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투 접근하면 안 돼.”
“왜?”
“다리를 최대한 많이 보려면, 우리 눈에 다리가 포착되는 각이 최대한 커야 하거든.”
친구 사이인 콜랴와 옌스는 함부르크의 해변가를 찾아, 젊은 여성들이 올 시즌 처음으로 보여주는 매끈한 다리를 보고 마음이 산란해진다. 물리학도인 옌스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잇는다.
“우리 앞에 키가 거의 180인 여자가 있어. 끝내주는 금발에, 자세는 똑바르고, 자부심이 강하고, 다리 길이가 110을 넘어. 그리고 그 다리를 보고 싶은 눈 네 개가 있지. 그래서 각이 커야 해! 우리가 너무 멀리 있으면, 각이 너무 작아져. 정확히 말해서, 우리의 시야에서 여자의 다리가 차지하는 각이 작아진다고.”
“그러니까 접근하자고. 진실을 발견하려면 접근해야지!”
“하지만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안 돼. 그러면 각이 다시 작아지니까.”
“작은 각, 큰 각, 다시 작은 각! 극값 문제가 또 나왔다는 불길한 짐작을 하게 되는군.”
용기를 요구하는 극한의 문제
방금 본 다리 문제를 비롯한 극값 문제들은 이른바 미적분학(해석학이라고도 함) 분야에 속한다. 바로 이 분야에서 많은 고등학생은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감을 잃는다. 미적분학에 무한히 작은 수가 등장하고 극한도 등장하는데, 이것들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고, 이것들이 등장하는 계산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운 다리를 보려면 이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찾아야 할 극값은 우리의 시야에서 여자의 다리가 차지하는 각의 극댓값이다. 눈높이가 m미터인 남자가 다리를 f미터 드러낸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남녀 사이의 거리는 x미터이고, 알아낼 각은 α이다. α는 어느 삼각형의 내각인데, 90도에서 β와 γ를 뺌으로써 α를 알아낼 수 있다. 또 우리는 그 삼각형의 한 변만 안다.
삼각형의 변으로부터 각을 계산하려면 공포의 삼각함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겁먹지 마라. 여기에서는 삼각함수들의 기본 정의만 알면 된다.
계산 결과, m=1.7미터, f=0.7미터라면, 남녀 사이의 거리 x는 약 1.3미터가 나온다. 남자가 이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면 여자는 위협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저는 그저 당신의 다리를 최적의 각도로 관찰하려 했을 따름입니다”라는 변명은 도리어 여자의 느낌을 확신으로 바꿀 것이다.
이 함수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왼쪽과 같다. 이 그래프에서 여자의 다리를 가장 잘 보려면 극대점의 위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α(x)의 도함수를 구하고, 그 도함수의 값이 언제 0이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 ||
- 수학 시트콤 크리스토프 드뢰서 저/전대호 역/이우일 그림 | 해나무
이 책은 공식을 발견하거나 이론을 정립한 수학자 이야기나 수학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고 솔깃한 스토리텔링형 수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TV 드라마나 시트콤을 볼 때처럼 자신도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소금물의 농도나 주사위의 확률 따위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궁금한 것들을 한 편 한 편의 실감나는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크리스토프 드뢰서 Christoph Drosser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 Die Zeit》의 과학 담당 편집자로, 1997년부터 일상적인 속설에 관한 과학 칼럼 <맞아요? Stimmt’s?>를 연재했다. 이 칼럼은 책으로도 엮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현재 독일의 공영방송사 NDR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고 있다. 드뢰서는 일상 속 수학을 다룬 《수학 시트콤 Der Mathematikverfuhrer》으로 독일에서 수학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2008년에 독일수학협회로부터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질문을 쏟아놓는 방법 Wie fragt man Locher in den Bauch?》 《무한도전 신비한 수학탐험 Wie groß ist unendlich?》 《일기예보, 믿을까 말까? Das Lexikon der Wetterirrtumer》(예르크 카헬만 공저)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 현대의 미신들 Wenn die Rocke kurzer werden, wachst die Wirtschaft. Die besten modernen Legenden》 《음악을 아세요? Hast du Tone?》 등이 있다.
minok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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