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대통령 후보들이 쏟아내는 말들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어, 쓰레기더미만 쌓여가는 식이 되고 있다.”
누군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뱉어낸 말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긍정하게 하는 말이니까. 헌데, 저 말은 하워드 진이 2000년 3월, 미국의 시사 잡지 <프로그레시브>에 기고한 글의 첫 머리(『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p.92)다. 저곳이나 여기나 다르지 않나 보다. 시차를 두고서라도 말이다. 이미, 한국의 어느 후보는 본인이 뜻도 모를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다가 용도 폐기(담당자를 내쳤다!)했으면서도 여전히 그 말을 앞세우고 있다. 한편 어떤 정치인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려고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것이 상식임에도 참신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이 땅의 정치 풍토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역시 하워드 진의 일갈.
“자기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위반하는 정부는 마땅히 “바꾸거나 폐기되어야 한다”는 문구에 의거해 저항하고 또 도전해야만 한다. 이것은 당장엔 가당치 않은 일인 것 같지만, 도처에서 아주 작은 일부터 조금씩이라도 무수히 실천해 나가다 보면 결국 이루어질 목표이다. 시민들 각자가 자신의 불만으로 여기고 있는 일들을 교정하기 위해 정당정치의 테두리 밖에서도 행동하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p.98)
시민 권력을 위한 불온한 정치학
(주진우, 이하 진) 하워드 진 선생은 사상도 훌륭하지만 행동한다는 점에서 더욱 훌륭한 것 같다. 이 책은 2012년 대선을 맞이할 우리에게 던져진 메시지 같다.
(김민웅, 이하 민) 강연을 하거나 기고문이라서 중복된 부분도 있어서 고민도 했지만, 그대로 번역을 했다. 책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번쩍 들었다. 사건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하고, 끊임없이 시민의 권리, 저항, 불복종, 힘을 강조한다. 원제는 ‘역사적으로 성취되지 못한 약속들’인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시민 권력을 위한 불온한 정치학이다. 대단히 감동적이다.
(진) 민중이 지도자를 선택해 이끌어간다는 메시지인데, 우리 시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민) EBS에서 2년 동안 방송을 진행했는데, 마지막 방송을 홍세화 선생을 모시고 했다. 홍 선생께서 말씀하시길,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아가리를 벌리자’고 하시더라. 그렇게 떠벌려야 한다. 고대 그리스엔 아고라가 있었는데, 아고라 어원이 ‘아가리’다(웃음).
(홍세화, 이하 세) 하워드 진도 얘기하는데, 시민의 힘이 대통령을 움직인다. 국민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 없다는 말과 통한다. 하워드 진은 포기하지 말고, 아가리를 열던, 불복종하던, 그것이 사회를 구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잡초는 없앨 순 없지만 뽑을 순 있다. 이 세상에 전쟁이나 악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시민들이 끊임없이 아가리를 열고 부단히 노력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그 사회를 좀 더 낫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그의 논지는 분명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p.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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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그런데, “나는 땅 사서 돈 벌 거야”하는 반성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 절벽이나 다름없다.
(민) 그런 사람들, 있지. 하워드 진은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말라고 한다. 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움직이라고 한다. 베트남전쟁을 지지한 사람이 처음엔 3분의 2였다. 끝날 때 즈음 3분의 2가 반대한다. 3분의 1을 뒤흔든 일을 끊임없이 한 거지. 하워드 진의 이야기에 깊이 들어가면 막스 베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베버의 말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베버는 신념의 윤리를 전제로 한 책임윤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지, 책임윤리를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워드 진은 맑스주의자인데, 권력에 대한 생각을 보면 같다. 마침내 뚫을 수 있다고 믿는다. 포위해야 한다. 연대하고 조직해서. 하워드 진은 연대하고 조직하라, 연대하고 조직하라, 고 말한다.
(진)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데, 대선 때만 되면 이런 얘길 한다. 부의 편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변화돼야 한다고 보나?
(세) 경제민주화와 관련,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새누리당에서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반값등록금 하겠다는 플랜카드를 붙였는데, 그 옆에 ‘지금 빨리 하면 되잖아’라고 붙이고 싶다. 지금 국회에서 과반수를 넘는데 하지 않는 현실은 시민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고,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담론이 통용되는 이유다. 경제민주화라고 했을 때, “누가 주체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제민주화에서 주체는 노동자여야 하는데, 지금 후보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에는 주체가 비어 있다. 일터에서의 주체 문제도 중요하다. 경제민주화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노동자 주체성이다.
(민) 이 책에도 뉴딜정책 이야기가 있다. 뉴딜을 공공사업을 펼쳐 유효수요를 만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중요한 반쪽을 뺀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창고를 여는 건 새롭지 않다. 정말 새로운 것, 뉴딜 정책의 출발점은 노동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복지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걸 약속하고 돈을 푼다고 약속한 것이다. 노동자 사회안전망을 먼저 만들고, 기업 투자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인데, 한국에선 그런 이야기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1930년대 노동자 봉기와 시민불복종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당시 노동자의 시위, 시민들의 아우성이 하나하나 쌓여서 뉴딜정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민권력, 노동자들의 주체성 운동이 뉴딜정책을 만들었다. 우리도 그런 목소리가 없으면 경제민주화를 할 수 없다.
또 하나, 신자유주의 격차가 양극화를 가져왔다고 흔히 말한다. 아니다! 부자 감세, 법인세 감세 등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라는 정책을 만들어놓고 시작한다. 그러니 빈부격차가 교정이 안 된다. 이미 박탈의 정책을 만들어놓으니, 없는 쪽은 개평만 갖고 하는 셈이다. 경제민주화는 당연히 정치적인 의제다. 계급 구조를 바꾸는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민주화는 없다.
(진) 맞다. 국민이, 노동자가 언제 주체였던 적이 없다.
(세) 노동자, 서민들은 말은 존재의 처지에 맞춰서 하지만 행동은 의식에 맞춰서 한다. 그 괴리만큼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다. 절대 다수 노동자들이 노동자의식보다 반노동자의식을 갖고 있다. 즉, 친자본적인 의식이며,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다. 특히 노동유연성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올 것인지 노동운동 진영조차 인식을 못한 것이 비정규직 확산 등을 불러왔다. 젊은 세대의 불안정한 노동이나 배제의 문제 등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수구적인 보수정당에서조차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만큼 노동자들,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지극히 열악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사회를 공부한다. 사회적동물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인식해야 주체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지평이 열리니까, 사회를 공부하는 거다. 그렇다면 지금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므로, 절대 빼먹을 수 없는 과목이 자본주의다. 당연한 건데, 우리는 자본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신자유주의와 노동유연성 등이 우리의 삶을 파괴시키는데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없었다. 이렇게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민) 노동시장 유연화는, 잘리면 다른 직업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잘리면 갈 데가 없으니, 쌍용차의 경우는 23명이 죽었다. 이것이 현재 우리의 노동유연성이 갖는 비극이다. 이것은 정치문제이고 노동의 인식 문제다. 언론이 끊임없이 이야기해줘야 한다.
반값등록금, 이 좋은 걸 왜 안 하나
(진)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가면 잘 벌어먹고 산다, 이너서클 안 들어가면 고달프게 산다, 자본주의란 그런 거라고 배운다. 또 우리는 재벌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민) “파이 키워서 나눠먹자”고 말하는데, 그게 아니다. 이젠 나눠먹자고 요구해야 한다. 언론과 교육이 제대로 알려주고, 반값등록금, 이 좋은 걸 왜 안 하니? 이렇게 말해야 한다. 자본주의와 노동자 의식을 가르치는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운동이 안 일어난다.
(세) 삼성의 예를 들면,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지식권력 등을 완벽할 정도로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현재 삼성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시민사회가 집중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일터에서 내 몸이 어떤 자리에 놓일지 불안해서 인간성을 훼손할 만큼 자발적 복종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삼성을 통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같이 싸워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본다. 또 진보의 미덕은 기다림이다. 끊임없이 행동하고 조직하며 연대하는 속에서 일거에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잡초는 절대 없어지지 않고 뽑을 수만 있다는 자세, 절대 좌절하거나 하차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진) 물을 언제까지 떨어트려야 하나? 단칼에 진전시킬 수 없나? (웃음)
(민) 끊임없이 실천하고 행동하는 거지. 어려운 일이다. 책엔 놀라운 사람들 이야기가 많은데, 센더 갈린은 진보언론인으로서 굉장한 큰 역할을 했다. 97세로 세상을 뜬 이 사람의 삶을 보면, 정말 어떻게 이런 지치지 않은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장과 멀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힘을 잃는다. 독일의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끊임없이 실천하라면서, 실패도 실천이라고 말한다. 혁명적 시도가 실패하고 실패하면서 다음의 실패는 그전의 실패와 다르고, 이것이 쌓이면서 혁명적 사건이 일어난다고 단언한다.
(세) 임계점에 이를 때까지의 과정이 답답하고 느리고 어렵다. 폭력에 맞서 싸우면서 폭력을 내면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데, 일거에 무언가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잡초를 없앨 수 있다고 확신하다가 그게 불가능한 것을 알고 스스로 잡초가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 자리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연대, 조직하고 실천하면서도 임계점은 쉽게 오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민)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결정적인 사건이 펜타곤의 비밀개입문서를 폭로한 것이다. 다니엘스버그라는 사람인데, 그는 당초 국무부에서 베트남전의 출구전략을 짜는 게 일이었다. 베트남전을 조사하면서 점차 수렁(늪)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잘 빠져나올 수 있는 ‘명예로운 퇴각’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세 번째 단계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이 전쟁은 범죄”였다. 미국이 잘해서 이겨야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범죄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펜타곤페이퍼를 들고 몰래 복사를 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보냈다. 무기징역을 감수하고. 구명운동이 펼쳐지고, 무수한 토론과 논쟁과 논박이 쌓였다. (구명이) 잘 안 될 거라고 포기했다면 그는 무기징역이었으나 도처에서 들고 일어났다. 이것이 중요하다. 떠들어야 한다. 침묵하는 순간, 권리를 잃는다. 떠들기, 말하기, 표현하기, 도처에서 일어나야 한다. 미국 대법원 역사를 보면 배울 게 많다. 판결문을 보면 자유, 인간의 기본권 등을 전제로 하나 우리나라 문건엔 이런 법철학적 용어가 없다. 인간의 기본권, 자유 등에 대한 판결문이 그 사회의 사고방식을 높인다. 그러나 우리는 법철학적 고뇌를 담아낼 수 없는 판결문밖에 없다.
(세) 유럽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위험성이 있다. 미국은 과거 어떤 제국보다 전 지구적인 제국이고, 전 세계를 몇 번이나 파괴할 수 있다. 과거의 제국은 주변국보다 문화역사적으로 앞섰으나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역사적으로 짧다. 그럼에도 미국이 가진 강점 중의 하나로 재판부의 혜안 등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힘의 논리를 제어할 수 있는 기제를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교육, 언론이 중요하게 제기돼야 한다. 한국에선 어떤 비판적인 의식이나 안목, 감수성, 사회문화적 소양, 역사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 언론이 없다. 우리는 인문학적인 토대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을 끊임없이 제기돼야 한다.
정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진) 이번 대선, 어떻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세) 결국 분배와 재분배의 문제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성장주의 담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에 젖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다. 세금폭탄론 등의 프레임에 갇힐 게 아니라 지금 세금핵폭탄이 필요하고, 왜 그런 지 이야길 붙여야 했다. 외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금핵폭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다.
(민) 보통 ‘증세’라고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증세를 하느냐고 하면 달라진다. 복지는 원해도 증세는 원하지 않는다. 총지출이 늘어난다고 보는 거지. 그러나 증세를 하면 총지출이 줄어든다고 말하면 엄청난 사건이 되니까, 얘기를 안 한다. 비용이 어떻게 되고 효과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내라고 하는 논리도 바꿔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공공인프라 활용을 더 많이 했을 테니 사용료를 내라고, 그 비용을 지출하라고 얘기하면 어떨까. 그러면 담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진) 삼성전자, 우리나라 최고 부자기업인데, 세금은 이것저것 다 깎아준다. 그러니 퍼센티지만 놓고 보면 나보다 덜 낸다. 없는 사람 입장에선, 기분 나쁘지.
(민) 책에 다니엘 베리건 신부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도 베트남전 당시엔 징병제였는데, 베리건 신부가 징병소를 습격해 징병증서를 불태운다. 이게 새로운 운동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세금고지서를 불태우자는 운동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그런 운동을 펼치는 사유의 방식을 보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5% 세금 부담, 우리는 20% 세금 부담을 갖고 있다면, 이 부당성을 폭로하고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을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걸 결정하면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다. 데이비드 소로, 마크 트웨인이 그랬다. 미국이 멕시코와 전쟁하는데 세금을 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진) 불복종이 사회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복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한다.
(세) 배제의 문제를 우선 들겠다. 지금, 비정규직화와 정리해고라는 흐름이 일방적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착취당하겠다고 하는데, 착취해주지도 않는 실정이다. 착취에서도 배제되고 있는 거지. (웃음) 우리의 공공성, 너무 취약하다. 이것이 우릴 절망하게 하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교육양육에 대한 불안, 건강유지에 대한 불안, 주거조건에 대한 불안, 노후에 대한 불안, 노동주체로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 등에 휩싸여 있다. 공공성이 없으니 개인이나 가족이 모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고, 국가가 사회구성원을 위해 뭔가 해주지 않는 상황이 세금을 거부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무상급식이 상당히 중요한 물꼬라고 본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배제만 이뤄지고 있는 사회에서 보편복지는 대단히 급하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요인이 축소될 때 경제적동물이라는 축소지향에서 벗어나 사회적 소양도 쌓고 지평이 넓어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 부자들과도 이야길 나누고 싶다.
(민) 우리나라는 헌법으로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공화국을 경험한 적이 없다. 공화국은 국가가 모두의 공유시스템이고, 공공성의 기능을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공공성을 갖춘 국가를 만들면 복지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의 국가 체제는 정치권력이 사유화했다. 이명박 체제는 권력이 아닌 이권을 잡았다고 말한다. 국가의 사유화가 진행된 것이다. 민영화는 거대한 자본에 의한 사유화다. 이것으로 시장을 좌우하는 것이다. 공화국의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책 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지식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출판계는 절멸상태다. 지식생태계는 다양한 품종이 나와야 하는데, 가격파괴로 소수 품종만이 지배한다. 도서정가제가 안되면 지식생태계는 붕괴된다. 책을 시장의 논리에만 맡기면 진지한 책,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책은 사라진다. 지식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체제를 국가가 마련하지 않으면, 그런 훈련을 할 수 있는 책의 존재가 사라진다. 사서는 책 정리해주는 사람이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인이다. 우리사회에서 읽고 소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책도 구하기가 어렵다.
국가의 공공성 회복은 우리나라 지적 발전과도 맥이 닿는다. 하워드 진 이전에 1920년대에 비슷한 역할을 한 분들이 있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으로, 이들 니어링 부부는 자연주의적 삶을 산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잘못 알려졌다. 남편 스콧은 치열한 사상가였다. 그런 삶을 택한 이유는 자본주의를 바꾸기 위해, 자본주의를 거부하기 위함이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가 부여한 삶과 습관을 거부하는 운동을 도처에서 진행하면 자본주의가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해체되지 않을까!
(진) 우리나라 언론은 언론이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운 쓰레기 같은 놈들이 많다.
(세) 몰상식한 신문이 주류다보니, 한국 사회가 몰상식한 사회인 것은 분명한 것 같고. 그동안 방송이 나름 사익추구 집단의 몰상식의 우위를 ‘PD저널리즘’을 통해 약하게나마 보완했으나 지금은 방송마저 무너졌다. 이번 대선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과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그런 언론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시민사회 몫인데, 조중동이라 불리는 ‘사악한 사익추구집단’, 왜 그리 표현하느냐면 공적 그릇인 신문을 언론권력과 족벌자본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경제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는데 따른 것으로, 그들을 시민들이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민) 무기라는 표현을 강하게 하면 ‘흉기’다. 미국이 이라크 전을 벌일 때, 대량살상무기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당시 지식인들은 진짜 대량살상무기는 언론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존재하는 방식은 정책을 숨기고 우리의 두뇌를 매일 사살한다. 이런 대량학살을 하는 흉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 시민권력 공동체를 만들 수밖에 없다. 모든 역사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그래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부흥회를 가져야 한다. 오늘도 부흥회가 같은 자리다. (웃음) 연대의식의 그물망, 그것이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아닐까.
“대중매체야말로 정말 보잘것없다. 이들은 전쟁이 터지면 그에 대해 그 어떤 역사나 분석도,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말해 주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조차도 던지지 않는다.”(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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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두 가지가 있으면 열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자리를 열심히 찾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신이 못가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공유의 운동도 중요하다. 또 좋은 영화를 봐야 한다. 곧 개봉하는 <남영동 1985>, 꼭 봐야 한다. (웃음)
-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하워드 진 저/김민웅 역 | 일상과이상
미국의 대표적인 지식인 하워드 진이 쓴 '시민 권력을 위한 불온한 정치사'이다. 촘스키와 더불어 세계적인 실천 지성으로 통하는 그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은 것으로, 미국의 정치사를 다루고 있다. 문장은 어렵지 않지만 그 속에서 하워드 진의 천재성은 날카롭게 빛난다. 그는 오늘날 미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분명하게 짚어낸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내놓은 잘못된 정책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들이 보여준 비극적이고 천박한 행동들, 몇 안되는 부자들을 위해 희생당하는 노동자의 역경 등을 낱낱히 파헤친다.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voler08
2012.12.31
myung126
2012.11.27