 빈말이라도 욕보다는 칭찬이 더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넌 커서 글을 써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채점한 글짓기 숙제를 나눠주시며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잘하는 건 하나도 없었고, 늘 다른 아이들은 금세 이해하는 수업도 넋 나간 표정으로 따라가지 못했던 열등생이었기에 선생님의 그 말씀은 반 아이들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바보 같은 글을 쓰고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를 떠올린다. 잘하는 것이라곤 없었던 ‘무명씨 학생’에게도 특기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수습 불가능한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친다. 만약 선생님이 지금 내가 쓴 글을 읽으시고도 그 말씀을 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빈말이었을지 모를 그 한마디를 여전히 마음에 품고 산다.
좋은 말은 좋은 에너지를 낳는다. 그게 만에 하나 식상한 말 혹은 빈말이라도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살찌우고, 서로를 한 번 더 웃게 한다면 그걸로 된 거다. 이제 더는 식상함의 힘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빈말이라도 웃는 얼굴로 건네는, 두꺼운 얼굴도 탑재해야겠다. 어차피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빈말을 듣고 자란 사람 아닌가. 우리 부모님은 갓 태어난 나를 안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우리 애가 제일 예쁘다.”
식상한 말이면 어때. |
작가, 서른을 위해 변명하다! 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걸까. 이 만큼 했으면 적응될 만도 한데 매번 우릴 넘어지고 상처받게 만드는 건 여전히 사람 아니면 관계다. 그래서 관계에 늘 주도권을 쥐고 누구든 결국 자기편으로 만들고 마는 사람들을 여우라고 입을 삐죽대면서도 속으로는 부럽다. 그저 그들처럼 빈말과 식상한 말 같은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우겨 보지만 나는 그런 거, 시켜도 못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말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아무리 식상한 말이라도 칭찬을 들으면 으쓱해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멋쩍다는 이유로, 쿨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랑은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 오진 않았는지. 이제부터라도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보다 더 윤택하게 하고 싶다면 빈말과 식상함에 대한 발상부터 바꿔보자. | ||
-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 | 미호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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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신회(작가)
10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10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오늘 마음은 이 책』 등을 썼다.
forsooyoon
2012.06.11
jehovah511
2012.05.28
빈말일지라도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니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제 자신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trizmo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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