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과 함께 <오늘, 헤어졌어요> 책 선물 했죠” - 북노마드, 6인의 작가들과 독자들의 짜릿 달콤한 데이트
5월의 끝자락, 출판사 북노마드로부터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날씨도 좋은데 주말에 같이 놀러 갈래, 애써 떨림과 기대를 감추고 덤덤한 척 건네는 첫 데이트 신청과도 같이. 수신자는 북노마드를 사랑하는 작가와 독자들, 장소는 가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봄소풍을 떠났다. 6월의 첫째 주 토요일, 6인의 작가들과 스무 명 남짓한 독자들이 함께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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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끝자락, 출판사 북노마드로부터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날씨도 좋은데 주말에 같이 놀러 갈래, 애써 떨림과 기대를 감추고 덤덤한 척 건네는 첫 데이트 신청과도 같이. 수신자는 북노마드를 사랑하는 작가와 독자들, 장소는 가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봄소풍을 떠났다. 6월의 첫째 주 토요일, 6인의 작가들과 스무 명 남짓한 독자들이 함께했다. 출판사 북노마드의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인 동시에 서로 흠모하는 작가와 독자들의 짜릿 달콤한 데이트가 있는 시간이었다.




『소울 트립』『슬로 트립』 『눈물 대신, 여행』의 작가 장연정과 『사계절, 전라도』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개정판』의 작가 최상희, 『나는, 집』의 연서인 작가, 『오늘, 헤어졌어요』의 신경민 작가, 『잔』의 작가 박세연, 『베트남 그림여행』의 최수진 작가가 동행했다. 모두 북노마드와 인연을 맺고 출간한 책들이다. 그 인연들의 시작, 만남에서 출간에 이르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는 물론, 작가들의 최근 근황과 준비 중인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며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그야말로 데이트였다.


북노마드와의 인연,
청첩장과 함께『오늘, 헤어졌어요』를 선물했어요.





올레길을 걸으며 우리는 사랑과 여행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사전답사를 왔던 북노마드 마케팅팀의 한민아씨와 정진아씨 역시 그 길을 오가며 서로의 연애사를 알게 되었노라, 귀띔해 주었다. 가평의 올레길에는 무슨 신비한 힘이라도 숨어있는 것일까, 눈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났다. 북노마드의 윤동희 대표는 신경민 작가의 책 『오늘, 헤어졌어요』를 출간하게 된 ‘탄생 비화’를 들려주었다.

그는 MBC FM의 <푸른밤, 그리고 문지애입니다>를 즐겨 들었는데 특히 신경민 작가가 썼던 ‘그런 사람이 있었다’ 코너에 매혹되었다고 했다. 이어 신경민 작가를 만났고, 프로포즈 했고, 『오늘, 헤어졌어요』를 출간했다. 방송 되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다듬어 출간한 것이었다. 짧지 않은 그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작가는 또 다른 사랑을 만나고, 결혼했다. 오늘 헤어졌다는 제목의 책을 내고 얼마 후에 결혼을 했노라고, 윤동희 대표는 농담을 건넸다. 신경민 작가 역시 웃으며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결혼을 3~4주 앞두고 책이 출간되었어요. 결혼식장에 책을 전시해 놓을까 아니면 하객분들께 선물로 드릴까 신랑과 같이 고민 했었는데, 제목이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결국에는 청첩장과 함께 책을 선물했었어요(웃음).”

『소울 트립』으로 북노마드와 첫 인연을 맺은 장연정 작가도 윤동희 대표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소울 트립』은 원래 인터넷의 ‘SLR 클럽’에서 연재 하던 글들이에요. 연재 중에 반응이 좋아서 출판 제의를 받게 되었죠.”






박세연 작가는 자신의 전시회가 『잔』을 출간하는 계기가 되었다.

“잔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 건 순전히 ‘예뻐서’에요. 프로젝트로 잔의 그림들을 모아 상상마당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윤동희 대표님께서 책을 내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박세연 작가는 책에 들어갈 글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잔』에 실린 글 중 상당수는 3년에 걸쳐 본인이 쓴 일기들을 모은 것이라고.


작가의 소소한 일상

『베트남 그림여행』이후 한동안 책으로 만날 수 없어 더욱 반가웠던 최수진 작가는, 최근 직장인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재미가 쏠쏠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그림 그리고 여행하고, 애니메이션과 영상을 만들면서 늘 혼자서 작업을 하게 되잖아요.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하고 느끼는 게 있겠다 싶어서 직장인 연극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의 일상의 또 다른 소소한 재미는 주위 사람들에게 ‘홍대의 명소’를 알려주는 것. 지금은 떠났지만 오랫동안 홍대에서 지내온 탓에 맛집?멋집들에 대한 정보가 ‘빠삭’하기 때문이다. 홍대에서 맥주 한 잔 하기에 좋은 집을 추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에 작가가 추천한 집은 ‘빠끼또(PAKITO)'라는 곳이다. 크롬바커 맥주가 아주 맛있다는 팁도 잊지 않았다.






박세연 작가 역시 자신이 아끼는 카페를 소개했다. 강릉 사천 해수욕장 근처의 쉘리스 카페(Shelly's coffee)다. 커피 장인이 로스팅한 진한 커피와 함께 맛있는 치즈 케익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너무 아름다운 잔’들이 많아 특히 좋아하는 카페다. 작가가 모은 잔들 중에는 이곳에서 구한 것들도 많고, 그 잔들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들도 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나는, 집』의 작가 연서인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동네 옹벽의 풍경을 전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근까지도’ 옹벽의 근황(?)을 전하고 있다. 출근길에 바라보는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옹벽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옹벽의 풍경이 매일 똑같아도 똑같지 않더라구요. 그런 거에 항상 큰 관심이 있어요. 저 나름대로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다르게 잘 지내고 있다는, 그런 거 같아요. 항상 다르게 있는 게 늘 재미있어요.”


북노마드와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




몇 달 전 『눈물 대신, 여행』을 출간한 장연정 작가는 새 책을 내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아꼈다.

“꼭 슬픈 이유가 있어서 쓰게 된 것만은 아니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에 떠났다가 적어 온 글들이에요. 중요한 걸 잃어본 경험들이 누구나 있잖아요. 그럴 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보다 이별을 맞은 애잔한 마음을 노래하는, 그렇기에 적당히 느릿한 템포의 감성들을 들려주었던 장연정 작가. 새롭게 출간한 『눈물 대신, 여행』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그는 앞으로의 작품들도 지금까지의 방향과 색깔, 감성과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최상희는 봄소풍을 함께한 작가들 중 가장 따끈따끈한 신작을 내놓았다.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개정판』이 6월 초 출간된 것이다. 10년간의 잡지사 기자 생활을 정리한 후 제주도로 떠난 것이 2006년,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에 반해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을 처음 쓴 것이 2009년의 일이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여름 내내 제주도에 머물며 올레길을 걸으며 다시 제주를 만났다.

“새로 생긴 곳들과 예전에 가보지 못했던 곳, 제일 좋았던 곳들에 나름의 이야기를 담아 보충도 하고 추가도 했어요. 제주도에 살 때는 몰랐는데 여행자의 입장에서 찾아가 보니 숙소가 가장 중요한 문제 같더라구요. 호텔부터 게스트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좋았던 곳들을 소개했습니다. 조금 더 친절한 여행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개정판』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윤동희 대표는 최상희 작가가 직접 찾아낸 맛집들에 대한 정보도 가득 담겨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대와 함께하니 좋지 아니한가

아주 특별한 봄소풍에 초대된 북노마드의 독자들은 기쁨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눈부신 날씨에,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아낌없이 애정을 보내온 작가들과 함께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말도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보고 싶던 작가님들을 만나 뵐 수 있어서 좋고, ‘나처럼 북노마드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이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함께 소풍을 오니 더욱 즐겁다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여행이나 사람의 마음과 같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작가분들인 것 같다는 감상이 있는가 하면, 북노마드는 고유의 색깔이 있는 ‘한결 같은’ 출판사인 것 같다는 평도 있었다.

자신이 흠모해 온 사람을 만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내가 그리던 모습과 얼마나 닮아있고 또 얼마나 다를까’ 궁금함을 안고 찾아온 것은 모두의 공통점이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감성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앳되 보이기도 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낀 것도 모두가 똑같았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묘한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과의 소풍이라니.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아닌, 서로의 존재조차 어렴풋했던 이들과 소풍을 떠나는 일은 분명 익숙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여행사를 통해 관광을 가거나, 신문 귀퉁이의 산악회 광고를 보고 함께 산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소풍’이라는 단어는 분명 어딘가 다른 점이 있었다. 친밀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함께 떠나는 것을 이르는 말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한 그 ‘사건’을 소풍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처음 보는 얼굴,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친밀함이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서로의 지난 사랑 이야기, 여행 이야기, 먹고 마시고 웃고 우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노마드의 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었던 사람들이었기에 ‘우리’라는 친밀함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독자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북노마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함께한 6인의 작가들과 북노마드가 손잡고 새롭게 선보일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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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최상희 저 | 북노마드

제주도 여행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춰봤을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의 개정판이 북노마드에서 나왔다. 『사계절, 전라도』에서 입증된 탁월한 이야기꾼 작가 최상희의 재미만점 에세이에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춘 업그레이드된 지도와 교통 정보, 가장 핫한 맛집과 숙소 정보까지 새 옷으로 말끔히 갈아입었다. 제주도에서 살며, 여행하며 보낸 700일의 시간 동안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제주의 숨은 비경을 합법적으로 훔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북노마드 #장연정 #최상희 #연서인 #신경민 #박세연 #최수진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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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

2012.11.13

작가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니, 와! 진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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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sooyoon

2012.07.10

와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봄소풍이다니! 정말 금상첨화인데요! 저두 떠나고싶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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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2012.07.05

여름 소풍, 가을 소풍은 없을까요???^^ 담엔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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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